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얼리스트-71화 (71/132)

71화

“.. 이대로 두다니?”

“그분이 죽게 그냥 보고 있을 생각이십니까?”

“그러면? 그를 돕는 건 자살이행이야. 그런 손해 보는 일을 나보고 하라고? 거절하지.”

“하지만 최소한으로 누가 노리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려 주실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도 한 때는 주인님이 남편으로 생각하던 남자 아닙니까?”

노집사의 말에 리셀은 인상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매우 갈등 중이었다. 아트리아로부터 제안을 받은 후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일단은 참가했다. 고민이 된다고 해도 일단 참가해서 손해 보는 것은 없다고 생각해서이다. 무엇보다 그들이 이길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달라졌다. 천신문이 개입한 이상 무조건 태천은 죽는다. 리셀 그녀가 아는 이상 천신문이 작정하고 나서서 실패한 일은 없다.

대한민국이 아무리 개판이 되어도 지금까지 계속 부활하고 부활 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천신문의 존재다. 멋도 모르는 이들이 그들의 향기를 없애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유럽, 아시아의 모든 천신문 지부를 모조리 공격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미리 정보를 알려주라는 거야?”

“최소한의 대비는 할 수 있겠죠.”

“... 그도 그러네.”

“하지만 혹시 모를 것을 대비는 해야 겠죠. 몰래 그들의 눈을 피해서 정보를 전해야 합니다.”

“NC로 하면 충분해.”

“연락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노집사의 말에 리셀이 한 숨을 쉬었다. 자신도 지금 이게 무슨 미친 짓인가 싶었지만 마음은 어서 연락하라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본능도 마찬가지다. 이성만 제외하고 모든 것이 어서 연락 하라고 말하고 있다.

“해야지. 미친 짓이지만. 그래도 한 때나마 내 남편이 될 수도 있던 남자니까.”

“잘 선택하셨습니다.”

노집사의 말에 리셀은 피식 웃으며 화면을 키고 저장되어 있는 태천의 얼굴을 누르려는 순간 손이 멈추었다.

“뭐라고 말하면 될까?”

“예?”

“아니. 막 연락하자마자 ‘너 죽을 거야. 지금 당장 도망쳐.’ 라고 말할 수는 없잖아.”

“그야 그렇죠. 먼저 잘 지내냐는 인사와 함께 이야기의 물꼬를 티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잘 못 지낸다고 하면.”

“... 보통은 그 말에 그냥 잘 지낸다고 합니다.”

‘누구와 다르게요.’

속의 말은 속의 말로만 두는 노집사다. 아직 죽고 싶지 않으니까.

“그렇군.”

그리고 다시 손 가락을 움직이다가 리셀이 손을 멈추며 말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야기를 하지?”

“예?”

“아니. 잘 지냈냐고 인사를 한 후 바로 ‘그럼 다행이다. 이제 곧 너 죽을 테니 해보지 못 한 것들을 다 하면서 죽을 날을 기다려라.’ 라고 할 수는 없잖아?”

‘애초에 왜 계속 협박하는 식으로 말하는 겁니까!!!!!’

좋은 말을 두고 계속 상대방을 협박하듯이 말하려는 리셀을 보며 노집사는 한숨만 나왔다. 역시 자신의 교육이 잘 못 된 것 같았다.

“그건 협박하는 말투 아닙니까?”

“그러면 어떻게 말해야 하지?”

“하아... 제가 한번 읽어 보라는 책 혹시 보셨습니까?”

“재미없어서 3페이지만 봤다.”

“끙... 그것 좀 마저 다 읽어 보십쇼. 그러면 어떻게 말을 해야 할 지 알 수 있습니다.”

“흐음. 그래? 잠시 기달려라.”

그리고 선반에 있는 책을 하나 집어든 리셀은 곧 빠른 속도로 책을 읽었다. 책을 천천히 읽으면서 리셀의 얼굴의 표정은 참 재미있게 바뀌었다. 그것을 본 노집사는 그저 이제 어디 봤구나... 하면서 조용히 기달렸다.

탁.

이윽고 책을 다 본 리셀을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 지금 나에게 이.. 이런 일을 하라는 건가!”

