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얼리스트-73화 (73/132)

73화

<14. 신(神)>

“후우.”

“쯧쯧. 틀렸다. 틀렸어. 거기서는 그렇게 하면 안되지. 거기서는 이렇게.”

부드럽게 움직이는 장삼봉의 움직임. 하지만 그 결과는 결코 작지 않다. 그의 손에서 바람이 모이더니 손이 뻗는 방향으로 바람이 쏘아지며 벽에 커다란 태극을 새겨 넣었다.

“태극이라는 것을 계속해서 강조하는 이유는 지금의 왕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이 태극이기 때문이지. 조화가 중요해 조화가. 지금의 왕은 너무나도 정신이 발달되어 있어. 거기에 비해 육체가 너무나도 부족하지. 다른 것들도 그래. 힘은 강하지만 부드러움이 전혀 아니 일절 없어. 이런 것들은 좋지 않아.”

“극강으로 가겠어.”

“몸이 버티지 못 해. 극강으로 가고 싶어도 일단 최소한의 몸은 만들어야지. 그리고 그걸 위해서 가장 하기 좋은 것이 태극권이지.”

“하아... 역시 이런 건 내 체질이 아닌데 말이야.”

장삼봉의 말대로 몸을 천천히 움직이는 태천. 그리고 장삼봉이 했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하며 벽에 바람을 쏘아 보내지만 조그마한 구멍도 나지 않는 벽이었다.

“흐음. 이 정도면 그래도 나무 정도는 부술 수 있겠어.”

“하아. 차라리 내공 사용하는게 편하지 않아?”

“내 심법을 거절한 것은 왕일세. 정신단련이면 충분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건 그렇지만 누가 그때는 이렇게 무공 배울 줄 알았나.”

“허허. 본래 왕도가 힘든 법이지. 내공이라는 것은 결국 대자연의 기를 임시적으로 몸안에 가두는 법. 대자연의 기를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의미 없는 것이야.”

“그건 너 정도 되는 사람들이나 가능하지 내가 그 경지까지 가려면 수십 년이 걸려도 힘들거든?”

“그렇지만도 않아. 왕도로 가는 것이 어려울 뿐. 결국에는 사도로 가는 이들보다 더 빠르게 종점에 도착할 수 있지. 처음의 고난을 잘 해쳐나가기만 하면 말이야. 지금의 왕도 마찬가지야. 내공이 없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지 말고 그저 몸이 가고 생각이 가고 마음이 가는 그대로 움직이게나. 나중에 대자연의 기가 알아서 호응하며 움직여 줄 테니까.”

“그러면 나 혼자 S급 몬스터 잡고 있지. 아수라나 천지만신검 없이도.”

“허허. 그건 어떨까 나도 잘 모르겠군. 나중에 해보게나.”

“그래. 나중에 해야지. 나중에...”

“둘 다 열심히 하고 있네요.”

수련장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성녀를 보며 태천이 말했다.

“무슨 일이야?”

“재미있는 편지가 왔어요.”

그 말과 함께 성녀는 태천에게 편지를 건넸다. 그 편지를 받아서 펼쳐 본 태천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다.

“장난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아마 드디어 움직이기로 결정한 것 같아요.”

성녀의 말에 장삼봉이 슬쩍 태천의 옆에 와서 편지를 바라보았는데 그곳에는 사진 하나가 붙어 있었다. 그 사진에는 장삼봉도 익히 아는 여인이 찍혀 있었다.

“이건...”

“내 엄마지. 그보다 이거 인질인가?”

“편지내용을 보면 그렇네요.”

[이틀 후. 이 좌표로 와라. 새벽 2시까지 오지 않는다면 이 여자의 목숨은 없다.]

“왜 이틀 후야? 바로 하지.”

태천의 말에 성녀가 말했다.

“아직 다른 계약자들이 다 모이지 않은 모양이죠. 그보다.. 이건 저희도 의외네요. 설마 인질을 잡고 협박할 줄이야. 이건 여차하면 왕님에게 자살하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요?”

“에이. 거기까지는 아니지. 하지만 이걸 약점으로 붙잡고 나를 조종하기는 하겠네. 찾을 수 있겠어?”

“땅에 있다면 찾을 수야 있죠. 하지만 시간은 오래 걸릴 거예요.”

“장소가 나타나 있으니 그걸 이용해서 찾으면 안 되나?”

“해보기는 하겠지만 없을 수도 있어요.”

“흐음...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이 날짜와 시간에 맞춰서 가 보면 되겠지. 그보다 생각 이상으로 침착하구나.”

장삼봉의 말에 태천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이런 것은 각오하고 있었지. 나를 끌어내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인질일 테니까. 이런 상황을 아예 예상하지 못 한 것은 아니야.”

태천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로 냉정했다. 예상했다고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냉정했다.

“후우.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나쁜 것은 아니겠지. 일단 준비나 해두자고. 그곳으로 다시 가야 하니까.”

“저희도 가나요? 혼자 오라고 했는데.”

“성녀는 땅속에서 대기하고 장삼봉은 허공답보 두었다고 이런 곳에 사용해야지. 공중에 있어.”

“지상과 공중 그리고 땅 아래에서 공격하는 거군요. 좋은 생각이에요. 왕님.”

“아니. 둘은 엄마를 찾아야 해. 나머지들은 내가 알아서 할 거야. 내가 처리할 수 있어.”

