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시아-15화 (16/77)

15장 공작 부부 (3)

아침.

루시아는 환하게 침실을 밝히고 있는 아침 햇살을 응시하며 눈을 깜빡이면서 남아있는 잠기운을 몰아냈다. 옆으로 누워 두 팔로 몸을 지탱하며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나른한 감각이 온몸을 두드렸다.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느끼는 노곤한 피로감이 이젠 더는 낯설지 않았다. 근 한 달째, 그는 매일 밤마다 짐승처럼 달려들었다.

그와의 정사는 꽤 많은 체력을 소모하게 했다. 그는 도통 시작했다 하면 짧게 끝내는 적이 없고 그나마도 기진맥진해서 루시아가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해 잠들고 나서야 놓아주었다.

밤새 시달리다 아침에는 노곤해서 병든 병아리처럼 꾸벅거리다가 좀 정신이 들 무렵이면 날이 저물고, 그러면 그에게 침대로 끌려 들어가는 밤의 시작이었다.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순식간에 한 달이 지나갔다.

그나마 이제는 몸이 좀 익숙해졌는지 기상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피로함이 덜해졌다. 첫 한 주일은 거의 오후가 되어서야 일어났었다.

하지만 루시아는 절대 그에게 이젠 좀 피곤함이 덜한 것 같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 말을 했다가는 지금보다 더 못살게 굴 것이 뻔했다. 아무것도 못 하고 침대에서만 하루를 보내는 건 그만하고 싶었다. 아랫사람들 보기에도 민망했다.

어젯밤의 그는 유난히 집요했다. 몸 안을 꽉 채우는 이물감이 아직도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정말 싫으면 싫다고 하면 된다. 그가 싫다는 그녀를 범하는 건 아니었다. 사실 힘들긴 해도 솔직히 좋았다.

아찔한 오르가슴을 몇 번 느끼는 만족스러운 섹스를 하고 나면 피곤해도 충족감이 들었다. 그는 능수능란하게 그녀를 좌로 굴리고 우로 굴리며 온몸 구석구석 혀가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애무하며 희롱했다. 다른 남자와 비교할 기회는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지만 루시아는 그가 대단히 능숙한 것만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공간만 침실이라는 곳에 한정되었을 뿐 침대 위, 아래, 테이블 위, 소파 할 것 없이 장소며 체위며 매일같이 색다른 발견을 하고 있었다. 그 남녀 간 은밀한 놀이에 루시아는 도통 싫증을 느낄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짐승 같다고 기겁했던 후배위에 익숙해졌고, 그의 허벅지에 올라타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고작 한 달 만에 그는 루시아를 정사의 기쁨을 아는 몸으로 길들여 놓았다.

줄을 당겨 하녀들을 불렀다.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느라 거울 앞에 서서 거울 속 제 모습을 바라보는 루시아의 표정이 기묘했다. 뒤에 서있는 하녀들도 시선을 어디 둘지 몰라 고개를 숙이거나 눈을 돌렸다.

어깨가 깊이 팬 드레스를 입은 루시아의 목덜미며 어깨며 울긋불긋한 자국으로 난리였다. 이래서야 무슨 피부병이라도 걸린 사람 같다. 날은 점점 더워지는데 한여름에도 목과 팔까지 다 가린 드레스를 입어야 하나. 루시아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안 되겠구나. 다른 걸로 가져오렴. 목까지 가리는 걸로.”

“예, 마님.”

하녀들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루시아는 이젠 이 모습을 보이기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뻔뻔해졌다. 한 달 가까이 아침마다 이런 일을 겪으면 누구라도 그렇게 될 것이다.

신혼이니 그럴 수도 있지, 라며 주변에서 생각하면서도 공작이 매일같이 그녀와 밤을 보내는 것에 다들 놀라는 것 같았다. 더불어 원래 친절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아예 그녀 앞에서 절절맸다. 남편의 사랑만큼 대단한 권력은 없구나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낯 햇볕이 강해지기 전에 정원 그늘에 간이식 티테이블을 차려놓고 루시아는 느긋하게 차를 마셨다. 그녀의 일과 중 하나였다.

‘참 삭막한 정원이야…….’

규모가 작지 않은 정원 전부가 사철식물로 가득했다. 꽃은커녕 가을에 낙엽조차 지지 않고 봄부터 겨울까지 내내 똑같은 풍경일 것이다. 확실히 손은 덜 가겠지만, 정원이라 내세우기 우스운 꼴이었다.

