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인 매력-10화 (10/32)

00010 과유불급 =========================

9화

연참(1/2)

차 뒤의 창문으로 하염없이 가족들을 바라보다가 결혼식장이 점점 멀어지자 똑바로 앉았다. 똑바로 앉아서 안전벨트를 매려고 하자 갑작스레 눈물이 터져 나왔다. 할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엄마, 아빠 옆에서 부모님과 함께 내게 손을 흔들어주셨을 텐데…. 이제는 할머니를 볼 수가 없어서 너무 슬펐다.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었다. 결혼식장에서도 할머니가 계시지 않아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그랬다가는 아빠까지 울까봐 참고 참았었다.

내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자 도건이 당황하여 내 눈물을 닦아주며 안아주었다. 내 등을 토닥토닥, 토닥여주는 리듬이 좋았다. 그래서 더 눈물이 났다.

“우리 할머니 보고 싶어. 할머니가 너 엄청 좋아하셨는데…. 우리 둘이 결혼한다고 하면 잘 됐다며 박수 쳐주셨을 텐데.”

토닥여주는 도건이의 품에 안겨 울다가 살짝 고개를 드니 도건이가 입은 하얀 셔츠에 검은색 마스카라가 잔뜩 묻은 것을 보았다. 꺽꺽 울던 나는 나도 모르게 풉, 웃어버렸다.

“어떡해. 큭. 미안.”

펑펑 울다가 갑자기 웃는 내가 이상했는지 날 내려다 본 도건은 내가 왜 웃었는지 눈치 챘다. 자신의 옷에 묻은 검은 것이 웃겼는지 도건이도 나와 함께 웃었다.

“결혼식장에서 울음 참느라 고생했어. 더 묻어도 되니까 속 풀릴 때 까지 울어.”

“이제 됐어. 다 울었어. 웃느라 눈물 다 들어갔어.”

언제 울었냐는 듯이 나는 웃으며 도건이에게 결혼식장에 왔던 친구들과 고향동네 어르신들 이야기를 했다. 도건이와 웃으며 떠들고 농담을 하는 동안 어느새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시간은 장장 12시간이었다. 12시간 동안 뭘 하나 고민했지만, 자고 도건이와 이야기하다가 기내식 먹고, 가져온 책도 좀 읽고 했더니 12시간이 지나 비행기가 착륙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우리의 신혼여행 여행지는 터키였다. 터키음식을 먹어보고 싶고, 카파도키아에 가서 열기구를 타고 일출을 보고 싶다는 내 주장에 의해 터키로 결정된 것이다.

사실 도건이는 열기구는 위험하다고 타지말자고 했으나 내가 계속 고집부리니 결국 따라주었다. 도건이와 국내여행은 함께 많이 다녀봤는데 그와 함께하는 해외여행은 처음이었다. 도건이와 함께 한 여행은 항상 즐거웠다. 그래서 이번 여행도 굉장히 기대가 됐다.

터키에 도착해서 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케밥을 맛봤다. 또 쾨프테도 먹어보고 터키의 대표적인 전통음식인 로쿰도 먹었다. 매번 음식이 나올 때 마다 소스 색이 유난히 진해서 짜거나 소스 맛만 많이 날까봐 걱정했는데 웬걸, 정말 맛있었다. 적당히 매콤했고, 고기와 채소 씹는 맛이 일품이었다. 고등어로 만든 케밥도 먹어봤는데 비린 맛이 하나도 나지 않아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여행 첫날엔 장기간의 이동으로 인해 지쳐서 우리는 우리가 묵는 호텔에서 식사를 하고 쉬었다. 그렇게 쉰 우리는 2일, 3일 째 날에 미친 듯이 여기저기를 돌아 다녔다. 돌마바흐체 궁전도 둘러보고, 근처 시장도 둘러보고 신기해 보이는 음식에도 도전했다.

차로 유명한 터키이기에 우리도 터키의 다양한 차를 맛봤다. 나는 커피보다 차를 좋아하는 편이라 차를 마셨고 도건은 차만큼 유명한 터키의 커피를 마셨다.

여행 4일째에는 기암도시인 카파도키아에서 열기구를 탔다. 도건이는 여전히 열기구가 위험해 보였는지 보험내역을 아주, 아주 꼼꼼히 따졌다.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에 우리는 열기구를 타고 특이한 모양의 바위들도 보고 깨끗한 터키의 하늘에서 올라오는 태양의 모습도 봤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 속에서 7일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오면서 더 많은 것을 즐기지 못해 아쉬웠다. 도건이와 함께한 터키여행은 너무나도 성공적이었다. 다음엔 다른 곳으로 이곳저곳 여러 곳을 여행하고 싶다. 내가 많이 아쉬워하는 것처럼 보였는지 도건이는 나중에 같이 세계일주를 하자고 했다. 세계일주라니! 너무 좋았다.

한국에 돌아온 우리는 도건이네 본가와 우리 집에 들려 인사를 드리고, 사온 선물을 드렸다. 그리고 그 후에 우리 둘은 기진맥진 하여 이젠 신혼집이 된 도건이의 집에 도착해 빠르게 씻고는 침대 위에 뻗어버렸다.

“아. 내일 회사가기 싫다.”

“나도. 난 굳이 안가도 될 것 같아.”

“좋겠수다. 대표님이라.”

“우리 회사로 와. 회장시켜줄게. 그냥 먹고 놀아.”

“정말 내가 네 회사를 말아먹는 걸 보고 싶은 거야?”

“말아먹는 것도 뭘 조금이라도 알아야 말아먹지 투자회사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분이 뭘 어떻게 말아 드시려고요?”

“쳇, 그래. 난 평생 연구하고 서류정리하다 죽을 거야.”

“이제 집에 연구실 있으니까 특허하나 개발해서 독립해.”

“새로운 걸 개발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문과는 몰라.”

“이과부심 장난 아닌데?”

“그럼~. 내 몇 없는 자랑거리지.”

“네가 자랑 할게 얼마나 많은데.”

“정말?”

“응. 근데 너 졸리지? 점점 눈이 더 작아지고 있어.”

“그래! 이 작고 매력적인 눈도 내 자랑이야.”

“맞아. 맞으니까 얼른 자. 매력적인 네 눈 고문하지 말고.”

“응…. 근데 나 내일 깨워줄 거지?”

“깨워줄게. 잘 자. 이두미.”

“응…도건아. …너도. 잘 자.”

정말 피곤했는지 나는 그렇게 순식간에 잠들어 버렸다. 그 날 나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할머니는 내 머리를 쓸어주시며 웃으셨다. 할머니, 나 결혼 했는데. 도건이랑. 근데 우리 계약결혼 한 건데…. 할머니는 다 알지도 모르겠다. 할머니 나한테 실망했어? 할머니는 풀어진 내 긴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며 네가 사랑받기만 한다면 뭐든 상관없단다. 네가 행복하기만 하면 된단다. 속삭이셨다. 할머니는 거기 가서 할아버지 만나니까 좋아? 할머니는 대답 없이 그저 웃으셨다. 할머니는 행복해보이셨다.

꿈속에서 나는 할머니가 챙겨주는 밥을 든든하게 먹다가 도건이가 깨우는 소리에 꿈에서 깼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