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얼리스트-77화 (77/132)

77화

“저들은 끝났고. 이제 너희들만 남았군.”

그렇게 말하며 태천은 검신대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이미 승부는 끝났다. 애초에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아수라만 있다고 해도 끝난 승부다. 아니 조금은 힘들어 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등뒤에 있는 것은 아수라가 아니다. 12레벨의 몬스터가 아닌 13레벨의 신. 천수천안보살이다.

“그래도 살 수 있는 기회는 주지. 내 어머니는 어디있지? 아는 사람은 살려주마.”

“검신대! 전원 하늘을 위해 목숨을 버려라!!!!”

“““““하늘을 위해!!!”””””

“개소리. 하늘은 너희가 아니야.”

그리고 본격적으로 천수천안보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백 개의 황금빛이 검신대 대원들을 덮친다. 죽이지는 않을 생각이다. 일단은 사로잡기만 하였다.

“다시 물어보지. 내 어머니가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 손.”

“크으으... 어째서 이런 힘을...”

“모두 몰라? 한 명쯤은 아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들도 결국 말단이라는 거지요. 그보다 애초에 이곳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다 찾아보았는데 없더군요.”

“쩝. 혹시나가 역시나인가. 그럼 너희는 더 이상 필요 없지. 사람을 죽이는 것에는 거부감이 있지만 내 어머니와 내 가족을 노리는 이들까지 방치하면... 그건 병신이겠지.”

그리고 태천이 손가락을 튕기자 검신대의 대원들을 포박하고 있던 황금빛의 일부가 머리로 쏘아지며 머리에 모두 조그마한 구멍을 내고 황금빛은 다시 천수천안보살에게 돌아왔다.

“그런데 이렇게 마구 살인해도 되려나 모르겠네... 일단 보살이잖아. 너.”

- 상관없다. 진짜 보살도 아니고. 애초에 나는 아수라에서 시작된 존재니까.

“그건 그래. 그러면 이제 남은 건 6명. 저기 천을 쓰고 있는 사람까지 해서 7명인가?”

태천의 말에 장삼봉이 손을 휘젓자 얼굴에 검은 천이 씌워져 있던 여인의 얼굴에서 검은 천이 하늘로 올라가며 여인의 본래의 얼굴이 나타났다.

“구면이네. 아니 나는 구면이지만 당신은 나를 처음 보겠네. 일단 자기 인사라도 할까? 반갑네. 내가 김태천이야. 당신의 동생의 아들이지. 고모라고 불러줄까?”

“내 동생은 수십 년 전에 죽었다.”

냉정하게 말하는 여인을 보며 태천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아버지의 누나다. 일단 사촌지간이라서 손을 쓰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저 반응을 보면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면 나도 거리낌 없이 하도록 하지. 그 전에 물어나 볼 생각인데. 왜 나온 거지? 너는 아무런 힘도 없잖아? 아니면 버려진건가?”

“... 죽여라.”

눈을 감으면서 말하는 여인을 보며 태천은 혀를 쳤다. 버려진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친 딸을 버린 것이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할아버지지만 정말로 재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태천은 아트리아와 이시스를 바라보았다.

“일단... 죽이지는 않을 거야. 스스로도 멍청하다고 생각하지만 너희 둘이 죽는 건 간다하게 끝날 문제가 아니니까.”

영국과 이집트의 실세다. 아니 그 두 나라의 실질적인 주인이다. 그런 그녀들이 죽으면 그 후폭풍은 엄청나다고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태천은 경고도 하지 않을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저 둘은 아니지.”

태천의 말에 무언가 깨달은 이시스가 뭐라고 말을 하기 전에 또 한 줄기의 바람과 함께 아트리아와 이시스가 데리고 온 계약자가 가슴에 커다란 구멍과 함께 완전히 쓰러져 버렸다.

“저 둘은 상관없잖아?”

태천의 말에 아트리아와 이시스는 이제야 직접적인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권력을 얻기 위해서 수많은 위기도 있었지만 지금만큼 피부로 위기를 느낀 적은. 아니 죽음을 체감하고 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면 이제 우리 고모님이 문제인데... 뭐 죽이지는 않을게. 살려서 보낼 거야. 어차피 찾아야 할 우리 어머니는 어디 있는지 알고 있고. 애초부터 이곳에 있을 거라고 기대도 하지 않았어.”

그리고 태천은 이번에 리셀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해.”

“... 너의 뒤에 있는 그 몬스터... 신인가?”

리셀의 말에 아트리아와 이시스 그리고 리셀의 옆에 있는 흑인 남성도 놀라며 태천의 뒤에 있는 천수천안보살을 바라보았다.

“발록은 12레벨. 아무리 장삼봉과의 싸움 중이었다고 하나 그렇게 쉽게 죽일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다.”

