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얼리스트-40화 (40/132)

40화

사내의 말에 희선은 한숨을 쉬었다. +. 이 뜻은 지옥에서 무사히 살아 돌아왔다는 뜻이다. C급 헌터부터 갈 수 있는 지옥.

이곳에서 살아 돌아오면 +를 얻어 C+급 헌터. 이런 식으로 된다. 물론 최고는 +++가 끝이다. 이다음부터는 S급 헌터나 AA급 헌터가 된다.

사실 AA급 헌터도 본래 없었던 것이지만 과학이 발전하고 지옥에 대한 정보가 쌓이면서 살아서 돌아오는 이들이 상당수 발생하자 4번째 살아서 돌아 온 A급 헌터들을 AA로. 그리고 AA에서 또 다시 4번째 살아소 돌아 온 헌터는 AAA가 된다.

그 이후? 그 이후로는 S급 몬스터를 잡지 않는 이상 S급 헌터가 될 수 없다. 그 만큼 S급 몬스터는 격이 다른 존재이며 그 몬스터를 잡은 S급 헌터도 그 만큼의 대우를 해주는 것이다.

즉 S급 몬스터를 잡지 않고 최고로 올라갈 수 있는 등급은 AAA+++급 헌터라는 것이다. 이 단계에 있는 헌터는 전 세계적으로 1천 명 정도다.

S급 헌터는 50도 안 되는 것에 비하면 참으로 많은 숫자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사내도 A++급. 곧 AA가 될 수 있다. 죽지만 않으면 말이다.

"그러면 동생은 S급 몬스터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 지금은 힘들어. 하지만 나중에는 가능할 거야.”

“소환이라는 초능력이 그렇게 대단해?”

“직접 보면 이야기가 빠르겠지만 나는 너와 내 동생을 만나게 해줄 생각은 없어. 여동생은 더더욱 이고. 손대면 바로 죽일 거야.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걱정하지 말라니까. 내가 아무리 책임 없고 막나간다고 해도 뇌후의 동생을 건드릴 정도로 개념 없는 건 아니니까. 그보다 천, 마 연합군은 어떤 분위기야? 이쪽은 완전 개판이었는데. 정말로 소문 처럼 분위기가 좋아?”

“좋지. 아주 좋았어. 인간들과는 역시 격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 고작 몬스터 한, 두 마리 같고 싸우는 일도 없고 말이야.”

“크으. 그건 부럽다. 이쪽은 자기 몫은 자기가 챙겨야 하는 씩이니까 말이야. 남이 챙겨주거나 하지 않잖아?”

“그래서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지옥 원정만은 사람들이랑 가지 않으려는 거야. 하나 같이 너무 이기주의거든. 그들과 어울릴 바에는 그냥 차라리 혼자 가고 말지.”

“혼자가는 건 무리잖아? 아무리 뇌후라고 불리는 너라고 해도.”

“죽고 싶다는 뜻이지. 그리고 나는 무리지만 내 동생은 가능할 수도 있어.”

“남동생이겠지?”

“그럼 정수일까? 정수의 실력은 너랑 비슷하거나 조금 떨어지는 정도야. 그런 정수를 홀로 지옥에 보낼 정도로 나는 미치지 않았어.”

“오우. 나를 그렇게 높게 평가해주니 고마운데?”

“객관적인 자료. 그러니 은근슬쩍 어깨에 손 올리면 그땐 손 잘라버리겠어.”

희선의 말에 슬며시 올라가던 왼쪽손을 바로 내리는 사내가 말했다.

“가드 너무 단단하네. 동생이랑 이야기 할 때는 간이랑 쓸게도 다 줄 것처럼 말하면서.”

“정수는 줄 생각 없어. 단지 태천이라면 줄거야.”

“이런. 이런. 그 녀석도 고생 많겠구만. 그러면 가라고. 나는 따로 빠질 테니까. 오늘도 약속 있거든.”

그리고 같이 가던 사내가 옆으로 빠지는 것을 슬며시 보던 희선이 혀를 치며 말했다.

“태천이 저 녀석을 닮지 않아서 다행이지.”

