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화
“이걸로 확실해질 거야. 그렇지? 구미호.”
“... 당신은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왜 굳이 이런 일을 하는 거죠? 당신도 신일텐데요?”
“재미없다고. 고리타분한 놈들만 모여 있다보니까 너무 재미가 없었어. 차라리 지금이 더 좋거든. 그리고 너도 지금이 더 좋잖아. 천 년간 도를 닦으라고? 말이 좋아서 천년이지 깨달음이라는 것을 언제 얻을 줄 누가 알아? 차라리 지금이 더 좋잖아? 조금 불완전한 인간이지만 지금이 더 좋아. 그렇지 않아?”
“그건 그렇죠.”
“흐흐흐. 그런거야. 신이라는 놈들은 모두 스스로의 힘에 너무 취해 있어. 그렇기에 그들이 지는 거야. 지금은 잠깐 반짝이기지만 결국에는 지게 되어 있어. 조심해야 할 놈들만 조심하면 그걸로 끝이니까.”
“그 인간에 대해서 잊어버린 건 아니겠죠? 로키.”
“아아. 전혀 잊지 않았다고. 하지만 방어도 제대로 못 하는 인간이야. 내 펜릴이라면 충분히 물어 뜯을 수 있어. 그보다 내가 걱정하는 건 너다. 치우를 상대로 이길 수 있어? 이번에도 도와줄까.”
“거절하죠. 이번에는 제가 이깁니다.”
“그렇게 말해놓고는 한 번도 이긴 적 없다는 것 알고 있지? 그는 지금까지 계속 봐주면서 하고 있었잖아.”
피에로의 모습을 한 사내의 말에 아름다운 미녀가 피에로를 노려보며 말했다.
“입 조심하지죠. 당신도 더 이상 신이 아니기에 여기서 죽으면 그걸로 끝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을 텐데요?”
“흐흐흐. 물론이지. 그러니 조심해야지. 암. 하지만 좀 더 잘 생각해 보라고 정말로 치우를 이길 수 있어?”
기분 나쁜 미소를 지우며 진지하게 물어보는 피에로. 로키의 말에 구미호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럴 자신도 없으면 맞겨달라고 하지도 않았어요.”
“그렇겠지. 그래야 할 거야. 안 그러면 죽을 테니까. 그럼 우리도 준비해야지.”
“그래야죠.”
그리고 구미호가 사라지자 로키가 혀를 치면서 말했다.
“하여튼 이래서 여자들은 믿어서는 안된다니까?”
“그렇게 말하면 섭섭하군요. 로키.”
그때 로키의 뒤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리자 로키가 미소 지으며 뒤를 바라보았다.
“여어. 오랜만이야. 가이아. 잘 지내고 있어? 혼자서 재미있게 놀고 있겠지?”
로키의 말에 가이아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요.”
“아아. 하지만 나도 주인 보고 싶다고. 같이 놀고 싶단 말이지. 너 혼자 놀지 말라고. 젠장 이럴 거면 역시 나도 그때 내가 안내인 역할을 한다고 해야 했는데.”
“후후후. 이미 늦었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그렇게 괴롭히면서 즐긴 것에 대한 벌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보다 이제 몇이나 남았죠?”
“밑에 있는 놈들 포함. 그리고 방금 나간 여우를 포함해서 총 5이다.”
“한 마리는 아직 깨어나지 않은 모양이군요.”
“응. 가장 골치아픈 놈이기도 하지.”
“그렇군요. 그가 일어나지 않은 겁니까?”
“아아. 안 그래도 골치 아파 죽겠어. 이 새끼는 툭하면 쳐자. 강제로 깨우자니 내가 힘으로도 딸리고.”
“그래봐야 왕의 손에 의해서 죽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로키.”
“큭큭큭. 그거야 그렇겠지. 이야 그나저나 엄청나던데? 그 방패하고 검. 그것만 있으면 완전히 무적이겠어? 무적.”
“무적이죠. 전생에도 이루시지 못 한 곳까지 가실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아니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요.”
“무한의 재능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지. 끝이 없다는 것이니까. 그보다 정말로 이제 나 그만 해도 되는 거지?”
“예.”
“아아. 다행이야. 이거 이제 재미없어지고 있었거든. 처음에는 좀 재미있었는데 말이야. 가면 갈수록 재미가 없어. 하는 일이 만날 똑같아. 죽고 죽이고는 것의 무한 반복. 재미가 없어. 재미가.”
“고생했어요. 로키. 확실하게 왕에게 전해드릴게요. 물론 처음에는 기분이 썩 좋지 않으실 것 같지만.”
“그럴까?”
“지금은 제가 전생의 기억을 봉인해 두었지만 이제 곧 풀리겠죠. 그때까지는 몸 사려야 할 거예요.”
“벌써? 빠르네.”
