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이게..”
수많은 몬스터들의 시체. 희선과 정수가 보는 정면이 모조리 시체였다. 그리고 아직까지 계속해서 몬스터들의 비명이 울리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햇빛을 받아 환하게 빛나는 다이아몬드 드래곤과 그 위에서 웃고 있는 태천이 있었다.
“말도 안 돼....”
꼬리 한 번 휘두르니 몬스터 수마리가 나가떨어지고 죽는다. 입에서 불덩어리 한번 나가면 수십마리가 죽어나간다. 압도적인 힘.
다이아몬드 드래곤의 모습을 보니 희선은 절로 머릿속에서 S급 몬스터가 떠올랐다. 그녀도 딱 한번 본 최강이라고 불리는 괴물. 다이아몬드 드래곤은 그 S급 몬스터를 연상시킬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며 몬스터들을 쓸어버리고 있었다.
“엄청 강하잖아.... 이거 우리 올 필요 없는 거 아니야? 언니.”
정수의 말에 희선은 멍하니 다이아몬드 드래곤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의아함을 느낀 정수가 희선의 어깨를 톡 치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희선이 정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응?”
“언니야 말로 뭘 그리 멍때리고 있어?”
“아무것도 아니야. 단지 좋지 않은 것이 기억나 버렸어.”
“좋지 않은 것?”
“응. 그보다... 이 정도면 일단 A급 몬스터랑 1:1로 싸울 수 있을 것 같네.”
“에이. 내가 보기에는 혼자서 다 잡아버릴 것 같은데 뭐. 진짜 무식하게 강하잖아? 피니트까지 하면 진짜로 A급 몬스터 썰어버릴 기세인데 뭐. 이래서야 우리가 도와줄 것도 없잖아.”
“그러네...”
희선은 맹렬하게 자신이 세운 계획을 수정했다. 9레벨의 몬스터가 저 정도의 강함을 보여준다면 지옥에서의 생존률은 급격하게 상승한다.
일단 C급은 넘어가고 B급도 저 다이아몬드 드래곤 앞에서는 별 다른 힘을 쓰지 못 할 것이다. 그럼 이제 남은 것은 A급과 S급.
8레벨의 빛과 어둠의 대리인 피니트를 소환한다면 A급 몬스터도 상대할 수 있다. 문제는 S급이다.
‘S급은... 어차피 다 같이 할 테니까.’
절대로 혼자 잡을 수 없다. 이런 생각이 희선의 머리를 멤돌고 있지만 한 쪽에서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고작 9레벨의 몬스터가 저정도다.
그렇다면 그 위의 몬스터는? 신이라고 불리며 전 세계에서도 단 10명만 가지고 있다는 13레벨의 신의 카드라고 불리는 그 신들의 힘은?
‘어쩌면... 정말로 신이라고 불릴 정도의 힘을 가질 수도 있어. 그렇다면 지옥을 평정할 수도 있어.’
말도 안 되는 소리일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당장 저 다이아몬드 드래곤 5마리만 모여도 지옥에서 S급 몬스터를 만난다고 해도 할 만하다. 물론 이건 희선의 생각이다.
하지만 그 위의 존재는? 막말로 12레벨의 몬스터 5마리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S급 몬스터가 문제가 아니라 그곳에서 얼마나 많은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느냐가 문제가 된다.
물론 그 기준은 가지고 들어간 식량이 될 것이다. 절대로 위험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희선은 전신에 불안감이 솟구쳤다.
너무나도 강한 힘이다. 위험하다. 너무 위험했다. 지금 태천의 힘은 너무나도 강했다. 그리고 인간들이 이 사실을 알면 가만히 보고 있을 리가 없다.
‘아버지.’
그녀들의 아버지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죽었다. 기존의 기득권층이.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서 그를 자신들의 아버지를 죽였다.
S급 몬스터와 싸움? 아니다. 그녀는 보지 못 했지만 알 수 있었다. 인간들은 그녀들의 아버지를 도와주지 않았을 것이다. 도와주었다면 결코 S급 몬스터에게 당할 아버지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런 일은 한 번이면 족해.’
그 순간 마지막 남은 몬스터들을 다이아몬드 드래곤의 또 하나의 필살기. 압염탄. 압축된 거대한 불덩어리를 날리며 처리한 장면을 보며 희선은 다시 다짐했다.
‘절대로 지킨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그녀는 다시 자신의 다짐을 더욱 단단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다짐했다.
* * * * * * * * *
“허어... 이거는 도대체...”
“저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다이아몬드 드래곤은 강하더군요. 지금 A급 몬스터 잡으러 떠났습니다.”
“A급이요? 혼자서요?”
지금까지 A급 몬스터를 홀로 잡은 인간은 없다. 하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라고 한다면 천족의 신과 마족의 마왕. 이 둘은 홀로 A급 몬스터를 잡을 수 있다. 힘들지만.
즉 이 차원에서 보자면 총 2명의 존재만이 홀로 A급 몬스터를 잡을 수 있다. 그런데 지금 그 영역에 이제 헌터가 된지 지구의 시간으로 40일이 좀 넘는 청년이 그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소환이라는 초능력이 본래 이렇게 사기적이었습니까?”