그 말과 함께 희선은 계속 걸어갔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사장실이라고 적혀 있는 방. 그 문에 노크를 두 번하자 안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이에 희선이 안으로 들어가자 푸석푸석한 금색 머리카락과 함께 알이 큰 뿔태 안경. 동시에 츄리닝 차림을 하고 있는 여인이 책상에 앉아서 일을 보고 있었다.

“어? 언니?”

“또 그러고 있는 거야?”

“응? 아아 이것들?”

자신의 머리카락과 안경 그리고 옷을 본 여인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밤새다보면 절로 이렇게 되더라고. 그보다 어서 앉아. 아 좀 씼어야 겠네.”

그리고 여인이 손가락을 튕기자 허공에서 물이 나타나며 여인의 얼굴과 머리카락 사이에 움직이더니 잠시 후 깨끗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 모습은 생각 이상의 미녀였다.

“무슨 일이야? 언니.”

“지옥 갔다 와서 인사나 하려고. 그래. 회사는 잘 돌아가고?”

“큰 이상은 없어. 이번 원정에서 다행히 사상자는 없어. 조금 이권을 빼앗겼지만 죽는 사람이 없는 것이 다행이지. 돈보다는 목숨이니까.”

그리고 여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희선이 앉아 있는 소파의 맞은편에 앉더니 한쪽에 있는 2개의 커피 잔과 이미 받아져 있는 원두커피 액체가 저절로 움직이며 그 잔에 가득 차고는 잔이 조용히 하늘을 날아 두 사람 앞에 내려왔다.

“먹어. 이번에 새롭게 산 녀석인데 맛이 좋더라고.”

여인의 말에 희선은 담담히 잔을 들어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말했다.

“내 동생에 대해서 기사가 많더라.”

“남동생?”

“응.”

“많지. 200명 정도만 죽었다며? 이번 천, 마연합군. 그리고 거기에서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이 언니 남동생이라며. 혼자서 100톤 화물차 6대 분량의 몬스터를 처리하기도 했고. 이 정도면 당연한 거지. 애초에 이런 괴물이 있을 줄 누가 알았나.”

“태천이는 괴물이 아니야.”

조용히 말하는 희선이지만 여인은 자신의 몸이 따끔거리는 것을 느꼈다.

‘누가 브라콤 아니라고 할까봐...’

살기였다. 말 한마디 잘 못 했다가 살인 벌어질 것 같은 기분을 느낀 여인은 빠르게 수정했다.

“물론이지. 하지만 그 강함이 일반적인 상식을 한참 벗어난 것은 맞잖아?”

“그건 그래.”

그러자 살기가 사라졌다. 속으로는 도대체 왜 이렇게 남동생에 대한 사랑이 강한지 무슨 일이라도 있는지 궁금했으며 그 남동생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지도 궁금했다.

뇌후라고 불리지만 다른 별명은 얼음여황. 철벽의 가드를 자랑하며 주위에 남자 한 명 두지 않는 여인. 그것이 그녀가 아는 뇌후 김희선이다. 물론 예외가 있다면 바로 그 남동생. 김태천에 대해서다.

그의 이야기만 나왔다 하면 얼음따위 사라지고 밝은 햇살이 가득하다. 자신의 몸에 다른 남자가 엉큼한 목적으로 손을 대면 죽일 수도 있지만 태천이 가슴을 만지고 처녀를 가져간다고 해도 웃으면서 허락할 정도로 남동생에 대한 사랑은 끔찍할 정도로 대단했다.

“정말로 희한한 남매네.”

“뭐가?”

“아니야. 혼잣말.”

물론 그 남동생 사랑은 막내인 정수에게도 갔으며 정수는 오빠 사랑이 희선과 동급으로 위험하며 너무 강하다. 여인으로서는 이 둘의 앞날이 걱정이며 마지막으로 태천의 미래의 부인될 여자가 걱정일 뿐이었다.

“그보다 정말로 온 이유는 뭐야? 고작 그런 인사를 하기 위해서 왔을 리는 없잖아?”

“그러네. 그럼 바로 본론으로 갈게. 우리 회사가 이번에 개발한 200톤짜리 화물차 있지?”

“응. 돈 많이 들어갔지. 무개를 2배로 늘리고 성능은 더 좋게 하기 위해서 연구를 상당히 많이 했으니까. 덕분에 얼마 전에 막 완성했어. 시판 모델도 나왔고.”

“그거 2대만 줘.”

