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장 사랑합니다 (3)
내벽을 꽉 채우며 압박하던 거대한 성기가 쑤욱 빠져나갔다. 팔이 그에게 잡히고 힘없이 몸이 돌려졌다. 무심결에 시선을 내리자 그의 중심에 자리 잡은 성기는 애액으로 번들거리며 벌써 힘을 받아 일어나고 있었다.
‘…아……. 못살아, 정말.’
루시아는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의 손이 턱을 잡아 돌려 벌어진 입술을 덮었다. 입술을 빨아들이다가 입안으로 들어온 혀는 거침없이 안을 헤집고 구석구석 훑어갔다. 그와 혀가 맞닿아 스칠 때마다 짜릿한 감각이 손끝에서 느껴졌다.
농밀한 키스는 길게 이어졌다. 마무리처럼 아랫입술을 쪽 소리 내서 입을 맞추고 목을 베어 물었다. 아프지 않을 정도로 이를 세우고는 따끔한 감각이 느껴지도록 빨아들였다.
“으응, 휴. 목에 자국…….”
북부에서 지냈던 신혼 초기 말고는 그는 목덜미 같은 보이는 곳에 흔적은 가급적 남기지 않았다. 루시아가 질색했기 때문이었다.
“사라질 때까지 집에 있어.”
“왜 그래요, 진짜. 당신. 갈수록 심술이 늘어요.”
휴고는 종알거리며 타박하는 그녀의 등을 받치고 늘어진 몸을 잡아 일으켰다. 그녀의 팔을 잡아 자신의 목에 팔을 두르게 했다. 루시아는 호흡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그와 얼굴을 마주하고 그의 허벅지에 걸터앉았다. 지쳐 감기는 눈꺼풀을 그가 끈질기게 쪼아대는 것처럼 입을 맞추었다.
“내가 심술이 늘어?”
“고용인들에게 보이기 싫어하는 거 점점 더하잖아요.”
“흐음, 진짜 심술이 뭔지 보여줘?”
“이런 게 심술이에요!”
루시아는 웃는 그를 흘겨보았다. 그가 양손으로 루시아의 턱을 부여잡고 입술과 콧등에 반복해서 키스했다.
“휴, 멀었어요?”
“음, 아직.”
그만하자는 말이었는데 그는 한술 더 떴다. 기가 막혀서 그의 가슴을 밀어내며 허리를 뒤틀었지만 그는 오히려 그녀의 양쪽 허벅지를 움켜잡아 들어 올렸다. 루시아는 포기하고 그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
단단한 기둥이 다리 사이 질벽을 타고 쭉 빨려 들어왔다. 반사적으로 움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찌르르한 쾌감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갔다.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게 지쳐도 몸은 착실하게 반응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
“아……. 응…….”
그가 허리를 튕겨 올릴 때마다 몸이 아래위로 들썩거렸다. 그의 목에 팔을 감고 루시아는 앓는 신음을 흘렸다. 그렇게 몇 번이고 흔들리다가 다시 몸이 눕혀졌다. 옆으로 누운 상태에 포개어진 다리 사이로 그가 깊이 들어왔다가 뭉근하게 휘저었다.
“흐읏.”
쉴 새 없이 흔들리는 바람에 눈앞이 어지러웠다. 그 와중에도 내벽은 그의 것을 조이며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이래서는 그만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민망했다.
그가 가느다란 루시아의 발목을 잡아 벌렸다. 정면으로 눕게 되면서 묵직한 압박감이 밀고 들어왔다. 깊지는 않게 얕은 삽입이 속도감 있게 이어졌다.
기력은 다 바닥나 손가락도 꼼짝 못 하겠는데 자극은 계속 이어졌다. 흐릿한 시선으로 보이는 그의 유려한 근육 가득한 몸이 땀이 반사되어 번들거렸다. 그녀를 탐하고 있는 남자의 눈이 욕망으로 가득 차 넘쳤다.
루시아는 그가 자신을 원하는 지금의 뜨거움이 기뻤다. 하복부가 욱신거리며 꽉 죄어들었다. 그가 인상을 쓰며 눈을 감았다. 그 모습이 야해서 자극받은 그녀의 안쪽이 다시 좁아졌다. 그가 신음을 삼키며 잠시 움찔했다가 다시 움직임을 재개했다.
루시아는 가냘픈 신음을 흘리면서 순식간에 짧은 수마에 빠졌다가 깨어나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잠들어 버렸다.
