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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 매력-18화 (18/32)

00018 상실의 두려움 =========================

17화

심장이 격하게 뛰었다. 뒤에서 다가온 누군가가 순식간에 내 입을 막고 내 핸드폰을 바닥으로 던져 버렸다. 내 입을 막고 몸통을 결박한 사람은 날 어두운 쪽으로 끌고 가려고 하고 있었다. 몸이 뒤로 끌려가는 느낌에 나는 발버둥 쳤으나 무작정 끌고 가는 힘을 이길 수가 없었다.

더욱 심하게 발버둥을 치자 더 힘을 주며 끌고 가는 바람에 왼발이 심하게 한 번 꺾이고 말았다. 윽, 격한 통증에 순간 몸에 힘이 빠져 꼭 붙잡고 있던 가방이 떨어졌다. 바닥에 던져진 핸드폰 화면이 잠깐 깜박거렸다. 전화는 끊기지 않았다. 분명 도건이가 나올 것이다. 도건이가 볼 수 있도록 이곳에서 버텨야겠다는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찼다.

입을 막고 있는 손을 거세게 물어뜯었다.

“악!”

내 갑작스런 공격에 참지 못하고 소리 지른 남자는 작은 신음을 이으며 씨발년이… 욕설을 읊조렸다. 욕을 하던 남자는 무엇을 하려는지 남자는 내 몸을 결박하고 있던 팔을 거뒀다. 그 순간 나는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발을 뒤로 뻗어 내 뒤에 서있는 남자의 발목에 발을 걸었다. 무릎을 살짝 굽히고 있는 힘을 다해 남자를 순식간에 땅바닥으로 넘겨버렸다. 아빠의 등살에 못 이겨 8년이나 유도를 배운 것이 다행이었다.

“억, 쿨럭…. …컥.”

바닥에 던져진 남자의 손에서 접이식 잭나이프가 떨어졌다. 아마도 저것을 꺼내려고 했던 것 같았다. 나는 재빨리 바닥에 떨어져있는 핸드폰을 줍고 화면을 확인했다. 액정은 심하게 깨져있었고 통화는 종료되어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112를 치며 나는 내가 사는 동 입구로 달려갔다. 뛰면서 발을 디딜 때마다 아까 꺾였던 발에 통증이 울려 퍼져 미치도록 아팠지만 참았다.

누군가와 부딪친 나는 놀라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부딪쳐 뒤로 넘어지려는 내 허리를 누군가가 잡아챘다. 도건이었다.

“이두미! 괜찮아?”

도건이는 놀란 표정이었다. 도건이의 얼굴을 보자 조금 안심이 되었다. 안심이 되자 눈물이 터져 나왔다.

“…도건아…흑…저기, 저기 어떤 미친놈이….”

나는 작은 눈물방울을 떨기며 훌쩍거렸다. 도건이의 팔에 찰싹 붙어 아까 놈을 패대기쳤던 곳으로 갔다. 멀지 않은 곳이었다. 남자는 기절해 있었다. 헐? 설마…머리를 잘못 부딪쳤나? 주…죽은 건 아니겠지?

도건이는 상황을 대충 파악하고는 112에 신고를 했고, 뒤이어 구급차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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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발목치료를 받았다. 인대가 늘어났다고 했다. 치료를 받고 깁스를 한 나는 경찰 분들께 간단한 조사도 받았다. 날 해치려했던 사람은 가벼운 뇌진탕이라고 했다. 게다가 그 사람은 성범죄 전과2범에 현재 전자발찌를 차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경찰조사가 끝나고 수납을 마친 도건은 의자에 앉아 있던 내게 등을 내밀었다.

“괜찮아. 부축만 해줘.”

“업혀.”

단호한 음성에 어쩔 수 없이 도건의 등에 업혔다. 무거울 텐데 아무 말 없이 도건은 날 업은 채로 병원 밖으로 나갔다. 병원 밖으로 나와 택시를 타고 갈 줄 알았으나 도건이는 그저 길을 계속 걸었다.

“도건아. 무거워. 택시타고 가자.”

“급히 나오느라 핸드폰 밖에 안 가져 왔어. 불편해도 금방 가니까 참아.”

“…안 불편해. 가다가 힘들면 내려줘. 나 걸을 수 있어.”

