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그것뿐만 아니라 많은 카드들이 있었다. 심지어 카드자체를 강화시키는 강화 카드도 있었다.
“이게 장비냐....”
장비라고 하면 할 수 있다. 장비 카드에 속해 있는 카드들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강화하는 것도 장비는 장비다. 마법이나 몬스터 혹은 지형에 속해 있는 카드는 아니니까 말이다.
“끙.. 이것 참.”
문제는 가격이다. 일단 듀얼리스트 아이템을 크게 보자면 3가지다. 하나는 카드 사용. 즉 소환이나 마법 발동 등등에 소모되는 정신력을 줄어들 수 있게 해주는 듀얼리스트의 심장이라는 아이템.
S급부터 F급부터 있었는데 최하급인 F급도 무려 20%나 감소시켜준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가격이다. 일반적으로 장비나 지형, 마법 카드의 등급은 F부터 한 단계씩 올라가서 S등급이 최고고 그 다음의 EX등급은 특별한 퀘스트와 조합으로만 습득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카드 상점에서 최하급인 F급 카드의 5천 포인트다. 참고로 몬스터 카드를 한다고 했을 때 5천 포인트라면 5레벨의 몬스터 카드 한 장을 살 수 있다.
그런데 듀얼리스트의 심장의 F급 아이템은 무려 그 2배인 1만 포인트다. 그것도 F급이. S급은 2백만 포인트다. 말이 좋아서 2백만 포인트지 도대체 얼마나 모아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후우... 그래도 질러야겠지?”
희선이 건네준 에테르를 모조리 포인트로 바꾸자 총 7만 포인트가 쌓였다. 이 정도면 E급 듀얼리스트의 심장을 살 수 있다.
“거기다가 강화카드라...”
강화카드. 이건 카드 자체를 강화시키는 것이다. 몬스터의 경우 레벨을 상승시켜주고 기타 장비나. 마법, 지형 카드는 그 등급을 올려주는 카드다.
단지 문제는 실패할 확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행이라면 재료인 강화카드만 날아간다는 점인데 이 카드는 일반 장비 카드 가격에 4배다. 즉 최하급 성공률 10%의 F급 카드도 2만 포인트다.
“인간적으로 너무하네. 10%의 성공 확률로 2만 포이트나 달라고 하냐...”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그의 손은 착실하게 움직였다. 7만 포인트로 E급의 듀얼리스트의 심장 그리고 강콰 카드 2장을 구입했다.
“진짜 도박이지만...”
E급의 듀얼리스트 심장. 이것을 2번 강화하는데 성공하면 무려 C급의 듀얼리스트의 심장이 되며 정신력 소모를 50%나 줄여주는 아주 좋은 아이템이 된다.
“성공해라...”
그리고 망설임 없이 즉석에서 카드를 사용했다. 카드 사용하는 것은 간단했다. 강화 카드를 누르자 빈 공간과 함께 강화할 카드를 올리라는 화면이 나타났으니 거기에 듀얼리스트의 심장 카드를 올려두었다.
듀얼리스트의 심장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생긴 것은 흰색의 태양과 달이 겹쳐있는 문양이 있는 목걸이였다. 재질은 모른다. 그냥 흰색의 목걸이었다.
- 강화에 실패하며 강화 카드(F)가 사라집니다.
“끙.... 역시인가.”
그렇게 말하면서 또 다시 하지만 역시나 실패. 10%의 확률은 그렇게 가벼운 확률이 아니었다. 태천은 한숨을 쉬며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카드를 사용해서 듀얼리스트의 심장을 착용했다. 착용이라고 해도 그냥 목걸이 하나 하는 것 뿐이지만 말이다.
“그럼 실험을 해봐야지. 듀얼. 소환 베이비 드래곤.”
4레벨의 몬스터 카드를 소환한다. 그리고 확연이 정신력 소모가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30%라고 하였는데 생각 이상으로 도움이 많이 되었다.
“뀨유!”
귀엽게 우는 조그마한 드래곤. 작다고 하지만 그래도 몸부터 꼬리까지 80cm는 한다. 귀엽기도 하지만 이렇게 보여도 D등급 몬스터는 혼자서 씹어 먹을 수 있는 강력한 몬스터다.
“이거 먼치킨 로드가 보이기 시작했는데?”
종종 소설에서 나오던 신기한 초능력을 얻어서 깽판을 치는 초능력자들을 그린 장르소설들을 떠올리며 태천이 중얼거렸다.
먼치킨. 단어의 유래는 TRPG를 하던 시절에 말도 안 되는 플레이를 하던 족속들을 이르는 말이었으나 요즘에는 그냥 답 없이 강한 이들을 부르는 단어가 되었다.
현실에도 이런 먼치킨적인 존재가 있다. 바로 S급 헌터들이 이 먼치킨에 해당하는 존재들이다. 세계에서 50명도 안되는 숫자지만 이들의 강함은 이로 말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
이 중에서도 최연소이자 가장 약하다는 평을 듣는 희선 조차 혼자서 B급 몬스터는 때려잡을 수 있으니 이들의 강함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나도 한 번 해봐?”
듀얼 몬스터즈의 몬스터를 소환할 수 있는 순간부터 자신의 가치는 한 없이 상승했다고 생각했던 태천이었지만 거기에 태클이 들어오는 것이 있다면 심각한 정신력 소모였다.