‘정원 가꾸기를 해볼까…….’

루시아는 이제 공작(과 그 아들)을 제외한 유일한 타란 공작가 사람이고, 공작부인이었다. 안주인에게는 정원뿐 아니라 내부 인테리어를 취향대로 가꿀 권한이 있었다.

‘따로 할 일이 없기도 하고…….’

성에 머물면서 루시아는 딱히 하는 일이 없었다. 꽃꽂이나 수놓기 등의 흔히 귀부인들이 시간 보내기로 하는 일은 변변히 배우지 못했고 취미도 없었다. 보석이나 장신구 등의 사치품을 구매하는 일에 흥미도 없었다. 하루 두세 시간 책을 읽는 것 외에 그저 차 마시고 산책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래서는… 밥벌레 같은걸.’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꿈속의 루시아는 이런 신조를 강요받는 삶을 살았다. 백작부인으로 있을 때도 파티 참여 등 사교 활동은 업무였다. 그녀의 생각을 휴고가 알았다면 도리어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왜 하는 일이 없지? 휴고 입장에서 그녀는 넘치도록 ―그의 욕심에는 아직 한참 부족한 점은 있지만― 아내 역할을 잘 해주고 있었다.

“마님.”

슬슬 들어갈까 하는 와중에 제롬이 다가왔다. 제롬은 봉투 하나를 루시아에게 건넸다. 열어보자 서류 한 장이 들어있었다. 짧게 내용을 훑는 그녀 미간에 살짝 주름이 잡혔다.

“…내비예산이군요.”

“예, 마님. 기존에 운용되던 예산이 아니다 보니 새로 작성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내비예산은 귀족가 안주인에게 할당하는 예산이었다. 왕실로 치면 내명부 운영재정이다. 작위 귀족의 안주인 정도면 그 가문의 살림 관리자였다. 안주인이 집안을 꾸리고 사람을 고용하고 파티를 열어 사교 활동을 하는 모든 일을 가문의 안주인으로서 활동하고 있다고 보았다.

“다른 예산으로 운용하던 고용비와 성을 운영하기 위한 기본 소요경비는 내비예산에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오롯이 마님께서 새로 계획하시면 되는 신규 예산입니다.”

“…신규……? 어떤 용도로 쓰라는 건가요? 내비예산은 원래 고용비나 경비로 쓰는 거 아니었어요?”

“이후 차차 반영되겠지만 올해는 아닙니다. 용도는 마님께서 정하시는 것입니다. 금액 안이라면 어디에 쓰시든 마님의 뜻입니다.”

이래서야 완전히 루시아의 사재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비용이라기에는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도대체 이게 0이 몇 개인가.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의 금액인데 제롬은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말하고 있으니 공작가쯤 되면 아예 경제 기본 단위 자릿수가 다른 모양이었다.

‘놀고먹는 건 끝났구나…….’

일종의 업무추진비가 나왔으니 타당한 성과를 내야 한다. 작위 귀족의 안주인에게는 누리는 권리만큼 당연히 의무도 따랐다. 잡음 없도록 살림을 꾸리는 것은 기본이고 귀부인들과 사교를 통해 남편을 내조해야 한다.

‘정원부터…….’

정원 꾸미기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꿈에서 메튼 백작과 결혼생활을 하는 중에도 정원은 가꾸지 않았다. 정원은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메튼 백작은 그런 소비를 내켜 하지 않았다.

제롬에게 뜻을 밝히자 제롬은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 꼼꼼하게 조언을 주었다.

늘 똑같은 하루가 저물었다. 오늘 저녁 식사는 루시아 혼자였다. 아침과 점심은 각자 하지만 저녁은 거의 그와 함께 먹는 편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가 오후에 외출해서 식사 시간이 지난 후에 귀가했다.

루시아는 평소처럼 서재에서 책을 읽다가 목욕을 하고 침실에서 젖은 머리를 말렸다. 원래 하녀들이 시중을 들어야 했지만 대개 이 시간에 그가 침실로 들어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하녀들이 빠졌다.

달칵, 문소리가 들리고 역시 그가 들어왔다. 하녀들을 물리고 나서부터는 아예 그는 목욕 가운만 걸치고 침실로 들어왔다. 그건 루시아도 마찬가지였다. 허리끈을 묶어 단정히 하고 있으나 한 장의 목욕 가운 안에는 속옷도 입지 않았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젠 익숙했다.

