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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리스트-98화 (98/132)

98화

그럼 다음으로는 권력면을 보자면 태천은 권력이 없다. 그냥 헌터다. 하지만 그의 말 한 마디로 초강국들이 움직인다.

12레벨 몬스터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너무 분명하다. 이것을 뺀다고 말하면 기존의 12레벨 몬스터의 보호를 받고 있는 나라로서는 어떻게든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물론 최악의 경우는 포기할 수 있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포기하고 싶지 않은 힘이다. 이미 편한 길을 알았기에 어려운 길로 가고 싶지 않는 인간의 본능이다.

그렇기에 이 초강국들이 움직인다고 보고. 거기다가 태천의 여자친구. 애인은 리셀 아브라함. 아는 사람만 아는 미국의 실질적인 주인이다.

거기다가 그의 누나인 김희선은 S급 헌터들의 여왕이라고 불리면서 그들의 위에 군림하고 있다. 천신문도 대부분이 그녀의 손에 들어 왔으니 아시아 전체가 그녀의 것이라고 보면 된다.

동생인 김정수는 어떨까? 김희선과 같이 대단한 것은 없지만 김희선이 천신문의 관리에 바쁜 와중 김정수는 착실히 자신만의 세력을 키웠다. 바로 K3의 장악이다. 비록 사장이 있고 부사장이 있고 이사회가 있다고 하지만 그녀는 K3의 대부분을 장악했다.

2년간 K3의 주식의 50%를 그녀가 보유하고 있으니 김희선이라고 해도 이 회사에 관련된 일은 감히 김정수의 말에 토를 달 수 없다.

K3의 매년 순수 수입은 최소로 잡아서 400조원. 남들과 다른 뛰어난 기술력으로 헌터들의 모든 장비를 거의 다 만들고 있으며 그 품질은 전 세계적으로. 천족과 마족에게도 인정받고 있는 초초일류 기업이 바로 K3다.

권력과 금력.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쥐고 있으며 나아가면 무력도 마찬가지. 2년전 무시무시한 힘을 보여준 벨페고르를 단신으로 잡아 그 힘을 세상에 확실히 깨닫게 했으며 지금 전 세계에 있는 12레벨 몬스터가 그의 힘을 다시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 명의 12레벨 몬스터가 나라 하나를 지킬 수 있는데 다른 모든 12레벨 몬스터가 한 곳에 모여서 어느 나라를 공격한다? 이건 게임이 끝났다는 문제가 아니라 그냥 바로 지도에서 사라질 수 있다.

즉 무력마저 태천의 손에 있다. 세상의 모든 힘이 단 한 명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대해서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어떻게 할 건가? 이것은 태천이 원해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방법이 없지. 죽이려고 해도 죽일 방법이나 있는가? 우리들 전부가 달려들어도 힘들 거야. 하늘이 움직이고 있어. 그를 향해 하늘이 움직이고 있지. 인간의 힘으로 하늘을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그건 그렇지...”

“그런 것들은 나중에 신경 쓰고 일단은 천신문의 세력을 유럽에서 완전히 쫒아내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하도록 하지. 그것이 전부일 테니.”

“... 그렇게 하지.”

* * * * * * * * * *

“흐음. 이거 좋지 않군.”

“항복인가?”

“허험. 선배 좀 기다려보시지요. 그렇게 급할 것 없지 않습니까?”

“허허. 걱정 말게나. 천년이라도 기다려 줄 테니까.”

두 명의 노인이 서로 마주보며 바둑을 두고 있었다. 그때 두 노인이 동시에 하늘을 바라보더니 하늘에서 커다란 청용 한 마리가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쯧쯧. 요란하게 오기는...”

거의 땅에 다 도착한 청용이 연기로 변하더니 그 연기 속에서 한 명의 청년이 나타났다.

“선배님들. 지금 한가하게 바둑이나 하실 때입니까?”

“급할 것 뭐 있나? 그보다 땡중. 지금의 행동은 항복이겠지?”

“끙.... 한수만 물러주시지요. 선배.”

“3번이나 물러났네. 이 정도면 충분하지. 그보다 왜 그러는가?”

“알면서 다시 물어보는 건 좋지 않은 성격입니다. 선배.”

청년의 말에 도사 풍의 노인이 말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건가? 우리가 나설까? 우리는 이미 세상에서 손을 때었어. 그렇기에 여기 있는 것이지. 지금 다시 세상에 손을 댄다? 그건 우리가 할 일이 아니지. 세상에 있는 말코나 땡중들이 할 일이지 우리가 할 일은 아니야.”

“끙.. 그러니까 그 땡중하고 말코들이 움직이도록 선배가 뭐라고 해야 할 것 아닙니까? 개들이 그냥 움직이겠습니까? 지들도 어서 등선하고 싶을 텐데.”

“그럼 네가 가서 하던가.”

“저 나타나면 싸움 날 걸요? 그치들이 저 싫어하는 거 알잖아요? 내가 일찍 등선한 것 때문에 얼마나 싫어하는데.”

“그 정도로 수양이 부족한 놈들은 아니다.”

“칫. 만날 나만 부려먹네. 아 거 좀 일찍 등선했다고 너무 부려먹는 거 아닙니까?”

“동시에 네놈의 조상이고 선대 문주이기도 하지. 그러니 그냥 얌전히 가기나 해라. 아니면 좀 맞고 갈 생각인가?”

“쳇. 나도 신선인데...”

