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화
대기업의 회장이나 사장을 보면 알겠지만 그들은 매우 바쁘다. 처리해야 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태천도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태천이 수십, 수백배는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도시를 하나 세운다는 것. 그것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태천을 짜증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이 나라의 정치인들이었다.
“미치겠네.”
학교를 세우고 헌터 스쿨을 만든다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나라에 어느 정도 허락을 받아야 했다. 아무리 사립이라고 해도 나라에서 인정을 해주어야 한다. 헌터 스쿨 같은 경우는 말 하면 입아프다.
가디언 협회에 있는 몇몇 임원진들이 물갈이가 되었다. 모두 희선의 작품이지만 새롭게 들어 온 이들이라고 기존에 있는 이들과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오히려 더 하면 더 하지 덜 하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헌터 스쿨을 만드는 것도 엄청난 장애가 이따르고 있다. 그렇다고 그냥 뇌물 좀 주자니 그것은 태천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 그러니 내가 말했지 않은가? 그냥 이들의 비리를 찾아서 협박을 하라고. 아니면 그대로 퍼트리면 된다.
“구체적인 증거를 찾아야 하잖아. 네가 있으니 그들을 24시간 감시할 수 있지만 그것뿐이잖아?”
- 구체적인 증거도 왕이 원하면 내가 입수할 수 있다. 천개의 손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니까.
“하아.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기는 한데 말이야...”
그걸로 그냥 끝내자니 영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뭔가 좀 더 그들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는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죽일까.”
태천의 중얼거림에 천순천안보살이 말했다.
- 옛날의 나라면 찬성이지만 지금의 나는 반대다. 함부로 생명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 왕이여.
“이제는 보살이라는 거냐?”
- 그렇다.
“쩝. 그럼 그냥 협박이나 해야 하나...”
- 그것도 아니면 리셀이나 왕의 누이에게 말해보는 것이 어떤가? 그 둘이면 확실하게 해결 해 줄 것이다.
“남자가 존심이 있지..”
- 자존심이 밥먹여주지 않는다. 왕.
“내가 충분히 처리할 수도 있는 일이잖아?”
- 그럼 행동으로 옮겨라.
“흐음... 아. 그거 한 번 해볼까? 그림자 지배자.”
태천의 말에 태천의 그림자가 꿈틀 거리자 태천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천수천안보살이 표시해 놓은 녀석들 모조리 잡아다가 어디다가 가둬나.”
- ... 생각한 것이 납치인가?
“그냥 납치가 아니야. 내가 하는 일이 다 끝날 때까지. 모든 허가가 떨어질 때까지 납치하는 거야. 일단 지금 관계자들을 모두 납치하고 그 다음에 그들의 대리인 이들에게 다시 신청하고 또 뇌물 요구하면 그 녀석들 도 납치하고. 이렇게 하다보면 알아서 눈치체고 내가 하는 말에 모두 허락해 주겠지.”
- 그럼 납치된 이들의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이냐?
“관리? 무슨 관리?”
- 그냥 방치하면 죽을 수도 있다.
“지들 복이지.”
- 차라리 깨끗하게 죽이는 것이 더 괜찮은 것 같구나.
“죽이지 말라고 한 사람. 아니 신은 너야 그러니 그냥 그림자 지배자가 알 수 있게 표시만 잘 해둬.”
- 하아... 명대로 하지. 나의 왕이여.
이걸로 한 동안 시끄러워 질 것 같지만 태천은 상관없다. 태천이 가진 힘은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알 정도로 굉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태천을 무시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태천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자신 스스로 너무 안일하게 행동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반성하고 확실하게 알려줄 생각이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지금 시대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말이다.
“그 동안 내가 조금 세상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아. 알아서 기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꼭 맞아야 정신차리는 놈들이 있다니까. NC로 추적할 수도 있으니 오지 중의 오지로만 가서 가둬두고 1시간 마다 장소 바꿔. 전 지구를 빙빙 돌아다니라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 그러도록 하지.
그리고 태천의 그림자에서 그림자 지배자가 빠져나갔다. 그것을 지켜보던 천수천안보살이 태천에게 말했다.
- 일을 스스로 키우고 있구나 왕이여. 그들도 멍청하지 않는 이상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왕을 압박하려고 할 것이다. 그들도 자존심이 있을 테니까.
“그러면 끝까지 가는 거지. 사람들이 계속 사라지다 보면 그 담당 부서의 사람이 없겠지. 그렇다면 그때는 다른 놈들을 잡아다가 납치하면 되는 거야. 물론 나는 일괄적으로 모르쇠를 남발해야겠지. 실제로 모르기도 하고. 납치한 건 내가 아니고 그들을 숨기는 것도 내가 숨긴 것이 아니잖아? 나는 단지 납치를 하라고 시켰을 뿐이니까. 무엇보다 나도 어디 있는지 몰라.”
묘한 말이지만 확실하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납치하는 범은 그림자 지배자이며 그들을 숨기는 것도 이 몬스터다. 태천은 단순히 명령만 했을 뿐 납치를 했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아니라고 대답해야 했다. 실제로도 안 했으니 말이다.
- 후우... 왕의 말이니 나는 따르겠으나...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다. 왕이여.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움직여야 했다.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들이 계속 사라진 것에 대해서 그 원인을 찾을 것이고 모두 왕과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를 찾을 것이다.