따뜻하고 나른한 기분으로 루시아는 눈을 떴다. 뿌연 증기가 공기 중에 떠돌고 있고 따뜻한 물이 가슴께에서 찰랑거렸다. 등 뒤에 맞닿은 널찍한 가슴의 단단한 근육이 루시아의 몸을 기대게 하고 팔 하나는 그녀 허리를 휘감아 지탱하고 있었다.
루시아는 눈을 깜빡이며 주변 상황을 파악했다. 그가 루시아를 안은 채 욕조 안에 앉아있었다.
“휴. 지금… 몇 시예요?”
“몰라. 왜 자꾸 시간을 물어.”
휴고는 그녀의 뒷목에 입술을 진득하게 붙였다. 목덜미를 따라 어깨로 입맞춤을 이어갔다.
“당신 오늘 안 나가세요?”
“나갔으면 좋겠어?”
들려오는 목소리가 뚱해서 루시아는 그의 표정을 연상하며 웃었다.
“바쁘신 분이 예정에 없이 느긋해서 드리는 말이에요.”
“오늘은 안 바쁜 날로 정했어.”
파비안이 진땀 쏟으며 열심히 수습 중이었지만 휴고는 고생 중인 파비안에게 전혀 미안한 마음이 없었다. 그게 수하가 할 일이었다. 이만한 월권도 없으면 무슨 덕을 보겠다고 밤낮으로 일에 치여 사는 삶을 감수할까.
휴고는 허리를 안고 있던 손을 가슴으로 옮겨 민감한 정점을 잡아 문질렀다. 다른 손이 그녀의 다리의 안쪽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루시아는 그의 손이 스쳐 지나가는 곳이 자극될 때마다 흠칫 몸을 떨었다.
그가 두 손으로 가슴을 쥐더니 손가락을 움직이며 애무하고 뒷목을 따라 짙게 입맞춤을 했다. 희미하게 신음하며 루시아는 턱을 들어 머리를 그의 어깨에 기댔다. 눈을 감고 그가 해주는 애무의 야릇한 감각에 빠져들었다.
휴고는 고개를 틀어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할짝 입술만 몇 번 핥던 그가 아랫입술을 살짝 물며 빨고 벌어진 입안으로 혀를 넣었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그녀의 입안 구석구석을 더듬었다.
두 혀가 스치듯 닿았다가 떨어지고 서로의 입술을 삼킬 것처럼 깊이 붙은 입술이 움직였다. 그는 혀를 깊이 넣어 입안을 건드리다가 입술만 빨아들이기를 반복했다.
숨이 찰 무렵에야 긴 키스가 끝나고 가슴을 주무르던 손이 내려가 그녀의 허리를 잡아 들어 올렸다.
‘아…….’
곤두선 성기가 질벽을 타고 느릿하게 들어왔다. 물속이라 그런지 조금은 둔한 느낌이었지만 끝까지 다 들어와 그의 허벅지에 앉자 몸속 깊은 곳이 저릿했다. 아래에서부터 꽉 채우는 압박감에 숨을 몰아쉬는데 그가 허리를 쳐올렸다.
“흐웃.”
몸이 앞으로 쏠리는 것을 그의 팔이 가슴 앞을 가로질러 잡아주었다. 그의 팔을 두 손으로 교차해 잡고 루시아는 그가 허리를 퉁길 때마다 아래위로 흔들렸다. 수면이 철벅거리며 몸을 때렸다.
“아!”
그가 빠르게 쳐올리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의 열기 때문인지 루시아는 순식간에 진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비명처럼 신음을 흘리며 루시아는 그의 팔에 매달려 정신없이 흔들렸다.
갑자기 그가 빠져나가고 그녀의 허리와 어깨를 잡아 일으켰다. 그를 바라보도록 몸을 돌려 강한 힘으로 안아 올렸다. 공중에 붕 뜨는 불안감에 되는 대로 두 팔로 그의 목을 끌어안고 다리를 그의 허리에 감는 순간 그의 성기가 바로 아래에서 위로 찔러 올렸다.
“하앗!”
단단한 기둥이 몇 번이고 안을 쑤시고 들어왔다. 강한 손아귀가 엉덩이를 꽉 잡고 그가 거침없이 진퇴를 반복했다. 제멋대로 움직이는 내벽은 그의 것을 꽉 죄면서 착 달라붙어 경련했다. 오돌오돌 소름이 돋고 등허리를 타고 전율처럼 쾌락이 온몸을 후려쳤다.
“아으응!”
