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4 2장 - 정글포스 탐욕의 던젼 - =========================================================================
너무나 거대한 도마뱀이 하늘을 날아오고 있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검은 피부를 가지고 있는 녀석의 모습은 아주 유명한 몬스터를 떠올리게 하였다.
"블랙 드래곤!?"
-아니다 냥. 와이번 군주다 냥.
"저게, 와이번이라고? 저렇게 큰 녀석이?"
싸이클롭스 킹 이나 베히모스가 오히려 더 작게 느껴질 정도였다. 저런 녀석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 거지? 더군다나 하늘을 날고 있는 녀석인데.
나는 서둘러 큐비에게 에널라이즈를 부탁했다.
- 결과 출력한다 냥!
[ 와이번 군주 ]
체력 390000
기력 ???
힘 88
지력 17
방어 47
민첩 34
저항 33
내가 와이번 군주의 능력치를 확인하고 있을 때 멀리서 거대한 소리가 들렸다.
"크롸롸라!"
와이번 군주가 괴성을 질렀다. 그리고는 곧장 내가 있는 곳으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나를 발견했구나!"
녀석은 한번 크게 날갯짓을 하더니 빠른 속도로 떨어져 내렸다. 저런 거구에 깔려버리면 그 자리에서 사망이다. 나는 최대한 길에서 벗어나 숲 쪽으로 붙었다.
하지만 와이번 군주는 빽빽하게 자라난 나무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이 그대로 나무들을 박살 내며 나를 덮쳐왔다.
콰과광!
녀석이 떨어져 내린 충격으로 땅이 파이고, 나무가 뽑혀나갔다. 엄청난 소음과 함께 흙먼지가 날렸다. 다행히 녀석이 떨어져 내렸을 때 잽싸게 몸을 빼내어 그 주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와이번 군주는 자신이 떨어져 내린 일대를 초토화해버리고는 다시 한 번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저런 엄청난 거구가 단 한 번의 날갯짓으로 날아오르는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공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던 나는 할 수 없이 다음의 찬스를 기다려야만 했다. 이미 녀석은 하늘 높이 날아올라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녀석이 원거리 공격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다음에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면 그때는 반드시 날개부터 꺾어놓을 생각이다.
하지만 마음먹은 것처럼 쉽게 녀석의 날개를 꺾어놓을 수는 없었다.
일단 와이번 군자가 땅과 충돌할 때 방생하는 충격파 때문에 쉽게 놈에게 접근할 수가 없었다. 충격파가 멎고 녀석에게 접근할 때 즘이면 이미 녀석은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충돌한 후에 공격할 수 없다면, 충돌하기 전을 노린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녀석이 낙하하면서 내는 에너지가 엄청나서 떨어져 내리는 녀석에게 힘껏 점프해 가까이 접근했지만, 공격을 시도해 보지도 못하고 튕겨서 나가떨어져 버렸다.
그리고 녀석이 땅과 충돌했다.
쾅!
사방에 뽑혀버린 나무와 풀이 날리고, 흙과 먼지가 흩날렸다. 그리고 여지없이 충격파가 나를 향해 덮쳐왔다.
"크윽!"
충격파가 지나가는 걸 억지로 버텨냈을 때, 나는 와이번 군주가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지 않고, 그 흉악한 주둥아리를 나를 향해 크게 벌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꽈득!
"끄악!"
정신을 잃어버릴 정도로 아득한 고통이 느껴졌다. 와이번 군주의 날카롭고 거대한 이빨이 내 몸에 틀어박혀 버린 것이다. 녀석에게 씹혀버린 내 몸은 순식간에 걸레가 되어버렸다.
"아으으으으"
고통으로 인해 몸이 덜덜 떨려왔다. 보통이라면 쇼크사를 해버렸을 정도의 너무나도 엄청난 고통이었다. 하지만 고통이 있다는 이야기는, 즉사는 면했다는 말이다. 물론 즉사를 면했다고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말이다.
"빌... 어... 먹... 을... 놈...!"
녀석은 나를 통째로 삼켜버릴 생각인지 기분 나쁘게 혀를 움직였다. 이대로 라면 영락없이 녀석의 몸속 체험을 해버리고 말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부활이고 뭐고 없이 그대로 끝장이 날지도 모른다. 나는 내 몸에다 손을 얹고는 주문을 외웠다.