“그래봐야 나랑 관련만 있을 뿐이잖아. 무엇보다 지들이 나를 어떻게 구속할 건데? 당장 한국에 있는 성녀만 내가 회수해도 바로 항복할걸?”
-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들이 움직일 거다. 일반 사람들이.
“안타깝지만 어쩌겠어. 고래 싸움에 새우등만 터지는 거지. 그런 나도 이렇게 말하는 내가 싫지만 그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확실하게 대가리만 큰 녀석들을 찍어 눌러 놓는 게 좋아. 나중을 보자고 나중을.”
- 위선이구나.
“부정하지 않겠어. 하지만 나는 인간이라고. 그것도 욕심 많은 20대 청년이야. 그런 내가 내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말할 생각은 아니겠지? 나는 너와 같은 보살이 아니야. 부처도 아니야. 그저 그런 인간이지. 너도 그 사실을 잘 알잖아. 너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로지 싸움만을 바라보면서 살았던 아수라야. 그런데 나한테 뭐라고 하면 섭섭하지.”
- 모든 것에는 업보가 있다. 그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한다. 왕이여.
“이번 일에 대한 대가는 치러야지.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하자고. 저들이 먼저 뇌물을 요구하지만 않았어도 나도 이렇게 나오지 않았어. 그 말은 저들에게 해야 하는 말이지 나에게 해야 하는 말이 아니야.”
- 그럴지도 모르지...
“그런 거니까 잘 보고 있어. 그림자 지배자에게 제대로 표시해주는 것 잊지 말고.”
- 그렇게 하겠다.
“자 그러면 나는 또 다시 신을 소환하기 위해서 노력 해 볼까.”
신의 소환. 정신력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 되었다. 듀얼리스트의 혼 덕분에 말이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것이 있다. 정신력이 어느 정도 감당이 된다고 해도 아직도 부족한 것이 있어서 손을 소환하지 못 한다.
그것은 바로 지식. 그 신에 대한 지식이다. 가령 얘를 들어 보자면 치우천황에 대한 것이 있다. 그에 대한 지식. 그것이 어느 정도 최소한으로 존재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정신력이 남아 돌아도 신을 소환할 수 없다.
“정신력이 남아 도는 정도는 아니지만.”
듀얼리스트의 혼이 있다고 하지만 신을 소환하면 정말로 아슬아슬 할 정도의 정신력이 남는다. 가이아가 보여주었던 그 %가 사기인지 아니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소환해 보면 기절하기 직전까지 갈 것이다.
“소환도 못 하지만..”
듀얼리스트의 혼이 만들어 진 이후. 신을 소환하는 것은 지옥에서 이미 해 보았다. 하지만 실패. 거기에 대한 원인을 지식의 부족이라고 천수천안보살이 알려주었다.
그래서 최근에 태천이 하는 것은 신들에 대한 공부다. 물론 그것이 다 제대로 된 것은 아니다. 그래도 최대한 공부한다. 모자란 지식은 신들이 개인적으로 과외도 해준다.
물론 그 과외를 하는 도중에는 정신력 소모가 어마어마하지만 그래도 매일 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 태천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신은 타나토스. 시간을 지배하는 신인 그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신들과의 개인 가외는 이 세계의 지식을 다 익힌 후에 해도 늦지 않으니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도대체 소환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이 뭐가 그리 많은지 태천은 불만이 한 가득이지만 한 편으로는 납득도 한다.
무려 신을 세상에 소환하는 일이다. 그것도 일개 인간의 힘으로 말이다. 그런 일이 간단할리는 없었다. 불평은 있지만 이해는 하는 것. 그것이 신을 소환하는 것에 대한 태천의 상황이다.
* * * * * * * *
“갑자기 사라져?”
“예! 연락을 해보아도 연락이 안됩니다! 집에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허어. 이것 참 또 어디서 술 먹고 뻗었나 보군. NC로 연락을 계속 하고 있나?”
“예. 하지만 여진히 답변이 없으십니다.”
“위치는 파악 되고?”
“그것이... 조금 이상합니다.”
“이상하다?”
“예. 방금 전에는 멕시코에 계셨는데 지금은 미국에 계십니다.”
그러자 청년의 보고를 듣고 있는 중년인의 표정이 단단히 굳어진다.
“출국 기록은.”
“그래서 왔습니다. 그런 기록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밀입국을 할 이유는 없고.. 납치인가?”
“가장 가능성이 높스니다만... 납치당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무엇보다 무언가를 요구하는 전화도 전혀 없습니다.”
“정말인가?”
“예. 김태천 그가 다시 학교의 건으로 연락 온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흥! 애송이가 돈 좀 번다고 기고만장 하지. 좀 더 길들여야 하니까 더 지켜보고 있어.”
“저... 하지만 그는 현 세계에서 가장 강한 발언권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가 만약에 대한민국에 있는 12레벨의 몬스터만 거두어 드린다고 해도 그 여파는 엄청날 겁니다.”
“국민들 두었다가 어디다가 쓰려고? 여론을 조종하기 위해서 괜히 매년 엄청난 돈을 방송국에 두는지 알아? 그런일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 좀 더 납치에 대해서 조사나 해보도록. 분명 뭔가 이유가 있을 거야. 그리고 납치 보다는 밀입국이 더 실질적이니 그것을 중심으로 알아봐.”
“예.”
그렇게 한 고위 관료의 갑작스러운 연락두절. 그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저 그렇게 넘어가 버렸다. 하지만 이것이 큰 사건이 되는데는 불과 이틀도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