화장대에 앉아있는 루시아를 그가 다정하게 등 뒤에서 한쪽 팔로 감으며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 살짝 닿았다 떨어지는 입술 감촉을 느끼며 루시아는 눈을 감았다.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이게 행복일까. 나중에 잊지 못해 괴로울까 봐 겁이 났다.

“제롬에게 전하라 한 것이 있었는데. 받았나?”

“네. 그래서… 정원을 조성하려고요.”

“정원?”

“혹시 정원에 꽃을 심지 않은 건 당신 뜻인가요? 제가 손대도 괜찮아요?”

“정원은 안주인 권한이지. 좋을 대로 해.”

“먼저 조성사를 불러서 전체 계획을 잡아 설계해야 한대요. 초반에는 일꾼들이 많이 필요하고. 당분간은 조금 번잡스럽게 사람들이 드나들 것 같아요.”

휴고는 정원에 대해 모른다. 애초에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 정원을 사철식물로 채워둔 것도 빈 채로 두면 너무 볼썽사나우므로 제롬이 한 조치였다. 그래도 그 넓은 정원을 새로 꾸미려면 사람이 많이 필요하고 돈도 꽤 필요하겠구나 정도는 짐작했다.

“내비예산이 부족한가?”

휴고는 루시아가 정원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그렇게 해석했다.

“네?”

루시아가 화들짝 놀랐다. 절대 돈을 더 달라는 소리가 아니었다.

“증액은 많이는 곤란해. 올해 예산은 이미 확정되어서 가예산으로 뺀 거니까. 내년엔 고려해 보지.”

내비예산 규모를 정하는 건 가주의 권한이었다. 그래서 귀족들은 내비예산 규모까지 혼인 조건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부부 금실이 좋으면 내비예산 규모가 늘어나는 것이 당연한 순서고, 반대로 남자가 이혼을 원할 경우 가장 먼저 하는 짓이 내비예산을 줄이는 것이다.

올해 예산은 이미 빼곡하게 짜여있었기 때문에 그는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규모로 잡았다. 내년에 더 늘일 생각은 처음부터 하고 있었다.

루시아가 확인하고 놀란 금액은 그녀의 생각과 달리 공작가라서 당연한 규모가 아니었다. 귀부인의 자존심 때문에 결코 누구도 자신의 내비예산 액수를 밝히지 않지만 아마 루시아의 내비예산이 얼마인지 들었다면 믿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에요. 그런 뜻으로 드린 말씀이 아니에요. 지금도 충분히 많아요. 그저 단지……. 사람들이 드나들면 번잡스럽게 생각하실까 해서 말씀드린 거였어요. 제가… 괜히 정원에 손대서…….”

“로암에 하루 드나드는 자들이 수백이야. 일꾼들이 수천 명이 될 것도 아닐 텐데 무슨 상관이야. 정원은 안주인 권한이라고 했지. 당신이 정원 나무를 다 뽑아버리든 다 밀고 연못을 파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그런 일을 내 허락을 구할 필요는 없어.”

“…어떤 걸 제 임의로 할 수 있는지, 어떤 걸 허락을 구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전 어디까지 할 수 있어요?”

물끄러미 루시아를 바라보던 그가 그녀를 달랑 안아 들었다. 그녀를 침대에 내려놓고 그 옆에 비스듬히 턱을 괸 자세로 누워 그녀를 직시했다.

“어디까지 하고 싶지?”

기회였다. 루시아도 그쯤은 알았다. 왕이 자신이 총애하는 애희에게 무얼 갖고 싶으냐 묻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는 그녀와 잠자리를 만족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매일 그녀의 침실을 찾을 리는 없었다.

만족한 남자는 무척 관대해지므로 여기서 그에게 얼마간 교태로 대단히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여자들이 하는 것처럼.

휴고는 그녀의 입에서 과연 어떤 말이 나올까 기대했다. 그녀는 제법 고단수였다. 지금까지 그에게 무엇도 해 달라고 조르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청하는 것은 어지간하면 들어줄 생각이었다. 가능하면 재물 쪽이기를 바랐다. 권력을 탐하는 여자는 그는 별로 재미가 없었다.