하지만 그것을 어느 정도 막아 줄 수 있는 방법도. 카드가 더욱 강해질 수 있는 방법도 찾았다. 그렇다면 아직 자신은 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아직 태천은 그가 자주 사용하던 콤보들 중에서도 가장 하기 쉬운 콤보 조차 완성하지 못 했다.
“흐흐흐. 그것들 중 하나만 완성해도... B급 몬스터는 가볍게 잡겠지?”
8레벨의 몬스터. 빛과 어둠의 대리인 피니트를 융합으로 소환하면 그가 자주 사용하던 콤보들 중에서도 가장 위력이 약한 콤보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피니트를 소환하여 그의 또 하나의 검을 장비 카드로 장착시켜준다면 특수 효과가 발동된다. 바로 자신을 소환하는데 사용된 두 몬스터를 특수 소환하는 것이다.
4레벨의 카드로 몇 가지 실험을 하였던 태천은 몬스터 카드가 가진 특수능력도 그대로 사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냥 머릿속에서 갑자기 떠오른 것이다.
특수능력이 있는 저 레벨의 몬스터 카드는 없다. 최하가 5레벨부터 있다. 그리고 그 카드는 특수능력 때문인지 가격이 너무 비싸서 사질 않았다.
특수능력이라고 해도 지금은 어중간한 것들은 필요 없었다. 일단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대한 물량을 맞춰야 했다.
“그게 분명 B급이었으니까... 포인트로 하면 20만 포인특인가... 미쳤군.”
20만 포인트. 에테르 결정체 수치로 20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였다.
“그곳에서 죽어라 사냥한다고 했을 때 겨우 모을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그러면 증폭장비의 여유분 에테르를 갖출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태천의 머리는 빠르게 회전했다. 앞으로의 일들을 계획하기 시작한 것이다. 듀얼이라는 것이 운이기는 하지만 정해진 순서나 콤보 라고 불리는 연계가 있다.
거기다가 상대의 패도 생각해야 하기에 상당한 머리가 있어야만 어느 정도 대전에서 승수를 쌓을 수 있다. 그런면에서 보자면 듀얼리스트의 왕. 듀얼킹이라고 불리던 태천의 머리는 평범하지는 않았다.
그런 머리를 최대한 굴리면서 고민했다. 대략적으로 그곳에서 얻을 에테르와 그 에테르 결정체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그리고 앞으로의 일정까지. 모두 계산을 했다. 그렇게 이날 하루는 이 문제로 의미 있게 보냈다. 물론 순수한 김태천 본인의 생각이다.
* * * * * * * * *
“드디어 오늘인가...”
준비기간이 끝났다. 이제 그 곳으로 가는 날이다. 물론 지옥이 아니라 대한민국 최대의 시간 괴리가 발생하는 공간진으로 가는 날이었다.
“자료들은 다 봤지? 거기와 이곳에서의 차이는 5배. 즉 여기서의 24시간은 거기에서 150시간이야. 거기서 지구의 시간으로 50일에서 55일 정도 있을 예정이야.”
“그러면 그곳에서 며칠이나 있는 거야?”
“300일 조금 넘게 있을 걸? 150시간이면 6일 좀 넘으니까.”
태천의 말에 정수가 질린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렇게 오래?”
“그래도 거기에 있는 것 보다는 편할 거야. 그럼 마지막으로 차량 점검 더 하고 출발 할게.”
그리고 희선이 뒤에 있는 시체 수거반의 각 팀장들을 보여서 인원 정검을 했다. 시체 수거 전문 차량인 100톤의 화물차량만 무려 15대. 거기다가 여러 가지 생필품이 있는 100톤짜리 화물 차량 3대.
사람들이 타고 가는 45인승 버스만 5대에 가까운 대 인원이 꾸려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단 3명이 그곳에서 300일간 있기 위해서 준비한 것이라고 하니 태천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원 모두 왔다고 하니 이제 출발하자.”
주위에 구경 나온 사람들도 무슨 대규모 원정이라도 가나 싶은 얼굴로 나와 있었으며 일반인들은 사진을 찍었고 헌터들은 어떻게든 꼽사리를 끼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이 정도로 대규모로 움직이면 어지간한 몬스터들이 습격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도 머리가 있을 테니 말이다.
“바로 D~C급의 몬스터가 나오는 곳으로 갈거야. E~F급의 몬스터는 철저하게 무시니까 아마 조금 지루한 드라이브가 될 것 같네.”
워낙에 넒은 공간진이기에 평균적으로 초입 부준을 넘어 중간 부분에 도착하기 위해서 차로 2~3시간 걸린다. 어디까지나 단촐하게 갔을 때가 이 정도의 시간인데 이 정도의 대 인원이 움직이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 했다.
“그러면 나는 위에서 망이나 보고 있을게.”
“그래. 그리고 태천이는 한 숨 자고 있어. 피곤하지?”
“티나나?”
오늘 새벽까지 마지막으로 훈련을 하던 태천이기에 피곤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응.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오겠어. 푹 쉬고 있어. 그곳에 도착하면 가장 정신없이 움직여야 하는 것은 네가 될 테니까.”
“.. 알았어.”
그리고 태천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희선은 눈을 빛내며 차를 출발시켰다. 지루할 수도 있지만 몬스터가 있는 곳. 방심하면 바로 죽음으로 연결되는 곳이기에 어느 정도의 긴장은 필수였다.