“응?”

희선의 말에 여인이 살짝 놀라며 희선을 바라보았다.

“물론 부사장인 언니가 달라고 하면 당연히 주겠지만... 갑자기 왜?”

“태천이가 사냥을 홀로 다닐 예정이라고 해서. 시체 처리 반은 아무래도 없이 다닐 것 같아서 차라도 장만해주려고.”

“... 아. 그래?”

예상했던 답변이 나왔다.

“그런데 2대나 필요해?”

“혹시 모르니까. 예비용이야.”

“뭐 언니가 달라고 하니까 주겠지만 공짜로는 안된다는 것 정도는 알지?”

“얼마야?”

“에테르 결정체 값은 빼고 한 대당 500억.”

“싸네. 계좌로 넣어줄게.”

“그래...”

역시 S급 헌터라는 생각을 하며 여인은 한숨을 쉬었다. 사실 500억도 전혀 싼 가격은 아니다. 일반 헌터라면 꿈도 꾸지 못 할 가격이다. A급 헌터라고 해도 감히 함부로 지르기 힘든 금액.

하지만 S급 헌터는 다르다. 일단 S급 헌터는 나라에서 지원비용이 나온다. 1달에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100억씩 말이다. 당연히 세금 같은 것 없이 공짜로 100억씩 퍼주는 거다.

하지만 이것도 상당히 싼 편이다. 헌터 강국인 미국이나 일본 중국의 경우 최하가 200억이다. 한국은 돈이 없기에 100억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것도 일반인이 보면 굉장한 금액이다.

S급 헌터는 여차 할 때 나라를 지키는 가장 큰 전력이다. 그 강함은 말할 것도 없으며 S급 몬스터를 잡은 경험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이다.

그래서 각국은 회유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전투민족이라고 물리는 한민족이라서 그런지 인구가 1억도 안되지만 무려 8명의 S급 헌터가 있다.

애국심으로 남아 있는 이들도 있지만 자신의 이득세력 때문에 있는 이들도 있으며 희선처럼 가족들을 위해서 또는 정말로 막장이지만 영어나 외국어 할 줄 몰라서 그냥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S급 헌터들에게 500억? 그냥 5달 돈 안 쓰면 모이는 돈이다. 물론 돈이 필요하면 사냥에 나가도 된다. 홀로 무리 하면 A급도 잡을 수 있는 이들이다. 500억은 돈도 아니었다.

“언니 집으로 보내주면 되는 거야?”

“아니. 태천이도 이제 독립할 거야.”

“에? 진짜로?”

“내가 계속 같이 살고 싶지만 태천이도 수련을 위해서 집을 새롭게 하나 짓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판단해서 태천이의 집을 하나 지어줄 생각이야. 크게. 이미 공사 중이야. 그곳으로 보내주면 돼. 주소 보내도록 할게.”

그리고 NC를 통해 보낼 주소와 통장입금을 확인한 여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 그런데 여기가 언니가 산 땅이었어?”

“응. 정수랑 같이 샀지. 태천이에게 줄 선물로.”

“언젠가 헌터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거야?”

“아니. 그냥 선물이야.”

“... 그렇구나. 응. 이제는 놀랍지도 않아.”

“그곳으로 화물차 보내도록 해. 정수에게는 내가 따로 말해 둘 테니까. 그리고 이번에 연구하고 있는 증폭장비는 아직 미완성이야?”

“응. 미완성. 좀 더 연구가 필요해.”

“완성되면 연락해. 그리고 몇 개 챙겨두고.”

“누구 말인데 감히 거역할까. 알아서 할테니 걱정마 언니. 언니는 지금처럼 계속 돈만 좀 부탁할게.”

“응. 그러면 나 그만 갈게. 정수랑 이야기 할 것도 있으니까.”

“마중나가지 않는다.”

그리고 사장실을 나선 희선을 바라보던 여인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 남매의 동생 오빠 사랑은 정말로 위험하네. 뭐 이쪽이야 돈 벌어서 좋다고 하지만... 아니 그보다 우리쪽에 영입은... 못하겠지. 응. 저 둘이 깽판치면 회사 망하니까.”

그 말과 함께 한숨을 길게 쉬고 마저 커피를 마신 후 다시 책상으로 가서 서류를 잡는 여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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