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화
“피터처럼?”
정수의 말에 희선이 고개를 돌려서 정수를 노려봤다. 그러자 정수가 양손을 들며 말했다.
“워워. 진정하라고. 언니. 내가 틀린 말 한 것도 아니잖아? 누가 봐도 피터는 언니를 좋아한다고. 언니도 알고 피터도 알고 다른 S급 헌터들도 아마 다 알고 있을걸? 노골적으로 표현하니까. 좋아한다는 말만 안했을 뿐이지. 아주 제대로 꽂혔던데.”
“쓸데없는 참견이야.”
그 말과 함께 희선이 뒤 돌아서 다시 저택의 안으로 들어가자 정수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에이. 왜 그래? 언니도 마음이 없지는 않잖아?”
정수의 말에 희선은 다시 고개를 돌려 정수를 노려봤지만 그녀의 볼을 분명하게 붉게 문들어 있었다.
“큭큭큭. 언니도 쑥맥이라니까? 그냥 서로 좋아하니까 일단 사귀기라도 해봐. 아니면 헤어지면 그만이잖아? 애초에 언니는 도대체 요즘 시대의 여자라고 볼 수 없어.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조선시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 여자라면 한명의 남자만 평생 모시고 살아야 한다니. 그런 말 하고 다니면 연구원들에게 붙잡혀서 시간이동 했냐고 심문 당한다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쓸.데.없.는.참.견.이.다.”
“쿡쿡쿡.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렇게 노려보지 말라고 언니. 주름 생긴다.”
정수의 놀림이 가득한 말에 희선은 그냥 저택 안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아아. 미안. 미안. 언니.”
그런 희선의 뒤를 빠르게 쫒아간 정수가 희선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보다 언니. 정말로 저대로 보낼 생각이야?”
정수의 말에 희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언니. 솔직히 말해서 언니 기준이 너무 높아. 그 기준이면 그 누구도 오빠랑 결혼 할 수 없다고.”
“내 기준이 높다고? 네가 너무 낮은 거야.”
“아니. 리셀 아브라함의 얼굴과 몸매에 그녀 정도의 권력이나 부를 가지고 거기다가 성격은 현모양처이며 오빠를 위해서 평생을 헌신할 여자라니. 그런 여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나는 왜 미인의 기준을 그녀로 잡나 싶었는데 이번에 보고 깨달았어. 왜 그런 기준을 잡았는지. 그리고 왜 과거에 남자들이 경국지색이라고 불리는 미녀들을 다투고 싸웠는지. 그런 여자라면 내가 남자라고 해도 무조건 손에 넣으려고 할 거야.”
“그래서?”
“그래서 불가능 하다는 거야. 솔직히 오빠가 잘나가는 것도 인정 해. 물론 언니가 말하는 현모양처의 여자가 나타날 거야. 하지만 그런 여자가 리셀 아브라함 정도의 미모를 가지고 그녀 정도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건 불가능 해. 소설에도 나오지 않을 완벽녀잖아. 언니도 그 정도는 안 되고 나도 그렇게는 안 되잖아. 우리가 못 하는 것을 남에게 강조할 수는 없지.”
“하지만 태천의 아내야. 그 정도는 해 줘야 해.”
“에이. 그게 오버라니까 그러네. 솔직히 나는 리셀 아브라함 정도만 해도 찬성이야. 언니가 원하는 현모양처는 아니지만 최소한 오빠를 불행하게 만들 여자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어.”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말이야.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 정말로 태천이를 원한다면 결국 그녀는 다시 올 거야. 태천이를 만나기 위해서.”
“그래서? 시험이라고?”
“시험이라고 할 수 있지. 정말로 원한다면 다시 올 거고. 아니면 그냥 그것으로 끝인 관계. 그냥 좀 더 친하게 지내는 정도에서 끝날 거야.”
“하아... 정말이지. 언니는 좀 기준을 낮춰야 해. 내가 정상이라고. 나는 그냥 오빠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여자가 내 새언니의 기준이잖아. 언니도 나를 좀 본 받아야 한다고 봐. 이것에 대해서는.”
“이 언니도 그냥 귀여운 동생이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란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상의 여자를 생각하면서? 꿈도 크셔라. 그런 여자가 존재한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어. 성도 바꾸고. 덤으로 내가 가장 아끼는 그것을 언니에게 기꺼이 주겠어.”