절정에 몸을 떨며 교성을 지르고 이어서 그도 신음성을 터뜨리며 파정했다. 두 팔로 그의 목을 안고 매달린 상태로 루시아는 헐떡이는 호흡을 이어갔다. 두 사람이 아직 연결된 상태에서 그녀의 안에서부터 체액이 그의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가 그녀를 안은 자세 그대로 다시 욕조에 주저앉았다. 그의 가슴에 기대어 따뜻한 물이 가슴께까지 차오르는 부력을 느끼면서 루시아는 눈을 감았다.
“더 못 해요.”
그가 대답이 없자 눈을 번쩍 뜨고 고개를 들었다.
“휴!”
그가 쿡쿡 웃으면서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
“한숨 자고 밤에는?”
“정말 양심도 없어!”
루시아는 빽 소리쳤다. 그가 키득거리는 모습을 보며 화낼 기운도 없어서 다시 몸을 기댔다. 그의 입술이 얼굴에 가볍게 닿았다가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마저도 이제는 다 귀찮았다.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죽은 것처럼 눈을 감은 상태로 루시아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윗전에게 굴려지는 파비안 역시 누군가의 윗전이었다. 평민 출신으로 공작이라는 고위 귀족의 신임을 받는 파비안은 수하들의 이상이자 존경의 대상이었다.
휴고는 많은 사람에게 이것저것 시키기 성가셔서 소수 인물 몇에게 다 일임해 맡기는 편이었다. 그래서 파비안은 직위에 비해 중요한 일을 많이 처리했다.
타란 공작은 일을 많이 시켜도 수하를 괴롭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상당히 괜찮은 상전이었다. 일을 맡기고 중간에 간섭하는 일 없고, 어지간한 실수는 인정하고 죄를 구하면 넘어갔다. 대신 결과가 기준에 부족하면 다음 기회는 없었다. 그냥 깔끔하게 직위 해제였다. 어쩌면 그게 더 공포일 수 있겠지만.
그런 점에서 지금껏 자리 보존하는 파비안은 유능했다. 그리고 꽤 악명 높은 상사였다. 얼마나 달달 볶으며 일을 시키는지 파비안 밑에서 3년만 견디면 늘어나는 업무 실력에 비례해서 흰머리와 주름도 는다는 말이 돌았다.
두 다리를 책상 위에 올리고 반쯤 눕다시피 의자에 기댄 거만한 자세로 파비안은 수하들의 보고를 받았다. 수하1이 보고했다.
“표적은 이상 없습니다.”
수하1의 표적은 공작가 전 주치의 안나였다. 안나가 비밀 엄수 계약을 지키고 있는지 감시 중이었다. 안나는 근래 두통약 제조로 돈을 긁어모으고 있었다.
파비안은 안나의 일상을 대충 간추린 보고서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나가봐.’라고 말했다. 수하1이 나가고 바로 다음 사람이 들어왔다.
수하2의 표적은 팔콘 백작부인이었다. 파비안이 그냥 무조건 싫어하는 여자. 주군 명으로 팔콘 백작부인을 찾아가 경고를 빙자해서 약을 올려주고 왔던 날은 속이 시원했다.
“표적의 특별한 움직임은 없습니다. 사업 문제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일도 요즘은 뜸합니다. 몇 개 가지고 있는 주점 운영에 열심입니다.”
보고서를 살폈다. 아침부터 밤까지 거의 주점에서 살다시피 하는 것 외에 눈에 띄는 점은 없었다. 적극적인 여주인 노릇으로 손님을 끌어서 오히려 주점은 전보다 잘되고 있었다.
“나가봐.”
다음에 들어온 수하3의 표적은 데이빗이었다.
“표적은 곧 수도를 떠날 준비 중입니다. 요즘은 매일 저녁마다 주점에 들르는 일 외에 눈에 띄는 행적은 없습니다.”
“주점이라……. 주점에서 만나는 사람은 없고?”
“혼자 움직입니다. 동행하는 자는 없었습니다.”
파비안은 보고서를 들추었다.
“비관해서 술독에 빠진 건가.”
데이빗이 매일 드나든다는 주점 정보를 보던 파비안이 미간을 찌푸렸다. 주점 이름이 눈에 익었다. 파비안은 팔콘 백작부인에 관한 보고서를 펼쳤다. 백작부인이 소유한 주점을 확인했다. 동일한 주점이었다.
‘우연인가?’