“그걸 잘 몰라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아시다시피… 전 제대로 배우지 못했어요. 공작가 안주인이 무엇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몰라요. 그걸 배우고 싶어요.”

루시아는 욕심내지 않았다. 그녀는 욕심은 더 큰 욕심을 부르고 결국에는 화를 부른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공작부인으로 있는 이상 평생의 부귀영화는 보장되었다. 물적인 부분에서 이미 더 바라는 것이 없었다. 권력 같은 건 애초부터 흥미도 없다.

“선생이라…….”

그가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잠시 생각했다. 의외의 부탁이지만 동시에 그는 자신이 먼저 신경 써야 했다는 걸 깨달았다. 타란 공작가에는 그녀에게 조언해 줄 가문의 어른이 아무도 없었다. 또한, 그녀는 제대로 된 친정을 갖지 못했다. 당연히 배울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알아보도록 하지.”

“감사해요.”

루시아는 그를 향해 활짝 웃었다. 그녀의 맑은 미소를 보며 그의 입술에도 저절로 미소가 올라왔다. 그녀의 웃음은 언제나 아이처럼 사심 없이 깨끗했다. 그를 유혹하려는 웃음은 분명히 아닌데 그는 그녀의 미소를 보면 하체가 묵직해졌다. 지금도.

그는 애써 경건한 생각을 떠올렸다. 근데 도무지 뭐가 경건한지 모르겠다. 그나마 집무실에 쌓여있을 서류 더미를 생각하니 좀 기분이 가라앉았다. 요즘의 그는 본능만 남은 짐승이 된 것 같았다.

그는 이어서 나올 그녀의 말을 기다렸으나 침묵이 길어지자 결국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리고?”

“네?”

“더는 없나?”

눈동자를 한 번 굴리며 잠시 생각한 루시아가 네, 답하자 그녀를 바라보는 휴고의 눈매가 살짝 가늘어졌다. 바보인가? 욕심이 없나? 아니면 앙큼한 머리 굴리기인가?

하지만 휴고는 정말 그녀가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고는 믿지 않았다. 남자든 여자든 한 보 전진을 위해 세 발짝 물러서는 일쯤은 얼마든지 한다.

지금은 순진하게 고개를 갸웃해도 머지않아 그의 베갯머리에서 종알거릴 것이다. 그가 지닌 권력과 재력. 그것을 탐내지 않는 사람은 지금껏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그 정원 가꾸기 말이야. 많이 힘든 건가?”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어요. 제가 직접 꽃을 심을 건 아니니까……. 그렇게 많이 힘들 것 같지는 않아요.”

“정원. 꼭 해야 돼?”

“정원에 신경 안 쓰신다면서요.”

“정원에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당신 말하는 거야. 괜히 그런 데다 기운 빼지 말라고. 그런데 쏟을 기운 있으면 나한테 주는 게 어때?”

그의 손이 허리를 더듬자 루시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그를 흘겨보았다.

“…이 이상 더 무슨 기운을 내요. 아침마다 늦잠 자는 것도 민망해 죽겠다고요.”

“그게 왜 민망해. 자랑스러워해야지.”

“…왜 자랑스러워하는데요?”

“당신 남편 정력이…….”

루시아가 두 손으로 덥석 그의 입을 닫았다. 발간 얼굴로 그를 노려보다가 그가 혀로 할짝 손바닥을 핥자 기겁을 하며 손을 떼어냈다. 그러나 그의 손에 손목이 답삭 잡혀 그의 입안으로 손가락이 삼켜졌다. 그의 혀가 손가락 안쪽을 핥으며 빨아들이자 손끝에서 시작되어 팔꿈치를 스쳐가는 오싹한 느낌에 루시아는 어깨를 움찔했다.

루시아는 새빨갛게 물든 얼굴로 그에게 잡힌 손을 빼내려고 있는 힘껏 힘을 주었다. 그러나 단단히 붙잡힌 손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다디단 사탕이라도 맛보는 것처럼 느긋하게 그녀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입안에 넣어 혀로 굴리며 끝을 쪽쪽 빨았다.

그의 입안으로 손가락이 마디 끝까지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을 보며 루시아의 호흡이 점차 가빠졌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손가락을 혀로 감으며 그녀의 반응을 관찰하고 있었다. 손끝에서 짜릿하게 전기가 오르자 루시아는 몸을 움츠리며 입술 끝을 살짝 물었다.

“휴……. 그만…….”

