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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리스트-62화 (62/132)

62화

“그럼 해야지. 그래도 피해는 최소한으로 하고 싶어.”

“그건 조금 힘들 겁니다. 그래도 여러 가지 방법은 있습니다. 보아하니 마스터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으시는 것 같더군요.”

“... 거기다가 떨어트리자고?”

“그것도 한 가지 수단이죠. 하지만 가장 편한 것은 역시 중국입니다. 애초에 그 옆에 있는 사막이 가장 좋은 위치죠. 일본은 갑작스러운 몬스터 출연에 대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되어 있으니 말이죠.”

“중국은 아니고?”

“쓸데없이 땅이 크니까요. 거기다가 인간들에 대해서 잘 알지 않습니까? 더더욱 권력을 잡고 있는 기득권층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고요. 수도를 중심으로는 잘 되어 있지만 그 이외의 부분은? 전혀 아닙니다.”

“흐음.... 사막 한 가운데가 가장 좋지만... 어디로 갈지는 모르지?”

“거기다가 그 몬스터가 말라 죽지 말라는 법도 없지요.”

“에이 그래도 명색이 S급 몬스터인데...”

“몬스터건 뭐건 지상에서 살아 숨쉬는 생명체인 이상 자연 앞에서는 무력하답니다. 마스터. 반신의 경지에 오른 이 두 분이라고 해도 위험하죠. 신이 아닌 이상 말입니다.”

“그건 사의의 말이 맞아요. 왕님. 저야 사막 한 가운데에 있어도 살아남지만 바다 한 가운데라면 불가능해요. 땅이 있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의 깊이에 땅이 있는지도 모르고 바다에서는 아무래도 저의 힘이 대폭 약해지거든요.”

“이 늙은이도 그건 자신 없네. 아무리 안 먹고 오래 버틴다고 하지만 아예 안 먹는 것은 불가능 하니까. 단지 우리 둘 정도의 실력자라면 그 전에 그곳에서 탈출하겠지. 문제는 몬스터의 지능 수준이겠군.”

“지능 수준이라... 역시 안전하게 그냥 중국 외부에 떨어트려야 하나?”

“그게 가장 무난한 것 같은데요? 왕님.”

“나도 그 생각에 찬성이네.”

“다수결로 결정인가.... 그래도 너무 강한 녀석을 풀어 놓을 수는 없어. 좀 적당히 잡기 쉬운 녀석이 좋겠지.”

“아니요. 반대입니다. 가장 강력한 녀석을 풀어놔야 마스터의 힘이 더욱 부각됩니다.”

“그러면 피해가 커지지 않을까?”

“그래서 외국에다가 풀어 놓는 겁니다. 너무 양심을 가지고 행동하실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세상이라는 것이 양심이 있는 사람들이 손해 보면서 살게 되어 있거든요. 절대적인 위치에 오르기 전까지는 말이죠.”

“도사로서 할 말은 아니지만... 어쩌겠는가? 세상살이가 그러한 것을.”

“왕님이 빠르게 절대자가 되셔야 힘없는 자들이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거예요.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라고 할까요? 물론 그 희생도 없는 것을 목표로 움직여야 하겠지만요. 애초에 위로 올라간다는 것은 누군가를 밞는 다는 것. 그것을 모르지는 않겠죠? 왕님.”

“끙... 그렇지는 않지. 그래도 영 찝찝하네.”

“긍정적으로 보시면 됩니다. 지금 중국의 방비가 얼마나 허술한지도 알려주고요.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좀 더 좋게 살 것 아닙니까? 부정적인 면은 최대한 고개를 돌리는 것이 좋습니다. 마스터.”

“쩝. 그냥 평범하게 직장생활이나 하던 내가 참... 1년도 안되었는데 상황이 너무 많이 바뀌어 버린 것 같아.”

“본래 변화라는 것은 한 번 바뀌기 시작하면 그 변화의 끝을 향해 나가는 법이죠. 매우 빠르게. 지금의 마스터처럼 말입니다.”

“일단 가자. 연옥에 가서 생각하자고.”

“예. 그럼 속도를 좀 더 높이도록 할게요.”

더욱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창고의 위에서 태천은 다시 고민에 빠진다. 정말로 해야 하는 일일까? S급 몬스터의 힘은 잘 알고 있다.

여러 가지 영상도 봤다. 그런 괴물을 지구에 풀어 놓는 것이 정말로 올바른 일인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하게 된다.

물론 전 지구가 안전한 것은 아니다. 지속적인 몬스터의 등장에 아예 손을 때어버린 지역도 분명 존재한다. 250개가 넘는 나라가 지금에는 그 반인 100개 정도로 줄어 든 것이 바로 그 증거다.

아예 공간진에 넘어가 버린 나라가 땅이 그렇게 많다는 이야기다. 기존의 모든 국력과 상관없는 것이 공간진에서 나오는 괴물들.