팔콘 백작부인은 술장사에 재주가 있었다. 신분과 지닌 부에 따라 입장객 수준의 등급을 정해서 손님을 받는 주점을 여럿 가지고 있으며 모두 성행 중이었다. 주점은 완전히 백작부인의 소유라서 투자금이 빠졌을 때도 전혀 타격이 없었다. 데이빗이 드나드는 주점은 고급 주점으로 귀족들이 즐겨 찾았다. 그런데 뭔가 석연치가 않았다.
“표적이 주점에서 누구와 접촉하는지 더 알아봐. 직원과 말 한마디 나눈 것도 보고해.”
“예.”
이후 줄줄이 수하들의 보고를 들었다. 파비안이 자신의 업무에 가장 보람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파비안은 휴고가 특별히 눈여겨보라고 지시한 자들에 대한 중간 보고를 위해 공작저에 들렀다.
데이빗이 모임에서 공식적으로 탈퇴하고 부회장 해리 남작이 회장직을 맡아 청년회를 유지했다. 모임의 명칭을 미래청년회로 바꿨고 구성원 일부가 탈퇴하는 등 약간의 변화 말고는 기존의 모임과 거의 동일성을 유지했다.
청년회 회원 모두의 인적 사항을 기록한 보고서를 넘겨보며 휴고가 말했다.
“모임 지원은 여전히 그놈이 한다는 거군.”
데이빗은 탈퇴했으나 비공식적으로 여전히 청년회에 자금을 지원했다.
“예. 그자의 측근이 표적을 만나 자금을 건넸습니다.”
‘호부 밑에 견자가 태어나기도 하는군.’ 하고 휴고는 생각했다. 라미스 공작에게 어떻게 이런 아들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영지로 내려갔다지.”
“예. 며칠 전에 떠났습니다.”
언제고 수도로 돌아오겠지만, 당분간 눈앞에서 사라졌으니 휴고는 더는 데이빗을 신경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 관심을 둘 시간이 아까웠다.
지금은 모임을 이끄는 해리를 비롯한 몇 명의 활동을 주의 깊게 지켜보다가 이용할 기회가 닿으면 잘 써먹고 싹 치워 버리려고 계획 중이었다.
“모임의 활동과 핵심 인물들 행적을 계속 주시하도록.”
“예, 전하. 하온데 보고서로 드리지는 않았으나 고할 일이 있습니다. 그자가 영지로 내려가기 전에 매일같이 주점을 드나들었는데 팔콘 백작부인 소유의 주점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보고서를 넘겨보던 휴고가 시선을 들었다. 예상하지 못한 인물의 등장이었다. 팔콘 백작부인? 휴고는 이미 그 여자를 오래전에 잊어버렸다. 투자금을 빼라고 지시한 이후부터 떠올리지 않았다.
팔콘 백작부인은 휴고가 그간 만난 여자 중에서 가장 욕망에 충실했다. 서로의 만남이 욕망에 기초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알아서 거리를 두고 질척거리지 않는 여자였다.
휴고는 현재 아니타의 마음속에 어둠으로 자리 잡은 공작부인을 향한 원망을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둘이 만나던가?”
“개인적인 만남이라기보다는 손님과 주점 주인의 관계였습니다. 주점의 특징이 손님마다 밀실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라미스 백작이 찾아가면 백작부인이 방에 한두 시간 들어갔다가 나왔습니다. 밀실 안에서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같이 밤을 보냈나?”
“그런 정황은 없었습니다. 백작부인은 주점 단골이나 거물급 손님이 찾으면 그들의 방을 모두 드나들었습니다. 화술이 좋아서 백작부인과 대화하려고 주점을 찾는 이들이 꽤 많았습니다.”
“보고서가 없다는 말은 보고할 만한 일이 없다는 거겠지.”
“…예.”
정황상으로 데이빗과 아니타는 그냥 주점 주인과 고객이었다. 영지로 쫓겨 내려가는 데이빗의 심란한 마음을 아니타처럼 사람 홀리는 재주 있는 마녀가 속을 살살 달래어 단골로 만드는 일은 쉬울 것이다.
둘이 주점 외의 장소에서 만나는 일은 없었다. 아니타는 데이빗이 오면 꼭 방에 들어갔으나 예리한 눈으로 지켜본 심어둔 자의 말에 의하면 밀실에서 둘이 성적인 접촉을 한 흔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야말로 대화만 나누었다는 것이다.
무슨 대화를 하는지 알아내려고 시도하기 전에 데이빗은 영지로 떠났다. 더는 그 주점을 찾을 일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 둘이 만나서 꾸밀 음모는 아무리 생각해도 없었다.
