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5 3장 - 데드포스 암야의 던젼 - =========================================================================
무카파의 목을 들어 올려 울부짖고 있는 랄프를 향해서, 레너드 길드의 인원들이 몰려왔다. 어느새, 무카파 길드의 인원들을 전멸시킨 모양이었다. 몇 명의 손에는 내가 단전을 부셔놓은 익스퍼트 세 명의 머리가 들려있었다. 그들마저 죽여서 복수한 모양이다. 뭐, 원한이 그 정도로 크다면 내가 뭐라고 할 일은 아니겠지.
"해냈구나, 랄프. 스승님의 원수를 네가 갚았어."
파라가 랄프에게 다가서면서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랄프가 파라를 바라보았다.
"그래. 이제 사부님의 무덤에 이걸 가져다 바치면 모든 복수는 끝난다."
분위기를 보니 내가 슬쩍 나선 건 모르는 눈치다. 그것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나는 두 사람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지? 계속 이 던젼을 탐색할 생각이야?"
그러자 파라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우리의 목적은 처음부터 사부님의 원수를 갚는 거였어. 이제 목적을 이루었으니 떠나야지."
"그래? 그럼 여기서 이별이겠군. 나중에 시간 나면 프레슬런트 지방에 한번 들려."
"아! 그곳을 영지로 받았다는 소문은 들었어. 영지로는 최악의 장소지만, 아직 점령되지 않은 던젼이 많아서 우리도 언젠가 가볼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프레슬런트 지방은 인간의 손이 많이 닿지 못한 곳이라서 아직 많은 수의 던젼이 점령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그런 던젼들을 노리고 길드들이 모여들면 영지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나 혼자서 모든 던젼을 전부 독차지 하는 것은 욕심일 뿐일 테니까. 나는 큐비가 지정해 주는 봉인된 던젼을 도는 것만 해도 바쁘다.
영지경영을 할 때 모험가는 돈이 된다고 들었다. 그리고 영지 내에 길드가 많아지면 유사시에 전력으로 써먹을 데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것이 마스터가 포함된 길드라면 더욱 그럴 테고.
"그럼 나중에 보자. 그때는 제대로 한판 붙어보자고. 마스터 대 마스터로 말이야."
랄프가 나서서 악수를 청해왔다. 나는 그 손을 맞잡아주면서 말했다.
"나와 승부를 겨루고 싶다면,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할 거야."
"뭐라고!? 이 자식! 언제부터 그렇게 건방져 진 거야!"
나는 씨익 웃어주고는 발걸음을 돌렸다.
잠시 베이스캠프에 들러 휴식을 취하고는 곧장 5 층계 공략에 들어갔다. 사실 지금 나는 롤롤이라는 아티펙트로인해 얻은 분신을 충분히 활용하는 중이다. 전투는 본체라고 해야 할 이 몸으로밖에는 할 수 없다. 나머지 분신체들은 공격을 받으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른 일에서는 분신을 사용할 곳이 무궁무진하다. 일단 베이스캠프에 분신을 두 명 놓아두었다. 이 분신들은 본체와 감각과 기억을 공유한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던젼을 공략하기 위해서 베이스캠프를 벗어나 있는 상태이지만, 한편으로는 아리와 벨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인 거다.
그러니까 육체적인 휴식만 충분히 취하면 정신적으로는 휴식이 필요 없는 상태이다.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5 층계 공략을 시작했다.
5 층계의 입구에서 바라본 하늘의 표식은 제법 가까운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여전히 어두워서 전경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조금만 이동을 하면 도착을 할 만한 거리였다.
하지만 조금 이동을 시작해 보니, 결코 빨리 공략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은 하나였다. 이 길을 따라가면 분명 엔트런스에 도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5 층계에는 중간 구역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트런스로 향하는 유일한 그 길이 상당히 배배 꼬여있었다. 엔트런스로 똑바로 길이 나 있는 것이 아니고 이리저리 돌아가게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길을 벗어나서 이동할 수도 없는 것이, 길이 나 있는 곳 주변은 죽음의 대지라고 불리는 지형으로 살아있는 존재가 머무르게 되면 영혼을 빼앗긴다는 그런 곳이었다. 물론 내가 그곳에 머물게 되면 체력이 빠른 속도고 감소한다.
