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화
“열심히네.”
합마를 처리하고 아직 남아 있는 독무를 태워버리고 있던 태천은 멀리서 느껴지는 거대한 힘들의 충돌에 잠시 그곳을 바라보았다.
- 팽팽하다. 하지만 이제 저들도 알겠지. 합마의 소멸을.
“그러면 도망칠까?”
- 그건 불가능 하다. 제우스나 가이아가 잡가 놓아주지 않을테니까. 저번과 같이 그림리퍼가 다시 나타난다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역시 저것들 먼저 정리하고 이거 치우는게 좋지 않겠어?”
- 지금도 독은 퍼져나가고 있는 중이다.
“쯧. 귀찮게 시리. 왜 이렇게 넓게 펼친거야?”
거의 도시 하나를 감싸고 있는 독무. 그것들을 일일이 태워야 했다. 조금만 남겨놔도 사람 1천 명 정도는 가볍게 죽일 수 있는 독이기에 결코 티끌조차 남길 수 없었다.
“아!!! 짜증나!!! 그냥 도시와 함께 날려버리고 싶다!!!!”
태천의 새로운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2개의 속성을 하나로 합쳐서 만든 천지만신검. 불과 바람이 합쳐진 일명 염풍검이라면 충분히 이 도시와 함께 독무를 완벽하게 태워 버릴 수 있었다.
- 여파를 생각해라. 여파를.
“하지만 이거 솔직히 일일이 다 못 없앤다고. 이미 건물 안에 들어가 있는 독들은 어떻게 하라고? 이렇게 할 바에는 역시 모조리 태워 버리는 것이 좋지 않아? 아 그보다 지하수에 들어간 독은 어떻게 해?”
- 거기라면 계속 신경 쓰고 있다. 독을 해독하지는 못 하지만 독이 더 이상 퍼지는 것 정도는 막을 수 있으니까. 아직 지하수나 다른 수로까지 침범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역시 그냥 모조리 태워 버리자. 이거 이렇게 했다가는 끝이 나지 않겠어.”
- 하지만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거다.
“그 정도야 그냥 무시하면 그만이야!”
그리고 태천은 하늘로 올라갔다. 밑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는 이들이 있지만 상관없었다. 오히려 태천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제우스와 황룡이 직접 보기까지 했지만 무시하고 둘만의 싸움에 정신 없었다.
“이 정도면 되겠지.”
지상으로부터 1km정도 떨어진 곳. 그곳에서 서서 태천은 염풍검을 만들고 천천히 기운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더더욱 강하게 타오르는 염풍검.
불의 칼날에 그 안에 깃든 바람은 그 강함을 더해가며 불꽃도 그 온도를 더더욱 높아지고 있었다.
“염풍멸세!!!!”
지옥에서 딱 한 번 사용해 본 기술로서 염풍검으로 사용하는 최고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일거에 모든 힘을 폭발시켜 대상을 태워 버리는 기술로서 태천은 이 기술로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만한 면적의 땅을 소멸시킨 적이 있었다. 물론 그 정도의 위력으로는 하지 않았다.
“이 힘은!”
“피해요!! 제우스!!!”
“젠장! 뭐야 이건!!!”
“물러나라.”
머리 위헤서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기운에 신과 악신은 싸움을 멈추고 물러났다. 그리고 그들이 자리를 피하자 거대한 불길이 지상을 덮쳤다. 마치 신이 인간들에게 주는 화형과도 같은 뜨거운 불길.
콰콰콰콰!!!!!
커다란 불꽃의 회오리가 도시를 완벽하게 태워 버리며 재로 만들어 버리고 있었다. 합마가 만든 독무는 옛날에 사라졌다. 거대한 불꽃의 회오리. 그것을 본 청룡이나 황룡은 식은땀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인간들이 보기에는 그저 그런 불꽃의 회오리지만 지금 그 둘이 보기에는 어떠한 것 보다 무서운 것이었다.