그리고 청년은 투덜거리면서 사라졌다. 이에 노승이 노도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허허. 말은 그렇게 하지만 선배도 불안하지 않습니까?”

“부정은 못 하겠어.”

그리고 바둑판 위에 있는 알들을 모두 치운 후 바둑판을 한번 두들기자 바둑판위의 선들이 사라지고 어떤 그림이 나타났다. 아니 어둠과 빛만 나타났다.

“보게나. 사방이 어둠이야. 빛은 너무나도 약하지. 하지만 중요한 점은 빛이 존재한다는 거야. 이 빛이 꺼지지 않는 이상 우리가 움직일 필요는 없어.”

“허허. 선배 하지만 우리가 조금은 도와 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아. 애들이 다 알아서 하겠지. 그러려고 그렇게 많은 것들을 남겨놓은 거야. 내가 일부로 영약 같은 것들 퍼주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천기도 몇 번 비틀어 버렸다고. 그 덕에 내가 거기서 쫓겨났지.”

“끙... 그 일에 저도 연류 되었지 않습니까? 그 문제는 생각하기도 싫군요.”

“쯧. 땡중아. 그런 작은 것에 신경 쓰지 마라. 너는 해탈 했다는 놈이 그런 시시한 것을 따지더냐?”

“해탈이라고 했다고 해서 사람이 아니랍니까? 저도 감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선배.”

“쯧쯧. 그렇게 말하면서 잘도 선계에 발을 들어놓는 구나. 그러니까 너는 내 후배라는 거다.”

“그러는 선배야 말로 홍의선녀에게 차였다고 보복으로 그녀의 정원을 엉망으로 만들지 않았습니까? 남 말 할 처지는 아니죠.”

“허험. 그건 내가 한 것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그렇게 말할수록 구차해질 뿐입니다. 선배.”

“쓸데없는 소리 말고.”

그리고 노도사가 다시 바둑판을 손가락으로 두들기자 이번에 나타나는 모습은 한창 몸을 움직이고 있는 태천의 모습이었다.

“이 아이가 바로 그 빛이야.”

“잘 컸군요. 세존님 덕분입니다.”

“그런 걸 따져서 뭐하는가? 이미 이 아이의 곁에는 수많은 신들이 있는데.”

둘이 태천의 모습을 바둑판으로 보고 있을 때 돌연 바둑판 위에 황금 빛이 나타너다니 조그마한 모습의 천수천안보살의 모습이 나타났다.

- 너희들이구나. 왕을 지켜보고 있는 아해들이.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 땡중이 보살님은 뵙습니다.”

“무량수불. 말코가 보살을 뵙는 군요.”

- 너희는 우리의 왕과 무슨 관계지?

“그 아이의 선조격인 인물이라고 보시면 편합니다.”

- 확실히. 너희들의 몸에서 그 천신문인가 뭔가 하는 곳에서 나온 무의 기운이 느껴지는 구나. 너희가 초대인가?

“허허허. 과찬이십니다. 어찌 저희 같은 파락호가 초대님이 될 수 있겠습니까? 그저 초대님의 가르침을 어느 정도 수습한 아직은 부족한 것이 많은 놈들일 뿐입니다.”

- 지켜보는 이유는?

“최근 들어 천기가 흐트러진 수준이 아니라 아예 비틀려버렸습니다. 그것도 너무나도 좋지 않은 쪽으로요. 명색이 도사이고 중이라는 놈인데 그저 지켜보고 있을 수 만은 없지 않습니까? 저희도 저희 나름대로 힘을 쓰고자 여러 가지 방법을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미약한 빛을 발견하였고요.”

- 하긴. 너희들 정도라면 그 정도는 볼 수 있겠지. 그래서 움직일 건가?

“저희 둘이 움직이는 것은 무리입니다. 하지만 아직 속세에 남아 공부하고 있는 후배들 몇을 알기에 그 후배들에게 연락이라도 할 생각입니다. 후배들도 알 것 같지만 그래도 직접 말해두는 편이 더 확실하니까요.”

- ... 너희의 생각은 잘 알았다. 단지 왕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라. 너희가 몰래 지켜보는 것을 허락하는 것은 방해가 안 될 거라는 생각에서다. 내 생각을 바꾸지 말도록.

“염려 마십쇼. 어느 분의 말씀이라고 감히 이 땡중이 거절하겠습니까? 모든 것은 순리대로 흐를 겁니다. 저희가 이 순리에 간섭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보살님.”

- 믿겠다.

그리고 사라지는 천수천안보살을 보던 노승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허허허. 역시 우리가 나설 문제가 아닌 듯 합니다. 선배.”

“그렇군. 괜한 짓을 한 것 같아. 그래도 어느 정도 알려둬서 나쁠 것은 없겠지. 피해는 적을 수록 좋은 것이니...”

“물론입니다.”

“그럼 하던 것이나 마저 하지.”

바둑판은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 왔고 그 위에 아까와 똑같은 흑색과 백색의 돌들이 놓여져 있었다.

“미리 말하지만 무를 생각은 없네. 그러니 천천히 하세나.”

“끙... 새롭게 하셔도 되는 것을...”

“허허허. 그러면 재미없지 않은가? 다 이긴 판을 그냥 넘기라니. 절대로 그럴수는 없지. 어서 하게나. 원한다면 계속 기다려주겠네.”

“하아... 어찌해야 할꼬...”

한가한 두 노인의 대화였다. 하지만 이 두 노인의 조그마한 행동은 지구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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