-20-
긴장을 풀고 잠이 든 밀리안 디모시는 평소보다 매우 어려 보였다. 분명 자신보다 어리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회사에서의 그는 꼭 그녀보다 훨씬 나이 많은 연장자처럼 꼬장꼬장하게 굴어서 연하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클레이는 황급히 그동안의 판단을 지웠다.
이 무뚝뚝한 남자를 어떻게 유혹할까 고민했던 것은 불필요한 짓이었다. 그녀가 아무 짓도 안 했는데 먼저 입을 맞춘 것은 그였다. 입술이 제멋대로 휘었다. 참으려고 해도 웃음이 나왔다.
기분이 좋아서 그녀는 자신의 손이 여전히 그의 성기를 만지고 있다는 자각도 하지 못 했다. 약간 따뜻한 정도였던 살덩어리가 점차 부피를 늘려 그녀의 손을 모두 차지하고도 모자라 다는 듯 커졌을 때 알았다.
“예쁜 애가 예쁜 짓을 하네.”
그녀의 시선이 곧게 발기한 성기와 여전히 잠을 자고 있는 밀리안의 얼굴을 오갔다. 한 번만, 맛만 살짝 보는 거다. 누가 혼자 멋대로 싸고 잠들라고 했나.
클레이는 자신이 아까부터 계속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거라도 해야 자신의 파렴치함이 조금이나마 묻힐 것 같아 어쩔 수 없다는 것도. 그리고 그것조차 자기 합리화 중 하나라는 것 역시 자각하고 있었다.
‘그게 뭐 어때서.’
얘가 날 좋아하잖아. 키스만으로도 이렇게 싸질렀는데, 성기를 빨아주면 좋아하면 좋아했지 싫어할 리가 없었다. 게다가 자신은 굉장히 잘할 것이다. 지금까지 남자의 성기를 빨아본 적은 없지만, 그녀는 확신했다. 온 정성을 다해 성심껏 빨고 핥아줄 것이다. 그녀는 머리를 한쪽으로 쓸어 넘기고 상체를 숙였다.
클레이는 먼저 혀를 내밀어 성기 표면에 묻은 정액을 쓸어 맛을 봤다. 풋풋한 냄새. 살짝 씁쓸하고 물컹한 정액은 썩 괜찮은 맛이었다. 입 안에서 밀리안의 정액을 잠시 맛보던 클레이는 다시 입을 벌렸다. 동그란 귀두를 막대사탕 빨 듯 입 안에 담았다가 뽁 소리가 나게 입을 오므린 상태로 뱉어냈다.
“으음…….”
깼나. 클레이의 시선이 위로 향했다. 밀리안은 자신의 성기가 빨리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여전히 잠을 자고 있었다. 뭐, 좋은 꿈을 꿨다고 생각하겠지. 그러다 깨면 더 좋고.
그녀는 더 적극적으로 예쁜 성기를 마음껏 핥고 빨았다. 그를 기분 좋게 해 준다기보다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가지고 있는 모든 테크닉을 총동원했다. 커다란 성기가 입 안의 점막을 통해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너무 커서 입술이 찢어질 것 같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천천히 목구멍 안쪽으로 성기를 집어삼켰다.
“하흑! 아, 아아아!”
남자의 손이 그녀의 머리를 헤집었다. 긴 시간을 들여 세팅한 머리가 제멋대로 흐트러지고 있었다.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한 것이긴 하지만, 살짝 괘씸하다고 생각하며 목구멍을 조였다. 강렬한 조임에 남자의 몸이 펄떡 뛰었다.
“하, 하아! 읏.”
맙소사. 잘 느끼는 몸까지. 클레이는 밀리안 디모시의 색다른 모습에 즐거워졌다. 입술 끝이 찢어져 통증이 느껴졌지만, 그조차 기껍게 느껴졌다. 이 커다란 성기가 그녀의 안을 가득 채워줄 날이 기대되어 설레기까지 했다. 깊게 목구멍에 담았다가 천천히 뱉어냈다. 그리고 혀로 자신의 침으로 범벅이 된 성기를 샅샅이 핥았다. 통통한 고환까지 남김없이 입 안에 넣고 굴리고 쪽쪽 빨았다.
깨어있을 때는 그렇게 빨리 싸버리더니 이번에는 꽤나 길게 버텼다. 본격적으로 섹스를 할 때도 이 정도로 버텨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턱을 더 이상 오래 벌리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이 끝으로 성기의 표면을 조금 센 정도의 강도로 긁었다.
