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화
<17. 돈 좀 써볼까?>
“후우.”
통장의 잔고를 확인한 태천은 절로 한숨이 나왔다.
“너무 많이 쌓이네.”
통장에 쌓인 태천의 현금은 어느 덧 1천조를 넘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현금이라는 점이다. 지옥에 갔다가 나온 후 얻은 에테르 결정체를 처리하는데 1주일이 걸렸고 거기에서 얻은 돈은 모두 태천의 통장에 고스란이 쌓이고 있는 중이다.
“1천조면 우리나라의 1년 국가 예산에 3배인가? 참 많이도 벌었구나 나도. 하지만 이렇게 돈을 너무 쌓아만 두는 것은 좋지 않은데...”
돈이 많은 것은 좋지만 문제는 이 돈을 활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태천이 산 가장 비싼 것이라면 얼마 전에 산 이 집이다.
희선이 지었던 집을 태천은 돈을 주고 희선에게 샀다. 동시에 좀 더 집을 개조했다. 더욱 크고 넓게 말이다. 총 2조원이 소모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돈이 너무나도 많았다.
“돈을 쓸 곳이 없나?”
그때 뒤에서 들리는 여인의 미성에 태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없어.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렇게 큰돈은 사용해 본 적이 없다고. 이 집이야 내가 한 번 꼭 해보고 싶었던 집이라서 2조를 사용했다고 하지만 나머지는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 펀드나 해야 할까?”
“아니. 그건 별로 좋지 않아. 우리들에게 그런 펀드를 하라고 해도 푼돈에 불과하거든.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지.”
태천의 뒤에 있는 여인이 태천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쓸만한 회사의 목록이 필요하다면 내가 알려주겠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리셀.”
“후후. 그런가? 하지만 돈은 돌아야 한다. 너무 쌓이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야.”
그렇게 말하며 리셀은 자연스럽게 태천의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기대었다. 최근 리셀이 가장 좋아하는 행동이 바로 지금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리셀의 행동을 태천은 그냥 다 받아주고 있다. 태천도 싫지는 않다.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미녀가 자신에게 애교를 부리는데 싫어하는 남성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자선사업이나 할까?”
비단보다 부드러운 리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태천이 말하자 리셀이 말했다.
“돈 낭비다.”
“생산성이야 없지만 어차피 돈이야 넘치는 걸. 5만원 지폐로 캠프파이어도 할 수 있어. 장작 대신 사용해서 말이야.”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자선사업은 텅 빈 바다에 물을 붓는 행동이다. 아무리 부어도 끝이 없지.”
“리셀은 안해?”
“가문 차원에서 하는 것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가문의 명예를 위해서지 결코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선대부터 하지만 않았다면. 아니 초대 가주가 절대적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이 규칙만큼은 어기지 말라는 말만 남기지 않았어도 당장 그만두었을 거다.”
“그래?”
“그렇다.”
“그럼 나도 그렇게 해야지. 내 명예를 위해서.”
“명예를 위해서라면 좋은 행동이지만 그렇다고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 거지들은 그저 받아먹는 것이 전부니까.”
“나도 그저 줄 생각은 없어. 적당히 일을 해야지. 세상에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 일을 시킬 돈이 없어서 나라에서 시키지 못 하고 있는 것이지 돈 만 있다면 시킬 일 엄청 많을 걸?”
“그래서 그런 것들을 네가 한다는 건가?”
“응. 일단 애들부터 가르쳐야지. 나만의 고아원이나 재단을 가능하면 아예 학교를 하나 만들 생각이야.”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그 것이라면 나도 찬성이지. 어린 아이들은 생각이 단순하니까 충성도를 높이기도 쉽고 또한 가능성이 많거든. 유명한 기업에서 일류 대학에 많은 장학금을 투자하는 이유기도 하고.”
“일단 쓸만한 대학교, 고등학교, 중학교. 이렇게 3곳을 알아보고 마땅치 않으면 아예 내가 새로 지어야지. 부지야 사면되고. 학비는 공짜로 해야지. 무이자로 해서 애들에게 빌려주는 씩으로 하면 나머지는 애들이 알아서 하겠지.”
“그렇게 하면 네가 원하는 대로 원 없이 돈을 쓸 수 있을 거다. 단지 회수는 거의 불가능 할 거다.”
“회수하기를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야. 이자도 없으니 애들도 부담이 없을 것이고. 그리고 이 학교를 운영하면 필요한 사람들이 있으니 그런 사람들도 좀 더 고용하고 애들이 살 아파트나 지어 볼까?”
“학교는 한 지역에 있는 것이 여러 가지로 좋다. 이 나라의 땅은 작지만 그래도 돈으로 안되는 것은 없지. 이 근처는 모두 논밭이니 이 근처의 땅을 모조리 사서 학교를 짓는 것도 좋겠지.”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서 그건 못 해.”
