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화
전쟁터. 사람들이 살면서 이 전쟁터에 갈 일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사는 곳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거의 평생을 살아도 보기 힘들다.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완전히 힘들다. 아니 전쟁이라는 것이 일어나지 않는다. 테러도 없다. 시위라고 해봐야 촛불들고 하는 것이지 총이 나오거나 하지 않는다. 평화를 상징하는 몇 안되는 나라 중 한 곳이 바로 이 대한민국이다.
그곳에서 자라 온 태천은 지금 보이는 관경에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TV에서만 보던 전쟁터가 지금 자신의 눈 앞에 있었다.
열심히 외치면서 움직이는 의사들과 치료 능력이 있는 이들. 여러 나라의 말로 움직이지만 그 의견은 하나같이 긴급한 것들이다.
“... 상황이 좋지 않아요. 왕님.”
성녀의 말에 태천이 고개를 끄덕인다.
“1시간도 남지 않았는데...”
벨페고르가 이곳에 오기까지 이제 1시간도 남지 않았지만 아직 환자 이송은 덜 끝났다. 아니 아직도 한참 멀었다. 3시간 전 무차별 폭격이 이루어졌다.
각 나라에서 미사일을 폭격기를 지원해서 벨페고르를 공격했다. 그 덕에 하급 몬스터들은 거의 다 사라졌고 이제 알맹이만 남은 상황. 이제는 2단계로 넘어가야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갑자기 속도를 더 올리다니...”
벨페고르의 이동속도가 상승해버렸다. 그것도 매우 빠르게 말이다. 그래서 지금 환자 이송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 괴물 속을 누가 알겠어.”
그리고 태천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벨페고르를 막는 것. 저 뒤에 있는 환자들을 지켜야 했다. 착하다고 할 수 없지만 최소한 인간의 도리는 아는 태천이다.
“내 눈앞에서 죽는 사람을 보고 무시할 수는 없지. 안 그래?”
“물론이에요.”
“그러면 다 같이 가볼까. 피니트!!”
태천의 외침에 공중에서 커다란 용이 날아 와 바닥에 착지하고 머리를 숙이자 그 머리에 있는 화려한 검은색의 갑옷을 입은 기사가 말했다.
“드디어 시작인가?”
“어서 처리해야지.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죽게 할 수는 없으니까.”
“그렇지.”
그리고 성녀와 태천은 피니트의 등 뒤에 용의 목에 올라탄다. 일명 피니트의 최종진화 모습이라고 불리는 카드. 12레벨의 혼돈의 초마도 용기사 피니트.
피니트와 관련된 모든 카드를 게임에서 제외시키는 것으로 특수소환할 수 있는 카드로 그 위력은 12레벨 몬스터들 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다재다능한 최고의 몬스터 카드 중 하나였다.
“가자.”
피니트의 말과 함께 용이 힘차게 날개짓을 한다. 그리고 용은 빠른 속도로 벨페고르가 다가오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그런 태천의 모습을 지상에서 보던 희선이 말했다.
“우리도 준비해야지.”
“정말로 우리들끼리 할 생각이야? 좋은 생각은 아닌걸.”
“명색이 마왕이고 신이면 좀 도와주시죠. 내 귀여운 남동생이 혼자서 고군분투 하는데 저승에 있는 우리 아버지에게 욕먹고 싶지 않으면 도우세요.”
“끙... 이거 역시 단단히 걸렸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환자들을 최우선으로 해야지.”
그리고 신과 마왕. 등에 날개를 펼치며 그들도 태천이 간 방향으로 날아간다. 그리고 희선은 뒤 돌아 자신을 바라보는 S급 헌터들과 AA급 이상의 헌터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모두 준비해라. 최대한 빠르게 가서 잡는다.”
그렇게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벨페고르 사냥 작전은 시작되었다.
* * * * * * * * * *
“흐음... 이 정도면 이제 새롭게 SSS급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검은 구름이 몰려 있는 것을 보며 태천이 중얼거렸다. 검은 구름이라고 하지만 저 구름들 모두 벨페고르가 있기에 생긴 것. 저 정도면 정말로 진짜 악마라고 해도 믿을 수준이었다.
“역시 그들이 개입했어. 이거 아무래도 일이 복잡해지겠는 걸?”
장삼봉의 말에 성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래도 잡아야 해요. 저런 괴물을 그냥 둘 수는 없으니까요.”