고작 손가락이 빨리는 것만으로도 몸이 오싹하며 나른해지는 것이 부끄러웠다. 손목을 쥔 힘이 조금 약해지자마자 루시아는 재빨리 손을 빼냈다. 그대로 그에게서 도망치듯 몸을 돌리려 했지만 그가 더 빨랐다. 그의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아 끌어당겼다.

강한 힘으로 단번에 끌려간 루시아의 이마가 단단한 그의 가슴에 부딪혔다. 허리께의 커다란 손은 빠르게 가운 안으로 들어와 등의 맨살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부드럽게 등허리를 만지는 그의 손길에 등을 따라 전율이 달렸다. 자연스럽게 앞으로 넘어온 손이 가슴을 가득 쥐었다. 그의 거리낌 없는 애무는 언제나 그녀를 당혹스럽게 했다.

그의 가슴에 묻고 있던 고개를 들어 그의 붉은 눈동자와 마주했다. 그의 눈에는 차가운 불이 있었다. 냉정한 눈빛에서 그녀에 대한 갈망을 읽을 때 루시아는 부끄러우면서 설다. 그는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진한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숨이 막혀서 그와 시선을 오래 마주할 수가 없었다.

눈을 내리깔아 시선을 피하는 그녀를 보며 휴고는 쥐고 있던 가슴에 약간 힘을 주었다. 살짝 흠칫 놀라는 반응을 보인다.

확실히 그녀는 그가 지금껏 상대한 여자들과 달랐다. 참 재미가 없다. 죽을 것처럼 비명을 질러대고 적극적으로 허리를 돌리며 교태를 부리는 웃음으로 그를 유혹하려 하는 여자들에 비하면 소극적이고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그게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다. 모든 여자들이 다 그렇게 밤기술이 뛰어나지는 않을 테니까. 이상한 건 그였다. 이 여자를 품고 싶어 애가 달아 이제 막 색욕에 눈뜬 어린놈처럼 날뛰는 그가 이상한 거다.

말랑한 가슴을 주무르며 부드러운 촉감을 음미하던 그의 손이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다가 다리 안쪽을 손끝으로 문질렀다. 품 안에서 그녀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손끝에는 끈끈한 액체가 미끄러졌다.

그가 피식, 웃었다. 이 간극이 미치겠다. 여기저기 조금 만졌을 뿐인데 그녀의 다리 안쪽은 완전히 젖었다.

여인의 몸이 내보내는 애액은 남녀 간 정사를 만족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휴고는 그녀를 안으며 단 한 번도 결합을 돕는 향유를 사용한 적 없었다. 그녀의 비처는 마르지 않는 샘처럼 풍부한 물을 흘렸다. 그의 것을 감싸는 매끄러운 감각은 인공적인 향유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키스에 눈이 흐려지고 만지는 것만으로 몸을 움츠리는 그녀는 지난 한 달 다소 나아지긴 했으나 비약적인 발전은 없었다. 늘 처음인 것처럼 수줍게 그를 받아들이면서 사내 없이는 못 살 것 같은 음란한 몸을 가졌다. 단단히 부푼 하체가 아파서 그는 살짝 인상을 썼다. 더는 여유가 없었다.

그는 비스듬히 기대 누워있는 몸을 일으켜 무릎을 그녀의 엉덩이 아래에 넣어 그녀의 허리 아래를 공중에 들리게 했다.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는 것을 보며 그는 가느다란 그녀의 두 발목을 잡아당겨 그대로 삽입했다.

“으흑!”

별다른 전희나 애무가 없었으나 그녀의 내벽은 그를 빨아들이듯이 삼켰다. 그는 그녀의 온몸을 애무하는 것도 꽤 좋아하는 편이라서 평소 전희 없이 삽입은 하지 않은 편이지만 때로는 오늘과 같이 무작정 밀어 넣는 경우도 있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공격에 놀란 루시아가 숨을 헐떡였다. 잠시 숨 고를 틈도 주지 않고 그가 방아질을 시작했다.

“학! 아! 아학! 하악!”

강하게 때로는 얕게 그의 단단한 기둥이 루시아의 몸을 꿰뚫었다. 강한 그의 힘에 인형처럼 몸이 흔들리면서 루시아는 교성을 질렀다. 단번에 깊은 안쪽을 찌를 때마다 고통인지 쾌감인지 모를 감각이 그녀를 지배했다.

