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이영한의 말에 태천이 전방을 바라보자 어느 덧 전투는 막바지에 진입했다. 곳곳이 상처가 있는 투 헤드 라이온과 다르게 멀쩡한 피니트였다.
“뭐. 충분히 놀았으니 이제 그만 끝내도록 하지.”
그 말과 함께 하얀색의 장검에 검은색의 빛과 흰색의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오오!!! 저것은!!!”
빛과 어둠의 대리인 피니트. 그의 필살기. 빛과 어둠의 힘을 합쳐서 동시에 공격하는.
“헬 핸드 헤븐!!!”
검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색과 흰색이 섞여 있는 참격이 투 헤드 라이온에게 적중한다.
“크아아아아아앙!!!!”
커다란 울음소리와 함께 2개의 머리에서 내뿜는 불꽃으로 대응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어둠과 빛의 힘이 담긴 참격은 그대로 투 헤드 라이온의 몸을 가르며 나아갔다.
“끝났군요.”
“끙... 그러네요.”
어질 어질 한 상태에서도 일단 태천은 대답했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오는 피네트를 바라보고 있을 때 피네트는 태천의 목걸이를 보며 말했다.
“드디어 하나 장만한 모양이군.”
“덕분에.”
“그런가? 어찌되었든 아직도 한참 멀었어. 고작 나 하나 소환한 것 같지고 이렇게 비틀 거려서야. 어느 세월에 그분들을 소환할 생각이지?”
“죽기 전에는 하지 않을까? 아니면 S급으로 맞추면 가능할 법도하고.”
“너의 말대로 죽기전에 했으면 좋겠군. 그러면 오늘은 내가 마스터를 지켜야 하는 건가?”
“어. 이곳은 강한 몬스터가 잔뜩 있으니까.”
“저 정도 수준이라면 일검이면 충분하다. 단지 좀 어울려서 놀아줬을 뿐이지.”
“알았으니까 이 곳에 있는 사람들 잘 보호해. 나는 좀 쉴테니까.”
“자면 내가 사라지는 것은 알텐데?”
“내가 너를 소환하고 기절 했을 때 누군가가 내 몸을 옮겼더라도. 누나는 아니고 동생도 아니지. 그럼 너 밖에 없잖아?”
“훗. 그래도 그 정도는 안다는 건가? 하지만 네가 기절 하거나 잔다고 했을 때 내가 여기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최고 4시간이 한계다. 그것도 전투를 하게 된다면 1시간도 버틸 수 없지. 그러니 그 안에 일어나도록.”
“3시간만 자자.”
그리고 힘들게 붙잡고 있던 정신을 놓고 그대로 기절해 버린 태천을 바라보던 피니트가 이영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충 저 안에다가 실어둬라. 그리고 저건 당신의 몫이겠지?”
“그렇죠. 그보다 사진 한 장 찍어도 됩니까?”
“그 셀카라는 것은 사양하지.”
“... 그럼 같이 한 장만이라도 안 될까요? 셀카로 말고 다른 누군가가 찍어주는 걸로. 너무 붙지 않을 테니까. 어떻게 안 될까요?”
“... 그 정도는 허락한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어이! 사진기 들고 당장 튀어와!! 그리고 여기 있는 태천님은 차에다가 눕혀두고!!! 그리고 어서 저 시체 처리해라!”
수하들에게 여러 가지 일을 시키는 한 편 이영한은 피니트의 옆에서 떨어지지 않고 열심히 이것저것 질문을 했다. 그것에 짜증을 느낀 피니트지만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일어나면 특훈이다.’
단지 기분 좋게 자고 있는 자신의 마스터를 노려 볼 뿐이었다.
* * * * * * * * * *
“힘들어... 죽겠어... 좀 봐주라고. 피니트.”
하루에 6시간. 총 2번. 3시간씩 자고 있는 태천은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네놈의 그 나약한 정신력을 뜯어 고쳐야 한다. 근성으로 버틸 생각을 해야지 바로 기절이라니... 이건 강하고 약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다.”
피니트를 처음 소환한 이후. 그는 떠나지 않고 계속 남아 태천을 수련시킨다는 명복하에 철저하게 괴롭히고 있었다.
물론 수련이 안되는 것은 아니다. 듀얼 몬스터즈의 몬스터를 소환한 이후 정신력이 소모되지 않는 다고 태천이 그렇게 느낄 뿐. 실제로는 조금씩 소모되고 있다.
