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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섹슈얼-6화 (6/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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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처방받았던 유화제도 그랬지만, 네 번째로 바꾼 약까지 모두 효과가 없었다. 처음에는 약효가 도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부터 신경만 곤두섰다. 몇 알을 먹어도 기분만 더러워질 뿐, 나아지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쓰레기를 먹는 거지?

클레이 디어는 데니엘이 새로 처방해 준 페로몬 유화제를 쓰레기통에 던졌다.

약에 의해 강제로 유화된 페로몬은 완전히 배출된 것이 아니라 끈적한 찌꺼기를 몸 안에 남기는 것 같은 불쾌감이 있었다. 만족스러운 섹스로 배출하는 것과는 너무 달랐다.

그녀에게 섹스는 스포츠이자, 몸 안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하는 수단이었다. 그런 수단을 조금 더 즐겁게 즐기는 것뿐. 그녀의 끊이지 않는 스캔들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듣자마자 코웃음 칠 말이었지만, 그게 진실이었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섹스중독이라는 말도 틀린 말이 아니긴 했지만, 근본이 달랐다. 클레이 디어가 항상 돌팔이라고 비웃는 대니얼 크래포드 박사의 말을 빌리자면, 그녀는 다른 알파보다 배출되는 페로몬의 양이 과할 정도로 많았다. 그걸 빼내지 않으면 육체가 타격을 받을 정도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성욕을 참아본 적이 없던 클레이는 이제 와 대니얼 크래포드가 했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클레이는 지금쯤 그 부른 배를 두드리며 퍼질러 자고 있을 대니얼에게 전화를 걸었다. 의사의 본능인지 연결음이 몇 번 울리기도 전에 대니얼의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이 몇 시인데.]

“약이 안 맞아. 먹으면 몸이 둔탁해지는 느낌인데.”

[뭐?!]

일어났는지 전화기 너머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클레이는 대니얼이 대답할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약 먹었어? 그래서? 증상은 더 없어?]

조금 전까지 잠에 취했던 목소리가 아니었다. 흥분에 찬 목소리는 들떠서 어쩔 줄 모르는 듯 한껏 높아져 있었다. 노트북을 켰는지 부팅소리가 들렸다. 이것 봐라. 클레이의 눈이 가늘어졌다.

“……너 나한테 준 약이 뭐야?”

[응? 페, 페로몬 유화제인데?]

“설마 임상 시험을 내게 하는 건 아니겠지?”

[그, 그럴 리가 없잖아. 하, 하, 하하하.]

나, 나도 먹어본 거야. 대니얼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핸드폰을 쥔 클레이의 손등에 힘줄이 돋았다. 이 개새끼가.

“그러니까, 이걸 먹어본 사람이 너 하나뿐이다?”

[……아니, 이젠 너까지 두 명…….]

사람이 너무 기가 막히면 웃음이 나온다고 했던가. 지금 클레이의 기분이 딱 그랬다. 하하하. 그녀가 웃자 대니얼이 분위기 파악도 못 하고 따라 웃었다. 그러다 웃음소리가 딱 멎었다. 클레이의 눈이 분노로 번들거렸다.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아, 아니…….]

“아닌 것 같은데?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이런 행동을 할 리가 없잖아. 혼자서는 자살하지 못하겠으니까 내 손을 빌리겠다는 뜻, 아니야?”

[저, 전혀? 난 오래 살고 싶어!]

“대니얼, 굳이 날 생각해줄 필요 없어. 그래도 십 년을 넘게 알았는데 내가 네 소원하나 못 들어 주겠어?”

가장 끔찍한 방법으로 죽여줄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클레이가 웃으며 말했다. 목소리는 부드럽고 다정했지만, 그 내용은 전혀 다정하지 않았다.

[사, 살려줘! 근데 실험할 만한 사람이 없었단 말이야!]

“……이게 진짜 정신을 못 차리네?”

멀쩡한 얼굴로 어딘가 나사 하나가 빠진 듯이 구는 놈이긴 했지만, 자신에게까지 이런 짓을 할 줄은 몰랐다. 대학생 시절부터 은근슬쩍 사람들에게 제가 만든 약을 먹이고 몰래몰래 임상 시험을 하던 미친놈이라는 걸 이제야 새삼 깨달았다. 교수님께 한번 걸린 뒤로 그런 일이 없어서 잊고 있었는데, 그 짓을 또 할 줄이야. 그것도 자신의 가장 큰 후원자인 내게.

핸드폰을 귀에 댄 채로 클레이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봤다. 머리가 돈다는 게 이런 기분이었군. 그녀는 상냥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마치 밀어를 속삭이듯 달콤한 목소리였지만, 내용이 살벌했다.