흐릿한 눈으로 그의 미려한 근육이 꿈틀거리는 것을 확인하며 가슴이 뜨거워졌다. 여자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남자의 몸이 아름답다고 그를 보며 생각했다.

눈가가 붉어지고 호박색 눈동자는 취한 것처럼 몽롱해졌다. 그는 쾌락에 취한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자극받은 자신의 성기가 한계까지 부풀자 더 꽉 죄는 압박을 느꼈다.

마를 것 같은 입술을 혀로 축이며 그의 것에 달라붙어 움직이는 속살을 느꼈다. 맛으로 치면 극상.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가 없다. 그녀의 안은 늘 그의 견고한 이성을 뒤흔들었다.

그는 그녀를 허벅지에 앉게 하고 엉덩이를 움켜잡아 아래위로 방아질을 했다. 철썩이며 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이 아래위로 거세게 흔들렸다. 출렁이는 가슴을 그가 콱 깨물며 삼키자 그녀는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뒤로 꺾었다.

커다란 손이 땀에 젖은 그녀의 등과 날갯죽지를 쓸어내렸다. 루시아는 두 팔을 그의 목에 감고 그가 골반을 잡아서 들어 올리고 내리찧을 때마다 거대한 그를 가득 품으며 신음을 흘렸다. 아래에서 위를 찌르고 올라올 때마다 심한 자극으로 눈에서 열이 났다.

그가 제 목을 감고 있던 그녀의 팔을 풀어내고는 그녀의 허벅지 안쪽에 손을 넣어 들어 올려 몸을 돌렸다. 자연스럽게 그를 등 돌리고 걸터앉은 자세가 되어 그가 허리를 튕기자 몸이 반동으로 튀어 올랐다. 루시아는 비명처럼 교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흑! 으흑! 아! 휴! 으응!”

루시아가 애원처럼 그의 이름을 흐느껴 부르자 그의 입술이 귓불을 물고 빨았다.

“더. 더 울어봐.”

“흑……. 아응!”

등 뒤에서 그의 손이 가슴을 움켜잡고 뒷목을 물었다. 통증과 동시에 짜릿한 감각에 비명을 질렀다. 약간의 욱신거리는 통증을 그의 혀가 부드럽게 핥아냈다. 몸이 붕 뜨는가 싶더니 그대로 침대에 얼굴이 닿았다. 엉덩이가 치켜 올라간 자세로 그가 퍽 하고 강하게 들어왔다.

“아!”

뒤에서부터 그가 추삽질을 시작했다. 땀에 젖은 살이 마찰하며 음란한 소리를 냈다. 루시아는 두 손으로 시트를 쥐고 그가 진입할 때마다 눈앞이 번쩍이자 눈을 감았다. 고개를 옆으로 튼 상태로 볼이 침대 시트에 쓸렸다.

“읏……. 휴. 으읏…….”

그녀 입에서 이름이 불릴 때마다 그는 하복부가 아닌 심장이 죄어드는 것 같았다. 통증 같은 쾌감에 그는 눈을 감았다. 그녀의 두 팔목을 잡아 뒤로 당기면서 여린 속살 안으로 짓쳐 들어갔다.

뒤에서 들어오는 건 너무 깊었다. 하체에서부터 관통될 것 같다. 쉴 새 없이 몰아붙이는 것이 힘들다. 그러나 힘든 것과는 별개로 몸은 착실히 달아올랐다.

“흐윽!”

쾌락의 파도가 밀려왔다. 강렬한 오르가슴에 그녀의 몸이 짧게 경직하면서 동시에 그의 것을 물고 있던 내벽이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며 조여들었다. 그의 움직임이 멈추고 낮은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그는 파정하지 않았다.

쑥 그가 빠져나가더니 그가 늘어지는 그녀의 몸을 잡아 뒤집어 바로 눕게 했다. 그의 몸이 루시아 몸 위를 타고 오르며 단번에 안으로 들어왔다.

“으응!!”

한껏 예민해진 질벽이 자극을 받아 파르르 경련했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삼켰다. 그의 혀가 입안을 더듬고 혀를 휘감았다. 짧지만 진득한 키스가 끝나고 그가 허리를 둥글게 움직이며 안을 휘젓자 루시아는 은근한 자극에 가쁘게 숨을 뱉었다.

“하아… 하아…….”

