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2 3장 - 데드포스 암야의 던젼 - =========================================================================
상대해야 할 수가 늘어났다. 하지만 이 귀족 뱀파이어들은 퀸인 그녀가 불러낸 존재들이니, 분명 퀸을 죽이면 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나의 공격 목표는 변함없이 뱀파이어 퀸이다.
그런데 뱀파이어 퀸은 자신의 부하들을 불러낸 후 옥좌로 돌아가 그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한껏 여유를 부렸다. 뭐지? 전투할 생각이 없는 건가?
"어디, 얼마나 버티는지 한번 보도록 할까? 지쳐서 쓰러지는 순간, 그 육체는 내 것이 될 테니까."
내가 부하들과 드잡이질을 하는 것을 여유 있게 바라보고 있겠다는 소리인가? 그렇게 편하게 있을 수 있도록 내버려 둘 것 같아!
나는 귀족 뱀파이어들을 무시하고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달리 귀족뱀파이어 들을 쉽게 따돌리지 못했다. 이 녀석들의 움직임은 마치 내 공격을 차단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였다. 공격에는 그렇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그렇다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척이나 빠르게 움직이며 나를 견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함부로 뱀파이어 퀸에게 다가서지도 못했다.
결국, 이놈들을 모두 처리해야 뱀파이어 퀸을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인가?
뱀파이어 퀸을 바라보자, 그녀는 요염한 자세로 다리를 꼬고 앉아서 흥미로운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다면 속전속결로 이놈들을 처리해야 할 것 같다. 나는 빠르게 검을 휘둘러서 녀석들의 핵을 배어나겠다. 방어력이 그렇게 뛰어난 놈들은 아니라서, 육체가 있었지만, 핵을 공격하는데 별다른 지장을 초래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있었다. 한 마리를 쓰러트리고 나면, 다시 한 마리가 나타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 마리를 연달아 쓰러트려도, 다시 두 마리가 나타나고 말이다. 무조건 10 마리의 귀족 뱀파이어가 그 자리에 버티고 서있는 상황인 것이다.
10마리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한계 수치인것 같은데, 죽여도 죽여도 계속해서 나온다면, 내가 먼저 지칠 수밖에는 없다. 다행히 별다른 특수한 능력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라서 공격이 무서운 편은 아니라 내가 위험해지는 일은 없었지만, 저기서 여유를 부리고 있는 뱀파이어 퀸이 나서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아니, 분명히 나를 지쳐서 말려버리려는 수작일지도 모르지.
정말로 이 상태로 이 녀석들과 계속 드잡이질을 하고 있으면 내가 먼저 지쳐서 쓰러질지도 모른다. 이 녀석들이 나타나는 데 한계가 없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해할 수가 없는 건 도대체 4 층계의 플로어 마스터 주제에 이렇게까지 강력하냐는 점이다. 끝없이 수하들을 불러낸다고? 아무리 동시에 출연시킬 수 있는 게 10마리가 한계라고 해도?
나는 요염하게 앉아있는 뱀파이어 퀸을 바라보았다. 혹시 저년이 지금 여유가 있는 척 하는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보니 조금 전에 전투의 기억이 떠올랐다. 주변을 어둡게 변화시키고 멀리서 낫을 2 자루 만들어내어 공격을 해왔던 기술. 그때의 저 뱀파이어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그 자세 그대로 였었던것 같다. 혹시나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도중에는 다른 기술을 사용할 수 없는 거 아닐까?
나는 틈을 봐서 뱀파이어 퀸에게 파이어 에로우를 사용해 보았다. 하지만 뱀파이어 퀸은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고, 그 공격을 한 마리의 귀족 뱀파이어가 그녀의 앞으로 이동하여 몸으로 막아내 주었다.
역시, 그녀의 손짓 한 번이면 날아가 버릴 정도로 위력이 약한 파이어 에로우를 굳이 귀족 뱀파이어를 불러들여 막아내는 모습을 보니, 내 예상이 맞는 모양이다. 이 귀족 뱀파이어 10마리를 불러내고 있는 동안에는 그녀는 다른 행동을 취할 수 없는 거다!
그렇다면 10 마리의 귀족 뱀파이어들과 드잡이질을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틈을 만들어 뱀파이어 퀸을 직접 노릴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나는 귀족뱀파이어들의 핵을 갈라가면서 뱀파이어 퀸을 향해 조금씩 움직였다.