그 괴물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 한 나라는 사라졌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결국 세상은 약육강식이라는 것이었다.

‘그래. 내가 뭐 그렇게 나쁜짓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눈 딱 감고 몬스터 한 마리만 풀자. 어차피 그 미친 놈들 한 번 혼나봐야 정신을 차리니까.’

“성녀.”

“예?”

“몬스터. 강한 녀석으로 잡고 유인할 수 있어? 수도 쪽으로.”

“... 중국에 풀어 놓았을 때요?”

“응. 중국에 풀어 놓았을 때 수도 쪽으로 유인할 수 있어?”

“가능은 합니다만....”

“그렇게 해.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좋은 생각입니다. 마스터.”

“그래. 좋은 생각이기는 하다. 그보다 이곳은 처음이지? 장삼봉은.”

“허허. 그렇구나. 처음 오는 곳이기는 허나 밖의 세상과 별로 다른 것은 없구나.”

“그래? 나는 많이 다른 것 같은데...”

“사람이 살지 않고 동물 대신 그 괴물들이 산다는 것 이외에는 다 똑같아. 아니 오히려 이곳이 더 평화로울 수도 있지. 물론 생각하기 나름에 따라서 달라지지만 말이야.”

“나는 절대로 아니야.”

“인간으로서 사는 것을 생각해서 그렇지. 인간이 아닌 몬스터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상상을 해봐. 필요이상으로 서로 싸우는 동물은 오로지 인간 밖에 없어. 그것을 생각하면 차라리 이곳이 더 살기 편할 수도 있어.”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은 없고.”

“다 서로의 시선과 입장의 차이지. 너무 신경 쓰지 말게나. 왕은 그저 왕답게 하면 되는 걸세.”

“오. 이제 폐하라고 안 부르는 거야?”

태천의 말에 장삼봉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무리 불러도 이상해서 바꾸었네. 폐하라는 단어를 사용하고자 한다면 완전히 존대를 해야 하는데 그것은 싫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어쩌겠나? 내가 바꿔야지.”

“애초에 그렇게 하면 좋잖아? 괜히 10일간 질질 끌고. 서로 피곤했다고.”

“허허. 이렇게 보여도 많은 생각을 하고 결정한 거야. 그나저나 이곳에 그렇게 몬스터가 많다고 들었는데 어째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구먼.”

지옥문을 지나서 지옥에 들어왔지만 아직 한 마리의 몬스터도 보이지 않았다. 지옥의 악명을 생각하면 생각하기 힘든 일이다.

“속도 때문인가?”

“시속 300km/h가 넘는 속도니... 그럴 수도 있습니다.”

“속도 좀 줄일까요?”

그렇게나 빠르게 움직이고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 한 태천이었으나 그냥 이대로 가기로 했다.

“이대로 연옥까지 가자. 어차피 목적지는 거기잖아?”

“예에~”

성녀의 가벼운 대답과 함께 거대한 창고는 더욱 속력을 내며 움직였다.

* * * * * * * * *

“10일이라... 뭐 오래 버티기는 했군.”

떠나는 리셀과 이시스를 바라보며 희선이 피식 웃었다. 10일. 둘은 정말로 최선을 다해서 버텼다. 물론 이시스 정도라면 허락할까 싶었지만 애초에 이시스는 그렇게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갑자기 들이닥친 3명의 여인. 리셀, 아트리아, 이시스. 이 3명의 여인 중에서 진짜로 진지하게 관심을 가지고 온 여인은 리셀 한 명뿐이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시스도 확실히 말했고 말이다.

“나도 여자고 권력을 나름 쥐고 있지만 도대체 저 여자가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가 없어.”

희선의 말에 옆에 있던 정수가 말했다.

“뒤지고 싶지 않다는 감정이지. 애초에 리셀이 좋아한다고 해서 나머지 두 명도 온 거잖아. 그녀가 포기할 것 같은 순간부터 결과는 나와 있었던 거야. 태천이는 수련하느라 바빠서 만나지도 못 한 상태에서 언니가 조이기만 했으니... 나라도 포기하겠다.”

“그런가? 그래서. 이걸로 암캐들은 다 쫒아내었는데 이걸 계기로 좀 더 진지하게 태천이의 결혼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어.”

“어떻게 하게?”

“슬슬 구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오빠는 소개팅이나 맞선이니 이런 것들은 싫어할 걸? 그래도 나는 리셀 그 여자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말이네. 정수야.”

“뭐 확실히 과하게 자신감이 넘치고 행동도 너무 하다 싶을 정도지만 그래도 오빠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했잖아? 그 정도면 되는 거지. 다른 것들은 차차 오빠가 알아서 할 것이고.”

“나도 그게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 10일 만에 포기해 버렸어. 진짜로 사랑했다면 10년도 버텨야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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