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얼리스트-39화 (39/132)

39화

“이대로 보내니 조금 아쉽군.”

“아닙니다.”

“쩝. 아버지들도 오고 싶어 했지만 전사자 문제로 처리할 일들이 남아 있어서 오지 못 했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가라고 꼭 전해 달라고 하셨어.”

“저도 안부인사 전해주십쇼.”

“그렇게 딱딱하게 할 필요 없어. 희선이 처럼 해도 괜찮아.”

“익숙해지면 생각해보겠습니다.”

인간계. 즉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서 차원이동진에 대기하고 있는 태천 일행을 보며 리모네와 사이라그가 그들에게 최후의 인사를 하고 있었다.

“가서도 연락 계속 하렴.”

“응. 언니. 언니도 잘지내.”

“나야 걱정 없지. 그리고 정수도 조심하고. 지옥에서 살아 돌아 왔다고 너무 방심하면 당할 수 있다는 것. 잊지 말고. 알겠지?”

“예~”

“그러면 이제 그만 가보렴. 아 그리고 도착하면 기자들이 난리 부릴 거야. 그건 조심하고.”

묘한 조언을 받으면서 태천남매는 차원이동을 하고 다시 그들의 집이라고 할 수 있는 지구에 도착했다. 그리고 차원이동진을 관리하는 직원으로 보이는 이가 다가와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김태천, 김희선, 김정수님 맞으신가요?”

“예. 맞습니다만...”

태천의 말에 직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금 밖에 기자들로 엉망이라 저희가 따로 마련한 길을 통해서 가셔야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어쩔 수 없죠. 어디로 가면 되나요?”

이번에는 희선이 말하자 직원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저의 손을 잡으시면 됩니다. 이래보여도 공간이동 초능력자거든요. 안전하게 밖으로 모셔드릴 겁니다.”

조금 떨떠름 하지만 태천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보다 이제 이 지구에서 어떤 일이 있다고 해도 다치지 않을. 아니 정면 돌파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기에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누나는 내 손잡고. 정수는 누나 손잡고. 빨리 가자고. 집에 가서 쉬고 싶어.”

태천의 말에 희선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태천을 보더니 태천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정수는 뭔가 불만인 듯한 표정으로 희선의 손을 잡았고 태천은 다시 직원의 손을 잡았다.

“그럼 가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붕한 느낌과 함께 다시 이들이 나타난 곳은 사막이나 어디 이상한 지하가 아닌 평범한 도심이였다.

“후우. 3명을 동시에 옮기는 건 역시 힘들군요. 여기서 조금만 더 가시면 택시를 잡으실 수 있습니다. 거기서 택시를 타고 댁으로 가시면 됩니다.”

“예. 감사합니다.”

“하하. 아니요. 저도 돈 받고 하는 일이니까요. 이런 일은 좀처럼 없어서 말이죠. 그러면 다음에 또 뵙기를.”

그리고 다시 공간이동으로 사라진 직원을 보며 태천이 말했다.

“공간이동 엄청 편해 보인다.”

“편하기는 하지. 동시에 매우 희귀한 능력이기도 하고. 또한 매우 많은 이들에게 노려지는 초능력이기도 해. 저 공간이동만 있다면 할 수 있는 범죄는 어마어마하게 많아지니까. 은행을 털어도 잡을 수 없을 정도니 말 다했지.”

“그건 그래. 그보다 어서 돌아가자. 집에서 진짜로 쉬고 싶다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이제부터는 태천이 혼자서 사냥은 다녀도 될 것 같으니 이제 부터는 굳이 우리에게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알겠지?”

“이제야 독립이야?”

“아니면 계속 우리랑 같이 갈까?”

“나는 찬성!”

정수의 말에 태천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혼자서 S급 몬스터를 제외한 모든 몬스터를 쓸어버릴 자신이 있다고. 그런 상황에서 굳이 같이 다닐 필요 있어? 둘도 둘만의 생활이 있을 테니 나는 걱정하지 말고 둘도 기존의 파티하고 사냥 같이 나가.”

“오빠는 이 귀엽고 귀여운 여동생이 외간 남자랑 사냥 가는 것이 좋아? 그 남자가 이 여동생을 덮치면 어떻게 하고.”

“그렇게 되면 너는 그 총으로 상콤하게 그 남자의 고간을 날려버리겠지. 그러니 이상한 소리 그만하고 가자.”

“칫. 재미없어.”

그렇게 지구에 돌아 온 태천남매는 택시를 잡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파티가 벌어졌다. 집에 있던 태천남매의 어미니가 잔뜩 음식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날 하루는 정말로 원 없이 먹었고 꼬박 25시간을 자고 일어난 태천은 가장 먼저 사의를 소환해서 근처 도서관에 대려다 준 후 다시 집에 돌아와서 멍하니 소파에 누워 있었다.

“뭐하지.”

할 일이 없다는 것. 의외로 치명적이었다. 사냥을 가면 되지만 지옥에 갔다 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가는가? 일단 좀 쉴 생각인데 문제는 쉬는 동안 할 일이 없다.

“젠장. 친구가 없으니까 여기서 문제가 생기는 구나.”

그냥 서로 안면만 트는 친구는 친구라고 볼 수 없기에 학교를 졸업하며 동시에 모조리 번호를 지워 버렸다. 덕분에 지금 태천의 핸드폰에 있는 번호는 가족들과 이번에 만난 리모네와 사이라그. 이렇게 해서 총 5명 뿐이다.

“울고 싶다.”

