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김태천의 아버지. 김창민. 그는 홀로 A급 몬스터를 때려잡은 유일한 인간이었다고 한다. 물론 태천은 이야기만 들어서 안다.
그렇기에 그를 사람들은 투신이라고 불렀다. 인간을 뛰어넘는 강함. 그 강함에 많은 이들이 반했으며 인덕 또한 있어 더욱 많은 이들의 환호를 받았다고 태천은 알고 있다.
“너희 둘은 잘 모르지만 우리 아버지 인맥으로 어디 가서 꿀릴 일은 없어. 단지 그것을 우리가 사용하지 않고 있을 뿐이지.”
“대표적인 예시가 방금 만난 두 분이겠지?”
태천의 말에 희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저 두 분을 소개시켜 준 이유는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서야.”
“앞으로의 일?”
“그래.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유. 진짜 이유를 알려줄게.”
김창민. 그는 뛰어났다. 너무나도 뛰어났다. 그것이 문제였다. 뛰어난 실력에 자만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며 타인을 우선시 하며 움직였다.
무력이 있고 금력도 있었으며 덤으로 인덕까지 있는 그였다. 그것은 곧 기존의 권리를 누리고 있는 이들에게 큰 불안감을 주었다.
그래서 그들은 김창민을 포섭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평소 정의심이 투철하던 그는 당연하게도 이들의 제안을 거절해 버리고 역으로 그들의 죄를 떠벌리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게 실수 였다. 지옥의 원정의 날. 그들은 모종의 사람을 시켰다. 최고의 실력을 가진 이들을 포섭했다. 무리한 부탁을 한 것은 아니다.
투신의 죽음. 일반적으로 힘들다. 하지만 상대가 A급 몬스터가 아닌 S급 몬스터라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원한 것은 딱 하나.
S급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으면 상관없는 일이기에 상당한 이들이 이 일에 협력하였다. 그리고 S급 몬스터가 나타나자 그들은 보다 겁을 집어먹고 그들이 뇌물 받은대로가 아닌 그들의 본능으로 도망치다가 그들을 지키기 위해서 김창민은 최후의 최후까지 싸우다가 죽었다.
이것이 바로 김창민. 김태천 남매의 아버지가 죽은 이유다. 이 사실을 말한 희선을 보며 김태천과 김정수는 무슨 농담인가 싶었다. 하지만 희선은 너무나도 진지했다.
“이것을 너희에게 말하는 이유는 간단해. 내가 지옥에 가서 죽을 수도 있어. 그러니 너희 둘이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말했어. 어머니가 왜 헌터를 그만 두었는지도 이해가 가겠지? 어머니는 인간 헌터들을. 보다 정확히 말하면 3개의 종족이 모인 가디언에서 인간의 대표와 그의 수하들을 믿지 못 해서 그만 둔거야. 또한 우리의 목숨도 있었지. 아직 아이였던 우리들을 지키기 위해서 어머니는 헌터를 그만두셨어.”
“... 이걸 말하는 진짜 이유는? 복수를 해달라는 거야? 누나?”
“그렇지만도 않아. 그저 너희가 성공하라는 거야. 성공해서 높은 자리로 올라가. 그들이 감히 손을 쓸수도 없는 곳으로 그리고 그런 위치에 올라가면 한 번 그들을 벌해줘. 그것이 전부야. 나는 무리야. 지금 내 상태가 나의 한계야. 그리고 그건 정수도 마찬가지야.”
희선의 말에 정수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초능력자라고 하고 S급 헌터라고 하지만 그녀들의 강함은 이제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려웠다.
“투신이라고 불리는 아버지가 익히던 우리나라 전통 무예가 있다고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실종되어 버렸어. 그나마 나는 조금 알고 있지. 하지만 그것은 봉에 관한 것 뿐. 그것도 기초적인 것들이야. 내가 아무리 강해진다고 해도 나는 그들을 싸워서 이길 수 없어. 정수가 도와줘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너는 가능해. 태천아.”
소환의 능력. 희선은 거기에 모든 가능성을 투자하기로 했다. 그래서 자신들의 아버지의 죽음을 알려준 것이다.
“내가 뭘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 거야? 누나.”
