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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 매력-32화 (3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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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오랜만에 두미와 도건은 두미의 고향인 강원도 횡성에 내려왔다. 국경일과 기념일, 주말이 겹쳐져 만들어진 5일의 황금연휴에 이때다 싶어 짐을 싸들고 시골로 내려온 것이다.

도건과 두미는 두미네 할머니가 사셨던 집에서 머물기로 했다. 두미네 가족이 돌아가신 할머니가 그리워 차마 팔지도 못하고 나뒀던 집이었다.

도건이네 외할아버지께 드릴 선물을 잔뜩 들고 옆집이지만, 조금 떨어져 있는 도건이네 외할아버지 댁에 가던 두미와 도건은 외할아버지 댁에 가는 길에 넓게 펼쳐진 논들을 보았다.

파랗게 솟아 있던 벼들이 어느새 황금빛으로 물들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잣나무엔 잣이 여물고 있었고, 노랗게 빨갛게 물들어 있는 나뭇잎들은 하나 둘 떨어져 가을의 분위기를 물씬 풍겨주고 있었다.

“여름에 와봤어야 하는 건데. 그래야 수박 먹으면서 냇가에서 노는데.”

“내년에 오면 되지. 그 다음해도 있고.”

“음. 맞아!”

두미는 두 손 가득 짐을 들고 있는 도건이를 물끄러미 올려보다가 그에게 쪽- 하고 입을 맞췄다. 두미가 짧게 입만 맞추고 금방 떨어져버리니 도건이가 아쉽다는 듯이 물었다.

“끝이야?”

“아니.”

두미는 힘겹게 까치발을 하고 다시 도건이에게 입을 맞췄다. 혀를 넣고 도건이의 혀를 살짝살짝 건드리다 도건이가 움직이려고 할 때 쯤 입을 때고 빠져나와 버렸다.

도건이가 갑작스레 입을 땐 두미를 실눈을 뜬 가느다란 눈으로 내려 보았다. 도건이 눈을 번들거리며 두미에게 빨리 다시 입을 대라고 종용했으나 장난스런 마음이 든 두미는 도건이와 더 멀리 떨어지며 논두렁 가는 길 쪽에 피어있는 코스모스를 매만졌다.

“메롱~. 그 짐 들고서는 나 못 잡지롱~ 그러게 내가 든다고 했을 때 두지. 바보야.”

두미는 혀를 내밀어 메롱메롱 거리며 도건이의 앞에서 그를 놀리며 히죽거렸다.

양 손 가득한 무거운 짐 때문에 도건이는 두미를 빨리 따라 오지도 못 했고, 잡을 수도 없었다. 한껏 자신을 놀리는 두미를 보던 도건이가 가만 안둔다고 치아를 뿌득거리며 말했다. 범죄자한테 하는 듯한 말과 말투가 웃겼는지 두미가 소리 내어 짧게 웃었다.

“시작을 했으면 끝을 내줘야지.”

“뭘?”

두미는 다 알면서, 도건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새초롬하게 의문의 표정을 지었다. 두미는 노을 져 가는 주황빛 하늘을 바라보았다. 낮은 집들과 작물이 심어진 밭의 초록빛, 벼의 황금빛 사이로 빛나는 하늘은 언제 봐도 아름다웠다.

“예쁘다. 그치?”

읍-

노을을 바라보는 눈부신 두미를 바라보던 도건이 짐을 내팽겨 치고, 두미에게 달려갔다. 두미의 머리를 쥔 도건이 거칠게 두미에게 입을 맞췄다. 평소처럼 허리를 숙여주는 않는 도건이 때문에 두미는 강제적으로 최대한 높게 까치발을 들어야만 했다. 까치발을 하고 있는 두미의 몸이 휘청거려도 도건이는 두미의 허리를 잡고 진하게 입을 맞추기만 했다.

좀 전에 먹었던 복숭아의 달콤한 맛이 그들 사이를 맴돌았다. 서로의 코끝이 맞닿으며 느껴지는 더운 숨결에 더 아찔했다. 두미는 달달함이 머릿속을 지배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부드러웠던 평소와 달리 열렬하게, 다시없을 오아시스를 탐하는 것 마냥 집요하게 달라붙는 도건이의 입술에 두미는 숨이 막혔다.

두미의 허리를 감싸 지탱해주며 키스하던 도건이가 두미의 귓불을 매만졌다. 귀의 여린 부분을 만지다 목선을 느릿하게 훑어 내리는 도건이의 손길에 두미는 정신이 어질했다. 약한 부분만 공략해오는 도건이의 혀에 다리까지 힘이 풀릴 지경이었다.

도건은 지금 당장이라도 두미의 옷을 다 찢어버리고 따뜻하고 좁은 두미의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야 이 뜨거운 열기가 그나마 진정될 것 같았다. 사춘기 때로 돌아간 것처럼 밀려드는 성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아니, 사실 생각해보면 도건은 사춘기 때도 딱히 성에 큰 관심은 없었다. 이건, 나이 같은 건 상관없이 순전히 이두미 때문이었다. 이두미를 좋아하느라 그동안 너무나도 금욕적인 생활을 해온 터였다.