그녀와 나와의 거리는 약 7m. 뱀파이어 퀸이 내가 자신에게 조금씩 접근해 오자, 조금 불안을 느꼈는지, 자신과 나 사이에 귀족 뱀파이어들을 몇 마리 배치했다. 미안하지만, 몇 마리가 아니라 몇십 마리가 있어도, 이제는 소용없어!
"라인어택!"
내 몸이 빛으로 변하여 일직선 상의 있는 모든 것을 뚫어버리며 반대쪽으로 이동해 나왔다. 물론 그 순간에도 뱀파이어 퀸의 핵의 위치는 놓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뱀파이어 퀸이 10 마리의 귀족뱀파이어들을 사용하는 기술을 멈추고 몸을 피하는 바람에 핵을 노리는 데 실패해 버렸다. 아주 약간의 차이였었는데, 그 약간의 차이가 그녀를 구한 것이다.
뱀파이어 퀸이 분노로 가득 찬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이번에는 정말 위험했다.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불길한 기운을 느꼈어. 이 내가, 모든 뱀파이어의 정점인 내가, 고작 인간 따위에게 공포를 느꼈단 말이야!"
분노한 뱀파이어 퀸의 파워가 성 전체를 흔들 정도로 강대해져 갔다. 그리고 뱀파이어 퀸의 몸에서 어두운 안개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와서 완전한 암흑상태가 만들어졌고, 그녀의 몸도 어둠에 동화되어 사라졌다.
그 후, 뱀파이어 퀸의 무시무시한 공격이 시작되었다. 암흑속에서 그녀는 어디에서든지 나타났고, 어디에서든 공격할 수 있었다. 그 공격은 무척이나 매서웠고, 빨라서 도저히 방어든 회피든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 공격은 나에게 있어서는 양날의 검. 엄청난 공격인 건 분명하지만, 핵을 노릴 수 있는 나에게는 빈틈이 확연하게 보이는 공격이었다.
나는 처절할 정도로 얻어터지면서도 가드를 올리고 찬스를 노렸다. 그리고 그 찬스는 내가 한번 죽은 뒤에 찾아왔다.
체력이 0이 되는 순간, 그녀의 공격이 멈추었다. 내 몸에서 생기를 읽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방심이었다. 멍청한 몬스터들과는 다르게 무적시간이 존재할 수 없는 그녀를 상대로 이 작은 방심은 내게 절호의 찬스를 주었다.
체력이 10% 상태로 돌아오는 순간, 나는 재빨리 핵이 있는 곳을 향해서 오러가 담긴 검을 휘둘렀다.
츠팟!
이번에는 틀림없이 핵을 가르는 감촉이 손에 전달됐다. 완벽하게 핵을 베어낼 수 있었다!
완전한 어둠에 둘러싸여 있던 성내의 풍경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어둠에 동화되었던 뱀파이어 퀸이 그 모습을 내 앞에 드러내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하고 핵이 있던 부분부터 서서히 붕괴하여 가루가 되어 흩어지는 뱀파이어 퀸. 너무나도 강력했던 그녀가 약간은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의 최후를 맞이하고 만 것이다.
"후우…. 끝났구나…."
나 역시 탈력을 받은 상태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때 큐비가 다급한 목소리를 내었다.
-뱀파이어 퀸이 사라졌으니 이 성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냥! 서둘러 여기서 탈출 해야 한다 냥!
"무슨 그런 만화 같은 일이 다 있는 거야!"
나는 성이 조금씩 흔들리는 것을 느끼면서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을 향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간신히 입구를 빠져나왔을 때, 마침 뱀파이어 퀸의 성이 무너져 내렸다. 이미 한번 죽었기 때문에 그다음에 사망 시에는 모든 능력이 초기화 당한 상태로 부활해야만 했기 때문에 너무나 매우 급한 상황이었다. 포탈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정말 심장이 쫄깃해지는 경험을 했다.
성이 무너지고 나서 5층으로 향하는 입구가 드러났다. 나는 입구를 열어두고는 지친 몸으로 베이스캠프로 돌아갔다.