데이빗이 공작부인을 향해 품은 연정이나, 아니타의 마음속에 있는 추악한 질시. 둘 중 하나라도 알았으면 뭔가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둘 다 파비안은 알지 못했다.
데이빗이 루시아에게 연서를 건넸다가 거절당한 일은 보는 사람이 없는 복도에서의 일이라서 소문으로 퍼지지 않았다.
“뭔가 걸리는 것이 있나 보군.”
“합리적 이유는 없습니다만, 그렇습니다.”
휴고는 파비안의 능력을 신뢰했다. 저 스스로 이유를 알지 못해도 부지불식간에 포착한 뭔가가 있는 것이다.
꽤 오래전에 팔콘 백작부인이 아내의 뒷조사를 한 적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당시에는 괘씸하기만 했으나 그건 휴고가 알던 깔끔하게 물러설 줄 아는 여자가 할 만한 짓이 아니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둘 다 사람 붙여놔.”
“예, 그리하겠습니다.”
파비안은 주군이 자신을 신뢰한다는 사실을 느끼며 뿌듯해했다.
“내가 찾으라는 물건은? 펜던트.”
기분 좋아 올라가던 파비안 입꼬리가 내려갔다.
“찾고 있습니다.”
“아직? 물건 하나 찾으면서 왜 이렇게 오래 걸려.”
“송구합니다. 더욱더 인력을 집중하겠습니다.”
일을 시키고 주군이 재촉하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 파비안은 당장 내일부터 해야 할 일 1순위를 결정했다.
* * *
대관식 파티 이후에 루시아는 소인원 티파티만 나가며 사교 활동을 했다. 그러다가 모처럼 큰 파티가 왕궁에서 열렸다. 여자들만 참석하는 자선 파티였다.
왕은 걸식하는 수도의 고아들을 살피기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서 귀족의 돈을 뜯기로 했다. 새 왕이 즉위해 여는 첫 자선 파티였다. 많은 귀족이 참석해서 금고를 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왕은 캐서린에게 파티 주최를 일임했다. 국가 예산에 보탬도 되고, 누이의 사교 활동에 도움도 되고. 일거양득이었다.
캐서린은 오라버니가 맡긴 임무를 열정적으로 소화했다. 최고의 규모로 열겠다는 포부를 갖고 수도의 어지간한 귀족에게 모두 초대장을 보냈다.
루시아도 당연히 초대장을 받았다. 초대장으로는 부족해서 캐서린은 사람을 보내 루시아가 반드시 참석하겠다는 확답을 받아갔다.
정오에 시작하는 파티 참석의 준비를 돕기 위해 앙뜨가 오전에 방문했다. 앙뜨는 이번 드레스를 심혈을 기울여 제작했다. 정숙한 드레스의 기준을 세우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연한 주홍색 드레스는 앙뜨의 기준으로 매우 정숙했다. 쇄골이 드러나지 않도록 목선이 높고 팔목까지 모두 가렸다. 단지 어깨와 팔은 반쯤 속이 비치는 레이스로 만들어서 어딘지 모르게 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이 정도면 아주 많이 자신의 기준과 타협했다고, 앙뜨는 생각했다.
루시아는 드레스를 입고 거울 앞에서 최종 점검을 했다. 하녀가 들어와 쪼르르 옆으로 와서 고했다.
“주인님께서 지금 출타하십니다.”
잠시 후 응접실 안으로 그가 들어왔다. 휴고는 거울 앞에서 몸을 반쯤 돌려 자신을 향해 미소 짓는 그녀를 보며 잠시 멈칫했다. 오늘의 그녀는 청순하면서 고혹적이었다. 일하러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몹시 아쉬웠다.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허리를 가볍게 안고 볼에 키스했다.
“먼저 나가 봐야겠소. 당신은 언제 출발하지?”
“한 시간쯤 후에요.”
휴고는 시선을 내려 그녀의 드레스를 물끄러미 보았다.
“디자이너가 가져온 새로운 드레스예요.”
“음.”
짧은 감상을 표한 휴고가 앙뜨에게 시선을 돌렸다. 입 싼 디자이너에 대한 그의 마음속에 있는 작은 앙금이 풀어지지 않았다. 드레스도 마음에 안 들었다. 노출이 많지 않은데 이상하게 야한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여자들만 오는 파티라니까 넘어가기로 했다.
앙뜨는 고개를 숙인 채 속으로는 격한 불만을 토해내고 있었다.