"라...이... 트... 닝...볼, 트!"
간신히 입을 움직여 시동 어를 뱉어내었다. 내 몸을 타고 마법의 전류가 와이번 군주의 입안으로 흘러들어 갔다.
"크롸롸롸라!"
맛이 어떠냐? 입안을 타고 온몸으로 전류가 타고 흐르는 느낌이. 아마 상당히 짜릿할 거다.
녀석이 거칠게 몸부림을 치면서, 나를 뱉어내었다.
쿠당!
간신히 숨만 붙어있는 상태지만, 신체는 그래도 멀쩡한 편이었다. 단지 몸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버린 상태이지만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피가 흐르지 않는 것이 내 감각을 이상하게 만들어 버릴듯했다.
나는 서둘러 아공간에서 상급 포션을 꺼내어 마셨다. 단숨에 체력이 75% 이상 차오르면서 구멍이 난 몸도 복구되었다. 인간이라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나는 인간이 아니라 아바타라는 말이지.
와이번 군주가 고통에 몸부림을 치다가 나는 노려보고는 닭처럼 날개를 파드닥 거리며 나를 깔아뭉갤 기세로 달려왔다.
쿵쾅쿵쾅!
달리는 모습은 볼품없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밟히면 죽는 건 틀림없는 일! 나는 몸을 굴려서 오른쪽으로 피했다.
"위기 뒤에 찬스!"
거대한 와이번 군주의 몸체가 지나가 버린 후 녀석의 날개를 노리고 힘껏 점프를 시도했다. 녀석은 정신없이 달리다가 내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나를 찾으려고 멈추어 섰고, 그 틈에 나는 녀석에 날개에 한 방 먹여줄 수 있었다.
"크롸롸라!"
마스터의 오러블레이드는 와이번 군주의 날개에 치명상을 입혔다. 이제 한쪽 날개로는 날아 오르는 게 불가능할 터!
녀석이 열이 받은 듯이 괴성을 지르며 멀쩡한 한쪽 날개를 휘둘렀다.
퍽!
놈의 날개를 베어버리고 약간 방심을 한 탓에 녀석의 거대한 날개 공격에 당하고 말았다.
쿠당!
힘껏 날려져 버린 나는 숲 속의 나무 한 그루를 부러트리고 지나간 후 땅에 처박혔다. 그리고 그런 나를 쫓아서 와이번 군주가 거대한 몸을 이끌고 달려왔다. 날개 한쪽이 상처를 입어서 뛰는 모양이 뒤뚱거려 제법 우스운 꼴이었지만, 그 기세는 엄청났다.
서둘러 포션을 또 한 병 꺼내어 마시고는 와이번 군주의 공격을 피해 죽으라 달렸다. 녀석은 숲 속의 나무들을 마구 뭉개버리면서 전진했다.
하지만 날지 못하는 와이번 군주는, 덩치 큰 닭이나 다름없는 법. 나는 녀석의 돌진을 피해 가면서 조금씩 녀석에게 상처를 입혀 나갔다.
녀석은 날개를 휘두르고,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면서 열심히 나를 공격해 왔지만, 날개가 불편한 놈이 나를 맞추기는 힘들었다. 나는 열심히 피하면서 피해를 누적시켜나갔다.
-와이번 군주의 체력이 70% 밑으로 떨어졌다 냥! 그걸 사용해라 냥!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이 날개를 다쳐서 날 수 없다면, 내가 직접 하늘로 보내주겠어!
"하아아앗!"
나는 와이번 군주의 배후에서 녀석에게 빠르게 접근한 후, 검으로 녀석을 쳐올렸다.
"크롸라라!"
와이번 군주는 갑작스레 돌아온 하늘에 적응하지 못하고, 하나 남은 날개를 퍼덕이면서 바둥 거렸다. 그리고 그 뒤를 쫓아 내가 뛰어올랐다.
슥! 슥! 슥! 슥! 슥! 슥! 슥! 슥!
정확히 8번의 공격을 녀석에게 먹여주었다. 공격이 성공할 때마다 녀석이 비명을 지르면서 괴로움을 표현했지만, 나는 거기에 대한 대답을 마지막 일격으로 돌려주었다.
"오러 스트라이크!"