단지 그것을 느끼지 못 할 정도로 미약할 뿐이다. 물론 그것은 태천의 재능과 연관이 있다. 이유는 모르지만 남들보다 수배나 빠른 정신력 회복속도에 소모되는 정신력을 느끼지 못 할 뿐이다.
물론 피니트가 그걸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알기에 이렇게 계속해서 몰아붙이고 있는 거다. 육체는 피곤할지 몰라도 태천의 정신만큼은 점점 또렷해지고 있다.
하지만 태천에게는 이게 더 고통이었다. 피곤한데 자지 못 한다. 몸은 지쳐 죽겠다고 하는데 정신은 멀쩡하다. 이 괴리감이 주는 어색함 등등이 합쳐지며 지금 태천은 그야 말로 좀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누나인 희선과 여동생인 정수가 잔뜩 걱정할 정도로 지금 태천의 몸은 초췌해졌다. 걸어다니는 것이 기적일 정도로 보인다. 하지만 정신은 또렷하다.
“차라리 죽여라...”
“그럴 리가. 나의 첫 마스터를 죽이면 쓰나. 조금 힘들어도 그냥 버티도록. 나를 무난하게 소환 할 때까지는 해야 한다.”
“그러니까! 그게 언제냐고!!!”
태천의 외침에 피니트는 어깨를 으쓱 거리면서 말했다.
“나도 모른다.”
“싸우자는 거냐!!!”
“뭐. 진정해라. 이곳의 날짜로 15일 정도 있었으니 한 35일만 더 참아보도록. 정 힘들면 최근에 성공한 강화를 떠올리면서 위안을 삼아라. 그리고 역소환 하고 싶다면 해도 되지만 다음에 내가 소환되었을 때 나의 협조를 바래서는 안 되겠지?”
“젠장... 내가 반드시 너 말고 다른 8레벨 몬스터 카드 사고 만다.”
“기대하지. 마스터.”
“젠장...”
그렇게 말하며 태천은 다시 눈을 감았다. 잠을 자냐고? 아니다. 누누이 말하지만 정신은 또렷하다. 즉 그냥 눈만 감는 행위다.
그리고 피니트가 말한 강화성공. 그것은 얼마 전 E급의 듀얼리스트의 심장 강화에 드디어 성공. D급이 되어 정신력 소모가 감소가 40%로 증가했다.
다른 장비 카드나 마법 카드를 사용한 적은 없다. 피니트 혼자서 충분하기에 아직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
“전방에 몬스터. 결정체는 4만. 또 B급이네요. 이거 운이 좋은데요?”
이영한의 말에 피니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하하. 그렇죠.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몬스터를 만난다면 단순히 돈 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돈은 필요 없어. 에테르라는 그 물체만 나오면 상관없다.”
“그런가요? 뭐 그게 알짜배기는 하니까요.”
이영한의 말에 태천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생각했다. 피니트가 진짜 그것을 돈 때문에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포인트로 바꿔서 태천이 더욱 많은 카드를 사게 할 생각인 것이다.
‘최종 목표는 13레벨의 몬스터겠지.’
일명 신의 카드라고 불리는 13레벨의 몬스터들. 물론 다 신이라고 불리는 것은 아니지만 12레벨과 차원이 다른 능력과 힘을 보여주는 13레벨의 몬스터였다.
물론 그 만큼 얻기도 힘들다. 태천도 듀얼 킹이라고 불리던 시절. 불과 6장 밖에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얻기 힘들었다.
“그러면 잡고 오지.”
차에서 뛰어 내려 빠르게 전방으로 달려 나가는 피니트를 바라보던 이영한이 축 늘어져 있는 태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살아있습니까?”
“살아 있으니 말을 하겠죠.”
“하하. 그건 그렇군요. 그래도 확실하게 지옥훈련 하고 계시네요. 아마 그곳에 갈 때쯤이면 뇌후님보다 더욱 강해질 수도 있겠습니다.”
“... 웃으면서 대답할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플 뿐이네요.”
“하.. 하하하....”
무미건조한 웃음이 흐르는 사이 전방에 어둠이 사방으로 퍼지고 사라지자 이영한이 말했다.
“끝났나 보군요. 부자되시겠습니다.”
“부자건 뭐건 일단 살고 봐야죠. 다 필요 없으니까 좀 자고 싶네요. 푹.”
“... 고생하십쇼.”
지옥에 들어가지도 않았지만 태천은 지금이 지옥이다. 차라리 들어가고 싶었다. 지금의 상황보다는 더 편할 것 같다고 생각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