‘이마저도 단정하지 못하다 어쩌다 하기만 해봐. 타란 공작이 의처증 걸렸다고 소문내버릴 테니까.’
타란 공작이 별말 없이 시선을 돌리자 앙뜨는 안도하면서 흘끔 고개를 들었다. 공작 부부가 서로 ‘파티는 언제 끝나지’, ‘오늘 늦으신다고 하셨죠’ 등의 하루의 근황을 묻고 있었다.
‘오늘 저녁에 다시 만날 거 아닌가? 영영 헤어지기라도 하는 것 같네.’
슬쩍 하녀들을 보니까 자그마한 호기심조차 보이지 않고 무덤덤하게 서있었다. 일상이라는 소리다.
대관식 파티 이후로 앙뜨는 의상실을 찾아오는 귀부인들로부터 타란 공작 부부에 관련된 똑같은 이야기를 듣고 또 들었다. 점잖게 말하는 귀부인은 부부 사이가 친밀하다고 했고, 표현법이 다채로운 귀부인은 아내를 보는 타란 공작 눈빛이 꿀처럼 달콤했다고 말했고, 과장된 소문을 퍼뜨리는 귀부인은 타란 공작이 공작부인에게 푹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소문은 두 번 걸러 들어야 한다지만. 타란 공작이 푹 빠졌다는 과장된 소문 쪽이 맞겠어.’
앙뜨가 소문의 공작 부부를 목격한 감상평이었다.
* * *
“어서 와요.”
캐서린은 몹시 반가워하며 루시아를 맞이했다. 서로의 활동 반경이 달라 좀처럼 마주칠 일이 없어서 계속 아쉬워하고 있었다.
캐서린은 마치 루시아가 공동 주최자라도 되는 것처럼 내내 옆에서 떨어뜨리지 않고 함께 다녔다. 캐서린의 까다로운 성미를 아는 귀부인들이 놀라움을 표하며 수군거렸다.
안 그래도 타란 공작가라는 배경을 지닌 공작부인이 이제는 왕실과의 관계도 돈독히 하고 있다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루시아를 향한 사람들의 접근은 더 집요해졌다.
“공작부인은 갈수록 아름다우시군요. 오늘 입으신 드레스는 앙뜨의 최신작인가 봐요. 디자인 북에도 없던 건데.”
공작부인의 전속 디자이너가 앙뜨라는 소문은 이미 널리 퍼져있었다.
“백작부인도 오늘 빛이 나는군요. 모자의 깃이 아주 탐스럽네요. 상당히 귀한 물건이겠어요.”
그 사람이 걸친 것으로 사람의 등급을 매기는 허세 강한 백작부인에게 루시아는 어울리는 응대를 해주었다.
“호호호, 역시 공작부인께서는 보는 눈이 있으셔요. 그럼요. 이게 얼마나 귀한 것인데요. 사흘 밤낮을 남편을 졸라 겨우 마련했답니다. 공작부인께도 깃털 상인을 소개해 드릴까요?”
“그래주면 감사하지요.”
성격과 말투가 강한 캐서린 옆에 루시아가 함께 있자 장미 가시 같은 캐서린의 뾰족함이 다듬어졌다. 귀부인들은 어쩐지 이전보다 편하게 캐서린 곁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백작부인. 여식이 얼마 전 사교계 데뷔를 했다죠. 배울 것이 많겠군요.”
마치 네 딸이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하는 것처럼 까끌까끌한 캐서린의 말투였다. 백작부인의 안색이 미묘하게 굳고 주변 분위기가 굳어지는데 루시아가 말했다.
“오늘 함께 오지 그랬나요, 백작부인.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텐데요. 경험은 배움이 되지요. 초대장을 보내지 않았어도 백작부인이 동반했으면 공주님도 반갑게 어린 아가씨를 맞아주셨을 텐데 말이죠.”
캐서린이 새침하게 말을 받았다.
“그래요. 다음에는 데려오세요.”
백작부인이 기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안 그래도 딸아이가 오늘 함께 오고 싶어 했지요. 언제 다음에 인사드리겠습니다.”
캐서린의 시선이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루시아에게 닿았다. 입가에 기분 좋은 웃음이 걸렸다.
휴게실에서 나오던 루시아는 들어오는 여자와 가볍게 부딪쳐 살짝 물러났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이렇게 조심성이 없어서야! 이 분이 누구신 줄 알고!”
날카롭게 화내는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어디 있었는지 갑자기 튀어나온 귀부인이 루시아와 부딪친 사람을 비난했다. 정확한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무슨 백작부인이었던 것 같다. 백작부인이 한둘이 아니라서 그 사람이 그 사람 같았다.
