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화
<13. 병주고 약주기.>
태천의 말에 기자들은 더욱 소리지르며 손을 든다. 어떻게든 질문을 받겠다는 의지였다. 이에 태천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한 기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 질문이요.”
“아! KDD의 기자 이한나 입니다! 이번에 다시 지옥으로 들어가시는데. 이번에도 S급 몬스터를 사냥하실 계획이십니까?”
“물론입니다. S급 몬스터 때문에 들어가는 겁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지옥은 너무나도 강한 몬스터와 엄청난 숫자에 의해서 지옥이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 만큼 양질의 몬스터가 많다는 것이다. 안전하게 잡을 수만 있다면 거기보다 좋은 사냥터도 없습니다. 일단 목표는 5마리 정도로 잡고 있습니다. 이 창고에 몬스터들 시체도 가득 체우고 나올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근처에 있는 이번에는 남성 기자를 태천이 가르키자 기자가 재빠르게 말했다.
“이번에 SS급 이라는 새롭게 만들어진 급수의 헌터가 되었습니다. 소감은 어떻습니까?”
“흠... 건방지다고 할 수도 있지만 당연한 겁니다. S급 몬스터를 잡아서 S급 헌터. 하지만 이는 홀로 잡는 것도 아니고 여럿이 잡는 겁니다. 하지만 저는 혼자서. 물론 소환체와 함께 잡지만 결과적으로는 저 혼자서 잡는 것이니 더 높은 급을 받아야 마땅하죠. 실제로 더 실력이 좋으니까요. 실제로 일반 헌터들이 A급 헌터가 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홀로 A급 몬스터를 잡는 겁니다. 물론 꾸준한 사냥을 통해서 되는 방법도 있지만 가장 빠른 길은 이것이죠. 저도 S급 헌터가 되어야 한다고 보지만 솔직히 저는 일반 S급 헌터들 보다 강합니다. 그럼 거기에 맞게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건방지다고 할 수 있는 태천의 말이지만 틀린말 하나 없다. 헌터들의 세계는 실력이 전부다. 실력만 좋으면 강하기만 하면 어느 정도의 단점은 가려지는 것이 헌터들의 세계.
그런 점에서 태천은 정점에 올라와 있다. 그 누구도 하지 못 한. S급 몬스터 일인 레이드를 성공시킨 괴물이니까 말이다. SS급이라는 새로운 급을 얻을 자격은 충분했다.
“지금까지 소환하신 모든 소환체는 듀얼 몬스터즈에 있는 몬스터 카드입니다. 실제로 얼마전 아프리카에서 한 소년이 태천 헌터와 같이 듀얼 몬스터즈의 몬스터를 소환하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대해서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기자의 말에 태천은 전혀 들어 보지 못 한 내용이었다. 이건 사의가 미리 작성한 예상 질문에도 없었던 질문이다.
‘그보다 아프리카?’
아프리카에 신의 카드를 획득할 만한 랭커들을 생각해 보지만 아쉽게도 떠오르지 않았다.
“듀얼 몬스터즈의 몬스터를 현실에서 소환하는 방법. 어렵지 않습니다. 13레벨의 몬스터. 일명 신의 카드라고 불리는 그 신의 카드를 손에 넣으면 됩니다. 신의 카드는 총 20장. 저는 그 중에서 저를 제외한 다른 3명의 소환자들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 소년도 그런 경우입니다.”
태천의 말에 기자들은 갑자기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손을 들며 외친다. 태천이 폭탄을 떨어트렸으니 당연했다. 정해진 카드 20장. 그 안에 들어오면 태천과 같은 소환 능력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니 당연했다.
탕!
갑작스럽게 울리는 총 소리에 기자들이 모두 놀라고 있을 때 순식간에 나타난 아수라의 팔 중 하나가 태천의 앞에 나타나 주먹을 쥐고 있었다.
“이런. 누가 저를 싫어하나 봅니다.”
그리고 다시 조용히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지만 아수라는 손을 움직이며 3개의 총알을 더 잡아낸다.
“흐음... 뭐 여기까지 해야 할 것 같군요. 누군지 몰라도 일단 저를 싫어하는 것 같고. 무엇보다 저는 괜찮은데 여러분들의 안전은 보장하지 못 하거든요.”
그 사이 아수라는 또 다시 2개의 총알을 더 잡아낸다.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인가 싶은 기자들은 아수라가 손을 펼치자 떨어지는 총알들을 보며 모두 기겁한다. 누군가가 지금 태천을 저격한 것이었다.
“이것 좀 써주시겠습니까? 누군지 몰라도 나를 죽이고 싶다면 핵폭탄이라도 사용하라고. 이말 꼭 신문이나 뉴스에 보내주세요. 그러면 이제 그만 대피하시죠.”
그 말과 함께 태천이 고개를 가볍게 옆으로 움직이자 태천의 뒤에 있던 거대한 창고에 총알이 박힌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분명 지금 누군가가 태천을 노리고 있었다.
“그럼 수고하세요.”