리셀의 외침에 노집사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이런 천박한 짓을!”

“천박하다뇨! 이건 정상입니다. 평범하게 여자가 남자에게 연락을 하거나 사랑 할 때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입니다. 1천만 부 이상이 팔릴 정도의 베스트셀러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죠. 이 책이 가장 기본적인 남녀간의 연애의 기본적인 책이라는 평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 연애?!!”

“허어... 이것 참. 이제 그만 하십쇼. 주인님. 이미 스스로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보통 같으면 이렇게 미지근하게 행동하시지 않을 분이 지금 스스로의 행동을 한 번 뒤돌아 보십쇼. 스스로 질문 해 보십쇼. 정말로 리셀 아브라함의 행동인가.”

“그.. 그건...”

노집사의 말에 리셀은 입을 다물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행동이 자신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지금은 중요한 갈림길입니다. 주인님. 이대로 계속 리셀 아브라함으로 살아가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짝을 찾느냐 마느냐의 문제입니다. 이대로 평생을 함께 사시겠습니까? 저의 나이도 이제 80이 다되어 갑니다.”

“.....”

“제가 평생을 지켜드리고 싶지만 불가능 하다는 것을 알지 않습니까? 물론 아브라함 가문의 가주로서의 당연한 오만함과 자만심은 필수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평생 외로워야 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선대 가주를 생각하십쇼. 정략혼으로 그 두 분은 그냥 서로 남남으로 살았습니다. 어렸을 때 저에게 그러지 않으셨습니까? 그렇게 살고 싶지 않으니 도와달라고. 지금 제가 열심히 도와드리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부디 지금의 행동을 잘 하셔야 합니다. 어릴 때의 꿈을 아직 포기하지 않으셨다면 말이죠.”

“하면 되잖아. 하면.”

그리고 리셀은 마음을 굳게 먹고 NC의 화면을 다시 조정해서 태천의 얼굴을 누르고 통화를 시도한다. 잠시 후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태천의 모습이 나타났다.

- 갑자기 무슨 일이야? 먼저 연락도 다 하고.

“아. 그... 자. 잘 지냈는가 싶어서.”

태천을 보고 바로 굳어 버린 리셀. 그리고 비록 노집사의 눈에는 화면이 보이지 않았지만 굳은 상태로 딱딱하게 말하는 리셀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역시 자신의 교육 방식이 잘못 된 것 같았다.

- 뭐. 무사하지. 열심히 수련 중이기도 하고. 그보다 너는 수련 안 해? 지금 바쁠 것 같은데.

“내..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 하지?”

- 흐음. 너하고 아트리아 이시스를 포함한 6명이 나를 공격하는 거 아니었어?

“그.. 그것을 어떻게?!!!”

놀라며 말하는 리셀을 보며 태천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 신들 중 한 명이 살짝 알려줬거든. 나를 노리고 있다고. 나머지 6명의 계약자가 말이야. 아 그거 이야기 하려고 전화 한 거야?

“아. 으으...”

전혀 예상하지 못 했던 태천의 답변에 리셀의 머리는 텅 하고 비어 버렸다. 이에 노집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천신문에 대해서 이야기 하십쇼.”

노집사의 말에 텅 비어있던 리셀의 머리에 천신문이라는 글자와 함께 여러 가지 단어들이 주르륵 떠올랐다.

“험험. 그러면 천신문에 대해서는 들어봤나?”

아까의 맹한 모습은 사라지고 어느 덧 예전의 리셀 아브라함으로 돌아 왔다. 물론 완전한 예전의 모습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 또한 상사병의 부작용이려나...’

처음에만 해도 당당하더니 그곳에서 나온 후 끙끙 앓고 있더니 이제는 완전히 첫사랑 하는 소녀가 되어 버렸다.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 천신문?

“그래. 천신문. 천신문 모르나?”

- 응. 전혀 들어 본 적 없는걸?

“후후후. 그런가. 그러면 이내가 알려주지. 너에게만 특별하게 해주는 나의 은혜라고 봐도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노집사도 본 적 없는 환한 미소를 보여주며 리셀이 입을 열었다. 그 모습에 노집사는 아빠들이 딸을 시집보낼 때 느끼는 섭섭하면서도 시원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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