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화
중요한 일. 하지만 항상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자신의 바로 눈앞에 있는 일이다.
“후우.....”
서류 처리. 이건 내가 과거 가디언 협회에서 일 할 때 나름 해 본 일이다. 하지만 지금 처리하는 것은 그 때 하던 것에 비하면 애들 장난이나 다름없었다.
“이 싸인 한번에 1천억원이 나간다니 원...”
그렇게 말하며 서류의 싸인을 한 태천은 다음 서류를 잡았다. 이것이 태천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최우선 적인 일이었다. 이 모든 서류들은 태천이 열심히 만들고 있는 학교도시에 관련된 서류들이었다.
물론 기본적인 큰 틀은 잡혀 있다. 돈에 신경 쓰지 말고 최고급으로 동시에 가장 빠르게. 하지만 거기에 대한 결제는 태천 본인이 해야 했다. 한두 푼도 아니고 억에서 크면 조까지 늘어나는 돈이다. 당연히 본인이 직접 보고 사인을 해야 했다.
“이걸 다 하면 돈이 얼마야..”
- 384조원이다. 왕의 은행 잔고를 보면 125조원이 남았군. 어서 빠르게 S급 에테르 결정체를 팔아야 할 것 같은데 서두르는게 좋겠군.
천수천안보살의 말에 태천은 한숨을 쉬었다. 태천이 정한 S급 에테르 결정체의 대한 가격. 그것을 태천은 고정시키기를 원했다. 경매를 일일이 진행하기도 귀찮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해진 가격은 상당하다. 최소 15조원. 그리고 수치에 따라서 최대 30조원으로 가격을 동결 시켰다. 물론 이것도 어마어마한 가격이다. 하지만 이 정도가 태천이 보기에는 적정선이다.
하지만 가디언 협회. 보다 정확히 말하면 S급 헌터들이 반발하고 있었다. 더 받을 수 있는 것을 왜 그 정도로 가격을 동결시키냐는 것이 그들의 의견이다. 물론 명분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이야기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은 S급 몬스터를 잡을 수 있지 태천과 같이 계속 꾸준하게 잡을 수 없다는 점이다. 즉 그들로서는 목숨 걸고 하는 한 탕이. 가격이 낮았으면 하는 생각은 죽어도 없다는 것이다.
“이미 거의 다 처리된 사항인데 마지막이 안되고 있거든.”
솔직히 시장 경제인 요즘 누가 이런 시세를 따지나 싶지만 에테르 결정체는 워낙에 중요한 물품이다. 그렇기에 가디언 협회에서 이 가격을 확실하게 정해줘야 했다. 법적으로 말이다.
그것을 기다리며 태천은 S급 에테르 결정체를 팔지 않고 있었다. 그냥 팔아도 되지만 이상하게 그들에게 지고 들어가는 기분이 들기에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또 납치나 해?”
- 어차피 시간이 해결할 문제다. 돈은 아직 충분하게 있으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왕. 내 말을 듣고 있나?
천수천안보살의 말을 무시하며 태천은 NC로 통화연결을 했다. 2명의 사람에게 말이다.
- 무슨 일이야?
- 무슨 일이지?
“지금 누나하고 리셀하고 동시에 통화중이니까 용건만 간단하게 말할게. S급 에테르 결정체. 그거 어떻게 못 할 것 같아?”
- 가능하지.
- 그 정도야 내 선에서 해결 할 수 있다.
“그럼 부탁 좀 할게. 나 돈이 바닥이 났거든.”
- 그 많은 돈이 벌써?
- 건물 하나가 아닌 도시를 만드는 일이니 당연히 돈이 많이 들겠지. 그럼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다.
그리고 리셀은 통화를 끊었고 아직 희선은 계속 통화중이었다.
“돈이 엄청 많이 들더라고. 모두 다 최고급으로 하고 지하철에 모노레일까지 깔고 하니까 순식간이던데?”
- 후우. 그러게 왜 일을 크게 벌리니...
“나 심시티 좋아하는 것 알잖아? 그거 현실판으로 한 번 해보려고 했지 뭐. 듀얼 몬스터즈도 이제 못 하는데.”
- 그것도 현실에서 하고 있잖니.
“그렇지. 자 그럼 누나도 부탁할게. 리셀은 이미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것 같으니까.”
- 후우... 알았어. 누나가 어떻게든 해 볼게.
“부탁 좀 할게.”
- 응. 너무 무리는 하지 말고 언제나 밥은 먹고. 잠도 하루에 6시간식 꼭 자면서 해야 한다.
“그렇게 할게.”
그리고 희선과의 통화도 끊어지자 태천은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작 전화할 걸.”
- ... 내 말은 전혀 듣고 있지 않았구나. 왕.
“고리타분하잖아. 지루하고 완전 엄마가 잔소리 하는 것 같단 말이야.”
