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얼리스트-28화 (28/132)

28화

지옥문. 헬 게이트라고도 불리는 곳. 이곳은 지옥의 초입을 뜻한다. C급 몬스터가 대부분이고 B급 몬스터가 종종 나오는 곳.

이곳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대량의 C급 몬스터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드래곤! 다이아몬드 크래셔!!!”

“크워어오오!!!”

“헬 앤드 해븐!!!!”

선봉으로 나선 김태천과 그의 소환수들은 아주 망설임 없이 깽판치고 있었다. C급 몬스터? 누가 보면 S급 헌터가 F급 몬스터를 잡는 것으로 볼 정도로 정말로 허무하게 무너지고 있었다.

“강하군. 정말로 강해.”

“힘 쓸일이 없어서 큰일이네.”

구경하던 사내와 여성이 말했다. 마왕의 아들. 차기 마왕인 사이라그 벨제부브. 그리고 그의 옆에 있는 것은 3개의 종족을 통틀어서 최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여인. 12개의 날개를 활짝 펼치고 걸어 다니고 있는 차기 신이자 신의 딸. 리모네 이티엘.

둘은 선봉이기는 하지만 혼자서 깽판치고 있는 태천과 그의 소환수들을 그냥 보고만 있었다. 뒤를 따르던 마족과 천족들도 감탄하며 보고 있었다.

A급 몬스터를 잡았다고 알려진 다이아몬드 드래곤. 명불허전이었다. C급몬스터를 말 그대로 씹어 먹고 있었다. 그리고 같이 싸우는 8레벨의 융합 소환 몬스터 빛과 어둠의 대리인 피니트 또한 칼을 휘두르는 데로 C급 몬스터들이 썰리고 있었다.

사실 이렇게 전면에 나서서 적극적이다 못 해 광적으로 몬스터들을 처리할 필요는 없다. 선봉의 역할은 몬스터를 최대한 많이 처리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강한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일이다.

뒤에 있는 마족과 천족들도 약하지 않다. 그렇기에 그들이 감당할 만한 몬스터는 남기고 감당 하지 못 할 것 같은 몬스터만 잡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태천의 경우는 달랐다. 무슨 원수를 처치하는 것 처럼 보이는 족족 몬스터를 처리했다. 그 이유? 간단하다. 태천은 지금 십만이라는 목숨을 등에 지고 있다.

단 하나만 죽어도 그 부담감이 장난이 아닐 것임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이렇게 가장 앞에서 나서서 몬스터들을 아예 천족과 마족들이 있는 곳으로 보내지 않기 위해서 보이는 족족 쓸어버리는 중이었다.

하나의 목숨도 감당할 자신이 없는 태천이었다. 그런 태천에게 최선의 방법은 아예 한 마리도 뒤로 보내지 않는 것이었다.

물론 이 방법이 계속 통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래해 봐야 이곳 지옥문이라고 불리는 헬 게이트에서나 통한다. 본격적인 지옥의 시작이라고 불리는 진짜 지옥에 도착하면 거기서 부터는 최하가 B급이다.

거기서 부터는 아무리 태천이라고 해도 혼자서 다 막는 것은 불가능 하다. 그래도 최대한 피해를 줄일 생각이었다. 도대체 신과 마왕이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몰라도 그의 자식들도 불만이 없는 것 같아서 태천만 죽어나가고 있었다.

차라리 자신에게 뭐라고 하면 엿이나 먹어라는 심정으로 다르게 깽판을 칠 수도 있겠지만 완전 믿으면서 하라는 그대로 하니 태천으로서는 미쳐버리기 직전이었다.

“후우.”

딱히 움직인 것은 없지만 그래도 다이아몬드 드래곤의 머리위에서 열심히 버티고 있으니라 힘들다고 하면 힘들었다.

무엇보다 혹시나 넘어가지 않을까 싶어서 걱정한 덕분에 정신적으로 피로했다.

“굉장하군요.”

옆에서 들리는 정말로 아름다운 미성에 태천이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 여신이 있었다.

‘정시차려라. 네가 오르기는커녕 쳐다보는 것도 불가능 한 나무다.’

신의 딸이자 NC로 여러 가지를 살펴보니 긴 마족과 천족의 역사 중에서도 최강의 천족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알려진 여인. 거기다가 덤으로 너무나도 아름답기까지.