“소… 송구합니다. 정말 송구합니다.”
“세상에! 드레스에 화장품이 묻었잖아요! 대체 이걸 어쩔 참이에요!”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일이 벌어진 것처럼 백작부인이 소리쳤다. 새된 목소리가 몹시 거슬렸다. 루시아는 백작부인이 펄펄 뛰며 가리키는 자신의 어깨 부근을 보았다.
‘이걸 어떻게 발견했을까.’
살짝 화장품이 묻어 있었지만 아주 조금이었다. 호들갑 떠는 백작부인의 눈썰미 하나만큼은 인정해 줘야 할 것 같다.
죄송하다는 인사만 되풀이하며 굽실거리는 여자를 보며 루시아는 꿈속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몹시 서툴고 실수만 연발해 숨을 구멍을 찾아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때를. 어쩔 줄 몰라 하는 여자가 몹시 안되어 보였다. 옆에서 버럭대는 백작부인을 진정시켰다.
“좋은 자리에서 언성을 높이고 싶지 않으니 그쯤 하세요. 나는 괜찮답니다.”
“흠… 흠. 공작부인께서는 어쩌면 이렇게 관대하신지. 고우신 얼굴만큼이나 그 마음 씀씀이도 아름다우셔요.”
백작부인은 이제 루시아에게 찬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피곤해.’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지겨움을 알 것 같았다.
“앞을 확인하지 못한 내 실수도 있지요. 괜찮은가요?”
고개를 숙이며 안절부절못하던 여자는 루시아의 말에 오히려 놀라 움찔했다.
“괘… 괜찮습니다. 공작부인께… 이런 무례를 저질러…….”
“괜찮아요. 어느 가문 분이에요? 전에 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메튼… 백작 가문의 알리사입니다.”
루시아의 심장이 거세게 요동쳤다. 메튼 백작의 현재 부인이었다.
꿈속에서 이름을 들은 기억이 있었다. 루시아와 결혼하기 전에 이혼한 두 번째 부인이었다. 이혼하고 수도를 떠나 서부의 친정으로 가버렸다고 했다. 그래서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그렇군요. 즐거운 파티가 되기를 바라요.”
루시아는 살짝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고 지나쳤다. 메튼과 관련된 무엇과도 엮이고 싶지 않았다. 비록 그놈의 또 다른 희생양이었던 전 부인이라 하더라도.
‘아직 이혼한 상태가 아니었구나.’
메튼 백작부인의 움츠린 어깨와 마음고생이 엿보이는 무표정한 얼굴은 꿈속 자신의 모습 같았다. 백작부인에게 동병상련의 애잔함을 느끼면서 동시에 묘한 불쾌함으로 언짢았다.
메튼 백작에게는 어머니가 각각 다른 세 아들이 있었다. 그중 막내아들 브루노는 루시아가 백작부인이 되기 전에 이혼한 전처의 아들이라고 들었다. 데미안보다 한 살이 많으니까 브루노는 아마 지금 열 살일 것이다.
‘지겨운 하루의 시작이군요, 백작부인.’
브루노는 절대 루시아를 어머니라고 부르지 않았다. 꼬박꼬박 백작부인이라고 칭하는 건방진 소년이었다. 그런데 루시아는 허무함이 가득한 눈빛을 지닌 조숙한 소년이 싫지 않았다.
백작의 세 아들 중 둘은 루시아와 그다지 나이 차이가 나지 않아서 서로 소 닭 보듯 했다. 간단한 인사 정도가 나눈 대화의 전부였다.
그들과 달리 브루노는 가끔 마주치면 짧게나마 말을 건네곤 했다. 정다운 대화는 아니었다. 브루노는 아이답지 않게 비꼬는 말투를 주로 썼다. 그래도 백작가에서 브루노가 유일한 대화 상대였다.
‘어쩌다 이 지옥으로 들어왔대요?’
소년의 조롱 같은 말에 루시아는 그저 힘없이 웃었다. 루시아를 물끄러미 보던 소년이 말했다.
‘내 어머니는 도망치는 데 성공했지요. 모든 짐을 다 버리고 아주 자유롭게.’
소년의 눈빛이 쓸쓸했다. 루시아는 소년이 말하는 짐 속에 소년 자신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어머니가 보고 싶니?’
소년의 침묵은 길었다. 하지만 대답은 짧고 단호했다.
‘아니요. 절대.’
