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6 서장 - 다른 세계의 새끼 고양이- =========================================================================
이미 아셀탄트에 한번 다녀온 나는, 아바타시스템의 피드백 작용으로 인해 보통사람은 갖을 수 없는 강력한 신체를 갖게되었다. 보통 사람들의 힘의 3배! 이런 사람이 있다는 소문을 들어본적 있는가? 물론 스피드도 3배다. 전력으로 달리기를 한다면 올림픽 신기록을 달성하는것도 문제가 없을것이다.
본 작전은 그런 나의 우월한 신체능력을 바탕으로 수립되었음을 밝힌다.
작전목표는 날라리들의 구축.
아직 신체적으로 덜 성숙되었기 때문에 초보인 나도 쉽게 공략할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단지 단체행동을 하는 습성이 있기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목표가 서식할만한 장소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건 학교근처의 공원이나 놀이터.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고등학교는 걸어서 10분거리에 있는 사립고이지만,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행위는 일단 범죄에 속하기 때문에 만약을 위해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고등학교를 찾아가기로 했다.
마침 적당히 먼 곳에 공업고등학교가 하나 있다. 예전부터 질이 안좋은 아이들이 많이 다닌다고 소문이난 곳으로 그 주변에는 분명 좋은 사냥감들이 많을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7정거장 떨어져 있는 공업고등학교에 가기 위해서 버스에 올랐다. 지금 시간이 오후 6시 30분정도라서, 버스안은 손님으로 가득했다. 앉을 자리가 없어서 조금 아쉽지만 조금만 참아야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잡고 서있었는데 내 앞에 앉아있는 어떤 아저씨 한분이 내게 시비조로 한마디 하셨다.
"거참, 유난떨기는. 메르스가 뭐 그리 대수라고. 그냥 감기잖아, 감기!"
아무래도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 쓰고나온 마스크때문에 오해를 하신것 같다.
난 친절하고 상냥하게 오해를 풀어드리기 위해서 마스크를 벗었다.
"콜록! 콜록,콜록!"
아, 실례. 아저씨에게 대놓고 기침을 해버렸다.
"으아악! 저리가! 난 죽기 싫어!"
갑자기 그 아저씨가 경기를 일으키더니 나를 밀치고 버스에서 내려버렸다. 왜저래? 저 사람.
어쨋든 자리가 났기때문에 럭키!하는 마음으로 좌석에 앉았다. 그런데 방금전까지 버스가 상당히 붐볐던것 같은데 지금은 꽤나 한산해졌다.
버스의 창문밖으로 지나가는 수많은 자동차들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과연 이작전은 이번 한번으로 끝날것인가. 아니 그렇지 않을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좀더 기동성을 확보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럼 무엇으로 기동성을 확보 할 것인가? 저 창밖에 신호에 걸려 오도가도 못하고 있는 자동차? 아니다, 그렇지 않다! 도심속의 슈퍼 히어로를 지향하는 나에게 교통체증은 또하나의 적. 그렇다면 답은 정해져 있다.
멈춰저있는 자동차 사이를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저 오토바이를 보아라. 그야말로 도심속 히어로의 머스트해브 아이템이 아니겠는가?
큐비의 말대로 아셀탄트에서 돈을 벌게 된다면 저 오토바이를 사리라. 그리고 차가운 도심을 250cc 배기통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매연으로 따뜻하게 데워주리라.
아, 그러고 보니 나 면허 없구나.
오토바이 구매 계획이 다음으로 연기되었다.
이윽고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걸어서 5분거리에 공고가 있다. 타깃의 활동범위를 생각하면 이 근처에 적당한 장소가 분명히 있을것이다.
적당히 인적이 드믈고, 적당히 편의시설이 가까이에 위치한곳.
찾았다!
한적한 주택가에 약간 낡은 놀이터가 눈에 들어왔다. 마침 놀이터에는 고삐리 6마리가 사이좋게 앉아서 담배를 피고있었다. 바로 내가 찾던 그 날라리들이다. 저들은 좋은 에너지 공급원이 되어줄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감시카메라는 설치되어 있지 않은것 같다. 그래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무리 옳은일이라고 하더라도, 이 나라는 그것을 범죄행위로 구분하고 있으니까.