머리를 헤집은 손에 힘이 강하게 들어가고 성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클레이는 밀리안이 싸는 것을 모두 빨아 먹어줄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커다란 경악성과 함께 머리가 뒤로 밀쳐졌다.
“사, 사…, 아, 아흣! 빌어먹을! 흐아아아!”
하얀 액체가 그녀의 얼굴에 흩뿌려졌다. 분수처럼 터져 나오는 정액을 정면으로 받아낸 클레이는 피식 웃으며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었다. 투두두둑. 동그랗게 만 혀 안에 정액이 잔뜩 고였다. 물론 다른 곳으로 튄 양이 더 많았다.
“무슨 짓을… 아! 흐읏! 제길, 비키, 흣, 비키세요! 아!”
“이미 잔뜩 싸놓고 무슨 말이야?”
받아먹어 준다니까?
클레이는 아예 성기를 손으로 잡고 양은 줄었지만, 여전히 사정 중인 귀두를 입 안에 넣었다. 그가 정신없이 자신의 머리를 밀치려 들었지만, 쾌락의 여운으로 손에 힘이 없었다. 고작 이 정도의 힘에 밀린다면 알파의 자존심이 무척 상할 일이다.
모두 받아먹고도 모자라 혀끝으로 벌름거리는 요도를 헤집어 정액을 더 요구했다. 착하게도 요도는 구멍을 벌리고 안에 숨겨놓았던 액체를 몇 번 더 토해냈다. 깔끔하게 혀로 핥아주고 성기를 빼내고 고개를 들자 밀리안 디모시가 입술을 깨물고 신음을 참고 있었다.
“참을 필요 없는데. 당신 목소리 꽤 섹시 했거든.”
“당신이 왜 여기에……. 아니, 왜 이런 짓을…….”
“응? 기억 안 나? 밀리안, 당신이 나에게 먼저 키스해놓고 이제 와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거짓말.”
“뭐?”
“거짓말하지 마세요.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내가 왜 당신 따위에게. 딱딱하게 굳은 그의 표정은 그 말을 하고 있었다.
클레이의 기분은 순식간에 더러워졌다. 그녀는 상체를 앞으로 당겨 그의 허리에 올라탔다. 그리고 그대로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 밀리안의 눈이 경악으로 커진 것을 마지막으로 눈을 감고 그의 입 안에 혀를 밀어 넣고 제멋대로 휘저었다.
“읍! 으으읍! 읏!”
아직 남아 있을 그의 정액을 모두 그의 혀와 입 안의 점막에 묻히고 나서야 입술을 떼어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그의 볼을 톡톡 쳤다.
“당신이 먼저 이렇게 키스했다고.”
* * *
꿈이 아니라고?
아까 문을 두드리고 들어온 여자가 꿈이 아니라 실체였다고 한다.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조금씩 기억이 나자 밀리안은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제 알겠어? 당신이 먼저 유혹했어.”
“그…….”
“난 그저 문병을 왔을 뿐인데 너무 적극적으로 달라붙어서 어쩔 수가 없었고.”
그렇게 몸으로 밀어붙이는데 넘어가는 수밖에 없었다고, 클레이가 뻔뻔한 얼굴로 약을 팔았다. 먼저 키스를 해놓고선 기억도 못 하는 이 베타 남자가 얄미운 것 반, 제멋대로 성기를 빤 것을 대충 흘려 넘기려는 의도도 반 정도 있었다.
이제는 아예 정신을 놓아버린 얼굴이었다. 머리끝까지 올라갔던 기분은 바닥으로 내리쳐졌다. 이런 취급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날 좋아한 게 아니야? 그럼 왜 먼저 키스를 했어? 고작 키스만으로 좋다고 혼자 질질 싸놓고 왜 그딴 표정을 지어?
속에서 뭔가가 울컥 올라와 입을 벌리다가 입술이 찢어진 통증이 강하게 느껴졌다. 웃기게도 통증으로 인해 밀리안의 예쁜 성기가 떠오르자 허무할 정도로 쉽게 화가 식었다.
그래. 이런 몸이라면 좀 튕겨도 되지.
성기가 그렇게 예뻤는데 젖꼭지는 어떨까. 정신을 잃고 있을 때 보는 건데. 밀리안의 성기에만 넋을 놓았던 게 조금 아쉬워졌다.
클레이는 제 아래 깔린 남자를 바라봤다. 단정한 입술에 묻은 하얀 정액이 꽤 인상 깊었다. 뻣뻣하고 재미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흐트러진 모습이 아주 섹시했다. 자신의 주말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지만, 이런 모습을 보았으니 그것도 만족스러웠다.
