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6. 다이아몬드 드래곤.>
50일. 피니트는 정말로 50일을 채웠다. 그리고 그 50일 동안 성장은 둘째 치고 태천은 시체가 되었다. 다크서클은 이제 정말로 눈 밑에 진하게 자리 잡았고 제대로 걷지도 못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게 되자 피니트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돌아가 버렸다. 그 후에 50일 만에 처음으로 제대로 잠을 잤다. 무려 55시간이라는 신기록을 세우면서 푹 잤다.
그 후에 일어나서 한 일은 밥을 먹었고 다시 잤다. 도중에 마려우면 볼일도 보고 하는 씩으로 일주일 정도를 보내자 드디어 정상적인 상태가 되었다.
“그 동안 진짜 미친 듯이 잡았구나.”
모은 모든 에테르 결정체를 포인트로 바꾸니 무려 44만이라는 포인트가 모였다. 물론 이것은 태천의 에테르만 한 것이고 희선과 정수의 에테르는 손대지 않았다.
그 둘의 경우는 증폭 장치에 사용하기 위한 에테르를 비축하고 있는 중이었다. 둘의 목표는 각각 40만과 30만이라고 한다. 그 다음 부터는 모조리 태천에게 준다고 하였으니 태천은 지금 목표를 좀 크게 잡았다.
“9레벨 몬스터 카드를 사야겠어.”
정신력이 많이 단련되었다는 것은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융합 소환으로 피니트를 소환할 때 정신력의 총량의 한 30%정도만 소모되는 것 같았다. 이제 슬슬 다음 단계를 생각할 시기였다.
“9레벨 몬스터 중에서 조금 쓸 만한 녀석들이라고 한다면...”
너무 많다. 태천이 물론 그 몬스터가 주요 덱이나 카드에 의해서 달라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금 태천이 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강력한 덱이며 동시에 가장 하기 힘든 덱이다.
어중간한 센스로는 이도저도 아닌 덱이지만 센스만 충분하다면 최강이라고 불릴 수 있는 덱이 바로 지금 태천이 생각하고 있는 덱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몬스터 카드를 제외하고는 한번만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게임이라면 한 번 사용하면 바로 묘지로 가지만 현실은? 아니다. 현실에서는 똑같은 카드를 수십 번 사용해도 상관없다. 물론 그 만한 정신력이 되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지만 그것만 만족되면 수십 번을 해도 상관없다.
그런 것들도 감안하면 사기적인 조합들이 머릿속에서 떠오르지만 그것을 실행할 수 없는 자신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인 태천이다.
“일단 상점으로 갈까. 듀얼 몬스터즈. 커넥션.”
그리고 태천의 시야가 바뀌면서 어느덧 우주의 한 복판에 있었다. 오른쪽에는 어김없이 4개의 아이콘이 자신을 맞이하고 있었다. 거기서 카드 상점을 누르자 수없이 나타나는 카드들.
이번에는 몬스터. 그것도 레벨 9짜리의 고위급 몬스터만 남겨두었다.
“능력이냐 아니면 공격이냐 방어냐. 이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가지고 있는 포인트는 44만. 25만의 9레벨 몬스터 카드를 한 장만 살 수 있는 돈이다. 그리고 남은 포인트는 19만. 이것으로는 태천은 8레벨의 몬스터 카드를 한 장 더 살 생각이다. 남은 9만 포인트는 강화하는데 사용하고 말이다.
“능력을 하기 위해서는 역시 일정 수준으로 덱이 맞춰져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어림도 없다고 치고 남은 것은 공격이냐 방어냐. 이 둘 중 하나인데...”
태천이 공격하는 것은 심플했다. 공격을 선택해 적을 쓸어버리느냐. 아니면 방어를 선택해서 안전하게 적을 잡으며 동시에 자신의 안전도 보장 받느냐.
“역시 후자가 더 마음에 드네. 게임도 아니고 현실이니까. 게임이라면 망설임 없이 공격인데.”
현실에서의 목숨은 하나라는 것을 떠올리며 태천은 방어력이 뛰어난 9레벨의 몬스터 카드를 찾다가 한 장의 카드를 발견했다.
방어력이 뛰어나면서도 공격력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카드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보통 9레벨 정도 되면 아무리 그래도 어느 정도 기본적인 효과라도 있기 마련인데 이 카드는 정말로 아무런 능력도 없는 카드라는 점이다.
그래서 듀얼 몬스터즈에서도 상당히 좋은 취급을 받지 못 하며 초보자 용으로 불리는 카드다. 하지만 태천은 초보자다. 게임에서도 데이터가 다 날아가 버렸고 현실은 아예 맨땅 헤딩이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성장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지옥이라는 곳에 가서 살아남을 자신이 있냐는 질문에는 확답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카드라면 확답할 수 있다.
