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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리스트-103화 (103/132)

103화

그 후 태천과 희선은 여러 가지 대화를 하였다. 분위기가 야릇해지기는 했지만 일시적인 것. 희선은 그 동안 바빠서 하지 못 했던 태천과 실컷 대화를 하고 싶었던 것 뿐이었다.

물론 희선이 마음껏 양껏 태천에게 어리광 부린 것도 있었다. 그런 희선을 보며 태천은 그냥 담담히 반응했다. 이런 반응은 어릴 때부터 겪어 왔던 것이니 별로 이상할 것도 없었고 말이다.

“만족했어?”

실컷 어리광 부리기를 4시간 정도 했을까? 밖의 해가 서서히 지기 시작하자 태천이 말했다. 그러자 희선은 만족했다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아아. 대만족이야. 오랜만에 남동생오투를 잔뜩 섭취했어. 후후 정수에게 자랑할 거야.”

“그건 좀 참아줘. 그보다 이렇게 막 해도 괜찮아. 이제 누나도 제대로 연애하고 있잖아.”

그렇다. 희선은 피터와 연애중이다. 물론 둘의 분위기로 봐서는 장차 결혼까지 갈 것 같지만 그건 나중의 일.

“피터? 아아 그건 그거야. 피터와 우리 귀여운 태천이는 아주 다른 경우니까.”

“그런가?”

“그러엄~ 아무리 피터가 내 애인이고 남편이 될 남자라고 해도 딱 거기까지야. 나도 아내로서 피터를 잘 도와주고 사랑해주겠지만 그래도 우리 태천이 만큼은 아니지~”

왠지 피터가 불쌍해지는 태천이었다.

“피터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해준다고. 그러니 우리 귀여운 태천이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우쭈쭈.”

“동생이지 강아지는 아니거든. 누나.”

턱을 만지고 있는 희선을 보며 태천이 한숨을 쉬자 희선은 미소 지으며 태천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우리 태천이 똑똑하네.”

“이제는 어리광보다는 놀린다는 생각이 들고 있어. 누나.”

“호호호. 설마. 그보다 태천아. 이 누나랑 오랜만에 같이 목욕이나 할까?”

“농담이라도 사양할게.”

“어머. 왜? 어릴 때는 그렇게 자주했으면서. 아니 내가 같이 들어가지 않으면 씻지도 않았던 아이가.”

“여러 가지로 곤란하니까. 그리고 지금 내 반응을 즐기는 건 알고 있으니까 그만하자고. 더 이상 나오면 나는 무반응으로 받아치겠어.”

“그건 곤란하니까 누나는 여기까지 하도록 할게. 아아 속 시원하다. 그 동안 쌓인 것들이 모조리 풀린 기분이야. 앞으로도 종종 찾아오도록 할게.”

“사양할게.”

“선택사항이 아니란다. 동생아.”

“그보다 정수는 정말로 최근에 뭐 하고 있어?”

“그 아이? 지금 그 아이는 정신 없이 바쁘지. 나 보다 더 바쁠 걸?”

“뭐 하고 있는데?”

“회사 경영. K3의 내 지분을 정수에게 넘겼으니 이제 회사를 장악하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는 중이야. 거기다가 회사의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 너도 알다시피 그 아이가 여러 가지 만드는 것에 소질이 있잖아? 그 분야로 아예 나갈 생각인 것 같더라. 앞으로 헌터는 더 이상 하지 않는다고 저번에 나에게 말 했거든.”

“헤에. 의외네. 아니 조금은 예상했었던 건가? 그 아이가 K3에 들어갔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결국은 그렇게 되었네. 그보다 헌터를 포기한다는 것은 의외야.”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아니야. 알다시피 돈이 부족할 때 자체적으로 공수하기 위해서 헌터 자격은 그대로 살려둔다고 하더라고. 그냥 연구에만 최대한으로 몰두할 생각이래.”

“그래도 매년 최소로 잡아야 할 몬스터의 숫자가 있잖아?”

헌터 자격을 얻는 것은 어렵다. 그리고 그것을 유지하는 것도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매년 최소 자신의 등급에 맞는 몬스터 한 마리와 자신 보다 등급이 1단계 낮은 몬스터 10마리를 잡아야 그 작겨이 유지된다.

물론 S급은 A급 몬스터 10마리만 잡으면 된다. S급 몬스터는 찾아 보기 힘드니까 말이다. 아무리 벨페고르의 저주로 몬스터들이 급격히 강해진 요즘 시대라고 해도 S급 몬스터는 정말로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자주 보이기는 하지만.

그 덕에 S급 에테르 결정체가 점차 시장에 풀리고 있어서 그 시세는 상당히 많이 떨어질 것 같았지만 아니다. 역으로 계속해서 상승 중이다.

