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정말로 다 채웠네.”
시체로 한 가득한 창고를 보며 태천이 중얼거렸다. 지옥에 들어 온지도 어언 반년이 다되어 갔다. 밖의 지구의 시간으로 보자면 약 4개월 정도가 흐른 것이다.
“예. 이것으로 이제 돈에 대해서는 걱정 없을 것 같군요.”
“그래. 족히 수십조는 될 거야.”
모두 A급 몬스터의 시체. 그 숫자는 족히 수백이 넘는다. 이 많은 시체들. 그것도 크기가 너무 크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모두 포인트로 바꿔서 좀 작은 녀석들로 꽉꽉 채워서 넣은 진짜 알짜배기 시체들이다.
“S급 몬스터로 시체를 채우는 것은 무리겠지?”
“가능은 하지만 그 후의 후 폭풍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경매에서 큰돈은 받을 수 없으니 그저 일정 금액을 정해서 팔아야 겠죠. 그건 저희들에게 있어서 손해입니다.”
“그렇지. 무엇보다 포인트도 상당히 벌리는데 그걸 버릴 수는 없지. 아 그리고 성녀.”
“예?”
“몬스터는 아직 얌전하게 잘 있지?”
“물론이죠. 그 약 효과 아주 좋던데요?”
“후후후. 당연하지. 이 몸이 만들었으니까.”
금실로 만들어진 로브. 붉은색과 금색이 어우러진 상의와 검은색의 바지. 거기에 금태의 안경. 그야 말로 돈 지랄이 뭔지 보여주는 옷차림이었다.
“그래. 그래. 수고 많았다.”
“후후. 당연합니다. 저의 실력은 너무나도 대단하니까요. 고작 이 정도야 누워서 떡먹기 보다 쉽습니다. 이 헤르메스. 현자님의 유일한 제자로서 이 정도도 못 할 리가 없죠.”
“그래. 그래.”
비문의 계승자 헤르메스. 12레벨의 몬스터로 혼돈 속성으로 가지고 있는 능력이 참 무섭다. 특수한 능력이라고 할 것은 딱히 없지만 4개의 필살기가 있다.
공격력, 방아력, 마법무효, 상태 이상. 이 4가지 속성의 필살기들은 아군의 몬스터들의 버프를 해주는 물약과 상대망 몬스터에게 상태이상을 주는 물약.
이렇게 4개의 물약이자 필살기를 가지고 있다. 성녀가 사로잡은 몬스터를 향해 헤르메스는 성녀가 판 구덩이에 몬스터와 함께 수면향을 넣어주면서 한달은 잠들도록 하였다.
S급 몬스터라서 걱정했지만 역시 12레벨이라는 것일까? 그 수면향은 효과 만점으로 아주 얌전하게 몬스터를 재웠다. 전혀 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 그것보다. 마스터. 우리 현자님은 언제 쯤 소환하는 거지?”
“이제 마법진 완성 할 수 있게 되었거든? 그러니 한 10년만 기다려라.”
“쯧. 나약하구만. 내가 정신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물약이라도 만들어 줄까?”
“만들 수는 있어?”
“재료만 구해준다면. 우리 현자님이 남긴 비문을 계승한 나니까 그 정도는 만들 수 있지. 단지 아까도 말했다시피 재료만 구해주면 충분해.”
“재료가 뭔데?”
“말해도 구해 줄 수 없을 걸? 일단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러면 이야기를 꺼내지 말던 가. 그보다 이제 그만 떠들고 돌아가자. 여기서 볼 일도 다 봤어.”
“예~”
창고의 문을 단단히 닫고 천지만신검을 발판으로 삼아 창고의 위에 태천이 오르자 성녀와 헤르메스가 그 뒤를 따라 올라갔다.
“아 그리고 너는 돌아가 있어.”
“응? 어? 잠깐! 마스터!”
헤르메스의 발 밑의 마법진과 함께 천천히 사라지는 헤르메스였다. 역소환. 몬스터를 다시 카드로 되돌리는 것이었다.
“하여튼 저 녀석은 너무 말이 많아. 본래 저런 캐릭터였어?”
“후후. 조금 그렇죠? 카드의 모습만 보면 진중한 학자 같은데 말이죠.”
“그러는 너도 만만치 않아. 성녀.”
“에? 제가요? 저처럼 자비롭고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과 평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여자가 가이아님 말도 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 그냥 가자.”
자신의 입으로 모든 것을 떠드는 성녀를 보며 태천은 그저 한숨만 나왔다. 여기서부터 다시 지구로 가는데 걸리는 시간. 대략적으로 3일은 걸릴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조금 지루한 시간이 될 것 같다며 생각하며 태천은 눈을 감았다.
* * * * * * * * * *
“... 뭐야? 이건.”
우주의 공간. 이곳은 자신이 듀얼 몬스터즈에 커넥션을 하면 나오는 공간이었다.
“당황하지 마세요.”
듣는 것만으로 마음속이 묘하게 편안해지는 미성. 그 목소리의 근원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태천이 말했다.
“도대체 이건 어떻게 된 거지? 가이아.”
자애의 여신 가이아. 태천이 계약하고 소지하고 있는 3장의 신의 카드 중 한 장이자 20명 뿐인 신들 중 한 명인 여신이었다.
“잠깐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불렀어요.”
“그런 것도 가능해?”
“NC라는 기계 자체가 뇌에 있잖아요. 꿈이라는 것은 결국 뇌의 활동에 의해서 나타나는 거예요. 그러니 이런 것도 못 할 것은 없죠. 단지 지금까지는 힘이 부족해서 하지 못 하고 있었지만요.”