“저런걸... 인간이 다룬다고? 역시 미쳤다니까!”
“위험.”
위험하다는 문제가 아니라 이 정도면 이제 소멸이 걸린 문제였다. 지금까지 지은 업으로도 상당히 큰 패널티를 받아야 하지만 저기에 걸리면 알짤 없는 소멸이었다. 영혼까지 깨끗하게 말이다.
“굉장하군.”
“이게 초월의 힘...”
제우스나 가이아도 거대한 불꽃의 회오리를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그들도 초월급에 대해서 이야기만 들었지 실제로 직접 위력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으니 당연했다.
“제우스! 그들이 도망치고 있어요!!!”
그때 건너편에 있던 황룡과 청룡의 기운이 멀어지기 시작하자 가이아가 급히 외쳤다.
“알고 있네!”
그리고 제우스가 하늘로 향해 손을 뻗자 뇌전의 비가 청룡과 황룡이 있는 곳으로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태천도 염풍검을 이번에는 그 둘을 향해 겨누었다.
“염풍멸세!!!”
다시 한 번 사용되는 태천의 필살기. 이 역시 위력을 대폭 감소 시켰지만 대신에 그 크기를 최대한으로 키웠다. 물론 좌우로 말이다. 높이 700m정도에 좌우 넓이 수백km의 거대한 불꽃의 기둥.
성경에나 나오는 신이 이스라엘 백성들을 만들었다는 불의 기둥을 보는 것과 같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불 기둥은 후일담이지만 우주에서도 관측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그리고 그것을 본 모든 사람들은 그저 입을 벌리며 거대한 불기둥을 바라만 보았다.
“제우스! 가이아!!!”
하지만 태천은 알 수 있었다. 고작 이 정도로 죽일 수는 없다. 위력을 최하로 두고 그 크기만 신경 썼으니 말이다. 단지 저들의 도주를 저지할 생각으로 사용한 기술이니 딱 거기까지의 역할이 전부일 것이다.
“알고 있다!!! 번개여!!!”
“오랜만에 하는 군요. 죽음의 낫!!!”
제우스는 큼직만한 번개를 던졌고 가이아는 언제 꺼냈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뭔가 소름 끼치는 커다란 낫을 소환하더니 부메랑처럼 낫의 날만 던졌다.
태천의 불꽃 기둥이 사라지자 곳곳이 타 있는 황룡과 청룡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둘을 향해 제우스의 번개와 가이아의 낫은 정확하게 날아가고 있었다. 그래 명중할 것처럼 보였다. 이게 중요했다.
“공간연결!”
그때 이상한 목소리와 함께 그 둘 앞에 검은색의 구멍이 생기더니 제우스의 번개와 가이아의 낫이 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가이아는 급히 낫을 잡아 당겼기에 들어가자마자 나왔지만 제우스의 번개는 그대로 들어간채 구멍이 닫혔다.
“공간연결.”
- 위다!!!
“염풍검!”
천수천안보살의 외침에 태천은 위를 보지도 않고 염풍검을 내 머리위에 대검의 크기로 만들자 태천의 머리 위에 번개가 내려쳤다.
“뭐야 이건...”
태천이 그렇게 당황하고 있을 때 검은색 천이 황룡과 청룡을 감싸자 태천은 급히 공간의 검을 만들어서 허공을 아니 저 검은색 천이 있는 공간을 크게 베었다. 하지만 늦었는지 청룡과 황룡은 사라진 상태.
“또 도망친거야?”
“그림리퍼가 끼어들었군. 역시 그 녀석부터 처리해야 한다. 안 그러면 끝이 나지 않겠어.”
“그래도 확실히 어느 정도 타격은 주었으니 오늘은 그것으로 만족해야 겠군요. 아쉽지만 그들의 본거지가 어디있는지 모르는 이상 쳐들어 갈 수는 없으니까요. 무엇보다 이제 왕도 한계니까요.”
