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화
“그걸 판단하는 건 네가 아니라고 했을 텐데?”
“그런 그 당사자에게 물어보지. 태천아. 너는 저 둘과 결혼하고 싶니?”
“에..”
갑작스럽게 돌아 온 화살에 태천은 당황했다. 그리고 리셀과 아트리아를 바라본다. 아름다운 여인들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행동과 성격이다. 결혼이라는 것은 단순히 동거하는 것이 아니다.
평생을 생각하고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다. 태천은 그의 엄마에게도 누나에게도 동생에게도 수십번을 들었다. 결혼을 할 경우 가장 먼저 봐야 하는 것은 행동과 심성이라고.
외모? 천족이나 마족과 결혼하지 않는 이상 결국은 쭈그렁 할머니가 된다. 하지만 그 행동과 심성은 평생을 간다.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두 가지라고 태천도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저 두 명의 여인은 아니다.
“나도... 안된다고 생각해. 외모가 문제가 아니라 평생을 바라본다면 행동과 마음이 문제니까.”
태천의 말에 아트리아는 인상을 쓰더니 말했다.
“쯧. 유감이네. 왕이 될 남자가 고작 그런 것에 매달린다니... 나는 그만 빠지겠어. 더 이상 이 짓은 못 해먹으니까.”
그리고 아트리아가 저택 밖으로 나가자 희선은 리셀을 바라보았다. 희선의 시선을 받는 리셀은 고민에 빠져 있는 상태인지 눈을 감고 있었다.
“내가.... 행동과 마음을 어느 정도 고친다면 부인으로서 받아 줄 수 있는가?”
의외인 리셀의 발언에 태천은 얼떨떨하면서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리셀이 희선을 바라보며 말했다.
“계속하지.”
“진심인가?”
“하. 그럼 내가 장난치기 위해서 여기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나는 내 남편을 이미 정했어. 내가 정한 나만의 기준을 정해놨고 그 기준에 들어 온 남자가 나타났지. 비로 그가 얼떨결에 그 기준을 통과했다고 하지만 그 만한 뭔가를 했으니까 내 기준을 통과했다. 그렇다면 나도 최소한의 노력은 할 생각이다. 그 남자의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서. 그래봐야 이곳에 머무는 것은 50일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만.”
“의외네. 나는 아트리아가 남고 네가 떠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희선의 말에 리셀은 어깨를 으쓱 거리며 말했다.
“그런 멍청한 영국년하고 비교하지 마라. 결혼이라는 것은 하늘이 정해준다고 했지? 그리고 기회라는 것도 하늘이 주는 것이지. 나는 내 손에 들어 온 기회를 쉽게 놓칠 생각은 없다. 물론 정 아니라고 생각하면 떠날테니 쓸데없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다.”
“그래?”
그리고 희선이 다시 태천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저택의 수리는 누나가 하도록 할게. 그리고 지금 리셀의 말은 들었지? 어떻게 할까? 지금이라도 네가 싫다고 하면 누나가 강제로라도 내보낼 수 있어.”
“... 일단 더 보고.”
“그래. 그러면 가서 훈련 하던 것이나 마저 하렴. 곧 다시 지옥으로 간다고 했지?”
“응.”
그리고 태천은 조용히 장삼봉과 함께 다시 훈련장으로 향했다. 그런 태천을 보고 있던 희선이 리셀을 바라보며 말했다.
“합격이야.”
“뭐가 말인가?”
희선의 말에 리셀은 담담히 대꾸했다.
“너. 결혼하는 것에 나는 합격이라고 말하는 거야.”
“... 정말인가?”
“응. 아트리아를 봐. 귀찮고 짜증나니까 그만 두었지만 너는 더 남았잖아. 아트리아 보다 더 짜증이 나고 있을 텐데 말이야. 그건 진지하게 내 동생과의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는 거지. 저희 귀찮음과 짜증을 감수하고 성격과 행동 기타 등등을 모두 고치는 수고스러움도 모두 감수할 정도로 말이야.”
“그렇다. 내가 정한 기준은 나에게 단 하나라도 인정받는 남자다. 3번을 말이야. 그리고 그는 내 인정을 받았지. 처음에는 관심을 가지고 두 번째에는 크게 인정을 했으며 세 번째에는 승복을 하였고 네 번째에는 또 다시 인정했다. 그라면 내 남편으로 좋을 거라고.”
“4번의 패배가 상당히 많은 것을 가져왔나 보네. 어찌되었든 나는 이제 네가 내 동생과 결혼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겠어. 하지만 내 동생이 너를 싫어하겠지? 너의 행동을 생각하면 말이야.”
“... 차차 고치겠다.”
싫어한다는 말에 시무룩해졌지만 그래도 담담히 대답하는 리셀을 보며 희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리셀은 자신의 동생을 사랑하는 것 같았다.