“아무것도. 그냥 지금처럼 승승장구하면 된다. 계속 나아가. 뒤돌아보지 말고 막는 이들은 모조리 쓰러트리고 나아가렴. 그렇다 보면 저절로 복수가 되어 있을 테니까.”
“내가 더욱 잘나가면 나를 어떻게 한다는 이야기네. 아버지처럼.”
“분명히. 먼저는 회유일 거야. 거기에 넘어가지 말고 잘 생각하고 t행동해야 한다. 이번 지옥에서의 원정은 내가 거의 억지로 해서 천, 마 연합군에 넣어줬지만 다음부터는 인간들이랑 해야 할 거야. 그리고 그 곳에는 그들의 입김이 강하게 받고 있어.”
“그럼?”
“그 모든 것들을 무시할 정도로 강해지라는 거야. 단지 내가 이야기 하는 이유는 이것뿐이야. 강해지렴. 태천아. 정수야. 나머지는 누나가 알아서 할 테니까. 단지 만약에라도 이 누나가 죽으면 부디 너희 둘이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해.”
이 말을 끝으로 삼남매는 조용히 식사만 학고 각자 정해진 숙소로 향했다. 자신의 숙소에 들어 온 태천은 침대에 누우며 고민했다.
그러다가 손을 뻗으며 말했다.
“듀얼. 소환 복수의 대행자. 피에르. 빛의 처형자. 네이틀. 마법 카드. 융합 발동. 융합으로 특수 소환. 와라. 빛과 어둠의 대리인 피니트.”
소환과 마법 카드 사용. 듀얼 몬스터즈에서 게임을 하듯이 말하는 태천이지만 이 모든 행동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어느 때와 같이 피니트가 뭔가 불평불만 가득한 시선으로 태천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 소환한 거지?”
“너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어.”
“호오. 물어보고 싶은 것?”
“그래. 물어보고 싶은 거. 너 내 아버지가 어떻게 죽었는지 혹시 알아?”
“우리들이 알고 있는 지식은 마스터가 알고 있는 지식까지다. 물론 우리 개인의 지식은 별도지만 기본적으로는 딱 거기까지라는 거지. 그러니 그걸 내가 알 리가 없잖아.”
“우리 아버지 누구에게 살해당했다고 해.”
“그래서? 복수인가?”
“아니. 몬스터에게 죽었는데 같이 싸우는 동료가 버렸다고 하더라. 누나의 말에 들으면 무서워서 도망쳤다고 하는데 전부 그러지는 않았을 거야. 그리고 사람이 몇 명인데 싸우려는 사람이 한 명도 없겠어? 그리고 우리 아버지는 멍청하게 그 사람들을 보호하려다가 죽었다고 하더라고. 여기서 과연 나는 복수를 해야 할까?”
“훌륭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멍청이군. 삽질했어. 그러면 마치 그 인간들이 고마워 할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지?”
“그러게 말이다.”
인간은 욕심 적이고 이기주의적이다. 종종 아주 종종 나타나는 이타주의 인간도 있기는 하지만 과연 얼마나 될까?
태천은 일단 아버지가 구해준 사람들 중에는 없다고 확신한다. 신과 마왕은 이해가 간다. 그들은 천족이고 마족이며 동시에 아예 다른 차원에 있다.
차원이동이 그렇게 간단한 것도 아니고 그 둘이 또 얼마나 바쁘던가? 일국이다. 대한민국 같은 조그마한 땅덩어리가 아닌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합친 크기의 거대한 땅덩어리 이상 가는 크기를 가진 나라의 왕이다.
그런 나라의 왕이니 할 일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왔다고 해서 직접 마중 나와 준 것만 해도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미국의 대통령이 와도 이들은 움직이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인간들은? 무서워서 도망쳤다고? 이해한다. 하지만 그 후에는? 최소한 미안하다는 말 혹은 잘 지내는 안부 전화 하나 못 할 리가 있는가?
물론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태천인 본 적은 단 하나도 없다. 희선도 말하지 않은 것을 보면 전혀 없는 모양이었다.
“무의미한 질문이군. 너는 우리들의 마스터다. 그냥 너는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다. 나머지는 다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아니면 우리가 가진 힘을 의심하는 건가?”
