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얼리스트-59화 (59/132)

59화

“후우. 이거 사용하기가 쉽지 않네.”

희선이 선물한 저택의 외곽에 있는 훈련장. 그곳에서 태풍을 피해 태천은 수련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3명의 여인.

“내가 모른 척 해야 했는데...”

자신이야 가면을 쓰고 있었다고 하지만 저 3명은 당당히 얼굴을 들어내고 게임을 하였다. 여기서 자신이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었다면 결과가 상당히 달라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차피 지난 이야기다.

“이미 다 지난 일을 고민해 봐야 소용없지.”

훈련장의 한편에 앉아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노인을 바라보며 태천이 말했다.

“그건 그렇지. 그보다 이거 정말로 이렇게 하는 거 맞아?”

“허허. 잘하는 재주라고는 칼질 밖에 없는 노인의 말이네. 무조건 확신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게나.”

“그건 그렇지만...”

검을 잘 쓰는 노인. 노인은 가이아의 성녀와 같은 12레벨의 몬스터. 검선 장삼봉이다. 어딘가 많이 들어 본 이름이라고? 듀얼 몬스터즈는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전설과 신화에 나오는 인물이나 괴물 무기들도 카드로 되어 있다.

장삼봉은 그 중 하나다. 무엇보다 13레벨의 치우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리고 지금 태천이 하고 있는 것은 검술 훈련.

평범한 검술이 아니다. 무려 12레벨의 반신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장삼봉의 검술이다. 물론 그도 진지하게 검술을 배우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검을 사용하는 방법만 배우고 있는 중이다.

태천이 S급 몬스터 2마리를 잡아서 얻은 신의 카드. EX급 장비는 바로 백신검(百神劍). 플레이어 전용 장비 카드로서 100개의 검을 다루게 해주는 장비 카드다.

쉽게 말하면 염력 같은 것으로 100개의 검을 조종하는 것이다. 단지 이 정도면 신의 카드인 EX급 장비 카드라고 부를 수 없다.

100개의 검은 가만히 있어도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벨 수 있으며 강철도 가볍게 썰어버릴 수 있는 예기와 그 무엇으로도 부서지지 않는 단단함을 가지고 있다.

거기다가 이 100개의 검에 깃든 영성은 플레이어를 보호한다. 게임이라면 무려 3000 이하의 모든 데미지를 무효로 만드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참고로 다이아몬드 드래곤의 공격력이 2700이다. 이렇게 보자면 얼마나 굉장한 장비인지 알 수 있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100자루의 검에 깃든 영성은 고작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영성은 듀얼리스트의 심장과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정신력 소모를 추가적으로 20%감소시킨다.

즉 현재 A급인 듀얼리스트의 심장으로 70%가 먼저 감소되고 거기서 나머지 30%중에서도 다시 20%가 감소된다. 놀라운 기능이 아닐 수 없다.

거기다가 지금 태천의 몸에 빙의된 아수라와 같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모습을 들어 낼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즉 아수라와 같이 사용하는 것으로 정신력이 소모되지만 소환 자체는 상시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검은 적과의 싸움에서 매우 큰 이로움을 가져오지요. 폐하께서 그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투명해진 상태에서 그 검을 사용하는 법을 익혀야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진지하게 말하는 장삼봉의 말에 태천은 한숨을 쉬며 다시 100개의 검을 움직인다. 평소에는 눈에 보이지 않고 어딘가의 다른 공간에 있지만 태천이 원하면 이곳에 나타나 움직인다.

그리고 이 검은 투명한 모습으로도 움직인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하면 태천이 검들의 움직임을 명확하게 잡을 수 없다. 모순이게도 투명한 검은 태천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아수라의 힘을 활용해야 합니다. 그의 힘은 결코 저의 아래가 아닙니다. 폐하.”

“노력하고 있다고. 그러니까 투명한 상태의 검들을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는 거야. 그보다 이제 그 진지모드 그만하지 않을래? 닭살 돋기 시작했어.”

태천의 말에 장삼봉이 웃으면서 말했다.

“허허허. 허례의식이 없다는 것은 좋은 것이지요. 그래도 일단은 우리들의 왕이시니 아예 없이 할 수는 없습니다.”

“성녀 처럼 해. 성녀 처럼.”

채채채챙!

말을 하는 와중 무언가가 꼬였는지 검과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리자 태천이 다시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렵네. 어려워. 100개의 검을 전혀 다른 경로로 움직이는 건 진짜 꿈도 꾸지 못 하겠네. 아직 10개인데 이것도 이렇게 힘든 것을 보면.”

“이 늙은이는 하나의 검을 제대로 움직이는 것도 겨우 했다는 것을 떠올리게나. 지금의 폐하의 성취하면 굉장한 것이지. 비록 무기의 힘을 빌리고 있다고 하나 그 온전한 능력을 끌어 올리는 것은 지금의 폐하의 능력이니 말이야.”

