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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 매력-7화 (7/32)

00007 첫인상과 성격적 특징 =========================

6화

- 8년 전 -

월요일에 하나 있던 수업이 교수님의 개인사정으로 휴강한다는 문자가 왔다. 이게 웬일이냐 싶어 나는 재빨리 짐을 싸서 할머니 댁으로 향했다. 봄과 여름 무렵의 할머니 댁에는 먹을 것들이 참 많았다. 오디랑 앵두는 따서 술 담그고, 고야는 씨를 빼서 잘 말려 놓고, 꽃사과는 잔뜩 따 놓고 간식으로 먹으면 좋다. 아, 맛난 것들. 아는 맛이라 더 기대된다. 내 머릿속은 온갖 먹을 것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시외버스를 타고 횡성에서 내렸다. 횡성터미널에서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할머니가 사는, 내가 어릴 적에 나고 자랐던 나의 고향이 보인다.

시원했던 버스에서 내리니 안 그래도 더운 날씨가 더 더운 것 같았다. 가져온 짐도 무거워 가는 길이 더 힘들었다. 가방끈에 갇힌 어깨는 땀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덥고 힘들다고 속으로 구시렁대며 할머니 댁으로 가는 길에 운범이네 아줌마가 밭에서 일을 하고 계신걸 보았다.

“안녕하세요!”

“아이고, 똑똑이 왔어?”

내가 한국대에 합격한 뒤로 마을 어른들은 날 볼 때마다 똑똑이라고 불려주셨다. 한국대에 합격했을 때 동네 분들은 동네의 자랑이라며 플래카드도 내걸어 주셨다.

“네!”

“방학했어?”

“아니요. 주말이라 놀러 왔어요.”

“할머니한테 맛난 거 많이 해달라고 그래.”

“네! 저 오늘 당장 가서 할머니한테 청국장 끓여달라고 할거에요.”

“이따가 우리 집 와서 오디 좀 가져가고.”

“정말요? 와! 감사합니다! 아줌마네 오디가 최고에요.”

“또 술 담을 거야?”

“네. 오디주 너무 맛있어요. 저 이따가 짐 놓고 올게요!”

“그려.”

꾸벅. 다시 인사를 한 나는 캐리어를 끌고 다시 할머니네 집으로 향했다.

할머니네 가는 길은 언덕이라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이 더운 날 올라가기엔 많이 힘들었다. 게다가 등에 맨 가방 덕에 등이 더웠다. 할머니께 드릴 선물을 택배로 미리 붙이지 않은 후회가 밀려왔다. 게으름의 대가였다.

찌르는 듯한 햇빛과 무거운 캐리어는 내 얼굴을 점점 죽상으로 만들어 놓고 있었다. 할머니 댁에 도착하면 바로 찬물로 샤워를 할 거라는 다짐을 하며 느릿하게 걸어가고 있을 때, 처음 보는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왔다. 일을 했던 건지 몸빼바지에 반팔 티, 팔에는 하얀색 쿨토시가 끼워져 있었고, 밀짚모자를 쓰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생소한 얼굴이었다. 이 동네에 있기엔 너무 젊은 사람이었다. 내 또래 정도로 보였는데, 내 또래의 마을사람들은 다 나와 아는 사람들뿐인데 정말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얼굴은 팔에 끼워진 하얀 쿨토시만큼 하얬다. 햇빛 한 번 안 받아 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앞서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몸이 길고, 팔다리도 길쭉길쭉해서 그런지 걷는 속도도 빨랐다. 아까까지만 해도 내가 앞서있었는데, 어느새 그 남자는 날 앞질러 저 멀리 걸어가고 있었다.

길고 얄팍하고 잘생긴 것이 대학동기인 예나가 참 좋아할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 예나는 유난히 저렇게 모델같은 사람들을 좋아했다. 반면에 난 보디빌더같은 남자가 이상형이다. 예나는 남자 때문에 싸울 일은 없겠다며 좋아했었다.

