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화
<15. 바뀌는 시대.>
천신문 본단의 괴멸. 이 사건은 그냥 어떤 미친 방화범의 소행으로 끝나버렸다. 국가에서는 아니 천신문에서 필사적으로 이 일을 숨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천신문은 바로 군웅할거 시대로 접어들었다. 유럽과 아시아. 이 2개의 거대한 세력을 지배하는 천신문.
당연히 잡음이 없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근간이 되는 대한민국에 있는 천신문 본단이 있기에 그렇게 크게 말은 없었지만 그 본단이 사라지자 몸을 사리고 있던 이들이 자신만의 세력을 이끌고 문주가 되기 위한 투쟁을 시작한 것이다.
천신문의 문주가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강함이다. 압도적인 강함. 이것이 첫 번째이며 두 번째는 다른 이들의 지지를 얻어야 했다. 마지막은 천신문이라는 문파원 전원에게 최소 7할 이상의 지지를 얻는 것.
이 3가지를 모두 통과해야지만 천신문의 문주가 된다. 그리고 이 3가지를 통과한 문주에게 대항하는 것은 천신문의 모든 힘을 다해서 그 대항하는 이를 부순다.
유럽과 아시아. 전 지구의 반 정도를 차지하는 모든 이들을 적으로 돌리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1만년의 시간 동안 이어져 온 천신문의 저력이다. 하지만 지금 그 저력이 흔들리고 있었다.
천신문 본단을 괴멸시킨 이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복수를 운운하기도 힘들다. 무엇보다 일단 새로운 문주가 나와야 했다.
문주가 없는 천신문은 위태롭다. 그것을 많은 이들이 안다. 무엇보다 장로들마저 모조리 죽어버린 상황. 장로도 다시 선출해야 했고 문주도 다시 해야 하는 천신문은 아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양지로도 음지로도 말이다.
“정신없네.”
- 아아. 말도 말라니까. 머리아파 죽겠어.
“선장이 사라졌으니 선원들이 당황할 수밖에.”
- 그나저나 정말로 네가 한 것이 아니야?
“내가 한 거 아니야. 나라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무리가 있지. 내가 가진 능력이 굉장하다고 하지만 천신문. 그것도 본단을 괴멸시킬 정도로 강하지는 않아.”
- 헤에. 천하의 김희선이 약한소리를 다하는 것을 보면 우리 본단이 어마어마 한 모양이기는 하네.
“그래봐야 전멸당했지만.”
- ... 그렇게 말하니 할 말이 없잖아. 그보다 그럼 도대체 누가 천신문의 본단을 괴멸시킨 거야?
“글세...”
김희선은 지금 옆에서 한가로이 낮잠을 즐기는 남동생을 바라보며 말했다.
“누굴까.”
- 하아... 어찌되었든 엄청 골치아파졌어. 그 동안 우리가 한 것들이 의미 없어 졌으니까. 지금 각기 다른 지부장들이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고.
“그래봐야 잡것들이지. 어차피 내가 문주가 되면 모두 끝날 문제야.”
- 결국에는 문주가 될 생각이구나.
“무공이 조금 부족하지만 초능력으로 채우면 그만이야. 그리고 아예 못하는 것도 아니잖아? 좋은 것들도 얻었고.”
천무고. 희선은 태천이 아예 통째로 가져 온 천무고를 통해서 매우 급격하게 강해져 있는 상태다. 영약들도 많이 섭취했고 자신에게 맞는 무공도 익혔으며 옆에서 장삼봉의 가르침도 꾸준히 받았다.
기의 유형화를 하던 일류 고수가 순식간에 초인의 경지라는 화경에 오를 정도로 희선은 많이 강해졌다.
- 좋은거?
“그런게 있어. 그보다 천무고의 확인은?”
- 털렸지. 깨끗하게 털렸다고 하더라. 그래도 다행이 비상시를 대비해서 다른 곳에 만들어 둔 비밀 창고가 아직 여유롭게 있어서 그걸로 다시 채운다고 하더라고. 지금 천영대가 아주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어.
“천영대라...”
천신문의 문주를 천주라고 부르며 그 휘하에 있으며 동시에 천신문에서도 동떨어진 곳이 바로 천영대. 이들의 안위는 오로지 천신문 그 자체다.
문주인 천주의 명을 따르기도 하지만 이들에게 최우선은 천신문의 존속. 그것을 대비해서 여러 가지 것들이 있는데 천무고는 확실히 대단하지만 그런 천무고를 5개나 만들 정도의 비밀 창고도 가지고 있는 천신문이며 그 창고의 위치는 오로지 천영대만이 알고 있다.