강력한 공격이 와이번 군주의 몸을 꿰뚫었고 그와 함께 녀석의 몸에 박혀있던 새하얀 여덟 개의 빛이 한꺼번에 폭발했다.
"크롸롸롸라!"
녀석의 마지막 비명과 함께 여객기에 버금가는 엄청난 덩치가 땅으로 추락했다.
쾅!
땅에 거대한 구멍을 만들어 내며 숲에서 빽빽하게 자라난 나무들을 깔아뭉갠 녀석의 거구가 움직임을 완전히 잃었다. 이미 숨을 거두었던 것이다.
"으으…. 산채로 잡아먹히는 줄 알았네. 끔찍한 체험이었어."
-수고했다 냥. 이걸로 5 층계도 끝이다 냥.
그와 동시에 시스템의 알림음이 들려왔다.
[ 5 층계 플로어마스터 돌연변이 와이번 군주 토벌에 성공하였습니다.
모든 스테이터스가 1 영구히 상승합니다. ]
5 층계를 제패하였다는 실감이 들게 만들어주는 소리였다. 나는 조금 지친 몸을 일으켜서 엔트런스쪽으로 걸어갔다.
엔트런스는 나와 와이번군주와의 격렬한 싸움을 겪으면서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멀쩡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럼, 표식을 남기고, 6 층계로 통하는 입구를 개방시킨 후에 베이스캠프로 돌아가자."
베이스캠프에서는 아리와 벨이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빨리 돌아가서 그녀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이스캠프로 돌아갔을 때 역시나 아리와 벨이 초조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포탈을 타고 내가 나타나자 두 사람이 나는 듯이 달려와서 내게 매달렸다.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이에요!"
"어서 오셔요, 강한님!"
반겨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예상보다도 더 격한 반응을 보여주는 그녀들이었다.
"함께 할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베이스캠프에서 대기하고 있자니, 걱정되어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정말이에요. 아~ 저도 5 층계든, 6 층계든 상관없이 강한님과 함께 할 수 있을 만큼 강하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베이스캠프에서 기다리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 그녀들에게는 괴로웠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그녀들을 데리고 그런 위험한 곳을 갈 수는 없는 일이니까.
"걱정 끼쳐서 미안. 보다시피 이렇게 무사히 다녀왔어. 물론 5 층계는 클리어 했고."
내 말에 아리와 벨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축하해 주었다.
"축하해요, 강한님. 정말 수고하셨어요."
"믿고 있었어요. 자아, 저희가 성심성의껏 준비한 서비스를 받으시면서 편안히 휴식을 취하도록 하세요."
서비스? 나 없는 사이에 둘이서 무언가를 준비한 모양인지, 벨이 내 갑옷을 해체하고는 나는 이끌고 세면장 쪽으로 향했다.
"전투에 참가는 못 하지만, 이런 서비스는 해 드릴 수 있으니까요."
벨이 내 온몸을 씻어주면서 말했다. 남자로서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건 기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알몸은 아니잖아 벨!
나는 시선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몰라서 애꿎은 천정만 계속 노려보았다. 평상시에도 자주 이런 식으로 씻어주고는 했지만, 등만 밀어주는 게 다였다면, 지금은 온몸을 구석구석 씻어 주었다. 거기만 빼고.
"저에게 다 맡기시라니까요. 정말 부끄럼 쟁이라니까."
몸을 씻고 나온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아리가 준비한 푸짐한 식사였다. 현실 세계의 메뉴부터 이곳 세상의 음식까지, 다양한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하나같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맛있겠는데?"
오늘은 완전히 작정했는지, 아리와 벨은 내게 성심성의껏 서비스를 해 주었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나는 못 이기는 척 순순히 그녀들이 극진한 대접을 받아들였다.
정말 푸짐하고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아리와 벨의 서비스는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정성이 가득했고, 나는 매우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그런 기분 좋은 마음으로 잠을 청하려고 할 때, 텐트 안으로 아리가 들어왔다.
"응? 무슨 일 있어?"
아리는 내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로,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뺨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부탁이 있어요, 강한님."
"부탁? 응, 말해봐."
아리가 내게 부탁을 해오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뭔가 어려운 일이라도 생긴 건가? 아리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를... 저를 강한님의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세요!"
"... 뭐?"
나는 그녀가 내뱉은 말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 채 멍하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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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