침대에 남자와 함께 올라와서 고작 성기만 빨고 끝낼 수 없다. 클레이 디어의 인생에서 그런 일은 결코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불과 며칠 전에 파트너를 그대로 호텔에서 내보낸 일은 생각도 나지 않는 것처럼 이를 갈았다. 물론 겉으로 티를 내지 않았다.
“사장님. 이제 그만…….”
“클레이. 침대에서 딱딱하게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거 아니야.”
물론 사장님이라는 호칭도 나름 배덕한 욕망을 달구기는 한다. 회사에서 완벽하게 차려입은 슈트를 벗기고 수치를 준다면 이 남자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쾌락에 물들어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사장님, 제발…….”하며 애원하는 남자를 상상하자 가슴이 단단하게 부푸는 것이 느껴졌다.
완벽하게 정리된 손톱이 밀리안의 입술에 들러붙은 하얀 액체를 쓸었다. 그리고 붉은 혀를 내밀어 더러워진 손을 빨았다. 그의 성기를 빨았던 모습을 재연하자 창백한 얼굴이 붉어졌다 하얗게 질렸다가 난리였다.
몸을 아래로 숙인 탓에 가슴 절반이 드러난 드레스에 풍만한 가슴이 더 크게 모였다. 클레이는 드레스 사이로 가슴 한쪽을 드러냈다. 동그랗고 뽀얀 가슴 중간에 흥분으로 오뚝 서 있는 붉은 유두에 밀리안의 눈이 자연스럽게 꽂혔다.
작게 입을 벌린 채 가슴을 멍하게 바라보던 밀리안의 눈이 정신없이 깜박였다.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렇게 놔둘 리가. 클레이가 작게 혀를 차며 피식 웃었다.
“지금 무슨 짓을.”
“아까 키스할 때 가슴부터 잡길래.”
내 가슴, 만지고 싶었나 봐? 클레이가 고혹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 얼굴과 머리카락에 정액을 흠뻑 묻히고도 그녀는 매우 아름다웠다. 자신의 매력을 충분히 알고 있고, 또 잘 이용하고 있었다.
클레이는 혼이 나간 것처럼 멍한 얼굴을 한 밀리안의 손을 잡고 제 가슴으로 끌었다. 그의 손등을 자신의 손으로 감싸고 바짝 오므렸다.
“음…….”
“사장……!”
“하아, 클레이라고 부르라니까.”
작정하고 홀리듯 관능적으로 웃던 여자가 하아, 짙은 신음을 흘렸다. 그제야 자신이 그녀의 가슴을 손바닥 가득 담고 주물렀다는 것을 깨달은 밀리안이 손을 떼려고 몸을 바둥거렸다.
“이, 이러지 마세요. 장난이 지나칩니다.”
“장난? 장난으로 좆을 빨고 정액까지 먹겠어?”
물론 밀리안 당신 좆이 끝내주게 먹음직스럽긴 해. 클레이 디어가 질 나쁘게 웃었다. 문제는 그조차도 넋을 놓을 정도로 아름답다는 것이다. 무슨 인간이 저렇게 생길 수가 있지? 평소 그녀를 볼 땐 이렇지 않았는데, 오늘따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그때 밀리안의 눈이 크게 뜨였다. 매끄러운 손이 그의 성기를 강하게 쥐었다.
“아흣!”
“난 별로 성기를 빠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당신의 것은 매일 빨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아.”
“아! 흐읏! 으읏!”
“너무 예뻐.”
여자의 손은 너무 능숙했다. 남자의 약점이 어딘지, 어떻게 하면 쾌락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처럼 그의 것을 만졌다.
안 그래도 열로 뭉개진 머리가 더 어지러웠다. 겉모습만으로는 한없이 연약할 것 같은 여자의 힘이 너무 세서 밀쳐낼 수도 없었다. 밀리안은 신음을 내지 않기 위해 입술을 깨물다 힘이 빠져 결국 뜨거운 숨을 뱉으며 헐떡였다.
“아, 제발, 그만! 아…….”
“기분 좋아? 응? ……밀리안? 밀리?”
남자의 몸에서 힘이 완전히 빠졌다. 자신의 가슴을 강제로 잡게 한 손도, 빳빳하게 힘을 받고 있던 성기도. 뭔가 이상해 밀리안의 얼굴을 살피니 뜨거운 숨을 가쁘게 쉬며 정신을 놓고 있었다. 클레이는 그제야 이 남자가 환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이 그 환자를 추행하고 있었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