다시한번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점검하고는 고삐리들을 향해 걸어갔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저들이 꺼리낌없이 공격해 올수 있도록 약간 허술한 모습을 보일필요가 있다. 물론 시비는 이쪽에서 먼저 걸어야 한다. 혹시나 저들이 비선제형 몹일 가능성도 염두해 두어야 하니까.
목소리를 약간 변화시켜서 놈들을 도발했다.
"어이~ 얘들아, 너희들 고등학생이지? 담배를 피우면 안되잖아~"
놈들이 일제히 내게 시선을 돌렸다. 좋아 어그로 끄는데 성공!
인원수가 약간 많은 감이 있긴 하지만 피지컬은 이쪽이 훨씬 좋다. 겁먹을것 없어.
놈들이 서로의 얼굴을 처다보며 무언의 대화를 나누더니 일제히 일어섰다.
오는건가! '요즘 애들은요, 한성질 하거든요?'를 실제로 볼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두근 거리게 말든다. 머리속으로 시뮬레이션을 가동한다. 상대는 6마리의 날라리. 일단 선빵은 양보한다. 만에하나 누군가에게 통보당했을때 정당방위를 주장할 수 있는 증거가 되어줄 것이다. 그다음 부터는 철저하게 반격이다. 한방에 한명씩. 얼굴은 상처가 남으니 복부에 주먹을 꽃아줄 생각이다. 두방은 필요없다. 만약에 두명이상이 달려들어도 문제는 없다. 내 민첩성은 이 곳 세계의 날라리들이 잡기에는 너무나도 빠르니까.
좋아 결과는 이쪽의 대승리. 시뮬레이션을 마쳤을때 녀석들이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순간 무슨 사태가 일어난건지 파악하질 못했다. 너무나도 예상외의 사건에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뇌가 신호를 보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간다고? 그것도 깍듯이 사과하고? 이무슨 원숭이 바나나 집어던지는 소리냐. 날라리가 잔소리하는 아저씨에게 덤벼들지 않다니.
멍...
저녀석들! 십대 특유의 폭력적 성향은 어디다 팔아먹은거야!
분노에찬 나를 무시하고 녀석들은 그렇게 떠나가버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거지? 완벽한 계획이었는데..."
하는수 없이 녀석들이 남겨놓고간 담배꽁초라도 줍기로 했다. 플러스에너지라도 확보해야 하니까...
그런데 방금전 떠나갔던 녀석들중 한명이 이쪽으로 달려왔다.
설마 혼자서 덤비려고 그러는건가?
뭐, 좋다. 나도 이곳에서 실전은 처음이라서 내가 얼마나 강한지 잘 모르겠어서 불안함감이 없잖아 있었는데, 상대가 한사람 이라면 망설일 필요도 없지!
그러나 이번에도 녀석은 내 기대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금방 주울게요~"
그러더니 담배꽁초를 살뜰하게 모아서 얼른 자리를 피했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참 밝구나...
그 뒤로 한시간 가량을 기다려 보았지만, 다른 녀석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아무리 인적이 드믈어도 일단 이곳이 주택가이기 때문에 고삐리들도 마음대로 설치지 못할것 같았다.
이번에는 조금더 그럴듯한 장소를 찾아보기로 했다. 날라리나 양아치 하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장소.
바로 뒷골목. 그곳에가면 언제나 동네의 질안좋은 형아들이 반겨줄것만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는곳. 주변에 노래방이나, 당구장같은 유흥시설이 있다면 더욱 좋을터.
10분정도 걸어서 적당한 장소를 찾아낼수 있었다. 주위에 노래방, 당구장은 물론 pc방도 줄줄이 늘어서 있었고, 그럴듯한 골목도 많은곳이였다.
그중에 가장 으슥한곳에 먹이로 적당해보이는 양아치 2명이 있는것을 발견했다. 비록 고등학생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저런 동네 양아치정도는 가쁜이 처리할수 있을것 같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이번에는 준비를 철저히 하기로 했다. 녀석들이 거부할수 없는 미끼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지갑을 꺼내어 손에 들고 그들을 향해 팔을 쭈욱 뻗으면서, 나의 호구성을 마음껏 뽐넸다.
자아~ 어떠냐, 이 지갑이 갖고 싶지않은가?