“그건 그렇지.”
20%이하로 떨어져 버린 정신력을 느끼며 태천은 한숨을 쉬며 염풍검과 공간검을 사라지게 하였다. 그리고 제우스와 가이아 또한 빛과 함께 사라졌다.
- 방금 전에 감각은 있었나?
“대략적으로는. 하지만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 그래도 그림리퍼에게 확실히 타격을 주었을 거다. 내가 보기에도 확실히 베였으니까.
“그랬으면 좋겠네.”
* * * * * * * * *
“커억!”
“크으윽!”
어둠의 뿐인 동굴에 있는 여러개의 횃불. 그 공간에서 공간이 열리며 커다란 황금색의 용과 검은색의 로브를 뒤집어 쓴 존재가 나타났다. 동시에 청색의 비늘을 가진 용도 말이다.
“젠장... 죽다 살아났네.”
“흠.”
로브를 뒤집어 쓴 존재는 자신의 옆 구리를 만지더니 그곳에서 회색의 액체가 나오고 있었다.
“제대로 베였군...”
그 모습을 본 황룡이 몸의 크기를 줄여 인간의 모습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황룡도 등에 커다란 검상이 있었다.
“거기다가 청룡은 당해 버렸고.”
청색의 비늘을 가진 용. 청룡. 청룡의 목에는 커다란 상처와 함께청룡의 몸이 천천히 검은색의 가루로 변해서 사라지고 있었다.
“청룡의 잔해는 내가 먹겠다.”
“그렇게 해라. 리퍼. 이번에는 덕분에 살았으니. 아 그래도 나도 좀 줘. 나도 썩 좋지 않으니까.”
“알아서 적당히 가져가도록.”
그리고 그림리퍼와 황룡은 청룡의 시체에 다가가더니 청룡의 몸이 완전한 검은색의 가루로 변하더니 황룡과 그림리퍼에게 흡수되었다. 동시에 그 둘의 상처도 서서히 회복되었다.
“젠장. 청룡의 힘을 흡수해도 이 정도가 최선인가?”
“역시 위험해. 그 자의 검은 너무 위험하다. 나도 이제 다시는 이렇게 너희들을 구할 수 없을 것 같군.”
“그럼 곤란하게 되었네.”
그때 둘 만이 있는 공간에서 여성의 목소리와 함께 가슴이 깊게 파인 붉은색의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모습을 들어내었다.
“청룡은 죽고 황룡은 부상. 그리고 그림리퍼도 부상. 이래서야 남은 숫자라고 해봐야 3명이 전부네.”
“시간만 있으면 회복 할 수 있다고. 박쥐.”
“박쥐라고 부르지 말아줄래? 지렁이.”
“하아. 뭐라고 하면서 한 바탕 하고 싶지만. 끄응. 몸상태가 이러니 그것도 무리겠군.”
“멍청하기는. 개구리를 믿으니까 그런 꼴이 나는 거야. 그런 어중간한 독을 뿌리는 놈을 왜 믿었나 몰라.”
“젠장. 누가 그 독을 태워 버릴 줄 알았냐고. 더 충분히 주의해야 했었는데....”
“이제와서 이렇게 말해봐야 무의미 하지. 리퍼. 상처 회복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로 잡아도 1년이다.”
“우리가 치료제를 나르면?”
“그걸 해서 1년이다.”
“흐음.. 오래 걸리네. 뭐 일단 알았어. 덤으로 황룡 너는?”
“1~2달이다. 양은 많이 해서.”
“하아. 내가 어쩌다가 이 둘의 뒤치다꺼리까지 하게 되었는지 원.”
“나중에 신 한명 잡으면 너 한테 모조리 넘길게.”
“이 빚은 확실하게 갚겠다.”
황룡과 그림리퍼의 말에 여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말 잘 지키라고. 너희들. 그러면 나는 치료제 공급하러 가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