“앞으로도 하겠다는 이야기로 들리네?”
“후후. 걱정마세요. 저희도 가능하면 하지 않을 테니까요. 이번에 부른 것은 다른 이들은 모두 알고 있는데 저희가 너무 우리들의 계약자에게 허술하게 대한 것 같아서 하나의 정보를 주기 위해서 이런 일을 한 거예요.”
“정보?”
“예. 성녀에게 들었을 거예요. 우리와 당신의 관계에 대해서.”
“내가 갑이고 너희가 을이라는 거?”
“훗. 예. 바로 그거예요. 그런데 을 치고는 저희가 너무 방관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을답게 행동하기 위해서 나온 거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그렇게 해주면 나야 고맙지.”
“이번에 치우가 하나 내기를 제안했어요.”
“내기?”
“지금의 왕은 훌륭하지만 너무 약하다. 고로 진정한 강한 자를 왕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니 경쟁을 하자. 누가 가장 강한 존재인지 경쟁을 하여 강자를 가리고 그 강자를 왕으로 생각하고 계약한다.”
“... 아니지?”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 같은데요? 경쟁. 즉 싸움을 통해서 스스로의 강함을 증명해야 한다는 이야기죠. 그리고 여기서 제가 가져 온 정보는 총 7명인 계약자들 중에서 지금 저의 앞에 있는 우리 계약자님이 최고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으며 그것 때문에 나머지 6명이 힘을 모아서 동시에 공격하는 것을 노리고 있다는 것 정도?”
“에이... 그건 좀 아니지. 나머지 3명은 나도 좀 아는데.”
“그들에게 있어서 우리의 갑은 그 정도라는 거죠. 저도 개인적으로 상당히 기분이 나빴답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의 계약자가 아니죠. 우리 14명의 계약자는 바로 당신이니까요. 김태천님.”
그리고 가이아가 손을 휘젓자 허공에 이상한 그림이 나타난다.
“잘 보세요. 이게 바로 현재의 태천님의 상태에요.”
나타난 그림은 사람의 모습을 한 그림자였다. 아니 사람의 모습이라고 해야 하나? 그냥 검은색으로 칠해진 거였는데 그 사람의 모습에 무릎이 있는 부분까지 푸른색의 빛이 빛나고 있었다.
“이 푸른색의 빛이 지금 태천님의 정신력. 그리고 이 인간 모형은 저희 신들을 소환하기 위해서 필요한 정신력이라고 보시면 되요. 이 푸른빛이 최소한 목까지는 차올라야 저희를 소환하고 기절하지 않을 수 있어요. 물론 그 후에는 기절 직전까지는 갈 거예요.”
“... 이렇게 부족해?”
고작 무릎 부분에 있는 푸른빛을 바라보며 태천이 말하자 가이아가 웃으면서 말했다.
“12레벨. 13레벨. 단순히 1레벨의 차이. 하지만 그들은 반신이라고 부를 수 있고 저희는 온전한 신. SS급 몬스터로 추정되는 그 괴물과 싸워 보셨죠? 그 괴물은 특출난 능력은 단 하나. 재생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무지막지한 회복력이 있죠.”
“그것 때문에 도망쳤지.”
“저희도 같아요. 12레벨이 일반적인 S급 그 중에서도 좀 더 강한 측에 속하는 몬스터라고 하면 13레벨의 저희 신들은 그 SS급으로 추정되는 몬스터라고 보시면 되요. 단 하나의 차이죠. 재생력이라고 할 수 있는 그 회복력이 있고 없고. 그 하나의 차이로 몬스터가 급격하게 강해지잖아요? 저희도 같은 거예요. 비록 1레벨의 차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차이를 가지고 있죠.”
“대단하다고 자랑하는 거네.”
“호호호. 그렇게 볼 수도 있네요. 하지만 태천님. 그 만큼 저희가 가신 힘은 굉장하면서도 위험한 거예요. 지금까지 무한의 재능을 가진 자가 태천님 이외에도 한 명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시겠죠?”
“물론이지. 확률상 그건 불가능 해.”
“예. 하지만 그들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모두 심성이 글러먹었거든요.”
“나도 착한놈은 아니야.”
“예. 하지만 세계 정복을 꿈꾸는 사람도 아니죠.”
“그건 귀찮은 짓이야.”
“후후. 그렇게 보면 참 좋은데 말이죠. 모든 사람들이 그러지 않아요. 태천님. 그래서 우리는 태천님을 선택한 거예요. 욕심은 있죠. 사람이 살아가는 원동력이니까요. 하지만 결코 일정한 선을 넘지 않아요. 스스로 절제하고 자제할 줄 안다는 거죠. 이건 참 대단한 재능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무한의 재능 보다 훨씬 더 말이죠.”
“그런거야?”
“보세요. 실제로 그 6명을. 힘이 좀 생기니까 바로 더한 것을 노리고 움직이잖아요?”
“나도 그런데?”
“하지만 그들처럼 이미 충분한 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더 이상의 힘을 노리거나 하지는 않잖아요.”
“그건 충분한 힘을 가진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그럼 이번에 한번 가져보세요.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가이아의 말이 끝나자 갑자기 시야가 환하게 비추었다. 그리고 눈을 뜨니 보이는 것은 어느새 아침이 밝아 온 지옥의 풍경이었다.
“세상을 지배할 힘이라... 개꿈은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