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얼리스트-119화 (119/132)

119화

땅이 흔들린다. 녹색의 찬란한 빛이 세상을 감싼 후 태천을 중심으로 땅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지진과 같아 뒤에 있는 군대나 피난민들 모두 당황하게 만들었다.

쿠르르릉!!!

그때 서서히 땅이 갈라졌다. 크게 갈라진 것이라면 사람들이 더욱 패닉에 빠지겠지만 크게 갈라지지는 않고 태천을 중심으로 20m정도만 갈라졌다. 그리고 그 갈라진 땅 틈에서 천천히 한명의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났다.

“이렇게 직접 보는 것은 이번에 3번째던가요? 왕이여.”

“응. 그보다 지금 주위를 둘러보면 말 안 해도 알 것 같은데.”

“알고 있습니다. 천수천안보살을 통해. 우리들도 현 상황에 대해서 모두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왕이여. 내가 구할 수 있는 이들은 모두를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끝까지 황룡의 주박에서 저항하는 이들. 이들만이 내가 구할 수 있는 이들입니다.”

“그 사람들만이라도 구해줘.”

“그렇게 해드리죠. 때 마침 성녀가 있군요.”

“그녀의 힘도 필요할 것 같아서 이쪽으로 오라고 했어.”

“잘하신 거예요. 그들을 완벽하게 황룡의 주박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힘도 필요하니까요.”

“그런가?”

“저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답니다. 자잘한 문제까지는 제가 신경 쓸 수 없어요. 아쉽지만 그것이 어떻게 보면 신의 한계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겠군요.”

그리고 가이아가 양손을 활짝 펼치자 그녀의 몸에서 초록색의 기운이 다시 한 번 사방으로 뻗어졌다. 그 기운에 닫는 황금색의 리자드맨은 몸을 비틀더니 2가지 반응을 보였다.

가장 먼저 서서히 비늘이 떨어지면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이들이 있었다. 이들이 전신에 비늘이 거의 다 떨어지고 몸도 인간의 몸으로 거의 다 돌아오기 무섭게 땅이 움직이며 그들을 뒤에 있는 피난민들이 있는 곳으로 옮겼다.

그리고 그 피난민들이 있는 곳에서 대기 하고 있던 성녀는 가이아가 보낸 사람들을 차분히 받으며 남아 있는 주박을 벗기고 비늘을 벗기며 사람들을 구하였다.

그리고 또 다른 반응은 서서히 석화되고 있는 이들이었다. 다리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돌로 굳어가는 이들. 이들이 가이아가 말한 구제가 불가능 한 이들이었다.

강대한 힘을 얻고 힘에 취해 무자비한 살육을 벌였으며 황룡의 주박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이들. 이들은 전신이 돌이 되었다. 그 후 천천히 부서져 내리면서 나중에는 먼지가 되며 사라졌다.

순식간에 가이아를 중심으로 10km정도가 이런 현상을 보이면서 사람들을 구하고 있었다. 이 날 가이아가 황룡의 주박으로부터 구한 사람은 총 2만 명이 조금 넘었다. 하지만 기존의 이들의 숫자를 생각하면 너무나도 적은 숫자였다.

“그 만큼 황룡의 주박이 강하다는 겁니다.”

“다르게 보면 그 만큼 사람들의 의지가 박약하다는 거지.”

“그렇게 볼 수도 있죠. 하지만 이제 정말로 시간이 얼마 없군요.”

모든 일을 처리하고 밤이 된 지금 태천은 가이아와 이야기 하면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욕할 거예요.”

“그런가? 하지만 나는 그들이 평생 해도 이기지 못 할 강한 놈들과 싸우잖아. 거기다가 뭐만 하면 나와서 사람들 도와줘야 하고. 이래서 나는 영웅이 되고 싶지 않다는 거야. 내 개인적인 시간이 너무나도 부족하거든.”

“영웅은 누가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죠. 그런 영웅은 영웅이라고 부르지 않아요.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여서 그 행동의 결과를 사람들이 보고 판단을 내렸을 때 영웅이 된다면 그것이 진정한 영웅이죠. 신이 영웅을 내린다고 하지만 그건 틀렸어요. 그들은 스스로 자신의 길을 나아갈 뿐이죠.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 그것을 보고 사람들은 영웅이라고 부를 뿐입니다.”

“나는 누가 강제로 시켜서 여기 있는데 영웅이야?”

“강제로 시킨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걸요?”

“반 강제나 마찬가지잖아. 내가 하지 않으면 누구도 할 수 없으니까 온 것뿐이야. 거기다가 언론에서는 또 얼마나 떠들어?”

“그런 것은 그냥 주위에서 하는 말이죠. 왕은 평소에 주위에서 떠드는 말 몇 마디에 흔들릴 분이 아니잖아요? 당연히 여기 온 것 자체는 왕의 본인의 생각이죠. 그렇기에 왕이 영웅이 될 수 있는 거예요.”

“그렇게 착해빠진 호구는 아닌데 말이지...”