보인은 그냥 인정했다고 하지만 희선이 보기에는 아니었다. 아니 누가 봐도 지금의 리셀은 태천을 사랑하고 있는 소녀였다. 그 리셀 아브라함이 말이다.
‘내 동생도 대단하네.’
리셀 아브라함에 대한 소문은 좋은 것은 딱 하나다. 경국지색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절세의 미녀라는 것. 이것을 제외하면 모두다 안 좋은 소문이다.
사람을 파리보다 못 하게 생각하는 것이나 심심하면 사람을 죽인다. 그녀의 집에 가면 사람으로 이루어진 가구들도 있다는 둥. 이상한 소문들 뿐이다.
그리고 그 소문이 아예 틀리지도 않았으며 일정 부분은 맞을 것이라고 희선은 생각했다. 하루도 안되었지만 지켜보니 충분히 그럴 위인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 온 여자가 갑자기 사람을 사람으로 보고 대하라고 하면 힘들 것이다. 일반인들에게 바퀴벌레를 일반 사람처럼 대하라는 것과 같은 것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그 모든 수고스러움과 짜증을 참으면서 남아 있겠다고 한 것은 진정으로 태천을 자신의 남편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위해서 이런 수모를 감수할 만큼 진지하게 말이다.
“아. 그리고 수리비는 네가 하는 거다.”
“알고 있다.”
그리고 다시 저택으로 들어가는 리셀과 희선이었다. 리셀 그녀가 어떻게 변할지는 50일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
* * * * * * * *
“후우. 사람들 봐라.”
다시 지옥으로 떠나는 날이 왔다. 이번에는 더욱 쉽게 가기로 했다. 성녀가 땅을 움직이기에 아예 커다란 창고를 대지와 함께 움직였다. 가로 200m. 세로 200m. 높이 10m의 거대한 빈 창고.
이것을 통째로 움직이다 보니 당연히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일단 여기에 몬스터 시체를 한가득 채우는 것이 목표다. 물론 다 A급으로 말이다.
거기다가 이번에는 S급 몬스터도 잡을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모인 돈은 충분하기에 이제부터는 시체도 모조리 포인트로 바꿀 생각을 하면서 사야 할 카드에 대해서도 이미 모든 정리가 다 끝났다.
“이번에 다시 지옥에 홀로 들어가시는데 이번에도 S급 몬스터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SS급이라는 새로운 헌터의 급이 몇 일 전에 정식으로 가디언에서 통과되어 세계 최초의 그리고 헌터 역사상 최초의 SS급 헌터가 되었습니다! 거기에 대한 소감 좀 말씀해 주십쇼!!”
높이 10m의 창고 위에 앉아 있는 태천이지만 뛰어난 감각을 가진 태천의 귀에 밑에서 열심히 외치는 기자들의 목소리가 다 들렸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태천이 움직인다고 교통 통제를 국가 차원에서 해준다는 점이 고마웠다. 물론 거기에 따른 어느 정도의 기부금은 내야 했지만 말이다.
“시끄러운 인간들이네요.”
“허허허. 내가 살던 곳에도 저런 사람들이 있었지.”
앉아서 가만히 있는 태천의 양 옆에는 검선 장삼봉과 가이아의 성녀. 두 12레벨의 몬스터가 자리를 잡고 태천을 보호하고 있었다.
물론 태천도 이제는 강하다. EX급의 장비 아이템인 백신검을 8자루라면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몸에 빙의되어 있는 아수라도 있다.
이 2가지만 해도 혼자서 S급 몬스터를 잡을 수 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것이었다. 그그긍 거리는 소리와 함께 땅은 계속해서 움직이며 거대한 창고를 움직였다.
그리고 드디어 지옥의 입구에 도착하자 더욱 많은 기자들이 그곳에 진을 치고 있었으며 경찰들은 그런 기자들을 저지하고 있었다.
“이래서는 앞으로 더 이상 나갈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왕님.”
“이 늙은이도 그렇게 보이는 군.”
“끙... 기자회견 해야 하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주변에 있는 기자들을 바라본다. 절대로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쩝. 어쩔 수 없지. 가서 이야기 전해. 한 곳에 보여서 기자회견 10분 정도 할 테니까 괜히 길막하지말고 비키라고.”
“예에~”
그리고 성녀가 몸을 띄워 사뿐히 그들의 앞을 막고 있는 기자와 경찰들에게 다가가 태천이 기자회견을 한다는 말을 전하자 기자들과 경찰들은 빠르게 움직이고 불과 5분도 안되어서 기자회견이 마련되었다.
기자들의 빠른 행동을 보며 태천은 고개를 저으며 창고 위에서 점프하며 지상에 사뿐히 착지 한 후 자신의 앞에 수십 개의 마이크가 묶여 있는 것을 받으며 말했다.
“10분만 할 생각이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군요. 딱 10개의 질문만 받겠습니다. 그 이상은 안 합니다.”
그리고 태천의 생애 첫 기자회견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