“너로 정했다. 그리고 8레벨 카드는 예정대로 그 녀석을 사고. 나머지는 모두 강화카드 사야지.”
25만 포인트의 9레벨 몬스터. 10만 포인트의 8레벨 몬스터. 그리고 마지막 9만 포인트로는 F급 강화카드 4장. 이것으로 모든 쇼핑을 끝낸 태천은 현실로 돌아왔다.
“일단 강화부터....”
- 강화. 장비 카드를 발동합니다. 어디다가 사용하시겠습니까?
“듀얼리스트의 심장.”
듀얼리스트의 심장이라고 쓰인 카드에 강화 카드가 빛으로 변하며 듀얼리스트의 심장 카드에 모조리 흡수되어 빛이 나더니 곧 빛이 사라졌다.
- 강화에 실패 했습니다.
“애초에 처음에 성공하기를 바라지도 않았어.”
- 강화에 실패 했습니다.
- 강화에 실패 했습니다.
- 강화에 실패 했습니다.
“쯧... 그렇다고 다 실패 하냐.”
순식간에 40만이 넘는 포인트를 모조리 소모한 김태천이 밖으로 나오자 밖에는 시끄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응? 무슨 일 있어?”
“비상이야.”
그때 뒤에서 들린 희선의 목소리에 뒤 돌아보자 단단히 굳은 얼굴을 한 희선이 있었다.
“몬스터 대이동이라고 해.”
“에에? 몬스터 대이동? 그게 왜 하필 여기서 일어나!”
몬스터 대이동. 앞에서 있었던 사이클롭스의 습격을 떠올리자. 몬스터 대이동은 이와 유사한 이유로 몬스터들이 대량으로 이동하는 경우다.
이 경우는 몬스터들 사이의 암묵적인 룰인지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지 않는다. 물론 다 이동이 끝난 후에도 완전히 서로 흩어질 때까지는 일시적으로 동맹인 상태로 움직인다.
그리고 이 몬스터 대이동이 나타나는 이유는 딱 2개의 이유다. 하나는 강력한 몬스터의 등장. 또 하나는 단체로 생활하는 몬스터들의 이동.
“A급 몬스터로 추정되는 몬스터가 움직이나 봐. 지금 이곳에 있는 헌터들의 NC를 통해서 처음 대이동을 본 헌터들이 빠르게 연락하고 있어.”
“나는 없는데?”
“너. 헌터넷 가입 했니?”
“... 아니.”
“어서 가입부터 해. 그래야 이런 정보를 받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 몬스터 대이동의 경로가 우리 쪽이야. 어쩌면 완전히 피하지 못 하고 조금 싸울 수도 있으니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좋을 거야.”
“그래?”
그리고 태천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이거 카드 사자마자 바로 사용하게 생겼는데.”
“카드? 설마 산 거야? 9레벨의 몬스터를?”
“응. 샀지. 그러면 바로 소환해 볼까.”
그 말과 함께 일단 좀 떨어진 곳으로 갔다. 지금 소환하려는 몬스터는 상당한 덩치가 있기에 복잡하게 사람들이 움직이는 곳에서 소환할 몬스터가 아니었다.
“듀얼.”
어김없이 땅에 마법진이 나타난다.
“다이아몬드 드래곤 소환!!!”
태천의 외침과 함께 태천은 정신력이 미친듯한 속도로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뭐야 이 어마어마한 소모는!!!’
8레벨 몬스터와 감히 비교할 수 없었다. 아니 융합으로 소환하는 피니트와도 비교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양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이 태천의 눈앞에서는 거대한 빛이 모이면서 서서히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그 빛의 무리에 움직이던 사람들도 움직임을 멈추고 그곳을 바라보더니 한 남성이 말했다.
“거짓말...”
“크르르...”
도마뱀을 닮음 몸. 박쥐와 같은 두 날개와 거기다가 빛나는 눈동자와 머리에 있는 2개의 뿔, 동시에 다이아몬드와 같은 비늘.
듀얼 몬스터즈 초보자들에게는 거의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는 9레벨 카드. 중에서도 방어력 만으로는 10위권 안에든다는 다이아몬드 드래곤이 나타난 것이다.
“크윽.”
하지만 태천은 그 멋있는 자태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젠장... 한 번에 거의 다 소모되었잖아.”
목걸이와 장갑에 있는 증폭장치의 에테르는 모조리 소모되었는지 그 빛을 잃어버리더니 곧 부서졌다. 이 가루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가루다. 재활용도 안 된다. 그냥 조용히 허공에 흩날리며 사라진다.
“하지만. 그 만큼 강하다는 거겠지.”
조금씩. 아주 조금씩 회복되는 정신력을 느끼면서 태천은 힘들게 고개를 들어 머리부터 꼬리까지 30m에 달하는 거대한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진 비늘을 가진 드래곤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