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화
“결국은 왔군.”
“특이한 것도 아닐 텐데? 어차피 너나 나나 서로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그러는 거지. 정말로 진심으로 말할 줄은 정말로 예상하지 못 했어.”
“그래서 직접 온 건가?”
“당연히. 너희들은 내 동생의 아내로 어울리지 않아. 그것을 너희들 스스로 모른다고 하지 않겠지?”
태천의 집에 있는 손님들을 맞이하는 접객실. 그곳에서 지금 4명의 여인이 서로 마주 앉아서 차 한 잔과 함께 이야기 하고 있었다.
“저희도 진지하게 하고 있어요.”
이시스의 말에 희선은 고개를 저었다.
“모르지. 하지만 진지하다고 해서 내 동생은 안 돼. 너희들에 대해서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많이 양보해서 이시스라면 허락할 수도 있지만 아트리아는 애매해. 그리고 리셀. 너는 절대로 죽어도 불가능 해.”
“왜 나만 안된다는 거지?”
리셀의 말에 희선은 어깨를 으쓱 거리면서 말했다.
“너는 사람을 사람 취급하지 않잖아.”
“웃기는 군. 너는 아니라고 말할 생각인가?”
“최소한의 도리라든지 선은 지키지. 그리고 그건 이시스도 그렇고 아트리아가 애매하다는 이유는 기분에 따라서는 선을 지키지만 아닐 때도 있다는 거야. 하지만 너는 아니야. 무조건 아니지.”
“그래서 안 된다? 나는 너의 동생을 사람취급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인정한 남자로 보고 있다.”
“알아. 그래서 더더욱 안 된다는 거지. 내 동생이 너에게 물들면 큰일이거든. 안 그래도 너무나도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 하지만 그 정신은 평범한 20대 초반의 아이지. 이제 서서히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너라는 존재가 끼어들면 장차 어떻게 될지 나는 그게 걱정이야.”
“그럼 기다리라는 건가?”
“아니. 정말로 내 동생과 결혼을 하고 싶다면 너희들의 성격 자체를 뜯어 고쳐라. 아. 이시스는 빼고.”
“불공평하잖아. 희선.”
“너희들이 문제니까 그런 거야. 물론 나도 너희들이 갑자기 개과친선해서 착한 사람이 되라는 것이 아니야. 최소한의 선을 지키라는 거야. 또한 내 동생이 보는 앞에서 그 미친 짓거리도 하지 말고.”
“크으. 이거 계속 상처만 받는구만.”
그렇게 말하며 아트리아가 희선을 강하게 노려보며 말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가 그냥 너를 제거하고 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겠지?”
“너희가 진정으로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비록 아버지의 유산을 모두 수습하지 못 했다고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초능력으로 인해서 너희들은 내 상대가 될 수 없어. 설령 12레벨의 몬스터를. 아니 신을 소환한다고 해도. 내 상대가 아니야. 너희는.”
“그 능력이라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가 보군.”
리셀의 말에 희선이 피식 웃더니 돌연 목이 따끔해서 손으로 목을 만지자 미약하지만 피가 흐르고 있었다.
“어떻게 상처 입었는지 느꼈나? 아니 보았나?”
희선의 말에 리셀은 긴장했다. 전혀 아무것도 보지도 느끼지도 못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만이 아니라 이시스나 아트리아 2명도 마찬가지였다.
“기어오르지 마라. 너희들이 얼마나 잘난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관심 없어. 내가 원하면 너희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어. 그러니 괜한 협박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다른 S급 헌터들이 미쳤다고 내 말에 거절을 하지 않는지 좀 더 잘 생각하는 게 좋아.”
“...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그래서 무슨 능력이지?”
목에 있는 상처를 가볍게 손으로 문지른 리셀이 말하자 희선은 태연하게 말했다.
“가르쳐줄 이유는 없지. 설령 알아낸다고 해서 약점을 잡힐 것도 없지만 만약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귀찮게 하는 군.”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마지막으로 말하지. 행동을 고쳐. 착해지라고는 나도 하지 않아. 최소한의 선을 지킬 정도는 되라. 그래야만 내 동생이랑 결혼할 수 있을 거야. 물론 그것도 내 동생이 너희들과 결혼을 할 생각을 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 그 뜻은 동생분만 설득하면 결혼해도 된다는 말이군요.”
“너희들에 대해서는 나도 높게 보고 있으니까. 기왕이면 다홍치마지. 좋은 배경에 본인의 능력도 뛰어나고 무엇보다 미인이잖아? 성격이 문제지만 그건 이시스는 예외니까 너라면 언제든지 환영해주지.”
