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화
<22. 일타삼피>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야!!!”
갑작스럽게 나타난 4명의 악신들. 그 악신들로 인해서 순식간에 유럽 아시아 대륙이 전멸되었다. 아니 거의 전멸 가까이 타격을 받았다. 가장 심한 곳은 역시 중동과 중국 그리고 동유럽이다.
유라시아 대륙에서 거의 중심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곳에서 이들이 갑자기 나타났으니 그 피해는 말로 할 수 없었다. 심지어 중동쪽의 국가들은 이미 대부분이 완전히 멸망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으며 동유럽도 만만치 않았다.
사막이 있다고 하지만 사막을 벽으로 해서 악신들의 패악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부분을 건너뛰고 이들은 무조건 인간들이 있는 인간들이 사는 곳을 노렸다.
이에 비상이 떨어진 것은 가디언 협회였다.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른 대대적인 침공. 미국에서도 지금과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그때 보다 수배는 더 큰 규묘의 침공에 그들은 부랴부랴 헌터들을 소집하기 시작했다.
이에 천족과 마족에서도 움직였다. 지구 다음은 바로 자신들의 차례라는 것을 이들도 알기 때문에 발 빠르게 움직였다. 물론 현 세계의 최강의 헌터라고 할 수 있는 태천에게 지원 요청을 하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이렇게 지구에서 큰 일이 벌어지고 있을 때 태천은 한가하게 지옥에서 열심히 수련 중이었다.
콰콰콰콰쾅!!!!!
“으아아악!! 죽는다고!!!!”
정정한다. 죽음을 각오하고 수련 중이었다.
“고작 이 정도의 공격으로 깨지지 않는다! 좀 더 제대로 맞서고 빈틈을 노려라!!!”
“무리무리!! 절대로 무리!!!!”
권투 선수가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뭐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단 상대의 주먹을 끝까지 보는 강심장이다. 이것이 가장 기초다.
아무리 육체가 뛰어나고 재능이 있어도 상대방이 주먹을 뻗을 때 눈을 감아버리면 아무것도 못 하고 얻어맞기만 한다. 지금까지 태천은 강한 공격이 오면 당연히 피했다. 이게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초월의 방패라는 그 어떤 공격도 막을 수 있는 방패가 생겼다. 그렇기에 이 방패를 최고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상대가 공격을 할때 그 틈을 노려서 카운터를 꽂아야 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평소에 피하던 공격을 맞으면서 반격을 하는 것. 물론 맞지는 않지만 그래도 피하지 않고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간단해 보이지만 생사경의 경지를 넘으며 감각이 날카로워 진 태천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태천의 감각은 맞으면 죽는다고 표시하는 공격을 맞아야 했다. 계속 피하던 것을 갑자기 맞아야 했으니 당연히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태천은 지금 얼마전에 소환에 성공한 치우와 함께 카운터 공격을 할 수 있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치우의 공격이 너무나도 위력적이라는 것.
천수천안보살의 말을 빌리자면 산을 가볍게 쪼갤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계속해서 치우는 하고 있었고 태천은 그것을 피하고 있었다. 물론 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정면으로 받아내고 공격을 하는 틈을 노리고 공격하는 것이다. 같이 죽자는 식의 배짱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태천에게 그런 배짱은 없었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훈련을 하고 있었다.
치우도 바보는 아니다. 공간을 베어버리는 무형의 참격도 사용해 보았지만 천지만신검 덕분에 공간이나 시간에 대해서도 빠삭한 태천은 어떻게 알고 열심히 피했다.
그럴수록 치우의 공격은 점점 더 심해졌지만 나중에는 이 공간의 붕괴가 우려되어서 더 이상 그런 무식한 공격은 못 하고 그저 산이나 가볍게 가를 수 있는 약한(?) 참격만 쏘고 있었다.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받으란 말이다!!! 아픈 것도 아니지 않은가!!!”
“머리에서 죽는다고 절실하게 외치고 있는데 그걸 어떻게 그냥 맞고만 있냐고!!!”
“방패를 두었다가 어디다가 사용할 생각인가!”
“알고 있다고! 그런데 몸이 따라주지 않잖아!!!!”
“이이.. 한심한!!!!!”
치우의 외침과 함께 수천개의 참격이 쏘아지자 태천은 초월의 방패를 빠르게 사용하며 최대한 참격들을 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모든 참격을 피하는 것은 무리였다.
쾅! 쾅! 쾅쾅!!
몇 십 개의 참격이 초월의 방패를 때리자 태천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아버렸다.
“눈을 뜨란 말이다!!!”
