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얼리스트-46화 (46/132)

46화

사실 가이아의 성녀는 사놓기만 하고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카드다. 애초에 사용할 일도 없었다. 그래서 처음 소환하는 것이지만 듀얼리스트의 심장을 믿고 소환을 감행했다.

“우와...”

태천은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순식간에 줄어드는 정신력에 절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듀얼리스트의 심장으로 반 이상으로 소모되는 정신력이 줄었는데도 이 정도라는 것이 놀라웠다.

정신력이 빠르게 소모되는 것에 태천이 감탄하는 사이 마법진은 더욱 강렬한 빛을 발하며 하얀색과 녹색이 적절하게 석여 있는 빛과 함께 초록색의 옷과 금발의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트리고 돌로 만들어진 지팡이를 들고 있는 미녀가 나타났다.

“드디어 부르셨군요. 왕님.”

성녀의 말에 태천은 잠시 멍 했다. 아름다워서? 틀리지는 않다. 하지만 아수라와 함께 성장하며 단단해진 태천의 정신력은 고작 그 정도로 흔들리지 않는다. 그가 멍 한 가장 큰 이유는 엄청난 정신력 소모 때문이다.

“후우. 1레벨의 차이가 이렇게 크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어. 이래서는 용기사 피니트 소환 불가능인데?”

“우웅. 이건 조금 기분 나쁜걸요? 아무리 제가 서포터라고 하지만 그래도 고작 11레벨의 아이들에게 밀릴 정도는 아니라고요.”

뿌우 거리면서 말하는 성녀는 참으로 귀여웠지만 태천의 눈에는 그것보다 지금 당장의 전력이 문제였다. 물론 성녀 그녀도 강하다.

특수능력만으로 12레벨이 된 것이 아니다. 기본적인 스펙이 되고 거기에 능력이 더 해진 것이 그녀다. 하지만 그래도 불안한 것은 불안한 것이었다.

“하아. 이렇게 무시당하는 것은 태어나 처음이에요.”

그리고 성녀가 가볍게 지팡이를 땅에 찍자 조그마한 빛의 구슬이 나타나더니 태천을 향해 쏘아졌다. 공격이었다. 물론 아수라가 막아주지만 이번만큼은 그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정신차리라는 의미에서 하는 것이니 말이다.

퍽.

단지 조금 쌘 모양이다.

“무슨 짓이야! 아프잖아!!!”

태천의 외침에 성녀가 그제서야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야 저를 보시는 군요. 그럼 다시 소개를 할까요? 자애의 여신 가이아님의 충실한 종이랍니다. 편하게 성녀양. 또는 성녀라고 불러주시면 되요. 이름은 없거든요.”

자신이 지을 수 있는 최대한의 미소와 자애로운 표정을 지으며 성녀가 말했지만 태천의 반응은 뚱했다.

“... 그래.”

“.. 그게 끝이에요?”

“그럼 뭐라고 반응해야 하는 건데?”

“에? 하지만. 저 예쁘지 않아요?”

“미인이지.”

“그럼 저를 보면서 ‘아름다워.’ 라던가. ‘보는 것만으로 정화될 것 같아!’ 라던가. ‘이것이 바로 진정한 치유계로구나!’ 같은 리엑션은요! 그런 것들은 다 어디로 간 거죠!”

성녀의 말에 태천이 사의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아서. 후퇴하자.”

“... 시동 걸어 놓도록 하죠.”

답이 보이지 않았다.

“에에!! 잠깐! 잠깐만요!!! 뭔가요! 이 반응은!”

“아니... 뭐라고 할까. 그냥 이미 틀려먹은 기분이라서 후퇴하려고 하니까 너 그냥 돌아가 있어. 나중에 필요하면 부를테니까.”

“말도 안 돼요! 제가 도움이 안 된다는 건가요! 저는 자애의 여신! 가이아님의 유일한 성녀라고요!”

“그런 성녀가 치유계를 말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어. 소환 될 때 내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받는 다는 건 들어서 알고 있는데 많고 많은 지식 중에 왜 하필 그 지식인데?”

“하지만 저에게 딱 어울리는 이미지 아닌가요?”

다시 한 번 최대한 성스러운 분위기와 살짝 짓는 미소는 누가봐도 성녀시여! 할 수 있는 모습이지만 태천은 무시하며 말했다.

“사의 시동은.”

“걸었습니다. 가시죠. 역시 신들 중 한 분이 직접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지.. 지금 저를 무시하는 건가요! 가이아님께서 천벌을 내리실 거예요!”