내가 근육이 많고 덩치 큰 사람을 좋아하는 건 아무래도 아빠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우리 아빠는 곰처럼 덩치가 크고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지고 있다. 어렸을 때도 아빠 덕에 누구도 날 괴롭히지 않았던 것 같았다. 덩치 크고 상남자 같을 것 같은 외모와는 달리 우리아빠는 어릴 적부터 나와 정말 잘 놀아주셨다. 인형놀이를 해도 레고 조립을 해도 잘 맞춰 놀아주셨다. 나는 꼭, 아빠와 같은 남자와 연애하고 싶었다. 그래서 자연스레 아빠의 모습은 내 이상형이 되었다.

아, 근데 내 님은 어디계신가요. 모태솔로가 울며 부지런히 길을 걸었다. 맴-맴- 갑작스레 매미가 울었다. 이제, 매미가 울 시기가 되긴 했다. 또 올여름엔 얼마나 시끄러울는지.

맴맴-. 울었다가 잠시 멈춘 매미들 덕에 주변이 고요했다. 드드드드드, 덜컹. 하는 내 캐리어 소리만 가득했다. 간혹 풀벌레 소리도 들렸다. 그러나 고요함은 잠시였다. 다시 매미가 맴맴맴- 하고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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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께 가져온 선물을 드리고 할머니와 함께 이른 점심을 먹었다. 밥을 먹고 곧장 샤워를 하기위해 화장실에 갔다. 밖에 있을 때만해도 찬물로 씻으려고 했으나 시골 지하수에서 나오는 물은 차가워도 너무 차가웠다. 결국 따뜻한 물로 씻고나온 나는 개운한 기분을 느끼며 선풍기를 틀었다.

고장이 나서 회전을 멈추지 않는 선풍기를 이리저리 따라다니며 머리를 말리고 큰 바가지 하나를 들고 집을 나섰다.

“할머니! 나 오디 따올게요!”

“오냐~”

“너무너무 멋져~ 눈이 눈이 부셔~ 숨을 못 쉬겠어 떨리는 걸~ 쥐쥐쥐쥐 베베베베베베 쥐쥐쥐쥐 베베베베베베. 오 너무 부끄러워 쳐다볼 수 없어! 사랑에 빠졌어 수줍은 걸!“

소녀시대 노래를 부르며 발로는 되지도 않는 춤을 추며 신나게 길을 걸었다.

“아줌마~! 오디 얻으러 왔어요!!! 계세요?!!!”

“문 열렸어~”

“계셨네요? 밭일 다 끝나셨어요?”

“밭일에 끝이 어딨니. 잠깐 쉬러왔지. 먹고 싶은 만큼 따가.”

“네! 감사합니다!”

나는 씩씩하게 아줌마한테 감사인사를 드렸다. 아줌마네 집 뒤에 자리한 뽕나무 세 그루에는 오디가 주렁주렁 많이 달려있었다. 오, 올해도 많네. 감탄한 나는 올해 첫 오디를 맛봤다. 비가 많이 안와서 그런지 올해 오디는 유난히 달았다. 천천히 오디를 따서 바가지에 담고 있을 때 말소리가 들려왔다.

할머니네 옆집에 새로 이사 온 이층집 할아버지 손자라고 했다. 아, 설마…? 아까 봤던 젊은 남자가 떠올랐다.

예측은 맞았다. 처음 봤을 때와 다름없는 차림새로 온 남자는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키가 더 컸다. 인사를 건네고 보니 남자가 달랑 소쿠리만 들고 온 것을 보았다. 나는 그에게 넓은 마음으로 비닐장갑을 주었다.

열심히 오디를 따면서 오디주의 맛있음을 남자에게도 전파를 한 나는 간식으로 시원한 동치미국수를 말아놨다는 할머니의 전화에 신나게 할머니 집으로 달려갔다.

오디를 애지중지 가져가며 동치미 국수를 맛있게 먹으면서도 나는 앞으로 내가 그 남자와 친구가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물론, 그 남자와 결혼까지 하게 될 줄은 정말, 정말, 정말 더욱 몰랐다.

============================ 작품 후기 ============================

소녀시대-GEE

8년 전 신곡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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