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인 매력-9화 (9/32)

00009 과유불급 =========================

8화

연참(2/2)

결혼을 하자고 결심하니 준비는 순식간이었다. 각자의 부모님들을 뵙고 인사드렸고, 훈훈한 분위기 속에 상견례도 끝났다.

도건이의 말 대로 할아버님이 날 정말 예뻐하셨다. 인사를 드리러 갔던 날에 할아버님은 내 손을 잡고 고맙다며 눈물을 글썽거리셨다. 그리고 우리집에 인사갔을 때, 우리엄마 역시 도건이를 엄청 좋아하셨다. 아빠는 탐탁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다가 둘이 밤 새 술을 마시면서 임도건이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아빠는 도건이를 임서방이라 부르며 좋아하셨다.

드레스도 입어보고, 식장도 예약하고 청첩장도 만들어 돌렸다. 나머지 문제들도 전부 웨딩플래너가 해결 해줬다.

그렇게 결혼식 준비는 순식간에 다 끝났고 결혼식 준비하느라 미뤄놨던 집 문제, 신혼여행 문제만이 남아있었다. 퇴근 후에 나는 약속한 대로 도건이가 혼자 살고 있는 집에 갔다. 도건이 집에 도착해 도건이가 미리 알려준 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었다.

집 안에 들어서니 맛있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부엌에 가보니 치킨과 피자가 식탁 위에서 맛있는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헐! 대박. 나 요즘 치킨 먹고 싶어 하는 거 어떻게 알았어? 피자까지. 겁나 행복해!”

“요새 한식만 먹어서 물렸다며. 치맥 하자. 가방놓고 손 씻고 와.”

“응!”

룰루랄라. 몇 주 만에 치킨이냐. 나는 신나서 화장실로 달려갔다. 빠르게 손을 씻고 가니 도건이 유리잔에 맥주를 따르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도건이 따라준 맥주잔을 들고 짠! 하고 도건과 건배를 했다. 한 모금 맥주를 넘기니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포크로 닭다리를 푹 찍어 먹었다. 와, 진짜 대박 맛있어. 감격에 몸부림치며 나는 열심히 닭다리를 뜯었다.

“우리 신혼집 문제 생각해 봤어?”

열심히 닭을 뜯고 있을 때 도건이 물었다.

“네가 보여준 다른 집들 다 보긴 했는데 그냥 여기서 살아도 난 괜찮을 거 같아. 둘이 살기에 충분히 넓고, 게다가 여기서 우리 회사가 가까워서 좋아. 너도 이 집이 회사랑 가장 가깝잖아. 괜히 돈 낭비 말고 여기서 살자. 나 예전에 쓰던 방 그대로 쓸게.”

“따로 자려고?”

“어? 그…그럼 뭐 같이 자냐?”

“나중에 어른들 놀러 오시면 뭐라고 하려고? 각방 쓰는 줄 알고 걱정하실 텐데.”

“어….”

그 생각까지는 하지 못한 나는 멍청하게 말을 잇지 못했다. 어떡하지? 생각해보니 도건이도 나도 잠버릇없이 한 자세 그대로 쭉 자는 편이라 불편할 건 없다는 생각이들었다.

“걱정 마. 손도 안 잡고 잘 거니까.”

“허, 참나. 잡으면 날라차기로 떨어뜨려 버릴 거야.”

그래라 하고 웃은 도건은 맥주를 한 번 들이키고는 다시 말했다.

“그럼. 한 방 쓰기로 하고, 네가 쓰던 방은 드레스룸 만들래? 아니면 작업실이나 서재로 꾸며도 좋고. 개인 공간 하나씩 있으면 좋으니까.”

“오…좋은데! 나 작업실 겸 연구실로 할래.”

작업실은 친환경 소재 연구원으로서 나중에 독립을 꿈꾸는 나에게 가장 필요한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이 내 집이 아닌 월세라 그런 공간은 꿈도 못 꿨는데 자가가 정말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건이와의 결혼은 생각보다 내게 이득 되는 것이 많았다.

“아, 돈 많은 친구가 이렇게 좋구나~.”

“좋아?”

“응. 당연하지.”

“하고 싶은 거, 원하는 거 다 말해. 돈 많을 때 다 들어줄게.”

“오예! 짠! M&B사의 영원한 번창을 위하여!”

M&B사는 도건이 운영하는 회사이다. 도건이가 평생 돈이 끊이지 않기를 바라며 위하여를 외쳤다. 물론, 옆에서 콩고물이라도 받아먹을 날 위해서 외친 것이 한 20퍼센트 정도 된다. 도건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지만, 군말 없이 잔을 부딪쳐 주었다.

---

결혼식장 입구에는 때를 맞아 색이 다른 철쭉 무리들이 연달아 피어있었다. 철쭉이 피어있는 화단 길을 따라 본관에 들어선 후에 안내판에 따라 뒷문으로 나와 길을 따라 걷다보면 내가 결혼식을 올릴 야외결혼식장이 나온다.

지금 나는 아빠의 손을 잡고 버진로드를 걷고 있다. 한 발짝, 한 발짝. 진심으로 하는 결혼은 아니었지만, 진짜 결혼이긴 했다. 그래서 떨렸다. 도진이도 긴장했는지 굳은 표정이었다. 아빠가 내 손을 도진이에게 넘겼다. 도진이를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수줍은 새색시처럼 살짝 웃었다.

조금씩 불어오는 바람에 꽃향기가 가득 실려 있었다. 야외결혼식장은 온통 꽃 천지였다. 주례를 서 주시는 도건이의 스승님께서 하시는 좋은 말씀들은 사실 잘 들려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살랑살랑 머리를 간질이는 바람에, 꽃향기에, 너무 좋은 날씨에 취한 것 같았다. 빨리 결혼식을 끝내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신혼여행을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식의 모든 순서가 끝나고 뿌려주는 꽃잎을 맞으며 나와 도건이는 함께 다시 한 번 버진로드를 걸었다. 잔디를 밟는 느낌이 좋았다. 적당히 시원하고 적당히 더운 날. 하객들은 날을 잘 골랐다며 좋아하셨고, 엄마는 끝내 눈물을 보이셨다.

엄마를 한 번 끌어안아 주고 눈물을 닦아 드렸다.

“가라고 할 땐 언제고 이렇게 운데?”

“기집애야. 너도 애 낳아봐라.”

활짝 웃은 나는 엄마를 다시 한 번 안아주며 말했다.

“엄마.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요. 선물 완전 좋은 거 사올게!”

“엄마 신경 쓰지 말고 잘 놀다와.”

“응.”

우는 엄마를 보니 안 그래도 작은 엄마가 더 작아보였다. 처음으로 엄마가 여려보였다. 순간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엄마의 잔소리를 피하고자 이 어마어마한 짓을 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미 엎질러진 물인 것을.

식이 끝나고도 이어지는 사진촬영을 비롯한 폐백 등등의 준비된 것을 모두 마치고 드디어 신혼여행을 가기위해 차에 탔다. 부모님과 집안 어른들께 창문 밖으로 손을 흔들어 드렸다. 그리고 마침내 둘 만의 시간이었다.

============================ 작품 후기 ============================

진한비님 코멘 감사합니다!ㅎㅎ

선추코해주신 분들도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