성녀의 외침에 태천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천벌을 내리더라도 사의라면 맞을 수 있지만 나는 맞지 않을 걸? 무엇보다 자애의 여신이라며. 이 정도는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겠지. 그보다 너 왜 역소환 안 되냐?”

“12레벨 정도 되면 반신이지 않습니까? 자의로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오래 버티지는 못 하겠지만요. 그보다 어서 가시죠. 지금도 시간은 흘러 가고 있습니다.”

“그래.”

완벽하게 무시하는 둘을 보며 성녀는 몸을 부들 부들 떨더니 외쳤다.

“잠깐!!!”

그리고 그녀가 다시 한 번 땅에 지팡이를 내려치자 거대한 돌로 이루어진 벽이 땅에서 솟구치며 사면을 막아 태천과 사의를 움직이지 못 하게 하였다.

“이건 뭐야?”

태천의 말에 성녀가 말했다.

“감히 저를 이렇게까지 무시하다니. 아무리 왕님이라고 해도 용서할 수 없어요!”

“그래서 결투?”

“아니요! 저의 힘을 보여드리겠어요! 지금 여기로 다가오고 있는 그 거대한 생물체를 처리하면 되는 거겠죠? 똑똑히 보여드리죠! 자애의 여신이자 대지의 여신이며 동시에 죽음의 여신이기도 한 가이아님의 하나 뿐인 성녀인 저의 힘을!”

“대지의 여신? 죽음의 여신? 처음 들어 보는데?”

“후후후. 일반적으로 우리 가이아님은 자애의 여신이지만 동시에 대지의 여신. 땅은 모든 만물을 포용하지만 동시에 변덕으로 모든 만물을 죽일 수도 있죠. 그렇기에 죽음의 여신이기도 하답니다. 굉장하지요?”

“그런 것도 있었나? 전혀 몰랐네.”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니까요. 저도 그 책만 있다면 제대로 된 죽음의 힘을 사용할 수 있어요.”

“그 책?”

“가이아님이 저에게 주신 죽음의 서. 그것만 있으면 저도 가이아님의 죽음의 힘을 조금 사용할 수 있게 된답니다.”

- 퀘스트 발동! ‘죽음의 서’를 획득하라!

= 가이아의 성녀가 S급 몬스터 격파하기.

갑자기 NC로 나타난 퀘스트 화면에 태천이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봤다. 무엇보다 몬스터 카드의 ? 중 하나를 알아낸 것 같았다. 죽음의 여신 가이아.

몬스터 카드들 중에서는 드물게 같은 이름이지만 일정한 조건을 만족시키면 전혀 다른 카드로 변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것을 히든 소환이라고 한다.

죽음의 여신 가이아. 혹은 대지의 여신 가이아. 그리고 가이아의 성녀가 말한 죽음의 서. 이 3가지는 확실하게 연계되어 있다는 것이 듀얼킹이라고 불리던 태천의 감에 확실하게 잡혔다.

“쯧. 알았으니까 이 돌 벽 좀 치워봐. 전혀 어디 있는지 보이지가 않잖아.”

“정말이죠? 왕님.”

“정말이니까 치워.”

“예~”

성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돌벽은 천천히 내려가며 다시 땅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태천이 아수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얼마나 남았어?”

- 40분.

바닥에 쓴 아수라의 글에 태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이 해야지. 하는 것은 좋지만 이거 하나만 알아둬. 못 하기만 해봐. 다시는 소환 안 할 테니까.”

“에헴! 이 성녀를 무시하지 마시죠. 제가 진정한 성녀의 힘이 어떤 것이라고 확실하게 보여드리죠.”

성녀의 말에 태천은 불안했지만 그래도 일단 믿어보기로 했다. 어차피 한 번쯤은 부딪쳐야 했을 S급 몬스터다. 무엇보다 곤란하다 싶으면 아수라를 투입하면 그만이니 말이다.

“그럼 일단 기회는 줄테니 잘 해야 한다?”

“후후. 왕님도 걱정도 팔자셔라. 땅이 있고 죽음이 존재하는 곳에서 가이아님은 무적이세요. 저는 무적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게 쉽게 지지 않는 다고요?”

“제발 그래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말하고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성녀에게 부탁해 판판한 바위를 만든 후 그 위에 태천이 앉자 사의도 한숨을 쉬며 태천의 옆에 앉았다.

“어떻게 될까요?”

“여차하면 아수라 투입할 거야. 걱정마. 죽어도 도망칠 자신은 있으니까.”

“... 그렇군요. 믿겠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나타났다. 거대한 크기의 S급 몬스터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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