베이스캠프로 돌아가자 사랑스러운 아리와 벨이 나를 맞이해 주었다. 사실 뱀파이어퀸의 환상적인 나신을 보면서 그녀의 정신공격에 대항하여 싸웠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그래서 아리와 벨을 보자마자 내 번뇌가 그만 폭발해 버렸다.
"자, 잠깐만 기다리세요, 우선 식사를…!"
"샤워도 안 하셨잖아요!"
"몰라! 지금은 이쪽이 더 급해!"
나는 당황해하는 아리와 벨을 억지로 텐트로 끌고 들어갔다. 그날 나는 한 마리 늑대가 되어 가녀린 양 두 마리를 쉬지 않고 괴롭혔다.
기절하듯 잠들어있는 아리와 벨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밖으로 나와서 조금 전에 얻었던 아티펙트를 확인해 보았다. 뱀파이어 퀸을 쓰러트렸을 때 얻은 아티펙트로 [ 롤롤 ] 이라는 이름의 아티펙트였다. 아직 성능은 확인해 보지 못했다.
- 자신과 닮은 실체를 가진 분신을 최대 4개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다만, 전투능력은 보유하지 못하고 공격을 당하면 사라진다.
실체를 가졌다는 소리는 손으로 만질 수 있다는 이야기 같은데? 한번 사용해 볼까?
나는 아티펙트 롤롤을 장비창에 장비한 후에 분신을 만들어 내 보았다. 내 바로 앞에 나와 완전히 똑같이 생긴 모습의 분신체가 나타났다. 이 분신체는 내 의지대로 움직였고, 그 감각과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한방 얻어맞으면 사라지기 때문에 전투에는 쓸 수 없을 것 같아서 별 쓸데없는 아티펙트로 느껴졌다. 그래도 찾아보면 어딘가 쓸만한 곳이 있지 않겠어? 가령, 던젼 탐색 중에 영지에 있는 제럴드의 옆에 하나 놓아둔다든지….
아티펙트의 확인을 끝내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무카파 길드를 맞을 준비를 시작했다. 녀석들이 먼저 나를 노리려고 한 이상, 절대로 봐주지 않을 생각이다. 나는 큐비에게 녀석들의 위치를 확인해 보았다.
-무카파 길드는 지금 4층 계 중간 구역 미로에서 헤매고 있다 냥.
"아, 거기? 흠…. 그럼 중간구역에서 빠져나오길 기다렸다가 덮쳐버릴까?"
-그 전에 한가지 알아두어야 할 소식이 있다. 냥. 레너드 길드가 이 던젼으로 들어왔다 냥.
"레너드 길드? 랄프와 파라가 있던 그 길드!"
대검을 휘두르던 노란색 반다나 익스퍼트 검사 랄프와 파란색 단발머리의 익스퍼트 여검사 파라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들이 이 던젼에 들어온 것인가?
-그런데 랄프가 아무래도 마스터가 된 모양이다. 냥.
"정말? 그 녀석 굉장히 젊은 나이에 마스터가 되어버렸구나. 떠나갈 때 한 말이 그냥 허풍은 아니었던 모양이네."
녀석은 나와 헤어지면서, 다음에 만날 때는 자신은 마스터가 되어있을 거라고 했는데, 정말로 마스터가 되어 나타난 모양이다.
-그 녀석들은 지금 굉장히 빠른 속도로 던젼을 돌파 중인데, 중간중간 대화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무카파 길드를 노리고 있는 모양이다. 냥.
"그러고 보니 그 녀석들의 스승이 레너드라고 했지. 그렇다면 무카파 길드와는 원수지간이 되겠구나."
그럼 랄프들은 무카파 길드를 노리고 이 던젼으로 들어온 것일 가능성이 크겠구나. 음…. 어떻게 할까? 무카파 길드를 랄프에게 양보해야 하나? 내게 시비를 걸어온 녀석들이라 내가 처리하고 싶기는 한데.
그래도 사부님의 원수를 노리고 던젼까지 쫓아온 랄프와 파라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라, 일단은 녀석들과 한번 만나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랄프네 길드는 지금 어디쯤 들어와 있어?"
-지금 2층계 엔트런스를 통과한 상태다 냥.
그럼 3층계 임시 베이스캠프에서 만날 수 있겠군. 일단은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는 랄프들과 만나보기 위해서 포탈을 열고 이동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