자신의 너무나도 좁은 인맥에 눈물이 절로 나왔지만 애써 무시하며 아수라를 소환한다. 소환이라고 해봐야 그냥 몸에 있는 아수라를 물질화(?) 시키는 것이지만 말이다.

“쉰다고 해 놓고 수련이나 하고 있다니. 나도 참 별난 놈이야.”

그리고 태천은 자신의 집에 지하에 있는 수련장으로 갔다. 딱히 대단한 수련은 없다. 단지 정신력을 빠르게 소모시키고 심법운기를 통해서 정신을 강화시킬 뿐이었다.

천지정단법. 이 심법은 정말로 효과가 좋다. 내공도 안모이고 다른 부가기능은 없지만 정신력을 훈련하는데 있어서 이것 보다 좋은 심법은 없다고 태천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심법이었다.

“아수라. 백팔지옥연격. 내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태천의 말에 아수라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크게 심호흡을 한다. 동시에 아수라의 6개의 팔과 등에 있는 황금빛의 불꽃으로 이루어진 원에서 황금색의 팔 수십, 수백 개가 나오며 허공에 주먹질을 한다.

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

“크읍.”

순식간에 쭉쭉 소모되는 정신력. 천수천안의 능력으로 늘어난 공격 범위. 그것은 저 황금색의 팔이다. 위력은 아수라의 그냥 주먹과 동급.

하지만 숫자가 저렇게 늘어나 버리니 태천으로서는 너무나도 순식간에 줄어드는 정신력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만!”

태천의 외침에 수련장을 가득 채우던 황금빛이 사라졌다. 그리고 태천은 심호흡을 하며 바로 천지정단법을 운기 한다.

필살기 한 번에 대략 10%의 정신력이 소모된다고 했을 때 지금과 같은 풀 파워로 하면 10초도 안걸려서 모든 정신력이 바닥난다. 물론 기절은 하지 않기 위해서 최소한의 정신력만 남겨둔다.

그 상태에서 천지정단법을 운기하는 것이다. 이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정신력을 키우는데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된다.

지옥에서는 이런 것을 할 수 없었다. 언제 몬스터가 나올지 모르는데 여유롭게 정신력 다 사용하고 심법 운용하고 언제 그러고 있는가?

“후읍 후.... 나쁘지 않은데?”

운기를 끝낸 태천이 말했다.

“여기서 작정하고 정신력이나 키우고 다시 지옥으로 가볼까...”

물론 혼자 갈 생각이었다. 미친 짓이나 다름없지만 태천이라면 가능했다. 혼자서 지옥에 가는 것. 오로지 태천만이 가능한 행동이었다.

“아니. 일단 잡다한 퀘스트만 다 클리어 하고 갈까? 아무리 잡다한 카드라고 하지만 현실에서 카드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니 적절하게만 잘 사용하면 충분히 쓸 만하고.”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태천은 다시 아수라를 움직인다. 일단 정신력 강화가 우선이었다. 그리고 태천의 목표는 무려 1분간 아수라의 전력으로 하는 공격을 버티는 것이었다.

* * * * * * * * * *

“여어~ 우리 영웅님 돌아왔네.”

한 사내가 친근하게 말하며 희선에게 다가오자 희선은 언제나 걸려 있는 자신의 허리에 있는 단봉 하나를 뽑아 사내의 가슴에 뻗으며 말했다.

“장난 사절이야.”

“끙... 좀 좋게 좀 가자고. 많은 걸 원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런 말을 하면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정도의 반응만 원하는데 굳이 이렇게 무기를 뽑아야 겠어?”

“누누히 말하지만 나는 너 같은 남자가 제일 싫어. 아무런 책임도 없이 그냥 막 던지는 남자들이. 아니 정정할게. 너 같은 타입의 존재가 싫어.”

“쩝. 내가 그렇게 나쁜 놈인가..”

“나쁘지. 책임지지도 못 하는 말을 함부로 하니까. 행동도 그렇고. 아직까지 너의 자식을 밴 여자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로.”

그리고 다시 허리춤에 단봉을 꼽아 넣으며 희선이 걸어가자 사내가 희선의 옆에서 같이 걸어가며 말했다.

“피임이야 당연히 철저하게 하고 있지. 이 청춘을 허무하게 날릴 수는 없잖아? 그보다 이번 지옥 원정대 이야기는 들었어. 동생이 대 활약 했다고?”

“내 동생은 이곳에 들어오지 않아. 내가 이곳에 들어 온 이유도 너 때문이 아니야. 순전히 그 아이가 계속 부탁해서 들어 온 것 뿐이지.”

“에이. 누가 뭐라고 했나? 그냥 조금 만나고 싶을 뿐이야. 어떤 힘을 사용하는지 직접 보고 싶다고.”

“싸울 생각이면 그만 둬. 너 같은 건 1초도 버티지 못 해.”

“오호. 그렇게 말하니 더욱 만나고 싶어지는데. 이래보여도 A++급 헌터라고?”

“지옥 두 번 갔다 온 것이 자랑이라도 되나보지? S급과 A급 몬스터의 격의 차이를 모르는 이상 아무 소용없는 일이야.”

“하긴. 내가 원정에 참여 했을 때는 한번도 S급 몬스터를 만난 적이 없기는 해. 그럼 만나고 싸워서 승리한 S급 헌터인 김희선양에게 질문! 그렇게 강해?”

“A급 몬스터 수백 마리가 덤벼도 S급 몬스터 한 마리를 이길 수 없어. 그 사이의 차이는 너무나도 거대하지. 중간과정이 왜 없나 싶을 정도로 말이야.”

“그래? 그렇게 말하니 또 다시 지옥에 가고 싶어지는 걸?”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