“아니. 의심하지 않아. 단지 그 힘을 모두 다루지 못 하는 내가 한심할 뿐이지.”
“큭큭큭. 그건 그렇지. 어찌되었든 그런 시시한 것으로 소환하다니. 할 일도 없군.”
“시시하다니. 나는 나름 진지하게 중2병이 될 각오를 하고 이야기 했다고. 복수에 미쳐 살 준비도 했단 말이야.”
“하! 그게 시시하다는 거다. 복수? 그 따위 것 원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 간단해. 13레벨의 신들 중 한 명만 소환해 봐라. 복수는 끝난다.”
“... 그게 가능하면 고민 안하지.”
9레벨의 다이아몬드 드래곤은 완전 깡패였다. 약하다고 할 수 있는 A급 몬스터도 혼자 잡을 정도로 강했다. 그런 것을 사실로 대략적으로 태천은 각 몬스터의 레벨을 대충 정리하면 이렇다.
F급 : 100 ~ 500 4레벨 이하.
E급 : 500 ~ 2500 4~5레벨D급 : 2500 ~ 8000 5레벨C급 : 8000 ~ 25000 5~6레벨B급 : 25000 ~ 70000 7~8레벨A급 : 70000 ~ 210000 9~10레벨S급 : 210000 ~ 500000 11~12레벨SS급 : 500000 이상 13레벨이것이 각 몬스터 등급별로의 에테르 수치와 태천이 추정한 듀얼 몬스터즈의 몬스터 레벨에 따른 대응할 수 있는 표다. 물론 S급 몬스터에 대한 측정은 확실치 않다.
S급을 최대로 측정한 수치가 50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최대가 S급이라고 정한 것. SS급은 8대 불가사의에 있듯이 그냥 전설과 같은 것이다.
“뭐 전설이나 다름없는 13레벨의 신의 카드도 있으니... 없으라는 법도 없지.”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냐?”
“아니 그냥 앞으로 내가 잡을 몬스터들하고 소환해야 할 듀얼 몬스터즈의 몬스터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어. A급의 에테르 수치가 높으면 다이아몬드 드래곤으로는 힘들잖아. 거기다가 S급은 완전 격이 다르고.”
“그래서 11레벨의 몬스터를 사라고 하지 않았던가?”
“포인트가 없잖아. 포인트가. 10레벨이 60만. 그리고 11레벨은 100만 포인트라고. 거기서 죽어라 모았지만 100만 포인트는 모으지 못 했잖아.”
“잡것들을 잡아서 그런다. 이번에 가는 곳에는 최하가 C급이라고 했었지? 여기서 제대로 한 몫 챙겨라. 100만 포인트 모으면 더 좋겠지. S급 몬스터라도 털어버리면 금방이잖아? 포인트 모으기. 공간진도 많고 몬스터도 많다. 무엇이 걱정이지?”
“내가 열심히 뛰어다녀야 한다는게 걱정이야.”
“... 너무 날로 먹으려고 드는 군. 마스터.”
“그런가...”
“그렇다. 어찌되었든 복수를 하고 싶다면 해라. 하고자만 한다면 엄청나게 간단하게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신을 소환하면?”
“그렇지.”
피니트의 미소에 태천은 한숨을 쉬었다. 이곳에 오면서 그리고 피니트를 소환하면서 진지하게 고민한 자신이 멍청하게 느껴졌다.
“아아.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내일 가는 거니까. 너도 준비해라.”
“준비할 건 없지. 걱정 말고 너나 정신력 똑바로 회복해라. 거기 가서 다이아몬드 드래곤도 소환해야 할 테니까.”
“너 혼자서 못 해? 내가 그 검도 구해줬잖아.”
“쓸어버리는 것도 한계가 있지. 한 번에 대량 살상은 그렇게 자신 없다. 무엇보다 마스터를 지키면서 싸워야 한다는 건 마음에 들지 않는 군. 죽으면 좋을 텐데 말이야.”
“.. 다이아몬드 드래곤 꼭 소환하도록 할게.”
역시 예전부터 태천은 생각했지만 피니트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을 거추장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죽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