“태천이가 선물한 반지?”
“응. 그거.”
“나도 있어.”
“.... 진짜로? 오빠가 나만 줬다고 했는데?”
정수의 말애 희선은 혀를 치며 말했다.
“그때의 너는 6살 이었고 태천이는 8살이었어. 8살 아이에게 뭘 바라는 건데?”
“오빠랑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 봐야겠어.”
“기억이나 할 것 같아? 이상한 소리 그만하고 내가 하라는 건 다 했어?”
“다했지~ 완벽해. 이제 조금만 더 하면 그 늙은이들 확실하게 매장시킬 수 있어.”
“조금의 빈틈도 있으면 안 된다는 걸 잊지 마. 그 늙은이들이 순순히 물러날 리가 없으니까. 확실하게 아주 조그마한 구멍도 만들어서는 안 돼.”
“걱정하지 말라니까. 확실하다고 내가 한 건 마무리지 대부분 다 언니가 직접 한 거잖아? 언니가 한 일을 믿으라고.”
“그 말은 너는 믿지 말라는 말이구나.”
“에이. 당연히 이 귀여운 동생도 믿어야지. 오빠만 동생인가? 나도 언니 동생이야.”
“훗. 알고 있어. 그러니까 그 일을 맡긴 거야.”
“그나저나 지금 오빠 뭐하고 있으려나...”
“알아서 잘 지내고 있겠지. 이번에 갔다 오면 1년 정도 쉰다고 하는데... 상황을 봐서 언제라도 터트릴 준비를 해야 겠어.”
“너무 성급한 것은 좋지 않아. 언니.”
“질질 끄는 것도 좋지 않아. 이미 그들도 눈치 채고 하나하나 자신이 남긴 흔적들을 지우고 있을 거야. 그들이 완전히 지우기 전에 터트려야 해. 물론 우리는 계속 증거를 확보해야 하고.”
“21살에 이런 위험한 일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는데... 참 쉽지 않네. 인생 살아가는 거.”
“... 21살이 그렇게 말하니 28살인 내가 할 말이 없구나.”
“헤헤. 조금 그런가? 그런 의미에서 오랜만에 같이 목욕이나 할까?”
“그래.”
그리고 사이좋게 욕실로 향하는 김자매였다.
* * * * * * * * * *
“후우....”
“아직도 안 주무시는 겁니까?”
밤하늘의 별을 보며 한숨을 내쉬는 태천의 옆에 사의가 앉으며 말했다.
“머리가 복잡하다. 생각 이상으로 S급 몬스터를 너무 많이 잡아 버린 것 같아. 이래가지고는 나중에 네가 한 계획이 제대로 실행되는데 수십 년은 걸릴 것 같아.”
“가이아님을 소환하여 조금 힘을 빌려달라고 하시면 됩니다.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는 아예 몰래 이곳과 지구의 어딘가를 연결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물론 그러기 위해서도 13레벨의 신분들을 소환하셔야 하겠지만요.”
“그것보다 내가 더 머리가 아픈 건 그게 아니야. 내가 더 머리가 아픈 건 지금 내 수중에 있는 카드들과 앞으로의 일이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일을 벌이는 거야? 이 신들은.”
“그것을 저에게 물어보셔도 저는 말할 수 없습니다. 모르니까요. 하지만 잊지 말아주세요. 모든 것의 발단은 마스터가 듀얼킹. 즉 인간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전략가이자 투사가 되었기에 그런 겁니다. 물론 재능도 있고요.”
“후우. 그건 그렇겠지.”
“그래도 좋지 않습니까? 이제 진짜 현실에서 듀얼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좋지 않은가라...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진짜 목숨을 걸고 하라고 하면 좋지 않은데. 무엇보다 그들이 나를 1:1로 상대한다는 보장도 없잖아?”
“그게 게임과 현실의 다른 점이죠.”
“내 말이. 지금 일단 내가 아는 것은 4명이지?”
“예. 그 여자 3명하고 아프리카에서 나온 소년 한명. 일단 이렇게 나오고 있지만 제가 알기로는 마스터까지 해서 총 7명입니다. 이 이상은 늘어나지 않겠지만요.”
“왜?”
“7이라는 숙자가 딱 좋다고 하더군요. 사라지거나 죽으면 더 추가 될 수는 있지만 그 전에는 아마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