휴고는 땀으로 젖은 머리카락이 달라붙은 그녀의 이마를 쓸어 올렸다. 상기되어 붉어진 볼을 그의 혀가 길게 핥았다. 짭짤한 맛에 그녀의 체향이 섞여 달큼했다.

천천히 노를 젓듯이 허리를 돌리며 숨을 고르면서 살짝 벌어진 그녀의 붉은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간의 가르침이 헛된 것은 아니었는지 그녀의 두 다리는 그의 허리를 휘감고 있었다. 그가 허리를 움직이는 것에 제법 따라 반응했다.

그는 마구 밀어붙이던 아까와 달리 지루할 정도로 천천히 움직였다. 한차례 절정으로 잔뜩 예민한 내벽이 쓸리는 자극에 온몸이 오싹오싹했다. 할딱할딱 호흡을 뱉으며 루시아는 멍하니 그를 보았다.

마주친 그의 눈매가 살짝 휘었다. 부풀어 오른 가슴을 그가 쥐고 유두를 문질렀다. 루시아가 움찔 반응하며 파드득 몸을 떨 때마다 그는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지낼 만한가?”

“…네?”

“여기서 지내는 것. 적응했느냐고.”

“네.”

그는 루시아에게 한마디 더 들으려 일부러 말을 거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딱히 그를 꺼리거나 무서워하는 건 분명히 아닌데 묘하게 한 발자국 물러서서 다가오려 하지 않았다. 그건 조금씩 그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었다.

“너무 적응해도 곤란해. 영지 일이 그런대로 정리되면 수도로 올라갈 테니까.”

수도.

루시아는 확 꿈에서 깨어난 것 같았다. 그건 뜨거워졌던 온몸의 피가 갑자기 식는 느낌이었다.

내년이면 왕이 죽고 오라버니인 태자가 즉위할 것이다. 새로 왕이 될 태자는 타란 공작과 매우 긴밀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었다. 절대적 복종과 충성보다는 든든한 동맹 관계에 가까운.

왕이 즉위하면 타란 공작은 왕의 부름을 외면하지 못해 싫든 좋든 수도로 올라가야 할 것이다. 지극히 평온한 이곳에서의 생활이 이미 끝이 예정된 시작이었다.

그리고 수도에서 아마 원래 그가 결혼했어야 할 꿈속의 공작부인도 만날 것이다. 그가 계약결혼을 했다고 알려졌지만 그 소문을 그가 직접 인정한 건 아니었다.

어쩌면 루시아가 알고 있던 모든 소문은 다 거짓이고 실제로 두 사람은 열렬히 사랑했을지도 모른다. 루시아는 깊은 부채 의식을 밑바닥에 가지고 있었다. 그의 소중한 인연을 자신이 끊어놓은 것인지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강한 힘이 그녀의 턱을 잡아 올리는 바람에 루시아는 생각에서 깨어났다. 그가 어쩐지 못마땅하게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짧게 그가 허리를 쳐올리자 루시아는 헉 숨을 들이켰다. 다그치는 것처럼 지그시 루시아를 바라보던 그는 그녀의 두 다리를 잡아 어깨 위로 올렸다.

“딴생각할 여유가 있단 말이지.”

낮게 중얼거린 휴고는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처연해진 그녀 눈동자 속에 자신이 없다는 것을 느끼자 대단히 불쾌해졌다. 하지만 그는 왜 불쾌한 것인지 알지 못했고 이유조차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지금 그는 기분이 상했다. 그것을 여린 속살을 강하게 용두질하는 것으로 풀어냈다. 호박색 눈동자가 쾌감으로 흐려지는 것을 보며 그는 만족했다.

며칠 후 저녁 식사 후 간단한 후식으로 차를 마시는 중에 휴고가 말했다.

“내일 코르잔 백작부인이 올 거요.”

다짜고짜 던지는 통보에 루시아는 당황했다.

“내일 별다른 일정 있소?”

어차피 약속은 잡아놓고 일정은 없느냐 묻는 것은 대체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루시아는 매일 그날 같은 나날을 보내던 터라 고개를 내저었다.

“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 하나요?”

잠시 기다렸으나 코르잔 백작부인이 누군지 왜 오는 것인지 설명해 줄 기색이 없어서 루시아가 돌려 물었다.

“일전에 부인이 바랐던 선생이오. 손님인지 아닌지는 알아서 하시오.”

“…네.”

