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화
“그러면? 그 상황에서 싸우자고? 불가능해. 12레벨의 몬스터의 힘.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우리는 고작 7~8레벨의 몬스터를 소환하는 것이 전부야. 그들도 우리의 말을 다 들어주는 것도 아니고.”
“저 또한 이번에는 아트리아의 말이 옳다고 봐야. 리셀. 그리고 무엇보다 잊지 마세요. 지금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를. 저 여인보다 지금 당신의 분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 텐데요? 그 분노 때문에 평생에 다시 안 올 이 기회를 놓칠 건가요?”
이시스의 리셀은 애써 화를 눌렀다. 그녀의 말대로다 지금은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아니 앞으로의 삶. 미래를 통틀어도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후우... 추한 모습을 보였군. 사과하지.”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한 후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 온 리셀이 태천을 바라보며 말했다. 태천은 아직도 얼떨떨했다. 방금 성녀의 이야기도 그러했으며 아직도 왜 이 여자들이 자신을 찾아 왔는지 몰랐다.
“일단 하나씩 하도록 하죠. 많이 혼란스러운 것 같은데. 듀얼킹이 궁금하신 것부터 질문하세요. 뭐든지 대답해 드릴테니까요.”
“그.. 일단 그 부르는 것부터 그만두자고. 내 이름은 김태천이야. 듀얼킹은 이제 때려쳤어. 더 이상하게 불리고 있는 것 같지만.”
태천의 말에 이시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비록 머리에 있는 천 때문에 조금은 거치적거린다는 느낌도 있지만 이집트인이라는 점인지 아니면 그녀의 외모와 의복 때문인지 신비스럽다는 느낌이 더욱 강했다.
“예. 그러면 태천님이라고 부르도록 하죠. 태천님이 궁금한 것을 질문하도록 하세요.”
“그... 님도 그냥 빼주지 않을까나?”
“그건 불가능하네요. 저희들의 목숨줄을 잡고 있는 분을 수하로 두신 분이니까요.”
이시스의 이야기에 아트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신의 왕이라. 대단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네.”
“그러니 일단 조금 불편해도 참아주세요. 익숙해질 테니까요. 그보다 질문부터 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끙... 그러도록 하지. 그러면 질문. 왜 이곳에 왔지? 아니 그보다 어떻게 나를 발견한 거야?”
“3년 전. 나타난 신의 카드. 전투와 싸움의 신 치우. 그 카드의 존재와 우리들이 신의 카드를 얻고 생긴 능력. 이 것들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답니다. 우리 이전에 신과 계약한 존재는 듀얼킹. 태천님이 유일하니까요. 물론 공개적이었기에 혹시나 싶어서 더 조사했지만 이번 S급 몬스터를 사냥한 것으로 저희는 확신한 겁니다. 태천님이 바로 듀얼킹이라고.”
“음... 그런 방식도 있구나.”
그녀들의 말대로 신의 카드. 그것을 얻고 신과 계약하면 듀얼 몬스터즈의 카드들을 현실에서 사용한다. 이 능력이 신과의 계약. 그녀들은 신과 계약해서 이 능력을 손에 넣었다.
그렇기에 그녀들 보다 먼저 신의 카드를 손에 넣은 존재. 듀얼킹. 바로 자신에 대해서도 떠올렸을 것이고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 체 그냥 좋구나 싶어서 능력을 열심히 사용했다. 모르는 것이 이상했다.
“그럼 다음 질문. 찾아 온 이유는? 설마 듀얼 하자고 하는 건 아니겠지? 나 NC가 망가져서 다 초기화 되었다고?”
“걱정 마세요.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니까요. 신과 계약한 대가는 확실하더군요. 그 동안 우리가 쌓아 올린 모든 듀얼 몬스터즈의 정보 초기화. 심지어 듀얼도 안 되더군요. 카드만 뽑을 수 있고. 다른 것들은 전혀 작동 불가능 했습니다.”
“그래?”
그건 실험해 보지 않은 태천이라서 몰랐다. 현실에서 몬스터를 소환한 후 그 몬스터가 어떤지 그리고 카드 상점에서 카드를 어떻게 구할지나 고민했으니 말이다.
“예. 그리고 찾아 온 이유는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어서에요.”
“부탁?”
이시스의 말에 더욱 아리송한 태천이었다. 그녀들은 성녀가 말한 대로 뭐든지 최고다. 가문, 재능, 미모, 능력.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그런 그녀들이 유일하게 1인자에 오르지 못 한 것이 듀얼이다.
하지만 듀얼을 하기 위해서 온 것이라고 하니 듀얼은 빼야 한다. 그렇다고 보았을 때 그녀들이 자신에게 부탁할 것은 전혀 없었다.
“흐음.. 나는 그렇게 능력이 없는데. 너희들이 할 부탁이라니. 전혀 감당할 수 없다고. 돈이라면 빌려주겠지만.”
“쯧. 우리가 돈도 없는 거지로 보이는가?”
리셀의 말에 태천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게 아니니까 말하는 거야. 내가 지금 가장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무력과 금력. 이 2가지야. 금력은 필요 없다면 무력인데 미국이나 영국 그리고 이집트에 큰 일이 났다고 전혀 들어 보지 못 했는걸?”
“호호. 그런 것들이 아니에요. 그래도 굳이 무슨 힘이 필요한지 말하자면 정력?”
“정력?”
“예. 정력. 제가 드리는 부탁은 우리 셋을 아내로 맞아달라는 거예요.”
그리고 태천의 정신은 아득히 안드로메다로 향했다.
* * * * * * * * *
“어떻게 생각해 사의.”