“대통령을 움직여라.”
“에이. 그러면 쓰나.”
“권력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다.”
“이런 일로 권력을 사용하고 싶지는 않아. 뭐 부실한 재정으로 인해서 망해버린 공사가 한 두 개가 아니니 쓸 만한 곳을 하나 찾아서 사면 그만이야.”
“힘들게 사는 군... 그보다 갑자기 왜 이런 생각을 아니 이런 말을 하는 거지?”
“옛날부터 고민하고 있었어. 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에 대해서. 그리고 이런 구체적인 걸로 생각을 한 것은 최근이고. 마지막에 무엇을 해야겠다. 결정한 것은 이번에 지옥에 있을 때 결정한 거야. 거기에서 시간이 남을 때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으니까 이런 것이라도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하거든.”
“다음에는 내가 같이 가겠다.”
“최소 12레벨 몬스터 한 마리 정도는 소환해야 해. 그 전에는 불가.”
“밥과 같이 하면 된다.”
“그럼 셋이서 갈거야?”
“... 그건 조금 그렇구나. 단 둘이 가야 의미가 있는 것인데.”
“그러니 그냥 열심히 정신력을 키워서 혼자서 12레벨의 몬스터를 소환할 수 있게 되면 그때 같이 가자. 그 동안 나는 여기서 쉬면서 아까 말한 학교 설립에 대해서 진행하고 있을 테니까.”
“얼마나 쓸 생각인가?”
“100조.”
“많이도 쓰는군.”
“많다고 할 수 있지만 나에게는 그다지 큰 돈은 아니지. 지금 가지고 있는 에테르 결정체만 모두 다 팔아도 100조는 넘게 나올 테니까. 거참.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날이 올 줄은.. 4년 전만 해도 100원에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돈을 사용했는데.”
“4년전이라. 그때 평범한 협회에 소속된 곳의 공무원이라고 했었지?”
“그렇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공무원. 그것이 나였지. 그런데 갑자기 이런 능력이 생기고 말았어.”
“그래서 싫더냐?”
“싫지는 않아.”
“나도 그렇다. 그 능력 덕분에 나와 이렇게 좋은 관계가 되었으니까. 아마 능력이 없었다면 이렇게 되지 못 했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된다고 해도 더욱 오랜 시간이 걸렸을 수도 있고.”
“안될 거라고 나는 100%로 확신하는데?”
“그건 아닐거다. 나는 듀얼킹에게 매우 관심이 있었으니까. 내가 누군가에게 패배한 적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이시스나 아트리아도 그러더라.”
“그 둘은 아니다. 나에게 진 적이 있으니까. 물론 최초의 패배는 네가 선서했을 것이다. 그 이후에는 내가 해주었지.”
아주 재미있었다는 표정으로 미소 지으며 말하는 리셀을 보며 태천을 고개를 저었다. 리셀이 정말로 성격이 많이 고친 것은 확실하다. 그의 집사의 말에 따르면 지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할 정도로 그녀는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본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사람을 괴롭히는 것을 좋아했다. 그녀 딴에는 장난이지만 당하는 사람은 목숨이 위태롭다. 물론 이제는 목숨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차하면 죽을 수도 있다.
이런 장난을 여전히 즐기고 있었으며 동시에 높은 자존심은 여전했다. 단지 일시적이라고 할까 아니면 제한적이라고 할까? 그녀의 자존심이 반토막 이하로 뚝 떨어지는 상대가 있으니 바로 태천이다.
태천의 앞에서만 리셀은 조금 긍지 높은 여왕님이 된다. 물론 태천의 말을 잘 듣기도 하는 여왕님으로 말이다. 하지만 타인에게는?
성격이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공포의 여왕님이다. 여차하면 죽이는 성격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단지 예전보다 많이 그 허용범위가 늘어났을 뿐이지.
“그보다 오늘은 내가 손수 요리라는 것을 해봤다.”
“네가?”
“후후. 내가 생각해도 생각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더구나. 역시 내가 못 하는 것은 세상에 없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그래? 그렇게까지 말하니 맛이 궁금하네.”
“기대해도 좋다. 무조건 만족할테니 말이다.”
“기대할게.”
그리고 둘은 식당으로 향했다. 지옥에서 돌아 온지 8일째 되는 날. 어느 점심식사전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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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화네요.
이벤트를 하기는 해야 하는데--..... 시간 이 없는 관계로.
신작 2개를 추가해서 하루에 3개의 글을 쓰고 거기다가 이제 저도 공익생활이 끝납니다. 다음주 금요일날 끝나서...
공부를 다시 시작하거든요.
그래도 1일 1연재. 지키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