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얼리스트-55화 (55/132)

55화

“끙... 영 적응이 안되네.”

자신을 중심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르는 태천은 누나인 희선이 선물해준 집에 자신의 짐을 옮기고 어떻게든 익숙해지기 위해서 노력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매번 아침에 눈을 뜨면서 느끼지만 집이 역시 너무나도 거대했다. 당장 태천이 지금 자고 있는 방만 해도 태천이 전에 살고 있던 집의 반 정도의 크기다.

전에 살던 집의 전체 평수가 50평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혼자 자는 방이 25평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거대했다. 최소한 태천에게 있어서는 말이다. 물론 그 방에 여러 가지 것들을 체워넣었다.

사고 싶었던 운동기구나 게임기 거대한 TV나 여러대의 컴퓨터. 등등 많은 것들이 있지만 그래도 역시나 너무 컸다. 너무 큰 집이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태천이었다.

“하아. 그 녀석들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건 영...”

물론 이러한 거대한 저택에 혼자 살지는 않는다. 3층은 오로지 태천. 그리고 그의 가족만을 위한 공간이며 2층은 태천의 소환수. 즉 듀얼 몬스터즈의 몬스터들을 위한 공간이고 1층은 사용인. 여기서 일 하는 이들의 방이다.

2층의 경우는 지금 가이아의 성녀와 사의. 이 2명을 포함해서 다시 소환한 피니트가 머물고 있다. 물론 거대한 몸을 가진 몬스터들이 머무는 것도 있지만 그들은 꺼낼 생각이 없었다.

“응?”

옷을 입고 방에서 나와 밑으로 내려가고 있는데 밑에 층이 조금 시끄러웠다. 의아함을 느끼며 태천이 빠르게 내려가자 그곳에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무례하기 그지없군. 지금 내가 너희들을 죽이지 않는 이유는 오로지 여기가 그의 집이기 때문이야.”

“하아. 그러니까 좀 진정하시죠. 애초에 이렇게 막 쳐들어 온 우리가 잘못이잖아요.”

“예의를 지키라고. 예의를.”

3명의 여인들. 하나 같이 미녀다. 누나인 희선에게 미안하지만 그녀보다 뛰어난 미인들이다. 무엇보다 3명 모두 알고 있다. 그것도 엄청나게 잘 알고 있다.

“너희들 여기서 뭐하는 거야!!! 아니 그보다 어떻게 여기 있는 거야!!!”

당황한 나머지 태천이 자신도 모르게 외쳐버리자 그제야 3명의 여인들의 시선이 태천에게 돌려졌다. 그리고 태천을 본 3명의 여인들은 모두 가벼운 미소와 함께 그녀들을 막고 있는 이들을 지나치며 말했다.

“오랜만에 보는 군.”

“갑자기 사라지셔서 놀랐어요.”

“오랜만이네.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아니 그것보다 너희들 아니지. 잠깐. 내가 누군지 안다고?”

“듀얼킹. 우리 3명을 아니 모든 듀얼리스트들의 꿈과 같은 존재지. 살아있는 전설이기도 하고. 그보다 이제 슬슬 손님으로 대우해주었으면 좋겠군. 짜증나기 시작했어.”

가장 앞으로 나온 여인.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흑발을 가볍게 손으로 쓸어내리며 말하자 태천은 침을 삼켰다. 가벼운 행동이지만 찰랑 거리는 머리카락을 보면 마치 한 편의 미녀도를 보는 기분이었다.

“이.. 일단 손님이니까 그.. 음료수라도 주시겠어요? 죄송하지만.”

“아. 예.”

그리고 사용인이 빨리 주방으로 가자 태천은 그녀들을 이끌고 접객실로 갔다. 1층에 있기에 금새 도착하였는데 이곳은 손님을 맞이하는 곳이라 중요하다면 희선은 특별히 신경써서 다른 곳 보다 더 화려했다.

“흐음... 그저 그렇군.”

“제가 보기에는 별로 인 것 같은데요? 역시 우리 듀얼킹께서는 이런 꾸미기에 관심없는 모양이네요.”

“갑자기 이런 집에서 사니까 익숙하지 않은 것이겠지.”

각기 다른 감상평을 보이는 여인들. 태천은 머리가 아파왔지만 일단 참고 한 명 한명을 본다. 오반하다고 밖에 말 할 수 없는 태도를 보이는 여인. 이름은 리셀 아브라함.

태천도 정말로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의 실력자다. 물론 그 실력이라는 것은 듀얼의 실력이다. 그래도 항상 승리하는 것은 태천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서 조용히 예의를 지키며 조강지처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여인. 이시스. 고대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여신의 이름을 따와서 지은 이름이라고 하며 그녀 또한 상당한 실력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리셀 아브라함 보다 더욱 긴 금발의 머리카락을 찰랑 거리며 당당한 자세로 마치 남자와 같이 행동하는 여인. 아트리아 딘 아서스. 그녀 또한 상당한 실력자다.