도건이의 목소리는 여전히 가라 앉아 있었다. 경관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는 동안 도건이는 내 손을 꽉 잡아주고 있었다. 계속 위험했던 상황이 생각나 떨고 있는 나를 안아주고 보듬어 주었다. 그는 병원에서 내내 날 위로해주고 안심시켜주려 노력했다. 그런 도건이 덕에 난 쉽게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날 진정시켜 준 것과는 별개로 도건이는 많이 화가 난 것 같았다. 바보같이 혼자 집에 오지 말고 도건이한테 전화할걸 그랬다. 분명 도건이가 전화하라고 그렇게 신신당부를 하고 갔는데 말이다. 전화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등에 업혀있느라 도건이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뭐라고 말을 걸고 싶었지만, 화가 난 것 같아 눈치가 보였다. 얼굴 표정을 볼 수 없어 더 그랬다. 가벼운 농담하나 건낼 수가 없었다. 난 그저 아래에 보이는 깁스되어있는 내 다리만 쳐다보고 있었다.

“너 내가 분명히 전화하라고 했을 텐데?”

갑작스레 도건이가 말했다. 역시나 화가 난 것 같은 목소리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미안…. 고개를 숙이고 작게 읊조렸다.

“뭐가 미안해. 왜 네가 미안하대.”

내가 사과를 하니 도건이는 더 화가 난 것 같았다. 그는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내가 화가난건, 그 범죄자 새끼 때문이고 너한테 이러는 건 그냥 걱정하는 거니까 눈치 보지 마. ……화가 나서 말이 차게나간 건 미안해.”

도건이는 볼 수 없었겠지만, 나는 도건이의 등에 업혀서 고개를 끄덕 거렸다.

“그냥. 제발 다음부턴 잊지 말고 꼭 전화해달라고.”

내가 위험해서, 내 안전을 위해서 전화하라고 하는 건데도 도건이는 본인이 아쉬운 일을 부탁하듯이 말했다. 안 해봤자 나만 손해인 일인데 말이다. 그게 나는 또 미안했다.

“응. 꼭 할게. 무조건 할게.”

도건이의 등은 넓었다. 너무 포근해서, 너무 편해서 잠이 올 것 같았다. 참 긴 하루였다. 도건이의 어깨에 얼굴 묻었다. 여름밤은 낮과 달리 선선한 바람이 불어 시원했다. 서울의 매미는 밤에도 하루의 끝을 모르고 끝없이 울었다. 빵빵, 쌩 하는 자동차소리도 어김없이 들려왔다. 길에는 아직도 사람들이 많았다. 더운 집을 나와 시원한 밤거리를 배회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무리와 신나게 웃고 있었다.

우리만 고요했다. 방금 전 대화를 끝으로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건이는 힘든 기색도 없이 묵묵히 걸었다. 예전에, 한 7년 전인가? 도건이와 친해진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는 돌부리에 걸려 날카롭게 부러진 나뭇가지에 다리의 피부가 살짝 찢어진 적이 있었다. 그때도 피를 철철 흘리며 아파하던 나를 도건이가 업어 줬었다. 그때는 엄청 힘들어 하더니 지금은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운동 열심히 했나보네. 임도건.

숨을 들이쉬자 들어오는 여름밤의 공기가 좋았다. 확실히 도건이의 등은 그때보다 넓고 단단해져 있었다. 확연하게 느껴졌다. 언제 이렇게 듬직해 졌는지, 우리가 함께 지내왔던 시간들이 생각났다. 우린 많은 것을 함께 해왔다. 나는 지난 8년 동안 도건이와 함께하는 모든 것들이 좋았다. 모든 것이 지금도 생생했다.

도건이에게서 나와 같은 바디로션의 향이 났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는 그의 머리카락에서는 내 머리에서 나는 같은 샴푸의 향이 났다. 나도 모르게 도건이의 머리카락 끝을 만지작거렸다. 가슴이 울렁거렸다. 믿을 수가 없었다.

아, 왜 하필….

“피곤하면 자.”

울컥, 눈물이 났다. 나는. 나는 도건이를 좋아한다. 그것을 깨달아버렸다. 보답 받지 못할 이 사랑을 기어코 깨달아버렸다.

============================ 작품 후기 ============================

선추코 감사합니다!!

새윰님, 호호홀님, 설탕맛소금님, 인시온님, violetmoon님

코멘트 감사합니다!ㅎㅎ

두미가 귀염둥이 집요정한테 빠져버렸습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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