가이아가 땅을 들어 올리며 태천을 다시 그 창고의 위에 올려놓고 땅이 움직이며 창고와 태천은 다시 지옥과 연결되어 있는 공간진의 입구로 들어간다.
“저.. 전화해!!! 특종이라고 특종!!!!”
“젠장! 테이프 어디 있어 테이프!!! 방금 그 장면 찍었겠지!!!”
“그러니까 저격 사건이라고! 저격 사건!!! 무조건 1면 비워놔!!!!”
기자들은 다시 시끄러워졌지만 말이다.
* * * * * * * * *
“듀얼. 소환. 악마의 전략가 사의.”
지옥문. 헬게이트에 있는 태천은 능숙하게 사의를 소환했다. 그러자 사의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자작극은 성공이야. 그보다 진짜로 죽일 생각이었어? 아수라가 아니었다면 꼼짝없이 죽었다고.”
“허허. 걱정마시게나. 이 늙은이가 있는 한 그 정도로는 죽지 않네.”
“저도 있다는 것 잊지 마세요. 죽더라도 하루에 한 번 정도는 부활 시켜드릴 수 있으니까요.”
“... 그건 별로 경험하고 싶지 않다.”
자작극. 그렇다. 방금 그 저격은 자작극이다. 새롭게 생긴 정보와 더욱 강해진 태천. 이것들을 토대로 사의는 새로운 계책을 내놓았다. 바로 무력 시위다.
S급 몬스터의 시체? 그것도 대단하지만 직접적으로 눈으로 보는 것과는 다르다. 아니 몬스터와 인간의 싸움은 아예 다르다. 몬스터의 싸움에서 유리한 능력이 있는가 하면 같은 인간과의 싸움에서 유리한 능력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공간이동이다. 몬스터라면 그 단단한 가죽 때문에 공격해도 쉽게 타격이 안 가지만 인간은 바로 뒤로 이동해서 칼만 찌르면 죽는다.
그래서 세간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헌터들도 범죄자가 많다. 아니 아예 능력을 사용해서 작정하고 범죄만 일으키는 이들도 있고 테러리스트도 있다.
이들은 매우 위험한 존재들이다. 그래서 많은 나라들은 헌터들을 죽이거나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무기들을 개발하는데 그 중 하나가 총이다.
일반적인 총이 아닌 대 헌터용으로 만들어진 총들. 하나 같이 위력이 강하다. 방금 태천을 저격한 저격총도 그 총들 중 하나일 것이다. 탄알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왔으니 곧 그 소식도 뉴스로 퍼질 것이다.
S급 몬스터를 잡는 것이 몬스터 헌터로서의 능력을 과시한다면 지금 이 자작극은 아무리 기를 써도 결코 자신을 해칠 수 없다는 자신감을 자신을 노리는 기득권층에게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 이걸로 효과가 있을까? 고작 총알 막은 건데.”
“고작이 아니죠. 음속 3배의 속도로 날아가는 총알을 막은 겁니다. 아니 잡았죠. 이 정도로 보여주었다면 그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자신들이 한 짓을 알 테니 마스터가 자신들과 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여기서 더욱 중요한 것은 이제 마스터가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겁니다. 솔직히 지금까지는 그냥 방어적인 모습만 보여주었으니 공격적인 모습도 보여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보여줘?”
“가장 좋은 것은 S급 몬스터가 지구에 나타나는 것이죠.”
“지옥에서 끌고 가서 풀어 노으라고?”
“그게 가장 좋습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한 준비물도 저희들은 다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래도 영 걸리네. 나가면 카메라가 하루 종일 쫒아다닐 거 아니야?”
“그래서 성녀님의 도움이 필요한 거죠. S급 몬스터를 강하게 압박을 시켜서 땅 밑에서 이동시키는 겁니다. 물론 빛의 봉인식으로 움직임을 고정시켜 놓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요.”
사의의 말에 태천이 성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가능 하겠어?”
“빛의 봉인식으로 움직임이 봉인되어 있는 덩치 큰 괴물을 땅 밑으로 옮기는 거라면 문제없어요. 왕님. 하지만 이틀에 한 번씩 다시 묶어야 할 거예요. 땅을 파고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여기서 바로 잡고 나가기 전에 다시 한 번 빛의 봉인식으로 묶어두고 나가자마자 성녀님은 그 S급 몬스터를 어디 외간 지역에 풀어 놓고 오시면 됩니다. 물론 빛의 봉인식 때문에 한 동안 조용할 테니 저희가 의심받을 일도 없지요.”
“공간진 측정기는 어떻게 속일 생각인데?”
“그것이 없는 외진 지역으로 가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사하라 사막 한 가운데가 좋을 것 같습니다. S급 몬스터라면 그곳에서 어떻게든 빠져나오겠죠. 아니면 좀 마을 근처에 풀어 놓는 것도 조금 위험하지만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흐음.... 할 수 있겠어? 성녀.”
“저는 가능 합니다만... 왕님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가능하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