S급 에테르 결정체에 대한 여러 가지 비밀 들이 하나 둘 씩 풀리면서 S급 에테르 결정체의 가치는 날로 상승하고 있었다. 특히 요즘 에테르 결정체를 연구하는 연구원들이 꿈에라도 좋으니 딱 한 번만 보기라도 했으면 하는 것은 SS급 에테르 결정체.

이건 오로지 태천만이 구할 수 있으며 태천도 단 한 번도 판매한 적이 없고 보여준 적도 없는 그야 말로 이들에게 있어서는 전설에나 등장하는 성배와 같은 물건이다.

“그 문제는 매년 초에 한 번에 몰아서 잡아 놓고 쉬는 걸로 하고 있어. 올해도 이미 최소의 조건은 맞춰 놓았으니까 걱정할 것 없이 마음껏 연구 중이지.”

“그래... 내가 에테르 결정체나 좀 줄까?”

“이왕이면 팔아. S급 결정체 2개 정도만 팔아주면 정수도 좋아 할 거야.”

“누나 그거 살 돈은 있어?”

“없지. 당연히 돈은 나눠서 지급해야지. 일시불로 지를 수 있는 나라들은 몇 나라 없다고? K3회사가 크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수십조씩 현금 자산을 두는 회사는 아니거든.”

“그럼 크기에 비해서 현금이 너무 없는 거 아니야?”

“연구를 위해서 계속해서 끝없이 투자 중이니 어쩌겠니? 그래도 이제 스스로 조절은 할 거야. 정말로 회사 내에 현금이 바닥이 보이고 있거든. 정수도 그 정도는 알고 있을 테고.”

“만약 그래도 계속 하면?”

“주식을 팔아야지. 안 그러면 부도니까.”

“담담하게 말하네.”

“내 회사가 아니니까. 나는 천신문 하나 관리하는 것으로 충분해. 이것만 해도 머리 아파.”

“하긴 K3가 아무리 크다고 해서 천신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거기다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동안 조용히 은거 중이던 몇몇 선인 분들이 천신문으로 돌아 오셨어. 뭐 향후에 있을 큰 재앙을 대비한다고 하면서 지금 사람들을 가르치는 중이야. 덕분에 나도 힘들어 죽겠어.”

“큰 재앙?”

재앙이라는 말에 당연히 신경이 날카로워 질 수 밖에 없는 태천이었다. 그 재앙이 뜻하는 바를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천기를 보았다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 말 모르겠어. 그래도 강해지고 있으니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해서 얌전히 수련 받고 있지만... 향후 계속 지금처럼 수련 받아야 한다면 정말로 사양하고 싶어.”

“고생이네.”

“응. 정말로 고생이야. 아 그리고 태천아. 복수 말이야.”

“복수? 아. 그거.”

완전 잊어 버리고 있었던 태천이었다.

“대충 이 누나가 했어. 그자들의 비리를 터트려 버렸거든. 철저하게. 300년 형이 나왔는데 뭐 살아 있다면 300년 후에 감옥에서 나올 수 있을 거야.”

“그럼 그건 인간이 아니지.”

인간이 300년을 살았다면 이제 그건 인간이 아니다. 최소한 태천의 상식으로는 그러한 존재를 인간이라고 불러서는 안된다. 신선이나 요괴라고 불러야 했다.

“도망친 이들도 있지만 그들은 리셀과 천신문의 힘으로 찾고 있으니 곧 끝날 거야.”

“엄청 허무하게 끝나네.”

“응. 우리가 너무 강해진 것 같아. 적당히 강해졌다면 싸우는 재미가 있을 텐데 전혀 싸우는 재미가 없어. 시시하다고 할까?”

“하긴. 나는 복수에 대해서 완전 잊어 버리고 있었어.”

“후후. 태천이는 우리 남매들 중에서도 가장 바쁘게 지내고 있었으니까. 그러면 이제 이 누나도 슬슬 가야겠다.”

“돌아가는 거야? 자고 가지?”

“후후. 누나라고 그러고 싶지 않겠니?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오늘 저녁에는 또 다시 수련해야 하거든. 내가 마음으로 날을 세울 때까지 잡아 둔다고 하더라고. 말이야 쉽지..”

생사경의 경지. 그것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확실히 말이야 쉽지 그 경지가 그렇게 올라가는 것이 쉬웠다면 개나 소나 생사경의 경지에서 심검 날리고 있었을 것이다.

“고생해...”

“후우. 그래야지. 그러면 저녁 뭐 먹고 싶은 것 있니? 오랜만에 누나가 해줄게.”

“그럼 누나표 볶은밥!”

태천의 말에 희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접수 했어. 나중에 누나가 부르면 식당으로 오렴.”

식사 후 희선은 말 한 대로 천신문의 본지부로 돌아갔고 태천은 조용히 하루를 끝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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