“예. 빠르죠. 그래서 봉인시켰어요. 아직. 아직은 이곳에서 할 일이 남아 있으니까요.”
“알았어. 그럼 수고하라고 가이아.”
“예. 마저 부탁할 게요. 로키.”
* * * * * * * * *
“이상하군.”
그렇게 말하며 리셀은 천천히 적들의. 아니 몬스터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아까부터 몬스터들의 움직임이 매우 이상했다. 공격 하고 있냐고 물어보면 그 것은 아니다.
그들은 지금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이 틈을 노려 공격을 하고자 해봤지만 저들은 너무나도 난폭해져 있는 상태. 동족도 죽이고 있는 상황이니 괜한 피해를 만들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불안했다. 아무 이유 없이 저럴 리가 없었다. 모든 것은 이유가 있는 법이다. 단순히 난폭함이 이유라면 공격을 했지 동족들을 해치지는 않을 것이다.
본능을 가진 동물들이 자신의 종족을 해치는 일은 정말로 웬만해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니 말이다. 인간을 제외하면.
“불안하지? 리셀.”
“아아. 좋지 않아. 아트리아. 뭔가 있다. 저들이 저러는 이유를 어서 알아내야 해.”
“좋은 쪽으로 생각할 수 없는 현실이 슬프네. 차라리 인간이라면 내분이 일어났을 거라고 생각하겠는데 말이야.”
“저들도 내분이 일어난 것이면 참 좋겠지....”
“그럴 리가. 저들의 목적은 인간의 죽음이야. 아직 수십억명의 인간이 남아 있는데 벌써 내분일 리가 없지.”
“... 도대체 언제 쯤 올 생각인지...”
그렇게 말하며 리셀은 지금 절실하게 자신의 애인을 떠올렸다.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그의 도움 없이는 절대로 불가능 했으니 말이다.
* * * * * * * * * *
“후우. 이제 좀 되네.”
백청색의 불꽃을 띄고 있는 천지만신검을 바라보며 태천이 말했다. 태천의 주위에는 이미 불과 얼음만이 가득했다. 이 하나의 검을 만들기 위해서 한 수많은 실패의 흔적이었다.
- 그러면 이제 다음 단계로 2개의 검을 동시에 만드는 것이다.
“그 정도는 이제 간단하게 할 수 있지. 염풍검. 염빙검.”
2개의 속성을 하나로 만든 검. 불과 바람의 검과 불과 얼음의 검이 태천의 양 옆에 나타난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 충분하다. 그러면 이제 그만 가야겠지. 지금 밖은 혼란스럽다.
“혼란?”
- 악신들이 동시에 나타났다. 3마리지.
“4마리나?”
- 황룡과 그림리퍼. 그리고 벰파이어 퀸과 히드라까지. 총 4마리나 나타났으니 지금 아주 엉망이다.
“어디서?”
- 유럽 아시아 대륙의 한 가운데서 나타났다. 각자 자신들만의 세력을 구축하고 지금 기다리고 있지.
“나를?”
- 그렇다.
“피해가 장난 아니겠네.”
- 그보다 중요한 것은 왕의 힘을 완벽하게 익히는 것이지.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어중간하게 가면 자멸이다. 이 세상의 마지막 희망이 누구인지 잃어서는 아니 된다.
“알고 있어. 거참. 세상의 마지막 희망까지 와 버렸구만.”
그렇게 말하며 태천은 천천히 공간의 힘을 모으고 그것으로 검을 만들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스스로도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많은 것들이 있었지.’
불과 수년. 5년 좀 안되는 시간이다. 그 시간이지만 태천은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이루었으며 세상은 동시에 너무나도 많이 바뀌었다.
- 그리고 명심해라. 이것이 끝이 아니다. 아직 남아 있는 악신은 셋. 악신의 수장이자 신들의 배신자인 로키와 최고의 요괴 구미. 그리고 파멸의 악룡이 남아 있다.
“강하겠지?”
- 치우가 말했다시피 치우에게 구미는 맞기면 된다. 나머지 둘이 문제지만 로키의 유일한 상대는 가이아다. 그가 부리는 펜릴에 대해서 어느 정도 면역을 가지고 있는 것은 가이아 뿐이니까.
“신을 죽이는 늑대라...”
그리고 태천이 허공을 베자 공간이 갈라진다.
“하긴 인간도 신을 죽이는데 늑대라고 신을 죽이지 못 할까...”
그 말과 함께 태천은 혼란이 벌어지고 있는 지구로 향했다.
- 이제 이 길고 긴 전쟁을 끝내야 한다. 왕이여.
============================ 작품 후기 ============================
연재가 늦은점 죄송합니다.
완결이 코 앞이다 보니 어떻게 하면 좋게 그리고 이상함 없이 끝낼 수 있나 고민하다보니 이렇게 되었네요. 아직도 완벽하게 결정이 난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열심히 해서 이상하지 않고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