“하하. 그건 그렇지. 맞아. 천수천안보살. 내가 가지고 있는 신들 중에 한 명이지. 소환은 이틀 전에 할 수 있었어. 솔직히 조금 많이 무리했지. 죽는 줄 알았다고? 그래도 너희들 덕분이라고 할까? 천천히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내 어머니가 인질로 있다고 하니 확 열받아서 그냥 질러버렸지.”

그렇게 말하면서 ‘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말하는 태천을 보며 리셀들은 침을 삼켰다. 신과 직접 계약한 계약자로서 신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12레벨과 13레벨.

고작 1의 차이지만 그 차이는 하늘과 땅보다도 더 크다. 비교자체가 불가능 하다. 무엇보다 거기에 소모되는 정신력도 어마어마 할 것인데 지금 태천은 신을 대동한 상태로 나타났다.

거짓말이라고 하고 싶지만 발록을 아이처럼 죽여 버린 모습을 떠올리며 거짓이라고 믿을 수는 없었다.

“그러면 나는 이만 갈 테니 잘들 있으라고. 천신문에 대해서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 고모도 그냥 이대로 잠수타는게 좋을 거야. 지금부터 나는 엄마 찾으러 가는 아들이거든. 아 실수. 어머니 찾으러 가는 아들이야.”

그리고 태천은 한 줄기의 바람과 함께 공중으로 몸을 띄우더니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태천이 사라진 방향을 보고 있던 리셀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 털석 주저 앉으며 말했다.

“그래서 말했을 텐데? 싸우는 건 하책 중의 하책이라고. 뭐. 불쌍하다는 말 한 마디 정도는 해주지.”

리셀의 말에 이시스는 피를 한 번 토하고 소매로 입가의 피를 닦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당신은 멀쩡하군요.”

“줄을 잘섰지.”

“... 배신한 겁니까? 리셀 아브라함.”

“배신? 웃기지도 않는 군. 나는 그저 이곳에 있는 모든 전력에 대해서만 이야기 했다. 내가 너희를 공격했나? 아니면 불리한 정보라도 주었나? 그저 천신문에 대한 이야기만 했을 뿐이야. 그리고 설령 모든 것을 알려주어도 어차피 우리는 그를 이길 수 없었어. 상대를 너무 무시했지. 하지만 이걸로 확실해졌어.”

“뭐가 확실해진 거냐?”

아트리아의 말에 리셀은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듀얼킹은 언제나 최고이며 영원히 왕으로 군림한다는 사실.”

‘그리고 내 마음도.’

속으로 중얼거린 후 리셀은 자신의 옆에 있는 흑인 남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돌아갈 준비 해. 집사에게 연락해서 오라고 해. 아 옷도 좀 가지고 오라고 하고.”

“끙.. 예. 아가씨.”

“너희도 빨리 돌아가는게 좋을 거야. 화가난 천신문의 분노를 받고 싶지 않다면. 뭐 그럴 여유는 없을 것 같지만 미리미리 준비해서 나쁠 것 없지.”

그리고 리셀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태천의 고모로 보이는 여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가 한 말대로 이대로 잠수타는 것이 좋을 거야. 다른 건 몰라도 현 천신문의 문주가 아주 쓰레기라는 것 정도는 나도 들었으니까. 나도 만만치 않지만 그 양반도 만만치 않은 인간쓰레기라고 하더군. 나라면 너를 결코 살려두지 않을 거야. 화가 나니 그 화를 풀 인형이 필요하겠지.”

리셀의 말에 여인은 살짝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자신의 아버지. 하지만 아버지라고 부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항상 문주님이라고 불러야 했다.

거기다가 그가 한 모든 일 처리를 옆에서 지켜봐왔다. 잔인하기 그지 없었다. 전쟁의 시대를 겪어서 더욱 그러한 면이 부각되었다. 그런 사람의 분노를 받아야 한다면 절대로 사양하고 싶었다.

“정 힘들면 비행기 정도는 태워주지. 미국까지 데려다 주겠어. 하지만 거기서 부터는 남남이야.”

“... 나에게. 이렇게 잘해주는 이유가 뭐지? 따지고 보면 나도 너의 적일텐데?”

“글세.... 왕에게 잘 보이기 위한 아첨이라고 해두지. 아무리 남남이라고 해도 일단 혈족은 혈족이니까.”

리셀의 말은 조용히 산기슭에 울렸다.

============================ 작품 후기 ============================

으므...

연참을 원하시는 분들의 코멘으로 폭주군요...

폭참이라고 불리는 것을 자주 할 수는 없습니다. 최소 5일치 분량을 한 번에 풀어버리는 것이기도 하고 그렇게 싸여야 한다는 것도 문제죠.. 일단 5월달 안에 한 번 더 대대적인 폭참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노력할게요. 그리고 3종셋에 쿠폰주신 모든 분들 정말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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