포션을 물고서 건너가도 될지 모르지만, 죽음의 대지에는 각종 언데드 몬스터가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다가는 포션으로 회복할 틈새도 없이 죽을 위험성이 있어서, 그냥 길을 따라 걷기로 마음을 정했다.
언데드 몬스터들은 죽음의 대지 위에만 머물고 있었고, 길을 따라 걷는 나를 습격해 오는 일은 없었다. 덕분에 나는 산책을 하는 기분으로 이동을 계속했다.
그렇게 길을 따라 걷다가 길을 막아서고 있는 한무리의 언데드 몬스터들을 발견했다. 죽음의 대지를 가로지를 생각이 아니라면 이 녀석들을 모두 물리쳐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길을 막고 있는 언데드 몬스터 들의 진형이 예사롭지 않았다. 우선 스켈레톤 무리가 나를 향해 접근해 왔다. 마구잡이로 몰려오는 것이 아니라. 질서 정연하게 줄을 딱딱 맞춰서 접근해 오는 것이었다. 마치 군대가 진군을 해오는 모습이었다.
스켈레톤 무리의 머리 위로 검은색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검은색의 연기 사이로 박쥐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길의 좌우에 넓게 펼쳐진 죽음의 대지에서는 좀비들이 땅을 뚫고 일어나서 내게로 접근해 왔고, 내 뒤쪽으로 와이트와 레이쓰가 기습을 시도해왔다.
그리고 언데드 무리의 뒤편에는 검은색의 갑옷을 몸에 걸친 기사가 흑마에 올라타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흑마도 보통의 말이 아닌 듯 새빨간 눈을 하고 있었는데, 덩치도 예사롭지 않았다.
-흑기사가 지휘하는 언데드 군단이다냥! 보통의 언데드들과는 다르게 조직적으로 공격해 온다 냥! 주의해라 냥!
큐비의 충고가 아니더라도, 열을 맞춰 진격해 오는 스켈레톤은 예사 모습이 아니었다. 타이밍을 맞추어 덤벼드는 좀비들과 뒤통수를 노리는 유령들. 거기다 내 빈틈을 노리면서 하늘에서 대기 중인 흡혈귀와 뱀파이어들. 하나같이 규율이 잡혀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 언데드 무리를 뒤에서 지휘를 하는 흑기사. 저 녀석 개인의 힘도 만만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좁은 길목의 양옆에는 죽음의 대지가 펼쳐져 있어서 길을 벗어나는 순간 체력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예전이었다면 말이다.
확실히 돌파하기 힘든 상황인 건 분명하지만, 이제 와서 이런 녀석들을 상대로 고전하기에는 내가 너무 강해졌다. 지금 당장에라도 5랭크 검기를 쓴다면, 앞에 있는 언데드 몬스터들을 쓸어버리는 것은 쉬운 일이 될 거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방식을 실험해 보기로 했다. 나는 후방에서 접근해 오는 유령들을 피해서 앞으로 내달렸다. 그리고는 열과 오를 맞추어 진격해 오는 스켈레톤 녀석들을 향해서 오러블레이드를 생성해서 휘둘렀다. 시원할 정도로 쓸려나가는 해골녀석들.
굳이 검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오러블레이드의 위력이라면 해골 병사들 정도는 손쉽게 쓸어버릴 수 있다. 아직 5랭크 수준의 오러라서 완벽한 위력이 아닌 데다가 기력 소모도 심했지만, 해골을 상대로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지금은 그냥 위력에 맞기면서 검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핵을 의식하면서 오러블레이드를 방출하는 중이다. 아무 생각 없이 오러블레이드를 휘두르기만 해도 쓸려나가는 녀석들이지만, 오러블레이드를 휘두르면서 핵을 공격할 수 있다면, 강적을 상대할 때도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렇게 몰려드는 언데드 몬스터들은 좋은 연습 상대가 되어주는 것이다. 나는 핵을 노리고 오러블레이드를 휘두르는 연습을 계속 이어나갔다.