이 3명의 여인을 듀얼리스트들은 3대 여신이라고 부른다. 그 아름다운 미모와 단단한 배경. 그리고 무엇보다 세계 1위를 언제라도 노릴 수 있는 실력. 실제로 이 3명의 여인은 모두 태천과 듀얼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으며 그 뜻은 곧 세계 1위가 되었다는 뜻이다.

“그래. 너희들 도대체 여기 왜 온 거지? 아니 그보다 나를 어떻게 안 거야?”

“어리석은 질문이군.”

“잘 모르시고 있는 것 같은데. 의외네요.”

“계약한 신이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은 모양이지.”

각기 다른 반응에 태천은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고민할 때 문이 열리며 사용인이 간단한 음료와 과자를 놓고 가려고 했을 때 리셀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런 걸 먹으라고?”

“왜? 맛 있어.”

“하아... 이거 앞으로 일이 결코 간단하지 않겠군.”

“어쩔 수 없지요. 평범하게 살다가 갑자기 이렇게 되신 것이니...”

“차차 고쳐 나가자고. 차차.”

“그래야겠지. 그래서 일단 우리가 온 이유부터 말해야 하나?”

“아니 나를 찾은 이유부터 말해야 겠어. 내가 듀얼 몬스터즈의 몬스터들을 소환했다는 이유로 찾아 올 만큼 너희가 한가하지 않다는 것은 알아. 그리고 무엇보다 너희들 목에 있는 것을 보면 그것도 아니고.”

3명의 여인에 걸려 있는 은색의 목걸이. 태천도 저 목걸이를 안다. 바로 듀얼리스트의 심장. 태천이 가지고 있는 듀얼 몬스터즈의 카드를 사용할 때 소모되는 정신력을 크게 줄여주는 그야 말로 필수적인 장비다.

“그럼 일단 이 이야기부터 하도록 할까? 이미 알겠지만. 우리도 그대와 같이 현실에 듀얼 몬스터즈의 몬스터나 마법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그게... 나만 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고?”

태천의 말에 대답을 한 것은 그녀들이 아니었다.

“물론이에요. 왕님.”

대답은 문이 있는 곳에서 들려왔는데 그곳으로 4명이 고개를 돌리자 평소의 입는 옷이 아닌 태천이 구해준 단아한 흰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는 가이아의 성녀가 방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아직 제대로 된 대답을 듣지 못 했다고 알고 있는데 역시 모르고 있었군요. 그 분들도 참. 가장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신 듯하네요.”

성녀의 등장에 3명의 여인은 조금 긴장하며 성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들도 몬스터를 소환할 수 있지만 기껏해야 7~8레벨의 몬스터들. 감히 12레벨의 몬스터와 싸울 수 없었다.

“신의 카드. 즉 신님들은 총 20분. 왕님이 가장 많은 분들을 찾았지만 다른 이들도 하나하나 찾았답니다. 그리고 계약을 성공한 이들은 왕님이나 이 여자들처럼 현실에서 카드들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죠. 단지 왕님과 다르게 여러 가지 제한이 있지만요.”

“제한?”

“일단 가장 큰 제약은 사용할 수 있는 카드의 숫자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죠. 최대 100장. 그것도 미리 계약할 때 선택할 수 있는 그 100장만을 사용할 수 있어요. 왕님이랑은 많이 다르죠?”

살포시 태천의 옆에 앉으며 말하는 성녀의 말에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리셀이었다.

“그 말은 그는 마치 100장 이상의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듯이 들리는 군.”

“어머. 당연한 말을. 여러분들도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하고 신님과 계약을 했죠. 하지만 거기까지 에요. 왕님과 당신들은 비교자체가 불가능해요. 당신들의 한계는 딱 100장. 그것이 끝. 거기에 비해서 왕님은 제한이 없죠. 모든 카드를 아무런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답니다.”

성녀의 말에 3명의 여인들이 모두 놀라며 태천을 바라보았다. 이에 태천도 놀란 눈으로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100장의 제한? 전혀 들어 보지 못 했던 것이다.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영혼은 한정되어 있죠. 힘 또한 마찬가지. 하지만 아주 드믈게 그 한정되어 있는 그릇을 뛰어 넘는 인간들이 존재하죠. 그것이 바로 재능의 차이라는 겁니다. 당신들은 물론 천재에요. 배경도 재능도 환경도 모든 것이 최고죠. 하지만 거기까지. 아쉽게도 당신들은 딱 거기까지 에요. 최고라고 불리고 천재라고 불리지만 거기가 당신들의 한계. 그 이상은 불가능해요.”

“최고는 최고다. 성녀.”

“후후. 그렇죠. 그 최고는 인간들 사이의 이야기. 고양이들 무리에서 최고가 되었다고 그 대장 고양이가 감히 사자와 싸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왕님과 당신들의 차이는 이거예요. 아무리 발버둥을 처도. 당신들은 고양이. 이 한계를 넘을 수 없지만 왕님은 다르죠. 한계가 없어요. 제한이 없어요. 그렇기에 계속 강해질 수 있답니다. 말 그대로 제한 없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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