어느 날, 브루노가 무도회에 참석하고 지쳐 귀가한 루시아를 불렀다. 아이는 진즉 잠자리에 들었어야 하는 밤늦은 시간이었다.
‘백작부인. 내가 재미있는 비밀 하나 알려줄까요?’
브루노는 루시아의 침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안 쓰는 빈방으로 루시아를 데려갔다. 아마 브루노가 조금 더 장성한 남자였으면 따라가지 않았겠지만, 루시아는 아직 어린 브루노를 그다지 경계하지 않았다. 백작가에서 유일한 사람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만 아는 비밀인데 특별히 백작부인에게만 알려주는 거예요.’
브루노는 사용하지 않아서 먼지가 잔뜩 쌓인 벽난로 안으로 몸을 들이밀어서 안쪽의 뭔가를 조작했다. 그러자 덜컹, 하는 소리가 들리며 벽난로가 천천히 돌아 어둠으로 뻥 뚫린 공간이 드러났다.
루시아의 놀란 표정에 만족했는지 소년이 장난꾸러기처럼 킬킬 웃었다. 따라오라며 소년이 안으로 들어갔다. 루시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따라 들어갔다.
브루노는 횃불에 불을 붙이고 안쪽 벽에 매달린 막대기를 아래로 잡아당겼다. 벽난로가 돌아서 닫히고 비밀 공간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
‘이 저택에서 증조부 때부터 살았다고 들었어요. 아마 그전에 저택의 원 주인이 만든 것 같아요. 가족들은 아무도 모르거든요.’
동굴처럼 좁은 길을 걷다가 계단을 꽤 한참 내려갔다. 그러자 넓고 천장이 높은 공동이 나왔다.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지하인 것 같으나 어두컴컴하기는 해도 주변을 식별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공동 전체 벽에 희미하게 빛나는 기이한 물질이 잔뜩 발려있었다.
‘야광 물질인 것 같은데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굉장히 오래되었을 텐데 아직도 빛이 난다는 것이 신기하죠. 어쩌면 오래전에는 이 안이 낮처럼 환했을지도 몰라요.’
별로 구경할 것은 없었다. 인상 깊었던 구경은 짧게 끝났다.
‘여기서 밖으로 나가는 통로도 있어요. 그건 다음에 알려줄게요.’
다음은 없었다. 브루노와 다시 밤늦게 마주칠 일이 없었고, 부친을 향한 반항을 일삼던 브루노는 학술원으로 쫓겨갔다. 소년이 가고 루시아는 한동안 허전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몸과 마음은 지치고 자신의 처지가 끔찍하게 싫었다. 루시아는 밤마다 자신을 옭아맨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칠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 이루어지지 않는 기도에 절망하다가 브루노가 알려준 비밀 공간이 떠올랐다.
‘도망가자. 누구도 날 여기서 꺼내주지 않아.’
루시아는 하루 날을 잡아 비밀 공간을 탐험했다. 벽난로에서 이어진 계단을 내려가 공동에 도착해서 브루노가 말했던 어딘가에 감추어진 나가는 통로를 찾아보았다.
구석구석 살피다가 벽난로와 비슷한 장치를 발견했다. 숨겨진 문 너머로 좁고 어두운 굴이 이어졌다. 루시아는 길을 따라 걸었다. 브루노의 말에 의하면 대단히 오래전에 만들어졌을 텐데 돌벽으로 된 굴은 매우 튼튼해 보였다. 근 두 시간을 걸어 나와보니 수도 외곽의 공동묘지였다.
루시아는 어둠 속의 한줄기 빛을 발견했다. 돈을 모아 보석을 사서 누구도 모르는 자신의 재산을 마련했다. 한동안 숨어 지낼 수 있을 마른 식량을 조금씩 가져다 공동에 쌓아두었다. 공동에는 작은 지하 우물이 있어서 물 걱정은 없었다. 1년 넘게 꾸준히 준비를 계속했다.
유난히 잠이 오지 않는 밤이었다. 루시아는 평소에 불면증을 앓고 있었다. 침대에서 뒤척이다가 유난히 잠이 오지 않아서 발코니로 나갔다. 멍하게 어둠에 잠긴 바깥을 응시하다가 횃불을 든 사람 무리가 저택으로 몰려 들어오는 광경을 보았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스산한 느낌에 소름이 돋았다. 그녀의 감이 뭔가 위험한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루시아는 즉시 보석함의 보석을 모조리 챙겨서 비밀 공동으로 들어갔다. 메튼 백작가 멸문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