“후후. 아무래도 순서 바뀌어야 할 것 같은데요? 리셀.”
이시스의 말에 리셀이 인상을 찌푸린다.
“그 행동을 고치라는 것. 기준은 있나?”
“일반 상식 인처럼 행동하라는 것은 무리겠지. 상식자체도 없을 테니까. 그냥 아트리아 정도만 해라. 너 에게는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으니까.”
“... 그것도 충분히 많이 바라고 있는 거다. 희선.”
“싫으면 내 동생을 포기하면 된다. 세상의 반은 남자니까.”
“하지만 이 나에게 4번 연속 패배를 안겨준 남자는 존재하지 않지. 비록 게임이라고 할지라도 말이야. 진짜 전쟁이었다면 나는 그에게 4번이나 패배했다는 거니까.”
“너희들도 참 희한한 취향이야. 자신에게 패배를 안겨준 남자랑 결혼한다니. 무슨 고대 중국시대의 여자 무인들 이야기도 아니고. 아니 요즘도 종종 하는 것 같지만.”
“상관하지 마라. 개인의 취향이니까. 그보다 너는 그런 남자도 없는 것 같은데?”
“나는 평범하게 만나서 연애할 테니 신경 끄고 앞으로의 일이나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리셀. 이 중에서 가장 거리가 먼 사람이 바로 너니까. 그래도 나는 너희들이 마음에 들어. 최소한 내 동생을 배신할 여자들이 아니고 내 동생을 위해서 뭐든지 해줄 여자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자신의 부모들보다도 최우선으로 대우해주겠지. 아닌가?”
“내 부모는 이미 내 손으로 처리했다.”
“여자가 결혼하면 아무래도 최우선은 자기 남편이지.”
“아쉽게도 저는 여왕이다 보니 제 말이 곧 법이랍니다. 우리가 왕을 뽑는 방식은 알겠죠? 부모라고 해도 결국은 신하. 신하가 내 남편보다 우선시 될 수 있을 리가 없죠.”
3명의 여인의 말에 희선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래. 나는 너희들의 그런 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어. 내 동생을 위해서 뭐든지 해주는 그 행동을 말이야. 자기 목숨도 받치면 좋겠지만 그것 까지는 무리일 것 같으니 넘어가고.”
“당연한 말을 하는 군.”
“홀 몸이 아니라고 홀 몸이.”
“저는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지만 지금은 역시 저도 거절이네요.”
“직설적이기도 하고. 내가 너희들과 할 이야기는 이게 끝이다. 그리고 다음에는 연락이라는 것을 하고 오는 게 좋아. 하마터면 너희들 전원 죽일 뻔 했으니까.”
“다른 곳에 갈 생각 없다. 이곳에 있을 생각이다.”
“나도.”
“이 근처에 땅이 싸더군요. 조그마한 별장을 지을 생각이에요. 이 건물의 크기 정도로.”
“훗. 뭐 그렇겠지. 애초에 그럴 거라고 예상 했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이 저택에 머물러라. 그리고 행동을 고쳐라.”
“쯧.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희선.”
“알고 있다. 리셀. 특히 너 같은 경우는 결코 하루아침에 가능하지 않겠지. 그러니 특별히 이시스가 계속 옆에서 붙어 다니면서 하나하나 교정할 거다. 물론 나도 머물 거고. 너희가 내 동생에게 미리 손대지 못 하게 감시해야 하니까.”
“하! 보통은 우리 같은 미녀를 지켜야 하는 거라고.”
“내 동생은 아직도 동정이거든. 그리고 상이 차려진다고 해도 결코 쉽게 손 댈 녀석도 아니고. 가정교육이 잘 되어 있으니까.”
“그건 치킨녀석이라고 하는 거야. 희선.”
“치킨이 아니라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알고 원나잇을 최대한 자제하는 거다. 멍청한 것. 너와 다르게 말이야.”
“에이. 그래도 난 아직 처녀라고. 뒤는 아니지만.”
“쯧. 천박하다고 한껏 욕하고 싶지만 소용없겠지. 그것도 즐길 녀석이 너니까. 아트리아. 헛소리는 여기까지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미 다 했어. 불만 있으면 나가면 그만인 이야기다. 간단한 것이니 모두 이해했을 거라고 믿도록 하지.”
“이거 한국에서는 씨월드라고 하던가?”
“애초에 희선의 브라콤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당연한 거였죠.”
“쯧. 귀찮아 지겠군.”
그렇게 4명의 여인은 태천이 모르는 곳에서 조용히 회동을 가졌다. 그리고 이것은 3명의 여인이 태천의 저택에 온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17시간 후의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