“애초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평범한 청년이었던 사람에게 뭘 바라는 건대!!! 나는 싸움도 한 번 해본적 없었다고!!!”
“제대로 할 때까지 계속 할 거다!!!”
“살려줘!!!!!”
그렇게 태천의 지옥에서의 지옥수련은 계속되고 있었다.
* * * * * * * * * *
“연락은?”
“전혀 안 되고 있네. 어지간히 깊숙이 들어간 모양이야.”
“큰일이군.”
“큰일이지. 우리들이 전부 나선다고 해도 그저 지금 이상의 피해를 막을 뿐이지 그 근원이 되는 녀석들을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 해.”
“하아.... 이대로는 답이 없다. 이건가?”
“일단은 그렇군.”
S급 헌터들이 모인 자리. 그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들로서도 딱히 대첵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냥 일반적인 몬스터들만 처리한다면 모를까 그들의 우두머리격이며 신이나 다름 없는 그 존재들과 싸워서 이길 자신? 때려 죽여도 없다.
“일단 지금의 상황이 더 이상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에 모든 노력을 쏟아 부을 수밖에 없군. 그것이 지금의 상황에서의 최선의 방법이야.”
피터의 말에 다른 S급 헌터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들은 요격조로 움직이며 최대한 몬스터들을 처리해보도록 하지. 하지만 그렇게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아. 우리라고 해서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으니까.”
리셀의 말에 다른 계약자들. 듀얼 몬스터즈의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른 S급 헌터들도 이해했다는 듯이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몬스터는 죽어도 다시 부활한다고 하지만 그 타격이 소환자인 계약자 본인에게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기에 무리할 수는 없었다.
“그럼 일단 회의는 이것으로 끝내도록 하지. 각자 자신의 진영에 돌아가서 지금 회의한 내용들을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도록. 이상.”
피터의 말에 다른 S급 헌터들이 모두 나갔으며 리셀을 제외한 다른 계약자들도 나갔다. 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피터와 리셀. 그리고 김희선. 이렇게 3명이었다.
“태천과의 연락은 아직도 인가?”
피터의 말에 리셀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까 말했던 그대로다. 지옥의 어지간히 깊이 들어간 모양 같다.”
“지금 그가 없는 이상 악신이라고 불리는 이들을 쓰러트릴 가능성은 여전히 0%인가?”
“아아. 우리가 무리해서 신을 소환한다고 해도 저쪽은 3명이잖아. 이길 수 없어. 숫자에서 너무 불리해.”
“최소한 동급으로는 맞추어야 어떻게 해볼테니... 당연할테지. 그보다 요격이라는 것이 가능한 건가?”
“하늘을 나는 몬스터를 소환해서 하면 불가능 할 것은 없지만 우리도 깊숙이는 갈 수 없어. 그저 우리가 친 경계를 중심으로 1km정도만 들어갔다 나올거야. 조금만 깊숙이 가면 저들의 반항도 상상이상이니까.”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상태의 유지가 최선이군.”
“이것도 우리의 최대의 한계라는 것을 명심해. 피터.”
“알고 있다. 단지... 이렇게 무력감을 느끼는 것도 참으로 오랜감 나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어쩔 수 없어. 상대는 인간이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며 희선이 고개를 저었다. 상대는 신.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같은 신이 아닌 이상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태천은 인간을 초월했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내 능력도 통하지 않고...’
사실 희선이라고 무리해서 악신과 싸워 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곳에 오자마자 중국의 지원이 들어와서 그곳으로 향했고 최전방에서 싸우고 있을 때 우연히 황룡과 마주했다.
그리고 그녀는 시간을 멈추고 황룡에게 갔지만 황룡은 그 속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였다. 그리고 희선의 능력의 단점을 간번에 간파해버렸다.
시간을 멈춘다고 하지만 사실 상 시간을 지극히 느리게 하는 것. 그것이 그녀의 능력이다. 문제는 시간을 느리게 해도 그 느려진 시간속을 움직일 수 있는 상대를 만난다면 아무런 쓸모도 없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황룡이 그런 상대였다. 그렇기에 그녀로서는 도망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것도 황룡이 놓아주었기에 가능했었던 것이라고 그녀도 알고 황룡도 알고 있다.
“지금 우리는 방어에 열중해야 해. 어떻게든 태천이 올 때까지만 버티면 그걸로 충분할거야.”
희선의 말에 리셀과 피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희선의 말대로 이미 모든 이들이 알고 있는 그대로 그저 버티는 것이다. 이 상황을 역전시켜줄 영웅이 등장하기 전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