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화
“놀랍군. 설마 인간 중에 내 최고의 독을 태워 버릴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안 그런가? 제우스. 가이아.”
150cm정도에 뚱뚱한 보라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50대 중반 정도의 남성이 가이아와 제우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역시 네 녀석이냐? 독 개구리.”
“크윽. 나는 독 개구리가 아니다! 합마라는 이름이 있다! 망할 신들아!!!”
그리고 그 중년인이 입을 벌리자 입에서 보라색의 연기가 제우스와 가이아가 있는 곳을 향해 쏘아지자 그 둘은 가볍게 뛰어 오르며 피했다.
그때 하늘에서 한 줄기의 번개가 내려치자 제우스가 손에 뇌전을 만들고 그 번개를 맞 받아친다.
“기습인가? 여전히 지렁이 같은 짓을 하는 군.”
“말 하는 싸가지 하고는. 그러니까 너희들이 우리에게 지는 거야.”
거대한 황금색의 비늘을 가진 용. 황룡의 등장이었다. 그리고 그 황룡의 옆에 푸른색 비늘을 가진 청룡도 있었다.
“자. 그럼 해볼까? 오랜만에 하는 신 사냥이로군. 조금 흥분되고 있어.”
“쯧. 빨리 하는 게 좋을 거야. 그 인간이 여기에 올.”
화르르륵!!!!
합마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중년인의 말이 끝나기 전에 그들의 사이에서 거대한 불꽃의 회오리가 스쳐 지나갔다.
“이야. 이것 참. 엄청나네. 이거 진짜로 멀리 퍼지지 않아서 다행이야. 퍼졌다면 지구에 있는 인간들 모조리 전멸일 거야.”
불꽃의 회오리로 인해서 시원하게 뚫린 길을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는 인간. 그 인간을 본 황룡과 청룡 합마의 얼굴이 단단하게 굳어버렸다.
“그나저나 과연. 너구나. 이 독을 퍼트린 개구리라는 놈이.”
“건방진..”
“그리고 황룡과 청룡. 알아보기 쉬워서 좋네. 제우스는 황룡이랑 싸우고 가이아랑 청룡하고 나랑 저기 있는 개구리랑 싸우면 되겠지.”
태연한 태천의 말에 합마가 말했다.
“인간 주제에 이 몸과 싸우겠다는 것이냐?”
“독과 불의 상성을 생각하면 내가 압도적으로 유리한데? 거기다가. 내 불이 설마 개구리의 독 하나 태우지 못 할까봐. 착각은 자유지만 누가 더 강한지 약한지는 확실하게 해두자고.”
그리고 태천은 자신의 손에 들린 검을 합마를 향해 가볍게 휘두르자 그곳에서 생겨난 불꽃의 회오리에 합마가 급히 몸을 날리며 태천의 공격을 피했지만 그의 뒤와 근처에 있는 독무들은 또 다시 불에타며 사라졌다.
“번개여!!!”
“하압!!”
제우스가 손에 뇌전을 청룡에게 쏘았고 가이아는 땅을 움직여 청룡을 공격했다. 둘의 공격에 황룡과 청룡도 제우스와 가이아의 공격을 맞받아쳤다. 이것으로 이제 싸움은 시작되었다.
“자 그럼 우리도 해볼까. 이곳에 오면서 상당히 짜증났거든. 살짝만 닿아도 죽는다고 해서 엄청나게 신경 써서 왔다고. 그리고 정말로 위험할 때 사용해야 할 비장의 무기도 이렇게 꺼내 버렸고. 네가 알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훗. 지금부터가 전력이다!’라고 외치고 싶었던 내 마음을!”
- 이상한 곳에서 폭주하지 마라. 왕.
등 뒤에 나타난 황금빛. 천수천안보살이 나타났다.
“네년은... 그때 분명 처리했을 텐데... 아니 그보다 너는 초월자가 아니야. 인간이 아니구나!”