그는 정말 불친절한 남자였다. 표정이 없어 차가워 보이는데다가 어투는 딱딱 끊어졌다. 말수가 많은 것도 아니고 어떤 일을 하면서 이렇다 저렇다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 나름대로 묻는 것은 꼬박꼬박 다 대답해 주는 것이 오히려 신기했다.

‘제롬에게 물어 봐야겠네.’

코르잔 백작부인에 대한 정보는 제롬을 통해 얻어야겠다. 제롬은 주인에 대한 평가를 경솔히 입에 담지 않았지만 지나가는 말이나 과거의 짤막한 에피소드 등을 전해주곤 했다. 단편적 정보를 이렇게 저렇게 짜맞추면서 루시아는 대충 휴고의 성정을 파악했다.

결론을 내리자면 그는 수하들에게조차도 대단히 불친절했다. 가타부타 설명하는 걸 싫어한다.

‘그에게 자꾸 이것저것 물으면 귀찮아할 거야.’

그녀의 말수는 확 줄었고, 딱히 뭐라 지적할 수 없는 그는 속으로만 끙끙댔다. 휴고는 아무런 의문 없다는 표정으로 차를 마시는 그녀를 흘끔거렸다.

다소 성가셔도 좋으니 저 작은 입이 종알거리는 것을 좀 봤으면 좋겠다. 초야에는 꽤 떠들어 그만 입 다물고 자라고 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 후에는 도통 그런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코르잔 백작부인은 코르잔 백작의 모친이오. 정확히는 전 백작부인이지.”

아쉬운 쪽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다. 결국 휴고는 먼저 입을 열었다.

“코르잔 백작부인이라는 호칭은 일종의 훈장이오. 백작부인은 북부 사교계의 대모라고 불리지. 젊어서 남편을 여의고 재혼하지 않고 백작을 키우고 가문을 지킨 여장부요.”

“아……. 대단한 분이군요.”

“예절과 교양에 능통해서 많은 귀족가 여식이 배움을 청하려 줄을 서있다 하더군.”

“그런 분을 너무 갑자기 청한 것 아닌가요? 그분도 일정이 있을 텐데…….”

“신하의 몸으로 주인에게 가르침을 주는 것만 한 영예가 어디 있다고.”

코르잔 백작이 신하라고 해서 그 모친까지 신하인 것은 아닌데 너무 제멋대로잖아. 루시아는 오만한 그의 대답에 다소 떨떠름하다가 가만히 그를 보고 있자니 어쩐지 내가 이렇게 대단한 걸 알아둬라, 자랑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설마……. 그렇게 유치한 사람이 아닌데…….’

루시아는 그를 완벽한 어른으로 정의하고 있었다. 농을 던져 그녀를 놀리거나 침대에서 짓궂게 슬쩍슬쩍 건드리는 것은 그가 순전히 바람둥이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렇군요. 감사해요. 제가 공작가 안주인이 아니었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겠지요.”

“말로만?”

“…네?”

휴고가 손짓하자 눈치 빠른 제롬은 대기해 서있는 하인과 하녀들을 모두 데리고 빠르게 사라졌다.

갑자기 널찍한 식당에 단둘만 있게 되자 루시아는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그가 벌떡 일어나 테이블을 끼고 돌아 다가오자 더더욱 당황했다. 그가 루시아가 앉은 의자의 팔걸이를 두 손으로 붙들고 몸을 숙여 바로 그녀의 코앞으로 바싹 얼굴을 들이밀었다.

“코르잔 백작부인은 아무리 나라고 해도 오라 가라 하기는 까다로워. 노인네가 여간 깐깐해야 말이지. 본인 아들을 석 달 열흘 굴려도 눈 하나 깜짝 안 할걸.”

“그럼… 어떻게 하신 거예요?”

“자세한 건 알 필요 없고, 그만큼 신경 썼다는 소리야.”

대체 어쩌라고. 가끔은 이 남자가 원하는 걸 도무지 모르겠다. ‘대단하시네요!’라고 말해서 자존심을 세워달라는 건지, 좀 더 황송해하며 감사해 달라는 건지.

루시아는 잠시 고민하다가 살짝 엉덩이를 들어 그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그녀의 답은 정답에 가까웠으나 정답은 아니었다. 잠시 뚫어져라 루시아를 바라보던 그의 입매가 슬쩍 올라갔다.

“고작 이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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