언데드 몬스터들은 마구잡이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계를 생각하면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서 내 오러블레이드에 쓸려나가면서도 절묘하게 나를 공격해왔고, 나는 최대한 길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차근차근 수를 줄여나가기 위해서 노력했다.
원래라면 큰 위력을 발휘했을 와이트와 레이스의 유령콤비 공격이 내게는 통하지 않았다. 물리력이 잘 통하지 않는 녀석들이라도 오러블레이드로 핵을 공격했기 때문에 내게 접근도 못 해보고 소멸을 당해야 했다. 안개로 변해 접근해오던 뱀파이어들도 마찬가지.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오지도 못한 채 핵을 공격당해 소멸하였다.
죽음의 대지에서 올라오는 좀비들이 발목을 붙잡으려고 들어서 조금 짜증이 났지만, 오러블레이드를 휘두를 때마다 수십 마리가 털려 나갔다. 내가 핵을 노리고 검을 휘두르는 게 아니었다면, 근처에 오지도 못하고 쓸려버렸겠지만, 그나마 내가 신중하게 검을 휘두르고 있었기 때문에 내 발목이라도 붙잡을 수 있었던 거다.
그렇지만 발목을 붙잡고 늘어져도 이미 다른 언데드들은 거의다 쓸려나간 뒤라, 그 행동은 별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 그렇다고 좀비들의 공격이 대단한 수준도 못되고 말이다. 나는 먼지를 털듯이 팔을 휘둘렀고,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던 좀비들이 먼지가 되어 날아갔다.
한가득 모여있던 언데드 몬스터들은 대충 정리가 된 것 같고, 남아 있는 것은 저기 흉악하게 생긴 말 위에 앉아있는 흑기사뿐이다. 녀석은 언데드들이 전멸할 때까지 움직임이 없었다. 그리고 더 이상 몬스터들이 남아있지 않자, 그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멀리 떨어져 있던 녀석이 속도를 올려서 달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차지공격을 시도하는 모양이었는데, 거대한 창을 옆으로 빗겨 들고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창이 상당히 길었기 때문에 거리를 잘 맞추어 피하지 않으면 공격을 허용할 가능성도 있었다.
나는 녀석이 창을 휘두르는 타이밍을 읽으면서 녀석의 창을 피해서 스쳐지나갔다. 그러면서 지나쳐가는 녀석에게 카운터로 오러블레이드를 날려주었다. 물론 핵을 노리고 말이다.
불완전한 오러블레이드라서 원래라면 이 한방으로 녀석을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스쳐 지나가면서 완벽하게 핵을 공격당한 녀석은 단 한 번의 공격도 버티지 못하고 소멸을 맞았다.
불완전한 오러블레이드라도 녀석의 갑옷과 육체의 방어력을 무시하고 핵을 직접 노리는 것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한무리의 언데드 군단은 격퇴하였지만 갈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나는 포탈을 통해 베이스캠프로 돌아가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에 다시 탐색을 재개하였다.
외길을 따라가다 보니 몬스터의 무리와 어쩔 수 없이 마주치게 되었다. 모두 흑기사가 이끄는 언데드들 이었다. 질서정연하게 공격해 오는 녀석들을 상대로, 오러블레이드를 통한 핵의 격파를 연습할 수 있었다.
스켈레톤을 상대로 오러블레이드를 날리면 10마리 중에서 6, 7마리는 핵을 격파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는 그냥 오러블레이드에 쓸려버렸다. 10마리 모두 핵을 격파해서 제거하는 것이 내 목표이다. 그러다 보니 길목을 막고 있는 언데드들이 반갑게 느껴졌다.
누가 쫓아오고 있는 것도 아닌 상황이기 때문에 한무리를 사냥하고 나면 꼬박꼬박 베이스캠프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고, 이렇게 다섯 무리의 언데드군단을 상대하였을 때, 엔트런스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5 층계의 엔트런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11마리의 흑기사를 대동한 죽음의 기사, 드레드 나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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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료 쿠폰 정말 감사합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열심히 쓰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