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얼리스트-66화 (66/132)

66화

“... 이봐.”

“예. 주인님.”

“재미있는 것 없을까?”

“원하시는 것이 있으십니까? 아니면 새로운 장난감을 가져 오도록 할까요?”

“재미없어. 가지고 노는 것도 질려.”

“그럼 오랜만에 살투장에 가시겠습니까?”

“그런 무식한 놈들이랑 어울리고 싶지 않군.”

“... 그러십니까?”

그렇게 말하며 노집사는 자신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젊은 나이에 부모를 뛰어 넘어 지구의 슈퍼파워라고 불리며 최고의 국가이자 사실상 실질적인 주인이라고까지 불리는 미국의 숨겨진 진정한 실세.

아브라함 가문의 최연소 가주. 그것이 자신의 주인이고 지금 무기력 하게 침대에 알몸으로 누워 있는 리셀 아브라함이다.

‘하아... 역시 교육에 문제가 있었어...’

지금 그가 보기에 리셀은 아주 단단히 사랑에 빠졌다. 물론 본인은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 리셀의 평소 생활을 봤을 때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은 그녀에게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을 것이고 그것을 무려 10일이나 버틴 것도 그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후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후 마음껏 자유를 누렸지만 그건 불과 하루도 가지 못 했다. 10일은 짦은 시간이지만 생각 이상으로 긴 시간이기도 했다.

사람을 장난감 취급 하지만 그래도 예전만큼 험악하게 다루거나 하지 않았다. 처음 그녀가 자신에게 요즘 어떠냐고 물어봤을 때 어딘가에서 세뇌라도 받았나 의심했을 정도로 그녀의 행동은 알게 모르게 매우 많이 바뀌었다.

그로서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저 모습의 리셀은 아니었다. 차라리 예전의 모습이 더 그리울 정도다.

“... 다시 그곳으로 가시는 게 어떠십니까?”

“지금 스스로 나온 곳에 내가 다시 들어가라는 거야? 내가 누군지 잊었어?”

“아닙니다. 그저 지금의 상황을 넘어가기 위해서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을 알려드리는 겁니다.”

“쓸데없는 말이로군. 나가봐.”

“예.”

그리고 노집사는 자신의 주인 몰래 한숨을 쉬며 밖으로 나가자 리셀은 다시 눈을 감았다. 잠이나 한숨 자려고 하고 있을 때 머리에 울리는 알림음이 울리자 다시 눈을 떴다.

“... 도대체 이년은 뭐가 하고 싶은 거야?”

NC의 화면에 당당히 나타난 전화에 그녀는 한숨을 쉬면서 일단 화면을 눌렀다.

“또 뭐야?”

- 호호. 너무 화내지 마세요. 그보다 최근 들어 무기력증이라도 걸린 것 같다고 하는데 정말인가 보네요. 리셀.

“시끄럽다. 이시스. 용건이나 말해.”

- 별 것 아니에요. 그저 안부 인사와 함께 지금 아트리아와 준비하고 있는 조금 재미있는 일에 리셀도 함께하지 않을까 해서 연락한 거예요.

“재미있는 일?”

리셀이 반응을 보이자 이시스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 아시다시피 지금 우리와 같이 듀얼 몬스터즈에 있는 카드를 현실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진짜 듀얼리스트는 총 7명. 그 중 한 명은 당연히 듀얼킹이라고 불리는 그이고 나머지 6명 중 3명은 우리죠. 그리고 나머지 3명 중 2명은 이미 우리가 포섭했어요.

“그래서?”

- 나머지 한 명은 지금 어딘가로 사라져서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지만 5명 정도라면 충분히 왕의 자리를 노릴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요?

“미쳤군. 우리들에게 있어서 신은 절대의 존재다. 그리고 그 신도 그에게는 안 된다고 분명 성녀가 말했을 텐데?”

-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정세에는 잘 모르나 보군요. 그가 깨어났다고 합니다.

“그?”

- 저와 계약한 신이 말해주더군요. 그가 깨어났으니 이제부터는 시험이 시작된다고. 그리고 그 시험이 지속되는 동안. 듀얼킹이 죽는다고 해도 무관하다고.

“... 신들은 변덕이 심한 모양이네.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거지?”

- 글세.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요? 신의 뜻인데요. 어찌되었든 우리는 그를 죽일 생각은 없지만 기선제압은 해둘 생각이에요. 안 그래도 그의 누나가 신경 쓰이는데 그 마저 그렇게 커버리면 곤란하니까요.

“그래서 지금 미리 길들이겠다는 건가?”

- 호호호. 그렇게 말할 수 있죠. 어찌되었든 하실 거예요?

“... 그러지.”

- 기대하고 있을게요. 리셀.

그리고 통화가 끊어진다. 이에 리셀은 침대 옆에 있는 서랍장 위에 있는 종을 가볍게 흔들자 곧 문이 열리며 노집사가 다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그 아이 잘 하고 있어?”

“예. 성장도가 매우 빠릅니다. 지금 벌써 6레벨의 몬스터까지 소환하고 있습니다.”

“이시스와 아트리아가 힘을 합쳐서 그를 공격하자고 하더군.”

“... 죽지 않습니까?”

“몰라. 신들의 변덕인지 공격해도 괜찮다는 말이 나온 모양이야.”

“... 변덕스럽군요.”

“그러니까. 나도 거기에 참여하기로 했어.”

“주인님께서 말입니까?”

“무슨 문제 있어?”

“아닙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노집사는 정말로 무슨 일인지 궁금해졌다. 지금 딱 봐도 만나고 싶어서 어쩔 수 없어하는 사랑하는 소녀의 상태인 자신의 주인이 갑자기 그 사랑하는 대상을 공격한다고 하니 당황스러웠다.