물론 지갑안에 돈은 한푼도 들어있지 않지만, 나는 자존심을 살리기위해서 지폐 수납공간에 신문지를 항상 채워넣고 다닌다. 겉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빵빵해 보일것이다. 이거라면 녀석들도 버틸수 없을터!
잠시 나를 멍하니 바라보고있던 두 녀석이 천천히 내게로 다가왔다.
좋아 이번에는 틀림없이 성공이다.
이윽고 한놈이 내게 접근했다. 녀석은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더니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약 필요하세요?"
엥? 약? 무슨약? 설마, 이녀석들은 약팔이?!
일이 곤란하게 되었다. 녀석이 약팔이라면 그 배후에는 거대한 폭력조직이 버티고 있을것이다. 이 두녀석들이야 쉽게 처리한다고 해도, 조폭과 연관되는건 사절이다. 그리고 여기는 녀석들의 홈그라운드. 아무리 내가 고블린에게 맞아죽은 경험이 있다고 해도, 놈들이 유리한곳에서 싸울 배짱은 없다.
분하지만 지금은 자리를 피해야 할것같다. 사나이는 물러서야 할때를 알아야 하는법.
"크윽! 잘못 찾아 왔어요~~~"
당황하는 녀석들을 뒤로하고 나는 전력으로 그곳을 벗어나왔다.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실패했다.실패했다.실패했다.실패했다.실패했다.실패했다.실패했다.실패했다.
실패했다.실패했다.실패했다.실패했다.실패했다.실패했다.실패했다.실패했다.
실패했다.실패했다.실패했다.실패했다.실패했다.실패했다.실패했다.실패했다.
실패했다.실패했다.실패했다.실패했다.실패했다.실패했다.실패했다.실패했다.
정말 자신있었는데. 반드시 성공했어야 하는데.
분노와 절망이 내 정신을 침식해 들어왔다.
그때 불연듯,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큐비가 떠올랐다.
그래, 내게는 돌아갈 장소가 있어. 이보다 기쁜일은 없어.
귀여운 새끼고양이를 떠올리며 나는 조금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다녀왔어... 하하하... 작전 실패야... 세상은 만만치가 않네..."
세상을 다 포기한 표정 지으며 집으로 돌아오니 큐비가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큐비가 다 이해한다는듯한 얼굴을 했다. 아... 정말이지 위로가 된다.
"알고있다냥. 마이너스에너지가 겨우 2 올랐다냥."
2? 이번에는 개미를 두마리나 밟은 것인가?
"어떻하지, 큐비? 이대로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끝나?"
모처럼 해보려고 마음먹고 생각한 작전이 수포로 돌아갔다. 자신을 잃은 나는 큐비에게 의존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럴줄 알고 이걸 준비해 뒀다냥."
나의 실패를 예상했다는 말이 조금 가슴아프게 만들었지만, 다 내가 부족한 탓인걸.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큐비가 준비한 계획을 따르기로 했다. 큐비가 조그마한 앞발로 무엇인가를 가르켰다.
"...에초킬라!"
그것도 2통이다. 어디서 구해온걸까?
"에초킬라만 있다면 파리나 모기쯤은 안전하게 잡을수 있을거다냥. 더이상 질질 끌지 말고 빨리 잡아와라냥."
승리를 확신하는 자신만만한 말투. 그래 큐비는 이 방법이 최선임을 미리 알고 있었던거야! 그것도 모르고 나는 괜히 시간만 헛되이 보내고 말았다. 미안해 큐비. 내가 잘할게.
1포인트가 어디냐!
티끌모아 태산이고, 천릿길도 한걸음부터다!
넨도의 시작은 하나였으나 끝은 증식하리라!
...응?
"그럼, 다녀올게. 이번에야만로 진짜 실력을 보여줄게!"
이번에는 거짓말이 아니라구요.
"그래, 그래, 알았다냥."
나는 큐비가 준비해준 에초킬라를 양손에 꼭 쥐고 집밖으로 뛰처나갔다. 지금부터가 진짜 내 모습이다. 기다려, 파리! 모기!
본실력을 발휘한 나는 파리, 모기와 나방, 이름모를 벌레들과 무려 여섯시간에 걸친 사투끝에 500킬을 달성할수가 있었다.
그리고 우리 동네에는 에초킬라를 양손에 들고 크크크하고 웃으며 뛰어다니는 이상한 놈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한참동안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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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