“흐음... 진심 같습니다만...”
“미치겠네.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라냐.”
갑작스러운 아내드립에 태천은 정신을 놓았다. 그 이후는 그냥 당황해서 허둥지둥. 보고 있던 리셀이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고 하며 일단 손님이기도 하니 비어 있는 손님방을 내주었다.
그리고 어떻게든 정신을 수습한 태천은 지금 사의가 머무는 곳에 와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좋은 일 아닙니까? 혈연은 무엇보다 확실한 관계입니다. 그 3명을 부인으로 삼으신다면 복수 따위 제가 세운 계획 없이도 바로 가능해집니다. 그 만한 힘을 충분히 가추고 있으니까요.”
“아니 그게 가능하다고 보는 거야?”
“법이야 뜯어 고칠 힘을 가지고 있는 여인들입니다. 그리고 이집트는 아직 중혼 가능합니다만?”
“너... 잘도 그런 것을 알고 있구나.”
“법이라는게 참 재미있더군요. 열심히 만들었지만 절묘한 곳에 빈틈이 있습니다. 이 빈틈만 파고들면 아무리 강해도 일단 그걸로 끝이더군요. 법이라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놈인 줄 처음 알았습니다.”
“네가 있던 곳은 아니였나보지?”
“예를 들어서 마스터에게 사형 판고가 내려왔고 지금의 힘이 그대로 있다면 순순히 죽겠습니까? 그것도 억울하다고 생각되는 누명이라면?”
“다 뒤집어야지.”
“그런 겁니다. 무력이 최우선입니다. 저희 쪽에서는 이곳도 비슷하지만 그래도 법이라는 것이 매우 강력하다는 것은 틀리지 않군요. 법을 벗어나는 방법도 많지만 확실하게 죽이는 것이 더 많습니다. 저는 오히려 왜 마스터의 누님이 아직도 가만히 있는지 그게 더 이상하더군요.”
“너무 큰 것을 물어서 그런 것 아닐까?”
“그것이 가장 가능성이 높죠. 뭐 어찌되었든 걱정 마시길 바랍니다. 그 3명은 이러나저러나 제가 보기에는 마스터와 결혼할 운인 것 같으니까요.”
“.. 점도 봐?”
“하하. 아닙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3명이 마스터에게 꽂혔다는 겁니다. 그 3명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모두 남자 알기를 벌레로 알던 여인들이더군요. 특히 리셀과 아트리아. 이 2명이 좀 심했습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더군요. 이시스 그녀는 그나마 좀 괜찮은 편이지만 이 2명은 심해보였습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별로 듣고 싶지 않다.”
“저도 별로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찌되었든 그런 여인들이 지금 마스터에게 스스로 그것도 3명 동시에 찾아 왔습니다. 결혼하자고. 그것이 한 명의 의견이 아니라 3명의 의견. 아마 3명 스스로 어느 정도 이야기가 끝났을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리셀, 아트리아, 이시스 순이라고 하더라.”
“서열까지 끝났군요. 작정했다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피할 생각은 마시고 즐기시지요. 그런 미녀 3명으 스스로 굴러들어 왔습니다. 하나 같이 각기 다른 매력을 풍기는 3명 아닙니까? 저라면 당장 신에게 감사기도부터 올리겠습니다.”
“끙... 하지만 나는 그녀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결혼을 사랑 없이 어떻게 하냐?”
“.. 이건 또 예상하지 못 한 순정파군요. 하긴 틀린 말씀은 아니지만 이미 호감은 가지고 있을 텐데요? 이런 말을 하기는 좀 그렇지만 남자라는 동물은 70먹어도 여자를 볼 때 이걸 가장 먼저 물어본다고 하죠. 예쁘냐?”
“지금 그거 완전 자폭이라는 거 알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여자들에게 있어 미모란 무기라는 것. 그리고 그 3명은 핵폭탄급의 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스터의 생각은 저도 모르지만 어차피 함락될 것. 그냥 빠르게 하시죠.”
“내가 그렇게 속물로 보이냐?”
“저야 모르죠. 하지만 서로 편하게 빠르게 하는 것이 좋은 겁니다. 마스터. 그래도 조금 그렇다면 일단 옆에 두고 지켜보는 것이 가장 무난하겠죠. 개인적으로는 결혼을 추천하지만 그래도 마스터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그냥 옆에 두고 좀 더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겁니다.”
“하아... 역시 그렇게 말해야 겠지.”
“싫으시면 거절 하면 됩니다.”
“... 신에게 기도 할 준비는 언제나 하고 있어.”
태천의 말에 사의가 웃으면서 말했다.
“마스터도 남자군요.”
“나도 남자지. 내 스스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은근히 속물이라고 생각해.”
“나쁠 것 없습니다. 오히려 마스터는 좀 속물이어야 합니다. 욕심 좀 부리 세요. 그렇다고 주위에서 뭐라고 할 사람 없으니 말입니다.”
“나 욕심 많거든? 그거 이미 하나 하나 다 하고 있어.”
“단지 그 욕심이 서민들 기준이라는 것이죠. 마스터의 위상이 달라진 이상 거기에 맞게 욕심을 가지세요. 일국을 건국하겠다는지 아니면 세계를 손에 넣겠다는지.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그건 중2병 걸린 애들이 하는 대사야. 그냥 나는 적당히 욕심부리면서 살겠어. 그 정도면 충분해.”
“그게 안 좋다는 겁니다만.. 뭐 차차 제가 교정해드리도록 하죠.”
“사양할게.”
그리고 태천이 사의의 방으로 나섰지만 과연 사의의 말대로 될지 안 될지는 좀 더 미래를 봐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