“흐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상황은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네만.”

장삼봉의 말에 태천이 고개를 저었다.

“아수라와 천지만신검이면 충분해. 그리고 이미 좋은 정보도 얻었잖아? 이미 소환되어 있거나 장착되어 있는 카드들을 신급으로 만들어 버리면 따로 정신력 소모 같은 것을 없다는 것을 말이야.”

태천의 말에 장삼봉과 성녀는 설마 하는 눈으로 태천을 바라보았다.

“싸우자고? 좋다 이거야. 제대로 싸워주지. 신을 상대로 인간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한 번 보자고.”

그리고 태천의 NC화면에 하나의 카드가 나타난다. 정말로 힘들게 얻었던 카드다. 이런 상황. 자신에게 강대한 적이 나타났을 때를 대비해서 사두었던 카드.

“유럽과 아시아를 지배하는 곳. 그리고 영국과 이집트, 미국의 실질적인 주인들과 다른 3명의 계약자들. 이런 이들이라면 나도 거기에 맞게 대응해 줘야지. 장비카드! 강화! 발동!!!”

EX급의 장비카드. 그 성공확률은 무려 80%. 4천만 포인트라는 미친 수치의 가격이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산 카드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강화를 한다. 그리고 그 대상은.

“아수라! 강화!!!”

12레벨의 아수라. 수련장 전체를 뒤엎는 거대한 빛과 함께 성녀와 장삼봉은 빠르게 태천의 근처에서 물러났다. 어마어마한 힘이 지금 태천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건..”

“성공한 모양이군. 허허. 이런 식으로 할 줄이야... 물론 불가능 한 것은 아니지만... 이거 나도 한 번 부탁해 봐야 겠어.”

20명의 신을 넘어 직접 신을 만드는 능력. 이것이 장삼봉과 성녀. 그리고 20명의 신들이 모두 인정한 진짜 태천의 무서운 능력이다. 무한의 재능이 가져다 온 앞으로 다시 없을 최강의 능력. 인간이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세상을 만드는 신을 만드는 것이다. 일개 인간이 말이다.

쿠쿠쿠쿠쿠!!!!!

땅이 흔들린다. 강력한 지진이라도 일어난듯한 거대한 지진. 땅이 갈라지고 A급 헌터도 부술 수 없는 수련장은 이미 가루가 되어서 사라졌다. 거대한 빛의 기둥은 이제 사방에서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크기를 점점 더 해가고 있으며 거기서 나오는 힘은 계속해서 끝도 없이 강해지고 있었다.

“결국은 이렇게 되는 건가..”

“그래도 효과는 확실하네요. 4천만 포인트를 열심히 보은 보람이 있어요. 그걸로 신님들을 사는 것 보다 확실히 이게 더 효과적이네요. 지금의 왕님은 신님들을 소환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 방식이라고 하면.”

“전혀 상관없지. 그저 그 강화카드만 발동할 정신력이면 충분해. 애초에 강화카드는 정신력 소모도 없다고 들었지만 말이야.”

빛은 점점 더 강해진다. 그리고 그 빛의 기둥은 저택에서도 아니 태천이 머물고 있는 강동구에서 서울에서 대한민국에서 우주에서 조차 관측될 정도로 강렬한 위상을 뽐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의 기둥 안에 있는 태천은 전신이 터져나갈 것 같은 고통을 겪고 있었다. 소리를 지르고 싶지만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다. 너무나도 고통스럽지만 아무것도 못 한다.

이것은 부작용이다. 아수라는 태천의 몸에 빙의한 것이다. 애초에 아수라의 힘을 태천이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래도 최근에 정신력이 많이 강해지고 몸도 강해지며 어느 정도 많이 끌어 올렸지만 여전히 아직도 조금은 부족하다.

그 증거로 아수라가 태천의 몸에서 최대 10m이상 떨어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 태천은 아수라를 신으로 만들어버렸다.

신이 된 아수라의 힘이 태천의 육체를 산산조각 내고 있었다.

- 이건 위험하군.

스스로의 변화를 느끼고 신이 된 감동을 느끼고 있는 아수라지만 태천의 육체 붕괴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태천은 단순히 사람이 아니다. 너무나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했다. 세상을 구해야 했다. 신들도 하지 못 한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여기서 죽어서는 안되었다.

- 할 수 없지. 이것을... 포기한다면.

그리고 아수라는 황금빛으로 이루어진 갑옷들을 태천의 몸에 심는다. 천수천안. 그것을 태천의 몸에 심는 것이었다. 어차피 자신에게 더 이상 필요 없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자 태천의 피부가 황금색으로 변하더니 서서히 태천의 몸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이에 아수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이제부터 나는 아수라라는 이름을 버린다.

빛의 기둥이 서서히 사라진다 그리고 그 속에서 공중에 떠 있는 태천과 그런 태천을 받아두고 있는 정좌를 하고 있는 아름다운 미인이 나타난다.

- 내 이름은 천수천안보살. 세상 모든 인간들을 보살피는 것이 나의 역할이요. 그 최우선은 우리들의 왕을 모든 악과 위험으로 보호하는 것이니 나의 천개의 손은 왕을 지키는 방패이자 창이며 나의 천개의 눈은 그 어떠한 위험을 놓치지 않으리라.

그렇게 태천은 드디어 신을 지상에 소환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