“아는 사이?”
- 본래의 천수천안보살은 초월자. 즉 인간에서 신의 영역에 도달한 자입니다. 부처의 기원을 아시겠죠? 부처는 애초에 인간으로 태어났습니다. 대부분 불교에서 말하는 이들은 인간이나 요괴가 초월자가 되어서 신의 경지에 오른 것이지.
“너 처럼?”
- 나는 다르다. 그들은 초월자. 신의 경지라고 하지만 신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신이지. 완전한 신이다. 비록 힘이 약하기는 하지만 신은 신. 그러니까 합마가 놀라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고 완벽한 기적이라고 할 수 있지.
“기적이라... 별로 어렵지도 않은데. 조금 노가다만 하면 되는 거잖아.”
- 왕이라서 가능한 것이지. 그보다.
“알고 있어. 어딜 도망치려고 하냐!”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검을 휘두르자 허공이 일렁이며 본채의 모습으로 돌아 온 합마가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진다.
“... 개구리잖아?”
“개구리라고 부르지 마라!!!! 인간!!!!”
커다란 보라색 개구리의 말에 태천은 어이없어 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개구리였다. 그런데 개구리라고 부르지 말라니? 아니 따지고 보면 두꺼비나? 합마가 두꺼비라는 뜻이니...
“그럼 두꺼비라고 불러야 해?”
“당연하다!!!”
“그게 그거지... 너도 참 이상한 곳에서 따진다. 어찌되었든 빨리 끝내자고.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위력을 가지고 있는 검이라서 나도 이거 오래 유지 못 해. 안 그래도 지금 신 3명을 소환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라서.”
실제로 빠르게 태천의 정신력은 바닥을 향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무엇보다 제우스와 가이아가 본격적으로 싸우기 시작하자 정신력의 소모가 상당했다.
보통은 둘의 힘으로 알아서 하지만 신과 신의 싸움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아직 힘이 덜 회복 된 것이라서 그런지 태천의 정신력마저 끌어 들이면서 싸우고 있었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간다!!!”
태천의 외침에 천수천안보살의 황금빛 손이 합마를 향해 뻗어지자 합마가 다리를 움직이며 100m가 넘는 거대한 몸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개구리 주제에 빠르게 움직이네.”
“개구리라고 하지 마라!!!”
머리 위헤서 들리는 소리에 태천이 고개를 들기 전에 이미 천수천안보살의 황금빛이 합마를 포위하고 있었다.
“죽어라!!!”
합마의 입이 열리며 그 안에서 강력한 독무가 뿜어져 나오자 태천은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렀다. 불과 바람의 속성 2개가 하나로 이루어진 검. 그 위력은 역시나 발군이었다.
“켁!”
천수천안보살의 황금빛 때문에 제대로 피하지 못 한 합마는 아주 살짝 불꽃의 회오리에 스쳤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그 부위가 타며 주위의 부분까지 태워가고 있었다.
“이이!!! 인간!!!!”
긴 혀를 내밀며 스스로 그 부위를 짤라낸 합마가 이번에는 혀를 이용해서 태천을 공격하였는데 태천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혀를 보지 못 했다. 너무나도 빨랐다.
“멍청한 놈.”
하지만 태천은 피했다.
“내가 보지 못 하는 공격이라고 해서 천수천안보살까지 보지 못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바보야!”
콰쾅!!!
그때 땅에서 황금빛이 솟구치며 합마의 몸을 묶어버렸다.
“다음부터는 머리를 좀 쓰면서 살아라! 개구리!!!”
“나는 개구리가 아니다!!!! 두꺼비다!!!!”
“그게 그거라니까.”
그렇게 말하며 합마의 몸에 태천이 검을 찔러 넣자 그 부분부터 불이 붙더니 순식간에 합마의 전신에 불에 휩싸이며 검은색의 제가 되어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엄청 약하네.”