“저도 모르겠네요. 굳이 말하자면 재능이라고 할까요? 예전에 나타난 최초의 소환하는 E나 D급 몬스터만 잡았다고 했으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초원에 가득한 몬스터의 시체. 직원들도 멍하니 그 것을 바라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단 한 명과 한 마리가 한 행동이라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
“일단 부탁 좀 드릴게요. A급 몬스터가 올 수도 있으니 혹시 모를 준비도 해주시고요.”
그렇게 둘이 이야기 하고 있을 때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급히 그들은 하늘을 바라보았는데 그곳에서는 커다란 무언가가 빠르게 바닥에 추락했다.
“쿨럭. 쿨럭. 이게 뭐야?”
피어오르는 먼지에 손을 저으면서 떨어진 물체를 바라보자 그건 곳곳에 피를 흘리고 있는 커다란 게였다. 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집게는 한 쪽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졌고 다른 한쪽은 부러져 있었다.
“크으. 아슬아슬 했다.”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올리자 곳곳에 피가 묻어 있는 다이아몬드 드래곤과 다이아몬드 드래곤의 머리 위에 있는 태천이 있었다.
“이야. 역시 A급강하더라. 아슬아슬 했어. 다이아몬드 드래곤. 내려줘.”
태천의 말에 다이아몬드 드래곤은 천천히 땅에 내려앉자 태천이 머리 위에서 뛰어 내리며 멍하니 자신을 보는 희선을 바라보며 말했다.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게라서 살았어. 공중에서 열심히 때리니까 별로 반항을 못 하더라고.”
잠깐 시간을 돌려보자. 홀로 A급을 잡으러 간 태천. 그는 A급의 몬스터. 저기 시체가 되어 버린 게와 마주쳤다. 그리고 싸웠다.
물론 공중이라는 이점을 활용했지만 게 주제에 집게에서 이상한 광선도 쏘면서 공격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드래곤의 진정한 힘이 여기서 나타났다.
무지막지한 방어력. 게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도 큰 타격이 없는 다이아몬드 드래곤이었다. 오히려 자신을 친 것이 기분 나쁜지 더 길길이 날뛰었다.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로 게를 거의 해체하다시피 공격한 다이아몬드 드래곤. 게도 자신의 집게 발을 이용하지만 다이아몬드 드래곤의 비늘에 흠짓 정도만 내고 있었지만 피를 흘리게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상황이 흐르다 보니 당연히 다이아몬드 드래곤의 승리로 승부가 끝났다. 9레벨의 몬스터의 힘. 태천과 이들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강력했다.
“이거 다 내꺼니까 나오는 에테르 결정체 전부 내꺼야. 아 그리고 시체는 다 팔아서 그 계좌에 넣어주세요.”
희선과 이영한을 번갈아 바라보며 여유롭게 말하는 태천이었다. 그런 태천의 모습에 희선은 잠시 가출해던 정신을 다시 찾아와서 말했다.
“어떻게 잡은 거야?”
“다이아몬드 드래곤의 방어력이 대박이었어. 저 게가 백날 때려도 생체기도 안 생기더라. 상대는 지속적으로 데미지를 주고 있고 자신은 데미지 하나도 못 준다면 뭐 이미 승부는 끝난 거지.”
“그렇게 방어력이 높다고?”
“응. 누나가 세운 계획 아무래도 전면 수정해야 할 것 같은데? 9레벨 몬스터의 힘.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야. 그러면 나는 차 안에서 좀 쉬고 있을게.”
그 말과 함께 다이아몬드 드래곤을 역소환 시킨 태천은 태연하게 차의 뒷자석에 들어가 그대로 누워버렸다. 그런 태천을 바라보던 이영한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역대 지옥 원정대에서 가장 높은 생존율이 나올 것 같군요.”
“... 그렇네요.”
“거기다가 더 무서운 건. 저 상태에서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거죠. 물론 막힐 수도 있지만... 그래도 왠지 더욱 더 성장할 기분이 듭니다. 이거 동생분 정말로 잘 두셨네요. 나중에 가면 감히 가디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오를 수 있을 겁니다.”
“설마 거기까지...”
“잘은 모르지만 듀얼 몬스터즈와 관련되어 있는 능력이네요. 만약 동생분이 13레벨의 몬스터를 소환한다고 생각해 보시죠. 당장 9레벨의 몬스터가 A급 몬스터를 잡는데 13레벨의 몬스터는요? 신이라고 불리는 그들의 힘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요? 나중에 그렇게 되면 그때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진짜로 그렇게 될까 무섭네요.”
“제가 말하고도 좀 무섭군요. 하지만 엄연히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만약에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로 진짜로 잘 부탁드리게습니다. 앞에서 한 농담이 아니라 진심입니다.”
둘은 그렇게 말하면서 상상했다. 신이라고 알려진 13레벨의 몬스터의 등장을. 그리고 과연 그 힘이 얼마나 강할지. 동시에 가디언이라는 거대 단체에 홀로 맞서는 것으로 모자라서 그들을 압살하는 개인의 존재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