“영웅이라고 해서 뭐든지 가능하다는 생각은 버려야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도 동시에 사람들을 돕는 영웅도 있어요. 선과 악. 이 두 가지만 존재할 정도로 세상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잖아요?”

“슬픈 이야기지. 간단하게 딱딱 정리되면 참 좋을 텐데 말이야.”

물론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는 것 정도는 태천도 알고 있었다. 어디 세상이 그렇게 간단하게 흑백논리로 정리 되겠는가?

“그보다 가이아.”

“예.”

“황룡이랑 청룡은 강해?”

“강해요. 악신들 중에서도 강함으로 15위안에 들어갈 정도로.”

“저번에 잡은 주작은?”

“아슬아슬하게 딱 15위 정도가 될 거예요. 물론 전력을 낼 수 있다는 조건하에 말이죠. 왕이 잡았던 그 당시의 기준으로 하면 30위 안에 들기도 힘들죠.”

“최소 2배 이상 강하다는 이야기네.”

“2명의 신을 소환하려는 것은 좋은 판단이에요. 황룡의 경우는 제우스에게 그리고 청룡은 저와 왕과 천수천안보살. 이렇게 셋이서 빠르게 처리하고 황룡을 같이 공격하면 충분히 둘을 잡을 수 있을 거예요.”

“황룡이랑 싸우는 것을 제우스가 버틸 수 있어?”

“호호. 저희가 그들에게 비록 계속 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숫자에서 밀리기 때문이에요. 1:1로 싸운다면 악신들 중에서 한 4명 정도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저희와 1:1로 싸워서 이길 수 없어요.”

“그렇게 강한데 졌다고?”

“숫자에서 밀렸으니까요. 신은 그렇게 숫자가 많지 않아요. 거기다가 우리 같은 경우는 저희를 믿는 사람들의 숫자 또한 저희의 힘과 깊은 관련을 가지니까요. 단 한명의 인간이라도 저희의 존재를 믿는다면 저희는 사라지지 않지만 단 한명도 저희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면 저희는 사라지게 되요. 죽지는 않지만 길고 긴 잠에 빠지는 거죠. 그런 식으로 악신들은 신들을 한 명씩 그 숫자를 줄였어요. 지금에 와서는 30명도 남지 않게 되었죠.”

“20명이지? 내가 천수천안보살을 탄생시키기 전까지는.”

“예. 그것이 전부에요. 정말로 소수의 인원만이 남아 있는 것이죠. 악신들도 그 만큼 숫자가 줄어들었지만 솔직히 이번에도 왕의 도움이 없다면 저희가 패했을 거예요. 저희는 이제 더 이상 싸울 힘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거야?”

“거의 그렇죠. 이기나 지나. 아마 이번의 전투를 마지막으로 저희는 한 동안 쉬어야 할 거예요. 이긴다면 별 문제가 없지만. 진다면 정말로 거의 영원에 가까운 시간 동안 잠들어야 겠죠.”

“이기면?”

“그거야 왕이 어떻게 하냐에 따라서 저희들의 처우가 결정될 거예요.”

“그렇게 말하니 뭔가 묘한 압박을 받네.”

“긴장할 필요도 압박 받을 필요도 없으세요. 그저 하고 싶은 걸 하세요. 이번 악신의 일만 끝난다면 저희는 이제 더 이상 왕에게 원하는 것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악신도 너희가 나에게 요구한 건 아니네. 그 녀석들이 멋대로 설쳐서 내가 잡는 거지.”

“후후. 그것도 그렇죠. 하지만 그것이야 말로 운명이라는 것이겠죠. 무한의 재능을 타고난 왕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거기다가 때 마침 듀얼 몬스터즈를 만들 수 있었던 천재의 탄생 또한 그러하고요. 모든 것은 다 왕을 위해서 준비된 것이에요.”

“너희가 그렇게 한 것은 아니고?”

“저희가 그 정도의 능력이 있다면 악신들을 상대로 고전하지 않을 거예요. 이런 일을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만들었다면... 아마 그가 이 우주를 창조한 태초신이겠죠. 오로지 그분만이 이 세상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으니까요. 저희가 다루는 것은 운명이라고도 부르기 미묘한 그저 몇 안 되는 미래니까요.”

“그래서 내 운명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 이거야?”

“예. 사람들이 착각을 하는데 운명은 결코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그저 순응해야 하죠. 거부해봐야 본인만 피곤해지거든요. 무엇보다 거부한다고 해서 거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또한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운명을 개척한다. 이 부분은 개척하는 것을 포함해서 모두가 다 운명이에요. 그리고 그들이 실제로 개척하는 것은 그저 몇 안 되는 짧은 미래일 뿐. 그들의 운명 자체는 바뀌지 않아요.”

“그렇게 말하면 몇몇 사람들은 기운 쭉 빠지겠다.”

“일반 사람들의 운명은 크지 않아요. 그저 평범하게 살다가 죽는 것이죠. 그 평범의 기준은 신들의 기준으로 평범하게 에요. 아무리 큰 기업을 차려도 신들이 봤을 때는 그저 조금 특출난 인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죠. 왕 정도는 되어야 특별한 운명을 타고났다고 하는 거예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