1만년의 역사는 폼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천영대가 있기에 천신문은 언제나 계속 내려져 왔으며 어떤 환란에도 결코 지존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던 것이다.
“천무고는 다시 만드는 것으로 했나 보네.”
- 응. 다시 만들어야지. 그리고 이번 문주 선발에 대해서도 이들이 개입할 거야. 가능한 피를 적게 흘리는 것이 아무래도 좋을 테니까. 아예 대놓고 싸우라고 부추기고 있다는 말도 있어.
“여러가지로 머리 아픈 상황이겠네.”
- 그러니까 움직일 거면 어서 움직여. 지금이 기회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에게는 위기야. 이대로 가다가는 그 미친놈에게 그대로 당하게 생겼어.
“상황이 그 정도로 악화되어 있어?”
- 어쩔 수 없잖아. 계속해서 전력을 빼놨으니까. 지금 당장 모두 불러들이고 싶어도 그 전에 우리가 먼저 망할 기세거든. 그래서 이렇게 도청을 각오하고 연락한 거야.
“... 알았어. 금방 가도록 할게.”
- 아. 그리고 그 남동생도 데리고 와죠.
“태천이를? 왜?”
- 왜기는 당연히 좀 보려고 그러지. 덤으로 도움도 좀 받고.
“나 혼자서 충분해.”
- 너 혼자서 부족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이번에는 숫자가 너무 부족해.
“그래도 나 혼자서 충분해.”
- 에이. 내가 뻔히 다 알고 있는데? 너의 능력은 대인전에서 최고지 단체전에서는 조금 약하잖아. 그래도 여전히 개사기적인 능력이지만.
“시끄럽네. 나 혼자서 충분하다고. 가서 직접 보여줄테니까 신경끄고 있어. 그러면 이만 끊는다.”
- 어? 야 잠깐! 태천이 꼭 와야한.
통화종료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수신거부까지 한 희선은 아직 자고 있는 태천을 바라보았다.
“이런 일에 태천이가 움직일 필요는 없지.”
그리고 희선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혼자갈 생각인가 보구나.”
장삼봉이 복도에서 나오며 말했다.
“엿듣는 것은 좋지 않아요.”
“들리는 걸 어떻게 하란 말이더냐? 귀를 막을 수도 없고. 그보다 아무래도 왕이 한 일로 조금 시끄러워 지는 것 같구나.”
“하나의 문파. 아니 전 세계 최고의 문파의 머리가 사라졌으니 혼란스럽죠. 세간에서도 갑작스러운 거물들의 움직임에 시끄럽잖아요.”
“그들 모두가 천신문과 관련되어 있는 이들이더냐?”
“지부장이죠. 대부분이. 워낙에 크다 보니 그런씩으로 나눠서 관리를 하는데... 이번에는 천신문의 규칙이 발목을 잡았거든요. 문주를 선출하는데 있어 조건은 까다롭지만 누구나 할 수 있기도 하죠.”
“너도 할 수 있다는 말로 들리는 구나.”
“저도 가능해요. 오히려 더욱 많은 지지를 받겠죠. 일단 따지고 들어가면 죽어버린 전대 문주의 손녀니까요. 제가 조사한 바로는 그 문주의 자식은 둘. 저희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누나 되시는 고모님. 고모님은 결혼을 안하셨고 아버지는 돌아가신 상황. 그리고 아버님의 자식은 저와 태천이와 정수. 일단 완전 남남인 인물보다는 문주의 혈족이 더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지 않겠어요? 그 문주의 손녀니까 뭔가 기대를 하기도 할 것 같고요.”
“하지만 완전히 남남으로 살았지 않느냐?”
“그것을 아는 이들은 다 죽었죠. 할아버님이 우리의 안전을 고려해서 비밀로 했다고 하면 괜찮아요. 그리고 천무고 에서 익힌 무공들. 그것이 증거가 될 거예요. 전대 문주가 우리를 신경 쓰고 있다는 증거가.”
“... 나쁘지 않지만 세상은 그렇게 쉽게 돌아가지 않는다.”
“알고 있어요. 이래보여도 정치에 대해서라면 장삼봉님보다 더욱 잘 알고 있거든요. 그러니 너무 걱정마세요. 다 잘될테니까요.”
그리고 천천히 걸어가는 희선을 바라보던 장삼봉이 아직 자고 있는 태천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떻게 할 건가?”
그러자 태천은 눈을 감은채로 말했다.
“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