‘아니지. 공격을 하기 위해서는 얼굴을 봐야하니.. 설마? 끙... 아무리 서툴러도 그렇지. 설마 이런 명분으로 다시 만나려는 것을 생각한다니...’

서툴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정말로 이런 이유로 다시 그를 만나려는 것인지 이해가 안되었다.

‘자존심도 좋지만 때때로는 그것이 필요 없을 때도 있거늘...’

리셀 아브라함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자부심. 그것 때문에 지금 리셀은 직접 나온 후 다시 그곳으로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 하고 있다. 다시 만나는 것 까지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시스의 제안은 다시 그를 만나기 위한 아주 좋은 명분이다.

‘후우.... 주인님...’

어릴 때부터. 아니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켜봐 온 노 집사다. 지금까지 잘 컸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이 순간 너무나도 어설픈 리셀의 모습에 절로 한숨만 나왔다. 역시 좀 더 감정에 대해서 신경 써야 했다고 하며 후회하고 있었다.

* * * * * * * * * *

검은 암흑과 하얀 별이 빛나는 우주 공간. 그곳에서 20명의 사람들이 원을 그리고 앉아 서로가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분명 이번 일에 우리는 찬성을 했어. 왕에게 좀 더 경각심을 심어주고 빠르게 강해지기 위해서. 하지만 지금 상황이 다르게 움직이고 있어. 다른 6명이 한 명을 공격한다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고.”

온몸이 불로 이루어진 사내의 말에 옆에 있는 10살 짜리의 귀여운 여자 아이가 말했다.

“찬성. 이건 상황이 달라졌어.”

“나는 반대. 어차피 그들은 결코 왕을 이길 수 없어. 그들이 뭐라고 움직인다고 해도 지금의 왕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아. 잘 만 하면 우리도 이길 수 있을 지 없을 지 알 수 없는 걸.”

여자 아이의 맞은 편에 앉아 있는 농염한 여인이 말하자 여자 아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럼 이대로 두고 보자는 거야?”

“나쁠 것 없잖아? 그들이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결국은 12레벨의 몬스터 3마리를 소환하는 것이 최대 한계일 거야. 그런 이들을 상대로 굳이 우리가 직접 나설 필요는 없잖아? 잠에서 깨어난지도 얼마 되지 않았어. 나는 또 다시 자고 싶지 않아. 하고 싶은 일이 많다고.”

“이건 고작 그런 짧은 시간을 보고 이야기 하는 게 아니잖아. 우리들의 왕이자 계약자의 목숨이 걸려 있는 문제라고.”

“여기에 대해서는 이미 이야기가 끝났을 텐데? 그가 우리들의 왕이고 계약자인 것은 그의 무한이라는 재능 때문이야. 우리는 신이야. 애초에 굽히고 들어간 것만해도 자존심 상해 죽겠는데 거기서 얼마나 더 굽혀야 한다는 거야?”

“그럼 그와 싸울 생각이야? 이길 수 있어? 그는 지금이라고 해도 너 같은 년은 가볍게 찢어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

“후후후. 사돈 남말 하고 있구나. 너는 예외 일 것 같니?”

“이년이 진짜.”

“아이는 들어가서 잠이나 자려무나. 그래야 키가 크지.”

“해보자는 거야!”

“못 할 것도 없지.”

서로 으르렁 거리는 두 여인의 싸움을 지켜보던 다른 사람들은 한숨을 쉬거나 고개를 저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 하루 이틀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시끄럽다. 둘 다.”

그때 붉은색의 갑옷에 도깨비의 가면을 쓰고 있는 사내의 말에 여자 아이와 여인 둘 모두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여기에 대한 결정에 번복은 없다. 그가 진정으로 우리가 선정한 왕이라고 한다면 이 정도의 고난에 무너지지 않는다. 무너지면 그 정도의 그릇이 안 된다는 이야기. 그것뿐이다. 그러니 그 문제에 대해서는 넘어가도록. 지금 우리가 모인 것은 그것 때문이라면 나는 그만 가겠다. 가이아.”

“... 그렇지 않아요. 이번에 모이라고 한 진짜 이유는 모두 알다시피 최근 들어서 나타나는 이변에 대한 거예요.”

그러자 다른 19명의 사람들. 아니 19명의 신들의 표정이 굳어진다.

“그 이변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 낸 것은 전혀 없습니다만 일단 가벼운 것은 아니기에 모두 조심하라고 모이라고 한 거예요. 어쩌면 그들이 나타났다는 증거일 수도 있어요.”

“그들일 가능성은?”

“반반이죠. 맞다 아니다. 둘 중 하나. 하지만 그래도 확률로 따지자면 80%에요. 그리고 그들이 여기까지 쫒아 왔다면 우리들이 싸우고 있을 시간도 없어요.”

“결국은 이렇게 되는 건가...”

한 노인이 자신의 수염을 만지며 말하자 다른 신들의 표정도 썩 좋지는 않았다.

“일단 최대한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갖가 계약한 계약자들의 실력을 최대한으로 키워 주셔야 해요. 당장은 아니더라도 그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이제 저희도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하니까요. 우리가 한 준비는 그들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아시겠죠?”

가이아의 말에 다른 신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만 모두 가도록 하죠. 계약자에게도 경고는 해주세요. 또한 왕에 대해서라면 계약자들이 스스로 해결하게 남겨두세요. 단지 거기에 따른 책임도 스스로 져야 한다는 것도 알려줘야 겠지요. 그러면 모두 다음에 보도록 하죠. 그때는 좋은 일로 만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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