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6 첫인상과 성격적 특징 =========================
5화
“안녕하세요.”
“어~그래. 근데 누구야?”
“저기 이층집 할아버지 손잡니다.”
“아! 아이고, 그래. 오디 얻으러 왔구나? 저기 뒤에 오디나무 있으니까 먹고 싶은 만큼 다 따가. 우리 집은 오디 아무도 안 먹거든.”
“네. 감사합니다.”
“세상에, 할아버지도 인물이 훤하시던데, 손자도 잘생겼네.”
“감사합니다.”
도건은 어색하게 웃었다.
오디나무가 있는 곳에 간 도건은 누군가가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을 들었다. 자세히 보니 아까 오전에 봤던 여자였다. 오디나무에 가까이 다가가다가 갑작스레 고개를 돌린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여자가 웃었다. 그녀는 웃으며 도건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네?…아, 네. 안녕하세요.”
도건은 인상을 찌푸렸다. 당황해서 너무 바보같이 대답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이층집 할아버지 손자라면서요? 저 그, 이층집 옆에 나무보일러 때는 빨간색 지붕 집 손녀에요! 오디 따러 오셨죠?”
“네.”
“장갑 안 가져 왔어요?”
장갑이 필요한가? 나무에는 딱히 가시 같은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냥 맨 손으로 따면 손에 물 많이 들어요.”
주머니에서 비닐장갑을 꺼낸 여자는 도건에게 건넸다.
“아,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여자는 날카로운 인상과는 달리 잘 웃었다. 날카롭게 생겼다고 생각한 눈은 웃으니 정확한 반달을 그렸다. 그녀는 아까 인상을 쓰고 있던 모습과는 달리 즐거워보였고, 행복해보였다. 고작 오디를 따는 것인데도 그녀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는 오디를 따면서 간간히 오디를 따먹기도 했다.
그렇게 맛있나? 궁금해진 도건은 생에 처음으로 오디를 하나 따서 먹어봤다. 오디는 달고 맛있었다. 맛은 포도 맛인 것 같으면서도 식감은 포도 같지 않았다. 포도보다는 산딸기를 씹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오디를 입으로 맛보며 열심히 따다보니 소쿠리가 반 정도 차있었다. 외할아버지랑 자신밖에 없으니 이정도면 되겠다고 생각한 도건은 자신도 모르게 힐끔 여자를 봤다.
그녀의 커다란 바가지는 어느새 꽉 차있었다. 저걸 언제다 먹으려고 저렇게 많이 따가는 건지 도건은 속으로 기함을 토했다. 도건의 시선을 느꼈는지 여자가 도건을 바라보았다.
“어? 그거 밖에 안 따가요?”
“네. 어차피 저랑 할아버지 둘 뿐이어서 많이 필요 없습니다.”
“음…할아버지 술 좋아하세요?”
“네, 뭐. 좋아 하십니다.”
“그럼 더 따가서 오디주 담가드리세요. 진짜 맛있어요! 저도 이거 전부 오디주 담을 거예요. 작년에 담가놓은 오디주 있는데 먹고 싶으면 저희할머니 집에 오세요. 좀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그녀는 햇빛에 눈을 찡그리면서도 감사할 필요 없다며 웃었다. 그러다 갑작스레 전화벨소리가 울렸다. 바가지를 땅에 내려놓은 여자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응. 할머니. 응응. 다 땄어요. 아, 진짜? 짱 맛있겠다! 저 빨리 갈게요!”
싱글벙글 얼굴이 더 환해진 여자는 핸드폰을 재빨리 주머니에 집어넣고 바가지를 품에 안았다.
“저 먼저 갈게요! 또 봬요.”
인사를 한 그녀는 바가지 안에 있는 오디를 떨어뜨리지 않게 조심하면서도 신나는 발걸음으로 갔다. 순식간이었다.
어쩐지 그녀가 가고 오디를 혼자 따려니 썰렁한 기분이었다. 그래도 오디주를 담가보기 위해 소쿠리를 꽉 채워서 오디를 딴 도건은 주인집 아주머니께 감사인사를 하고 다시 외할아버지네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주말 이틀을 외할아버지 댁에서 보낸 도건은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해 여름방학에 도건은 짐을 싸들고 외할아버지 댁으로 향했다.
여름방학동안 외할아버지 댁에 있으면서 도건은 두미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나이를 알게 되었으며, 그녀와 함께 여름방학 동안의 추억을 나누게 되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 작품 후기 ============================
좋은 주말 보내세요~^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