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화
“왕의 누이 말하는 걸세. 저대로는 위험하지 않은가 싶군. 확실히 굉장한 재능을 가지고 있지. 초능력이라는 뛰어난 힘도 있고 시간마저 조정할 수 있어. 굉장하지. 하지만 거기까지야. 고작 이런 것들 가지고 그들을 모두 상대할 수 없어. 상대는 일국의 대통령이나 왕이야. 혼자서는 한계가 분명해.”
장삼봉의 말에 태천은 상체를 일으키며 말했다.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가서 누나에게 ‘누나 위험하니까 가지마! 아니면 내가 같이 가줄게!’라고 하라고? 그러면 누나가 좋아할까? 누나는 자존심이 강한 여자야. 그런 짓을 했다가는 나라고 해도 누나에게 혼날 거야. 물론 처음에는 자신을 걱정한다고 좋아하겠지만 두 번째는 아니야.”
“그렇다고 저대로 둘 수도 없지 않은가? 죽으면 어떻게 하려고?”
“괜찮아. 죽으면 되살리면 되는 문제니까. 성녀가 기적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지? 죽은 지 이틀만 지나지 않으면 한 번쯤은 부활 시킬 수 있다고 하니까 그때 부활시키지 뭐.”
“쯧쯧. 매정하구나 매정해.”
“매정한 게 아니라 지금 상황이 그렇다는 거야. 그리고 누나가 질 거라고 생각하기 힘든데. 암살이라는 것도 누나의 감각에서 들어 온 이상 무조건 실패잖아. 미사일 같은 거 날려도 누나가 보고 시간을 멈추고 도망치면 그만이니까.”
“그래도 만약이 있을 수 있어. 저런 상태가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왕은 모르는가?”
“나 이제 24살이야. 나한테 뭘 바라는 건데? 무엇보다 너는 누나가 가진 또 하나의 초능력을 몰라서 그러는거야.”
“또 하나의 초능력? 그럼 설마 초능력이 3가지나 있다는 건가?!!”
장삼봉의 놀람에 태천이 피식 웃고 다시 누우며 말했다.
“굳이 짜지면 4개지. 뇌전과 시간 그리고 인력과 척력. 이 4가지가 누나가 가진 초능력의 전부. 누나는 비밀로 하고 싶었지만 나도 모르게 우연히 봐버렸거든. 천리안 비슷한 것을 얻은 것은 좋은데 아직 조절이 안 된다는 것이 조금 문제야.”
태천의 말에 조용히 태천을 바라보던 장삼봉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조절 안되는 천리안을 가지고 있어서 불편하겠군. 왕이여.”
“그렇지. 보고 싶지 않은 것들도 다 보게 되어버린다니까. 천수천안보살도 너무 강한 신이라서 내가 아직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어. 예를 들자면 갑자기 나타나서 누구를 공격할 수도 있지. 주로 우리 누나를 노리는 멍청한 새끼들이란던가. 뇌가 없는 무뇌충들이라던가.”
장삼봉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
“안 그런 척 하면서도 신경 많이 쓰고 있구나.”
“별로. 그러니까 어서 가봐. 나는 한 동안 계속 낮잠이나 잘 생각이니까.”
“푹 자게나.”
그리고 장삼봉이 떠나자 홀로 소파에 누워 있던 태천은 다시 신경을 집중해서 천수천안보살과 신경을 연결한다. 희선이 위험한 일을 한다는 것은 태천도 안다.
희선의 힘에 대해서도 태천은 믿고 있다. 하지만 장삼봉의 말대로 만약이라는 상황이 존재한다. 그 상황을 대비해서 지금 천수천안보살을 통해 희선을 계속해서 지켜보는 중이었다. 여차하면 언제든지 손을 쓸 수 있도록 말이다.
- 그냥 같이 간다고 하면 간단한 것을...
천수천안보살의 말에 태천이 피식 웃었다. 틀린 말도 아니다. 그냥 같이 가면 된다. 하지만 태천도 이제 24살. 자신의 누나가 원하는 것이 뭔지는 알고 있다.
‘누나는 자존심이 강하잖아. 내가 같이 가면 겉으로는 기뻐하는 척 해도 속으로는 기분 많이 상할 거야.’
- 언제부터 그렇게 생각이 깊었는지 의문이군.
‘네가 내 몸을 세포 단위부터 완벽하게 뜯어 고친 후부터.’
재능이라는 것. 사람들은 말한다. 재능이 있다고. 그렇다면 그 재능은 무엇인가? 간단하게 말하면 뇌의 발달 정도와 몸의 운동신경 혹은 근육이나 반사신경의 정도 등등.
이러한 것들이 재능이다. 즉 세포 하나부터 신의 힘과 신이 직접 재조정한 태천의 몸은 인간이 낼 수 있는 최고의 한계에 도달한 몸이다.
이 이상은 인간이라는 종족이 감당할 수 없기에 더 이상 좋아지지 않을 정도로 태천의 몸과 뇌는 더 없이 뛰어나게 변하였다.
‘나도 지금 보면 참 멍청했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정상이지. 지금의 내가 이상한 거고.’
과거의 행동을 보며 자신의 누나의 행동을 분석한다. 이게 정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자신은 완벽하게 재창조되어 새롭게 탄생한 자신은 그것을 해버린다. 불과 1분도 걸리지 않아서 끝내버렸다.