- 하아...
“그럼 어서 일 처리하고 마저 공부나 해야지. 그보자 지옥에 있는 악신의 위치는 아직 모르는 거야?”
- 대략적으로 파악하고자 했지만 역시 쉽게 잡히지 않더군. 아주 꼭꼭 숨었다. 긍정적으로 보면 그 만큼 왕을 견제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
“그렇게 볼 수도 있지.”
그리고 태천은 다시 서류를 대략적으로 한 번 읽어보며 싸인을 하고 있었는데 하나의 서류가 눈에 잡혔다.
“흐음...”
그가 보는 서류에는 이번에 세우는 학교도시에 관련된 법안이 적혀 있는 서류였다. 그리고 그 서류를 자세히 읽은 태천은 한숨을 쉬었다.
“정신을 못 차리는 군.”
지금 대한민국은 그야 말로 개판 5분전이다. 청와대와 국회에서 연일 시위가 이루어졌으며 무력 충돌도 일어나고 있는 상황. 그 상황에서도 태천의 도시에 빨대를 꼽으려는 이들이 등장한다는 사실에 태천은 어이가 없었다.
“아직 정신을 덜 차린 거지. 아직 덜 혼난거야. 응.”
그리고 태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는 전면으로 움직일 때였다. 뒤에서 움직여서 효과가 없으니 직접 나서야 했다. 무엇보다 태천의 마음에 가장 안드는 것은.
“내가 피땀(?)흘려서 번 돈에 그냥 빨대만 꽂으려고? 어림도 없지.”
학교도시의 경제적 가치는 이로 측정할 수 없다. SS급 헌터가 직접 세우는 학교다. 아무리 고아나 힘든 아이들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뭐든지 최고급으로 주문한 태천이며 선생들도 그렇게 맞출 생각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대략적으로 이미 최고급으로 모든 것을 준비하는 태천을 보며 대략적이나마 유추할 수 있다. 무엇보다 태천이 세우는 연구단지는 전 세계 어느 곳 보다 뛰어날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고 해도 재력의 한계를 보인다면 할 수 있는 연구에 한계에 도달한다. 하지만 이 재력이 끝도 없이 계속 들어 온다면?
모든 연구가들에게는 꿈과 같은 이야기다. 그렇기에 과학자들이 몰린다. 그리고 이들이 연구한 성과는 어떻게 해서든 태천에게 어느 정도의 지분이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투자한 본인이 이니 당연하다.
거기다가 김태천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가지는 이름은 전 세계에서 이제는 그 어떠한 것보다 무거웠다. 그가 만든 학교를 졸업하면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많은 이들이 또 올 것이다. 특히 헌터 스쿨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미 학교에 대한 대대적인 광고는 한 상태기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었다. 이런 곳에. 발이라도 하나 걸칠 수 있다면 여러 가지로 이득이다. 그것을 태천도 알고 지금 빨대를 꼽으려고 하는 정치인들도 안다.
그렇기에 이 개판5분전에서도 빨대를 꼽기 위해서 움직인 것이다. 태천은 진심으로 이 서류를 보낸 이를 향해서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정말로 대단할 정도로 뇌가 없는 사람이었다.
* * * * * * * * *
“진짜 심각하네.”
직접 부산에 와서 국회를 본 태천의 감상은 심각하다는 것이었다. 조용한 폭동이라고 외국에서는 대한민국의 상황을 전하였는데 그 이야기가 딱 들어 맞았다.
경찰과 대치 중인 시민들. 그리고 능력자들은 자기들 끼리 알아서 대치하고 있었다. 간간히 싸우는 모습도 있지만 곧 다시 조용해진다. 조용한 폭동. 서로가 서로에게 단 한마디도 안하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래서 어디 있는 거야?”
- 건물 안에 있다.
“그래?”
그리고 태천은 망설임 없이 허공답보를 사용하여 국회의 건물로 향하자 사람들의 시선이 태천에게 쏠렸다. 당연히 경찰 측의 초능력자가 태천에게 접근했다.
“안으로 들어갈 수...”
하지만 곧 태천의 얼굴을 보며 입을 닫았다. 태천의 얼굴은 매우 유명하다. 평범한 얼굴이지만 요즘 시대의 사람이라면 한 번은 봤을 얼굴이다.
“저 안에 있는 양반하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좀 해야 하는데 비켜주시죠.”
“아.. 안됩니다.”
직업정신이 투찰한 초능력자를 보며 태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순식간에 속도를 올려서 돌파한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안 경찰들은 없다.
생사경의 경지마저 넘어 버린 태천의 움직임을 누가 따라잡을 수 있겠는가?
“아.. 안으로 들어갔다! 연락해!!!”
“예!”
태천이 들어간 국회안. 그곳은 이제 정말로 폭발 10초전의 화약고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