“아니야. 지금 갈 테니까 집에서 딱 기다리고 있어.”

[오, 오지 마! 살려줘! 살려주세요!]

“내 손에 처음 피를 묻히는 경험을 하게 되겠지만, 뭐. 괜찮아.”

[클레이 님! 주인님!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럴게! 매, 맹세해!]

“너 그 말을 리하테르 교수님께도 했었지, 아 마?”

[……그, 그건.]

“제발 협회에서 제명하지 말아 달라고 무릎 꿇고 개처럼 빌더니 또 이러네? 솔직히 말해 봐. 너 지금까지 또 누구한테 이런 짓을 했는지.”

아 그렇지. 이 사실을 리하테르 교수님께 알려드리면 기뻐하시겠어. 살벌한 클레이의 말에 대니얼이 펄쩍 뛰었다.

[어, 없어! 정말이야! 주인님, 클레이 님, 하느님! 제발 리하테르 교수님께는 비밀로.]

“주인님? 아직 주무시지 않으셨습니까?”

새벽이 되어 가는 시간에 목소리가 컸던 탓인지 벤틀로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벤틀로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렸는지 대니얼이 숫제 경기를 일으키는 소리를 냈다.

[크, 클레이! 벤틀로에게 말하면 안 돼!]

한껏 목소리를 죽인 채로 대니얼이 비굴할 정도로 빌었지만, 클레이는 가차 없었다. 의아한 얼굴을 한 집사, 벤틀로를 향해 대니얼이 한 만행을 그대로 고했다.

“대니얼 크래포드가 내게 임상 시험도 안 된 약을 먹였어.”

“……뭐라, 고요?”

[아아아악!]

“그것도 자기가 첫 타자고, 내가 두 번째 실험 대상이라더군.”

“…….”

“아무래도 대니얼이 죽고 싶었던 것 같아.”

“그런 것 같군요.”

인자한 인상의 노신사가 고요히 분노했다. 대니얼은 힉, 히익, 거리는 이상한 소리를 내더니 간도 크게 전화를 먼저 끊어버렸다. 클레이는 통화가 끊어진 핸드폰의 화면을 보고는 어이가 없어 다시 웃음을 흘렸다.

“이게 진짜 죽으려고 환장했네?”

“제가 다시 하겠습니다.”

“그럴래?”

“네. 적당히 넘어갈 수 없죠.”

저 자상한 얼굴로 얼마나 사람을 몰아치는지 알고 있는 클레이는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벤틀로는 실례하겠다며 그녀의 방에서 나갔다.

혼자 남은 클레이가 손으로 머리를 쓸어올렸다. 사실 대니얼 크래포드가 아무리 미쳐도 제게 위험한 약을 먹이지 않을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 먼저 먹어보고 괜찮겠다고 확신을 했으니 자신에게 줬을 거라는 건 머리로는 알았지만, 약이라는 건 생각보다 위험하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기에 대니얼이 한 짓이 괘씸하기 그지없었다.

그렇다고 이 정도의 일로 대니얼의 의사면허를 정지시켜버리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협회에서도 들고 일어설 테고. 그래서 벤틀로에게 보복을 떠넘긴 것도 있었다. 그라면 면허정지를 시키는 것보다 더 고달프게 만들어 줄 테니까.

* * *

클레이는 곧장 호텔로 향했다. 오메가 세 명이 그녀가 항상 묵는 룸에 먼저 와 있었고, 클레이는 안에 들어서기 무섭게 수줍은 얼굴로 자신을 맞이한 남자의 머리를 끌어내렸다. 남자는 무릎을 꿇고 그녀의 짧은 치마 안쪽에 머리를 묻었다.

그녀는 제 아래에서 울부짖는 남자를 차갑게 식은 눈으로 바라봤다. 이게 아니야. 이런 느낌이 아니다. 한 명은 성기가 이어진 접합부를 핥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그녀의 가슴을 빨았다. 세 명에게 동시에 봉사를 받고 있는데도 육체는 의례적인 흥분을 할 뿐, 그 이상은 없었다.

뭐가 잘못된 거지. 왜 이렇게 감흥이 없을까. 남자들은 발정 난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녀에게 달라붙어 몸을 비비는데도 클레이의 성욕은 오히려 죽어가고 있었다.

그녀가 배출하고 있는 페로몬과 함께 남자들도 오메가의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전혀 자극적이지 않았다. 클레이는 허리를 움직여 남자의 요도 안으로 찔러 넣은 관을 천천히 움직였다.