그 결과를 보고 태천은 거기에 맞게 자신의 누나. 김희선이 기분 좋도록 하고 있다. 그 동안 자신이 속을 어지간히 썩였으니 좋은 동생 노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한 행동이었다.
- 비효율적이야.
‘보살로서 불쌍한 중생들에게 자비를 배풀라고.’
- 내 본질은 투쟁. 어떻게 내가 천수천안보살이 되었는지 나도 잘 모르지만 그래도 그 본질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건 나도 의외야. 단순히 손이 여러 개 있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장비의 영향인지 모르겠네. 그보다... 이거 역시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천수천안보살의 천리안을 통해서 자신의 누나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태천이 말했다. 그녀의 주변으로 불순한 기운을 가진 이들이 모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 미리 처리해야겠지?
‘물론.’
그리고 황금빛이 쏘아지더니 불순한 기운을 가진 이들의 가슴을 가볍게 관통한다. 죽지는 않았다. 그저 전신의 기력을 망가트리고 단전을 부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무인이라면 무인의 생명 끝났고 아니더라도 최소 한 달은 움직이지 못 하겠지.’
죽이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그냥 죽인다면 일이 커질 우려가 있기에 일단 힘을 빼놓는 정도로 만족하며 태천은 계속해서 천수천안보살과 함께 희선에게 접근하는 무리들을 처리했다.
아군인지 적군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면 무조건 처리부터 했다. 인과의 관계를 천수천안보살은 볼 수 있다. 신이 괜히 신이 아니었다.
그것을 태천은 미약하게 그것도 천수천안보살의 힘을 빌려서 보고 있었기에 거기에 맞춰서 희선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이들을 모두 처리하고 있었는데 그런 태천의 행동에 천수천안보살은 그저 묵묵히 따라주며 그가 원하는대로 해주었다.
‘엄청 많네.’
희선이 향하는 곳. 그곳에는 불순한 기운이 강한 이들이 상당히 많았다. 물론 반대로 시원한 기운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 이것부터는 손을 쓰지 않는 것이 좋겠군. 아무래도 전면전이 벌어질 것 같은데 여기서 손을 쓰면 우리가 했다는 것을 들킬 거다.
‘그렇겠네. 그럼 혹시 원거리 저격하는 놈들 없나 확인해봐.’
- 없다.
‘그래? 그럼 그만하자.’
그리고 천수천안보살과의 연결을 끊은 태천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군.”
천수천안보살. 천개의 손과 천개의 눈을 가진 신. 그녀의 활용도는 무궁무진 했다. 특히 태천의 몸에 빙의되어 저절로 태천의 몸에도 그녀의 힘이 조금씩 깃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천리안이다.
앉아서 천리를 볼 수 있다는 천리안. 천리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20km정도는 볼 수 있게 되었다. 이것도 굉장한 것이다.
하지만 더욱 대단한 것은 천수천안보살과의 연결. 다르게 말하면 그 천수천안보살의 몸에 태천이 빙의하는 것이다. 신의 몸에 빙의 하는 것.
이건 굉장한 경험이었다. 지금처럼 신의 힘을 빌려서 자신이 하지 못 한 것들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거기에 대한 대가로 엄청나게 정신력이 소모되지만 말이다.
“후우. 언제 1시간을 버틸 수 있을려나.”
- 아직 한참 멀었다.
“그러게 말이야.”
누워 있던 몸을 일으키며 가볍게 이리 저리 몸을 움직인 태천이 말했다.
“그럼 다시 수련하러 가보실까.”
그리고 새롭게 만들어진 수련장으로 향했다. 성녀가 직접 만든 곳으로 투박해 보이는 곳이지만 실제로는 9레벨의 몬스터도 흠칫도 낼 수 없는 신력이 들어간 흙으로 만들어진 수련장으로 천지만신검만 사용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태천의 수준으로는 딱 좋은 수련장이었다.
“이래서 사람은 재능이 있어야 하나고 하나봐.”
가볍게 양손을 움직인다. 부드럽게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춤이라도 추는 것 같지만 거기에 담겨 있는 묘리는 장삼봉이 직접 만들고 전수한 태극권이다.
몸이 다시 만들어지기 전에는 아무리 해도 이해가 안 되던 것들이 지금은 모두 이해가 되고 있으며 몸도 빠르게 이해하며 그 성취는 누나인 희선 보다 빠르게 상승 중이었다.
- 틀렸다. 거기서는 좀 더 과격하게 나가야 했다.
물론 희선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바로 조언자의 존재다. 희선이 장삼봉에게 배운다고 하지만 그건 태천도 마찬가지. 무엇보다 태천에게는 천수천안보살이 있다.
지금은 보살이지만 불과 몇 십일 전만해도 투귀라고 불리던 아수라. 싸움에 대해서라면 정통한 그녀다. 지금은 더욱 그 능력이 좋아져 천안으로 태천의 모든 움직임을 보고 최적의 행동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더욱 빠른 성장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었다.
- 거기는 뒤로 일 보 물러나야 한다. 그 의미로는 단순히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힘을 좀 더 많이 흘리고 동시에 그 힘을 상대에게 더욱 강하게 돌려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태극권을 펼치면서 천수천안보살이 해주는 조언을 들으며 태천은 천천히 자신만의 태극권을 익히고 있었다. 태천의 성격을 적극 고려한 공격만을 위한 태극권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