매일 누구와 섹스 할까만 생각하는 김호신을 욕할 처지가 아니었다. 김호신의 머릿속에 있던 각종 음란한 생각들이 제게 넘어온 것 같았다.

도건은 최근 들어 두미만 보면 반사적으로 고개를 드는 자신의 아랫도리에 미칠 것 같았다. 결국 다리가 휘청거리며 두미의 몸이 아래로 내려가자 불식간에 도건이가 두미의 엉덩이를 받치며 위로 번쩍 안아 올렸다.

자연스럽게 도건이의 허리에 다리를 감은 두미는 도건이에게 매달려서 끊임없이 입안으로 침입하는 도건이를 느끼다가 문득, 이곳이 밖이고 동네 어르신들 다 지나다니시는 길이라는 걸 깨달았다. 혹여 어르신들이 보기라도 하면 요즘 것들은 부끄러움도 모른다며 눈살을 찌푸리실 것이 뻔했다.

두미는 혹시나 누가 지나갈 까봐, 도건이의 어깨를 급하게 두드리며 이제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냈으나 도건이는 들은 척도 안했다.

“음! 음!”

두미는 도건이의 혀를 밀어내려고 했으나, 도건이 혀의 힘이 더 강했다. 도건이 오히려 혀를 감싸며 혀 아래와 뿌리를 자꾸 자극해 오는 바람에 허리가 찌르르 울렸다. 두미는 애써 허리에 힘을 주었다. 온 몸이 녹아버릴 것 같았다. 도건이가 안아 들지 않았다면 두미는 벌써 몇 번이나 땅바닥에 주저앉아 버렸을 것이 분명했다. 어깨를 때리는 두미의 힘이 강해지자 도건이가 입술을 때었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몰아쉬는 두미의 입술에 묻은 타액을 핥으며 도건이가 짙은 눈으로 두미를 바라보았다.

“끝은 내가 내.”

그렇게 말하며 다시 입술을 부드럽게 빨아오는 도건이 때문에 두미는 그저 동네 분들이 나타나지 않기만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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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은 가려주는 구름이 없어 그런지 여름의 햇빛보다 더 강렬하게 지상을 비춰왔다. 도건과 두미는 밀짚모자를 쓰고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돗자리 위에 앉아 있었다.

겨울에는 썰매장이 되는 두미네 할머니 집 뒤쪽의 가파른 언덕은, 겨울이 되기 전까지 늘 여러 가지 들꽃들로 꽉 차있었다.

이름 모르는 작은 들꽃들로 가득한 그 언덕에서 도건이와 두미는 간만에 평화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어느새 두미의 무릎을 차지한 도건은 이 언덕에서 대학생 때 계절마다 신나게 놀았던 자신과 두미를 회상했다.

두미는 추억에 빠져있는 도건이를 힐끔 내려 보다가 도건이의 왼손을 만지작거렸다.

손가락에 무언가가 껴지는 느낌에 자신의 손을 들여다본 도건은 약지에 껴져있는 반지를 보고 놀라며 일어났다. 작은 초록빛의 보석이 자잘하게 반짝이는 반지였다.

“이게…뭐야?”

“내가 포장마차에서 결혼하자고 했을 때, 네가 반지 마음에 안 든다고 했잖아. 그래서 제대로 된 반지 주는 거야.”

담담하게 말했지만, 첫사랑에게 고백하는 순진한 여학생처럼 두미의 얼굴이 새빨개져 있었다.

“너무 늦었지만, 결혼해줘서 고마워. 나름 추억이기도 하니까 소주병 뚜껑처럼 초록빛깔 보석을 골랐는데, 알고 보니까 또 에메랄드가 5월의 탄생석이래. 우리 결혼 한 달이 5월이잖아.”

도건은 환하게 웃으며 두미에게 뜨거운 화답의 키스를 해주었다. 키스가 끝나자 자신이 준 반지가 껴진 도건이의 약지를 매만지던 두미가 살짝 부어오른 입술로 말했다.

“우리 다시 결혼하자. 그때 난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거든, 네가 느꼈을 행복, 기쁨 같은 것 하나도 없이 그저 빨리 여행이나 가고 싶다고 생각하기만 했어. 네가 내 옆에 서있는데도 그게 소중한 줄도 모르고…”

“결혼식을 다시 하고 싶은 거야?”

“응. 한 번만 더 해줘. 결혼식. 이번엔 내가 잘할게. 지금 당장하자.”

“지금?”

“응!”

두미는 도건이를 데리고 할머니네 집으로 돌아와 미리 준비해 두었던 옷을 도건이에게 주고, 두미 역시 미리 챙겨온 하얀 원피스를 챙겨 입었다.

그들은 풀내음이 가득한 뒷동산에서 또 한 번 자연과 함께 둘만의 결혼식을 올렸다. 둘 모두 진심인 진짜 결혼이었다.

============================ 작품 후기 ============================

진짜로 끝이났네요.

그동안 선작, 추천, 코멘트 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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