다른 알파들에 비해 관이 두꺼운 편인 클레이는 요도의 두께가 좀 넓은 쪽을 선호했다. 경험이 많을수록 좋다. 오메가의 요도는 베타에 비해 탄력적이었지만, 그래도 구멍 자체가 좁아서 그녀를 받으려면 좀 헐렁한 편이 알맞기 때문이었다.

살짝 들어 올렸던 허리를 강하게 내리눌렀다. 오메가의 구멍이 충격으로 움푹 좁아졌다. 전립선을 그대로 들이받아 클레이에게 박힌 남자가 쾌락과 고통으로 몸부림쳤다. 꽤 매력적인 얼굴을 한 남자였는데, 쾌감을 느끼는 얼굴 역시 음란한 편이었다. 그런데도 동하지 않는다.

그 냄새를 가진 오메가라면 어떨까. 클레이는 사무실에서 달짝지근하게 달라 붙어왔던 오메가의 페로몬을 떠올렸다. 순간 몸이 바짝 달아올랐다. 요도 깊숙이 묻었던 클레이의 관이 두툼하게 부풀어 오메가의 전립선을 그대로 처박았다. 아래에 깔린 남자가 큰소리로 비명을 질러댔다. 클레이는 남자의 입을 손으로 막고 거칠게 허리를 움직였다.

오랜만에 성욕을 제대로 해소한 기분이었다. 불쾌하게 남아있던 찌꺼기들이 모두 사라진 듯 상쾌했다. 클레이는 이미 기절한 남자의 성기 안쪽에 길게 사정한 뒤 나른한 한숨을 내쉬었다. 더 부를 걸 그랬나. 근래 성욕이 너무 빨리 식어버리는 탓에 세 명을 불러 놓고도 너무 많이 부른 게 아닌가 했는데, 오히려 부족했다.

넓은 침대 위에 쓰러진 남자들은 이미 한계 이상으로 몰아 쳐져 성기도, 요도 구멍도 잔뜩 학대당한 모양새였다. 당분간 제대로 발기하지 못할 게 분명해서 아쉽지만 여기서 만족하기로 했다.

근래 들어 어떤 오메가에게도 느낄 수 없던 성욕이 고작 그 닿을 듯 말 듯 간지러운 향기 하나로 단숨에 불타올랐다. 그런데도 정말 그 냄새가 내 착각인가? 그렇게 확실하게 맡았는데? 순간 온몸이 달아오를 정도로 달콤했던 그 간지러운 냄새가 정말 착각이라고?

클레이는 미간을 찌푸린 채 허공을 노려봤다가 어이없는 감탄사를 터트렸다. 고작 다시 생각한 것만으로도 아래가 젖었다.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쉽게. 밤새 섹스를 하고도 부족하다는 듯이 몸이 반응했다.

“뭐, 이런…….”

허벅지를 타고 짙은 액체가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다. 갓 발현한, 성욕에 미친 짐승 상태였던 어릴 때도 이러지 않았다. 한동안 황당해서 웃음만 흘리던 클레이는 욕실로 향했다.

이런데 정말 그 냄새가 착각이었다면 나가 죽어야지.

차가운 물 아래에 서 있었지만, 뜨거워진 몸은 여전히 열기를 뿜어냈다.

여자일까, 남자일까.

클레이는 물기에 푹 젖어 얼굴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손으로 멀어 넘겼다. 여자는 아니겠지. 이렇게 자신의 몸이 반응한다는 게 그 음탕한 냄새의 주인이 남자라는 증거였다.

다리 사이로 손을 집어넣자 매끄러운 액체가 차가운 물기 사이로도 선명하게 묻어났다. 날이 새도록 섹스를 하고 배출했음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 흥분했다. 질 안쪽에 있는 관이 두툼하게 부풀어서 안달이 난 것이 느껴졌다. 투명한 애액뿐 아니라, 관에서 흘러나오는 유백색의 사정액이 섞여 나왔다.

고작 다시 생각했다는 것만으로 이렇게 될 일인가. 그럼에도 그 오메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부하의 애인일지 모르는, 고작 향기만 잠깐 맡았을 뿐인 남자를 향한 갈망이 솟아났다.

아니, 유치하게 굴지 말자. 부하직원의 애인이라면 골치만 아플 뿐이다. 다른 사람의 연인을 탐낼 정도로 오메가가 부족하지도 않잖아, 클레이 디어.

그렇게 생각을 해도 클레이의 좁혀진 미간은 펴질 줄 몰랐다. 냄새만 생각했을 뿐인데도 이렇게 흥분을 하는데, 그 오메가를 안으면 어떻게 될지 기대가 돼서 몸이 달았다. 아무리 그래선 안 된다고 다그쳐도 몸은 식을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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