“폐하라는 말도 고치면 좋겠는데 그건 안되겠지?”

“물론이네.”

말을 완전 놓아 버린 장삼봉이지만 애초에 저렇게 나이 많아 보이는 노인에게 존대를 듣는 것이 더 싫은 태천이었고 이것이 더 편안했다. 물론 폐하라는 말은 엄청 거슬렸지만 말이다.

“하아. 성녀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말투가 다들 이상해.”

“그러면 아예 계속 존대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세.”

“아니 그러면 내가 좀 그렇거든. 아직 노인에게 존대를 들을 정도는 아니라서 말이지. 그렇게 늙지도 않았고.”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신분의 문제지. 아 그러고 보니 그 여인들은 어떻게 했는가? 내가 보기에는 행동이나 성격에 문제가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그것만 빼면 아주 훌륭한 신붓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말이야. 개인적으로는 폐하의 왕비로는 추천일세.”

“봐달라고. 안 그래도 누나도 무슨 생각인지 허락해 버렸단 말이지. 물론 성격이나 행동을 고치라고 했지만 그것만 고치면 오케이라고 했거든. 조금 배신감까지 느낀다니까? 내 누나라면 당연히 안 된다고 할 줄 알았는데.”

“상대가 그 만큼 좋다는 것이겠지. 그보다 아무래도 역시 제대로 검술을 배울 필요가 있어 보이는 군.”

“그런가?”

“그 100자루의 검 모두 하나 같이 신검. 지금까지 이 늙은이가 살아오면서 보아 온 모든 검들 중에서도 제일 좋다고 할 수 있는 검이지. 검의 본질에 아주 충실한 신검이야. 그것들을 제대로 다룰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질 수 있네.”

“그래서 나보고 검술 배우라고?”

“그러면 좋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지. 아수라도 있고. 내 말은 원한다면 가르쳐 준다는 것일세. 물론 선택은 폐하의 몫이네.”

“거절하겠어. 차라리 몬스터의 시체도 죄다 포인트로 바꾸고 12레벨의 몬스터를 더 소환하겠어. 그것이 더 확실히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니까.”

“허허. 그건 그렇지. 그런데 왜 안하고 있었나?”

“돈이 필요하니까. 일단 시체는 무조건 팔았지. 당장 포인트가 급할 것도 없었고. 물론 이제부터는 바꿔야 겠지만.”

“그 3명의 여인들 때문인가?”

“응.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이 능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지금까지의 여유가 싹 사라졌다고. 이제는 시체는 팔 것 적당히 모아두고 나머지는 모조리 포인트로 바꿔야 겠어.”

콰아앙!!!

그때 갑자기 저택에서 울리는 폭음에 태천이 깜짝 놀라며 외쳤다.

“할배!”

“할배가 아니라 이름으로 불러주게. 폐하!”

그렇게 말하며 장삼봉은 태천을 붙잡고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저택에 도착했는데 폭발의 근원지를 보고는 태천은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이건 뭐하는 짓이지?”

“더 이상 못 해먹겠다는 뜻이지.”

“하아. 이하 동감. 무리. 지금까지 살아 온 모든 것들을 바꾸는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거든. 확실히 아까운 남자지만 그래도 이렇게 사는 건 절대로 무리야.”

“그럼 너희는 나가면 된다.”

“그 또한 거절 하겠다면?”

“죽는 거지.”

살벌한 대화를 하는 3명의 여인을 보며 태천은 그 여인들 사이에 끼어들며 외쳤다.

“스톱!!! 갑자기 무슨 일이야!!!”

태천의 등장에 희선은 손에 있던 봉을 가볍게 돌리며 말했다.

“행동과 성격을 고치라고 한 내말이 싫다고 이러는 거야. 너도 저런 무식한 여자들이랑 살고 싶지는 않지?”

“흥! 그건 네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선택하는 거다.”

“찬성. 차라리 우리처럼 변하면 되는 거잖아? 우리가 무슨 사람 목숨을 파리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아니 리셀은 그럴지도 모르지만 최소한 나는 아니라고?”

“내가 길가다가 심심하면 사람 죽이는 것처럼 말하지 마라. 아트리아. 다 이유가 있는 거다. 이유가.”

“끙... 역시 이렇게 되는 모양이군. 하긴 애초에 무리라고 생각했지만...”

태천의 옆에 있는 장삼봉은 한숨을 쉬었다. 희선이 말하는 일명 망나니 개과친선 프로젝트. 그것을 실행한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바로 취소된 모양이었다.

“긴말할 필요 없지. 떠나라. 너희는 태천이의 아내로서 자격 부족이니까.”

희선의 말에 리셀과 아트리아는 인상을 찌푸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