태천의 말에 천수천안보살이 고개를 끄덕였다.
- 강력한 독을 제외하면 무서울 것 전혀 없는 악신이니까. 그보다 이 주위의 독부터 어떻게 제거해야 한다. 이대로 두면 인간들의 피해가 생기기 시작할 거다.
“알고 있어.”
그리고 탳너은 손에 들린 검의 화력을 더욱 높인다.
“최대한 빠르게 정리하고 도와주러 가야겠다.”
* * * * * * * * * *
쿠르릉! 콰지지직!!!
번개와 번개의 충돌. 황룡의 노랑색 번개와 제우스의 흰색 번개가 계속해서 충돌한다.
“큭! 망할 노인네가!”
“건방진 지렁이 주제에 입 놀리지 마라라!!!”
둘의 싸움은 그야 말로 용호상박. 서로 같은 힘을 사용하는 둘이고 그 둘의 힘의 차이는 없다. 그렇기에 둘은 서로를 죽일 듯이 공격하지만 둘 모두 성과를 거두지 못 하고 있었다.
청룡과 가이아의 싸움도 비슷했다. 청룡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장점을 최대한 이용하며 가이아를 공격했다. 하지만 땅 위에서 가이아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니다.
태양이 있는 아마테라스가 엄청나게 강하듯이 땅 위에 있는 가이아 또한 그러했다.
“고작 이 정도 입니까!”
“시끄러운 여자!”
강력한 회오리가 몰아치지만 가이아가 만든 바위는 굳건하게 바람을 버틴다. 계속해서 바위가 깍여 나가지만 그것 보다 새롭게 나타나는 바위가 더 빨랐다.
둘의 힘은 누가 뭐라고 해도 가이아가 더욱 강했다. 하지만 가이아가 청룡을 완전히 이기지 못 하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청룡이 하늘에 있다는 점뿐이었다.
“비겁하군요! 남자라면 내려와서 싸우세요!”
“흥! 나는 자살할 생각이 없다. 멍청한 여자.”
“이이.. 아까부터 계속 듣자하니 계속 멍청하다니 시끄럽다고 말하는데..... 당신 제가 누구인지 알면서 그러는 건가요? 당신의 탄생 자체가 제가 없었다면 불가능 했다고요!”
“태어나게 해달라고 빈 적 없다. 여자.”
“그게 당신을 탄생시킨 어머니 격인 존재에게 할 소리입니까!!!”
“부모를 고를 수 없어서 슬프군.”
둘의 대화가 조금 이상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생명은 대지가 있기에 살아간다. 물고기들조차 바다의 깊은 곳에 있는 땅이 없으면 살 수 없다. 그렇게 된다면 바로 행성의 핵과 닿아서 바다가 모조리 증발해 버리는 것으로 끝이니 말이다.
무엇보다 가이아는 죽음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생명도 상징한다. 그런 그녀이기에 생명의 탄생에 대해서는 그녀가 깊숙하게 관계되어 있다고 말해도 전혀 틀리지 않은 이야기다.
“애초에 당신은 왜 악신이 되어서 우리와 싸우는 겁니까!”
그녀가 아는 한 청룡은 딱히 욕심이 없다. 바람을 다루어서 그런지 그냥 되는대로 이리 저리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 청룡이었다.
“자유를 위해서.”
“자유라고요? 우리가 언제 당신의 자유를 침범했습니까? 우리는 결코 신계에서 쉽게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청룡.”
“하지만 우리들에게 여러 가지 일을 시키지. 그것이 내 자유를 침범했다.”
“어이가 없군요. 그런 일을 가지고 저희들에게 싸움을 거는 겁니까?”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가이아.”
“.... 저희가 잘못 했다고 해서 이제는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죠. 이미 당신은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었습니다.”
“어차피 죽을 거다. 네가.”
“그건 해 봐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대지와 바람이 충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