“봉인 해두고 싶지만 아무리 그 카드들이라고 해도 절대적이지는 않지. 일단 만든 분이 신이라고 하나 그 분들이 절대신인 것은 아니니까.”
피니트의 말에 태천이 고개를 끄덕인다. 얼마 전에 완성한 빛과 어둠의 봉인식. EX급 마법카드로 효과는 확실하지만 벨페고르에게 사용하면 얼마나 버틸지는 미지수. 하지만 확실한 것은 본래의 효과인 5일은 절대로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크오오오오오!!!!!
멀리서 들리는 괴물의 울음소리에 태천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염소 얼굴 주제에 이제는 음매하고 울지도 않는 구나.”
“그런 농담은 나중에 하라고! 온다!!!”
그렇게 외치며 피니트가 등에서 거대한 검 비슷한 것을 꺼낸다. 특이한 점은 검이라고 하지만 중간이 비어 있었으며 양 옆에는 빼곡히 이상한 글자가 쓰여 있었으며 손잡이가 상당히 길었다는 점이었다.
“천지혼연타!!!”
외침과 함께 이상하게 생긴 대검을 휘두르자 수십개의 회색의 참격이 전방으로 쏘아진다. 동시에 허공에서 돌연 무언가와 충돌하듯이 폭발하자 태천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했다.
“예전의 너는 너무 막가서 문제였는데 지금의 너는 너무 진지해서 재미 없어.”
“말할 시간이 있으면 움직이도록.”
“그건 그렇네. 그보다 투명한 무언가라... 이거 생각 이상으로 골치아파지기 시작했어.”
그리고 태천은 용의 목에서 뛰어 내렸다. 그것을 시작으로 장삼봉과 성녀도 뛰어 내렸다. 성녀는 등에 빛나는 날개와 함께 공중을 날았고 장삼봉과 태천은 허공을 밞는 허공답보를 사용하며 허공을 밞으며 나아갔다.
“작전은 같아! 나를 중심으로 알아서 적당히 빈틈이나 찔러주면 그걸로 충분해! 결정타는 내가 알아서 사용할 테니까!”
태천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태천은 천수천안보살을 등뒤에 소환하며 말했다.
“그거 볼 수 있어?”
방금 공격했던 투명한 기운에 대해서 태천이 말하자 괜히 보살은 아니라는 듯이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천수천안보살이 말했다.
- 물론이다. 내 눈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럼 방어 부탁한다!”
그리고 태천은 자신의 주위에 바람으로 이루어진 천지만신검을 100자루 만들고 허공을 강하게 차며 돌진했다.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해진 몸을 가진 SS급 몬스터. 벨페고르를 향해서 말이다.
* * * * * * * * *
느끼고 있었다. 인간들이 한 공격 이후. 괴물은 날아가는 속도를 올렸다. 자신을 이곳으로 보낸 그 인간에게 더욱 빠르게 복수하고 싶었다.
계속 자신을 귀찮게 하는 인간들도 마찬 가지였다. 모조리 죽이고 싶은 욕망. 그것을 강하게 느끼며 괴물은 더욱 빠른 속도로 날아가자 거기에 맞춰서 그 인간이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환희였다. 그래서 자신이 최근에 사용할 수 있게 되어 버린 눈에 보이지 않는 공격을 하였지만 그 인간과 같이 오는 다른 이들에 의해서 그 공격은 막혔다.
그리고 곧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며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에 괴물은 크게 포효하며 자신이 부른 다른 괴물들에게 명령했다.
저 잔챙이들을 처리하라고 그리고 괴물은 움직였다. 자신을 이렇게 만든. 자신을 이곳으로 부른 인간을 죽이기 위해서.
크륵?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위험함. 본능이다. 그리고 괴물은 이 본능에 자신의 몸을 맡기고 몸을 피했다. 다 피하지 못 했는지 단단한 자신의 가죽에 상처가 생기고 피가 흘렀다.
“오. 반사속도 괜찮은데? 단순히 몸만 컸으면 바로 오른팔 날아가 버렸을 텐데.”
오른쪽 어깨에 흐르는 피를 보며 괴물은 분노했다. 왜 자신이 이 인간에게 당해야 하는 건가? 아니다. 고통스러워 할 것은.
크워어어어!!!!!!!
바로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인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