빠질 것 전혀 없는 그야 말로 현실판 여신 그 자체였다. 그런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 주제를 파악해야 한다. 물론 태천도 어디가서 이제는 꿀리지 않을 수 있지만 상대가 너무 좋지 않았다.

“예... 뭐.”

“정말로 혼자서 이 지옥을 다닐 수 있을 것 같군요. 물론 지금이 아닌 나중에 말이죠.”

미소 지으면서 말하는 리모네를 보며 태천은 딱딱하게 굳은 상태로 애써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누나와 여동생을 보며 미인에게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그렇게 어려워하지 않으셔도 되요.”

“남자라는 거지. 음음.”

그리고 반대편에서는 호탕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왕의 아들. 현 마왕과 완전히 판박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대신 현 마왕보다 강하다고 알려진 마족. 사이라그였다.

“나야 뭐 몇 백 년을 봐서 괜찮지만 종종 나도 두근 거릴 때가 있으니까. 처음 봤다면 면역력이 생기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는 거지. 남자로서 이해한다고.”

사이라그의 말에 태천은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모르겠다. 웃으면 리모네를 무시하는 것 같았고 울면 사이라그를 무시하는 것 같았다. 정말로 울지도 웃지도 못 하는 상황이었다.

“어이! 마스터!”

그때 땅에서 피니트의 목소리가 들리자 태천은 황급히 말했다.

“피니트가 부르네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구원해준 사랑스러운 피니트를 향해 다이아몬드 드래곤이 움직였고 태천도 움직였다. 그리고 피니트의 앞에 다이아몬드 드래곤이 멈추자 피니트가 태천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서는 그 NC라는 것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고 했었지?”

“그렇지.”

지옥에서의 사망률이 높은 가장 큰 이유는 NC의 먹통이다. 완전 고장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는다. 붉은 점이 표시되어도 이게 진짜로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그 원인은 아직까지 오리무중이다. 단지 지옥이 다른 공간진과 차원이 다르게 거대하고 강력한 뭔가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닌가 과학자들이 추측할 뿐이다.

즉 이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기라고 하면 끽해야 측정기와 사거리 5km정도의 무전기. 이것이 전부다.

“내 감이 이 앞부터는 위험하다고 말하고 있거든. NC의 반응은 어때?”

“흠.. 아무것도 없어. 깨끗해.”

“그래? 그럼 맛이 가버린 것 같군. 여기서 좀 더 가면 위험하다. 아마 그 지옥이라는 곳이겠지.”

“우리는 여기 들어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어. 설마 벌써.”

“맞아요. 이 앞부터는 지옥일 수도 있어요.”

그때 리모네가 끼어들며 말했다.

“헬 게이트라고 부르며 지옥문이라고 불리는 부분은 지극히 짧아요. 반나절만 걸어도 금세 통과해 버릴 정도죠. 우리는 이미 그 정도 걸었으니 이제 지옥문이 끝나고 진옥에 들어가는 거예요. 오늘은 여기서 야영을 해야 할 것 같은데 괜찮은가요?”

“... 이 앞이 진짜로 지옥이라면 하루 쉬어야죠. 조금의 체력 소모라도 있는 상태에서 들어갈만한 곳이 아닐테니까요.”

“옳은 판단이예요.”

그리고 이날 지옥에 들어 온 이후. 불과 반나절만에 지옥문을 돌파한 천, 마연합군은 여기서 하루 쉬기로 결정하였으며 뒤에서 따라 오던 시체 처리반은 몬스터의 시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천, 마 연합군의 분배는 매우 심플하다. 자신이 잡은 몬스터의 시체는 자신의 것. 그리고 나온 에테르는 얼마나 나오고 뭘 하였던 간에 원정이 끝나고 딱 반으로 나눈다.

인간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이해관계가 없는 진정한 균등하면서도 공평한 분배다. 그런면에서 보면 지금 이 몬스터 시체는 모조리 태천의 소환체가 잡았으니 다 그의 것이었다.

에테르 같은 경우는 이미 사전에 이야기가 되었다. 태천이 잡는 것은 다 태천의 것으로 말이다. 어차피 인간이 3명이니 뭘 할 수 있을 까가 아닌 이들은 애초에 욕심을 부르지 않는 것이다.

인간과는 참으로 다른 방식이었다. 어찌되었든 그렇게 각자 자신들의 일을 하며 지옥에서의 첫 번째 날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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