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1 과잉보상 =========================
프롤로그
*대인 매력(interpersonal attraction)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타인의 특성이나 행동에 대해 느끼는 긍정적 혹은 부정적 태도
-출처: 심리학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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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임도건!”
테이블을 주먹으로 치는 두미의 손에 의해 테이블 위에 놓인 안주와 소주잔이 흔들렸다. 접시 끝에 아슬아슬 걸쳐져 있던 뼈 없는 불닭발 하나가 덜렁덜렁 흔들렸다. 포장마차에 손님이 별로 없어 다행이라 생각이 들 만큼 타격음이 컸다. 손님이 많았다면 그 사람들이 전부 쳐다봐서 꽤나 부끄러웠을 것이다.
“손 줘봐”
아까는 소주뚜껑만 계속 만지작거리다가 갑자기 테이블을 손으로 쾅 치고 남의 이름을 부르더니 이젠, 손까지 줘보란다. 속으로는 투덜댔지만 도건은 고분고분 두미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찌 여왕님 말씀을 거역할까.
“헤헤”
두미는 아까 한참 주물럭거리던 소주뚜껑을 들더니 도건의 약지에 끼웠다. 이리저리 만지며 도건의 손가락에 딱 맞게 조정했다. 이건 또 뭔지, 도건은 어리둥절했다.
“결혼하자. 임도건!”
“뭐?!”
“결혼해줘잉. 나 좀 해방시켜줘.”
“무슨 소리야 이두미. 알아듣게 말해.”
“자꾸 결혼하라고 엄마가 괴롭힌단 말이야. 내 나이 고작 서른하난데 말이 되냐? 심지어 스물아홉일 때부터, 결혼 언제 하니? 만나는 남자 있니? 선볼래? 라면서 난리 난리, 난리였단 말이야. 너도 알잖아.”
“근데 왜 나한테 결혼하재. 나 좋아하냐?”
“어? 몰랐어? 나 완전 너 겁나 좋아하는데.”
두미가 작은 눈을 크게 뜨고 깜박거리면서 말했다. 히히, 얼씨구 이젠 눈웃음까지 친다. 하, 귀엽네…. 너무 귀엽다.
“너 게이잖아. 우리 서로 윈윈 할 수 있어. 너도 부모님이 아직도 포기 안하신 것 같다며 은근히 계속 여자 소개 시켜주려고 한다면서. 난 원래 비혼주의자니까 상관없어. 결혼만 하고, 서로 신경 쓰지 말고 지금처럼 친구로 잘 지내면 되지! 안 그래?”
안 그렇다. 도건은 그렇지가 못 했다. 사랑하는 사람한테 청혼을 받았는데, 그게 계약결혼 제안 이라니. 어이가 없고, 자존심도 상했다. 자신이 아무리 게이라도 남자로 보이지도 않는 건지 따져 묻고 싶었다.
게다가 눈이 맛인 간 거보니 술기운에 하는 소리가 분명했다. 제정신이었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제안이다. 아마, 두미는 내일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새카맣게 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좋은 빌미를 도건은 놓칠 수가 없었다. 집에 가면 당장 계약서부터 만들어야겠다. 두미가 빠져 나갈 수 없도록 말이다.
“좋아. 이두미. 근데 반지가 너무 구려.”
“왜?! 아…구린가? 미안. 말 해봐. 뭘 원해? 내가 다 해줄게.”
“뭐, 반지는 차차 생각해 보고 내일 부터 결혼식 준비하자. 너희 회사 요즘 바쁘니까 내가 다 준비할게. 상견례든 뭐든 다.”
“오~. 좋아, 좋아. 내가 남편하난 잘 뒀군먼! 허허허…”
도건은 힘없는 웃음과 함께 테이블을 향해 고꾸라지는 두미의 머리를 손으로 감싸 보호했다. 마음을 얻진 못해도 평생 두미 곁에 있을 것이라는 장대한 미래의 계획에 한 발 더 가까워진 도건은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꾸역꾸역 두미의 옆에서 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 기분이었다. 그는 얼떨결에 얻게 된 두미와의 결혼기회를 놓치지 않을 생각이었다. 과한 보상이라 결국 터져버리게 될지라도 말이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잘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